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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내려놔요 동지들!


The Featured Artists’ Coalition는 공연인들과 음악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출범한다. 우리는 모든 아티스트들이 그들의 음악에 대한 보다 많은 통제권과 디지털 세대에서 창출되는 이익에 대한 보다 공정한 지분을 원한다. 우리는 아티스트들이 음반회사, 디지털 배급업체, 그리고 기타업체와 새로운 판매에로의 돌입을 지원하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구체적인 변화를 위해 활동해 나갈 것이다.
The Featured Artists’ Coalition campaigns for the protection of performers’ and musicians’ rights. We want all artists to have more control of their music and a much fairer share of the profits it generates in the digital age. We speak with one voice to help artists strike a new bargain with record companies, digital distributors and others, and are campaigning for specific changes.[그들의 웹사이트 첫 화면에서]

이 새로운 조직의 창립발기인은 다음과 같다.

Billy Bragg / Boilerhouse Boys / Chrissie Hynde / Craig David / David Gilmour / Gang of Four / Iron Maiden / Jazzie B / Jools Holland / Kaiser Chiefs / Kate Nash / Klaxons / Radiohead / Richard Ashcroft / Robbie Williams / Sia Furler / Soul II Soul / Stephen Duffy / The Cribs / The Verve / Travis / Wet Wet Wet / White Lies

이 조직의 창립은 명백히 헐리웃 작가조합의 파업을 연상시킨다. 즉 두 운동 모두 디지털 시대에 새로이 부각되는, 온라인 관련 이익에서의 창작인 들의 소외에 대한 항거가 한 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갈등은 그동안 음악 산업계와 아티스트들 간에 알게 모르게 이어져왔고 이에 따라 몇몇 아티스트들은 저작물 창작 및 배급의 새로운 전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 조직은 지적재산권에 대한 더 공정한 계약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러한 문제로 Radiohead 는 작년에 EMI를 나와 신보 In Rainbows 를 “내고 싶은 만큼 내는(pay what you can)” 다운로드를 통해 판매하기도 했었다. 밴드의 공동매니저 Brian Message는 이러한 경험이 신진 아티스트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고 기득권층을 한 방 먹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Guitars down, comrades: rock stars launch union to stand up for their rights 中에서 발췌]

우리는 흔히 음악에 대한 저작권(혹은 지적재산권)의 침해는 창작인 들의 창작의욕을 꺾은 범죄행위라고 들어왔다. 물론 (상당 부분) 사실이다. 괄호를 쳐서 “상당 부분”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바로 헐리우드 작가조합이 파업을 하고 영국의 탑아티스트들이 조합을 조직하는 상황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들은 어쩌면 창작인 으로서의 그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고 있지 못한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저작권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고 윽박지르는 이들은 어쩌면 저작권이 지켜야 할 창작인의 권리보호에는 별로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역시 생산력이 변하면 생산관계가 조응하여 바뀌어야 하는가보다.

추. 위 명단을 보면서 흐뭇한 점은 지난번 David Byrne 이 친히 나서주었듯이 뭐 하나 아쉬울 것이 없는 거물 아티스트들이 기꺼이 함께 해주었다는 사실이다. Billy Bragg의 경우 노동당을 지지하는 좌익 아티스트들의 모임 Red Wedge 등으로 유명한 고참 음악가이고, David Gilmour 는 전설의 밴드 Fink Ployd 의 기타리스트였다. 개인적으로 반가운 이름은 Stephen Duffy인데 아시는 분이 있을라나 모르겠는데 이 양반은 Duran Duran의 보컬을 맡기도 했었다.(Simon LeBon이 오기 전에)

현재의 저작권은 창작 및 기술발전을 독려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 polls)

세 얼굴의 미키마우스

1998년 미국의 저작권 보호 기간 연장법은 ‘저자 생존 시와 사망 후 50년, 법인에 의한 저작물인 경우 75년’이던 저작권 보호 기간을 ‘저자 생존 시와 사망 후 70년, 법인에 의한 저작물인 경우에는 95년’으로 늘렸다. [중략] 하지만 1998년의 법은 불명예스럽게도 미키마우스 보호법(미국식 표현으로 ‘미키마우스’는 ‘수준 이하’ 혹은 ‘엉터리’라는 의미가 있다. – 옮긴이)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별명이 붙은 것은 디즈니가 (만화영화 <스팀보트 윌리>를 통해) 1928년에 최초로 만든 미키마우스 탄생 75주년을 내다보고 저작권 연장 로비를 주도했기 때문이다.[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나쁜 사마리아인, 2007, 부키, p207]

위에 잘 설명되어 있다시피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캐릭터인 미키마우스는 아이들의 절친한 친구인 동시에 자동 소멸될 저작권을 억지로 늘인 하나의 모범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이중적인 모습의 미키마우스 (two faces?) 에게 또 하나의 비밀이 있을지도 모른다. (three faces?)

LA타임스는 최근 Disney’s rights to young Mickey Mouse may be wrong 이라는 기사를 통해 디즈니가 저리도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이 사실은 원인무효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디즈니는 브랜드 전문가들이 3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 미키마우스의 브랜드 가치를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기자가 첫 번째로 제기하는 의문은 저작권을 얻었던 예전의 캐릭터와 지금의 캐릭터의 묘사의 차이에 관한 것이다.

저작권 문제는 예전의 묘사에 관한 것이다. 미키의 연출은 여전히 알아볼 만 한 것이지만 약간은 다르다. 첫 동시녹음 만화인 “스팀보트 윌리”와 다른 초기 고전들의 스타였던 오리지널 미키는 더 긴 팔, 더 작은 귀, 그리고 보다 뾰족한 코를 가지고 있었다.
Copyright questions apply to an older incarnation, a rendition of Mickey still recognizable but slightly different. Original Mickey, the star of the first synchronized sound cartoon, “Steamboat Willie,” and other early classics, had longer arms, smaller ears and a more pointy nose.

Mickey Mouse concept art.jpg
Mickey Mouse concept art” by San Francisco Sentinel; from the collection of The Walt Disney Family Museum. Licensed under Wikipedia.

미키마우스의 초기 컨셉 스케치

Mickey - Fantasia.jpg
Mickey – Fantasia” by desktopnexus, originally from Fantasia. Licensed under Wikipedia.

판타지아에서의 미키마우스

몇몇 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충분히 의문을 제기할만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학문적 호기심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과 법정에서 유효성을 다투는 것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점이다. 연구 차원에서야 그런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이 의의가 있을지 몰라도 이를 정색하고 법정에서 다룬다면 그것은 만화왕국이자 엄청난 재력을 자랑하는 디즈니와의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에 관한 또 하나의 미스터리는 전직 디즈니 직원이었던 Gregory S. Brown에 의해 제기되었다. Brown은 디즈니를 퇴사한 뒤 디즈니가 잊고 있었던 저작권 갱신을 이용하여 돈을 벌어보려 했다. 하지만 거대기업은 물러서지 않고 그에게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그에게 50만 달러의 벌금을 선고했다. 열받은 Brown은 1928년 Walt Disney Co. 가 창조하여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미키마우스의 정체성을 파헤쳐보기로 마음먹었다. 결국 그는 “스팀보트 윌리” 만화에서 다음과 같은 타이틀카드(필름이나 슬라이드로 처리되는 것과는 달리 카메라에 잡히도록 만든 그래픽 카드 캡션 caption 이라고 한다)를 발견한다.

“Disney Cartoons
Present
A Mickey Mouse
Sound Cartoon
Steamboat Willie
A Walt Disney Comic
By Ub Iwerks
Recorded by Cinephone Powers System
Copyright MCMXXIX.”

이 타이틀카드가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요는 “월트 디즈니”라는 이름과 관계된 “저작권”이라는 단어의 위치다. 시네폰과 디즈니의 수석 스튜디오 아티스트 Ub Iwerks라는 이름도 있었던 것이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것이 이 셋 중 어느 하나라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고, 이를 통해 1909년의 저작권법의 난해한 규정에 따라 어느 특정인의 권리주장을 무효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The key was location of the word “copyright” in relation to the name “Walt Disney.” There were two other names listed in between — Cinephone and Disney’s top studio artist, Ub Iwerks. Arguably, any one of the three could have claimed ownership, thereby nullifying anyone’s claim under arcane rules of the Copyright Act of 1909.

LA타임스는 이 기사의 나머지에서 이러한 Brown의 항변에 대한 법원의 무시, 한 법대에서의 이 케이스에 대한 연구, 그리고 그러한 시도에 대한 디즈니의 대응 등을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결론은 디즈니의 작품이 늘 그렇듯이 (적어도 현재까지는) 해피엔딩이다. 물론 디즈니에게 말이다. 정의로 – 저작권의 횡포에 저항하는 이들이 생각하는 정의 – 가는 길은 아직도 멀고 험한가 보다.

기자는 한편으로 다음과 같이 디즈니의 모순된 행보를 고발하고 있다.

모순된 것이 이 회사가 비록 그들의 미키마우스는 방어하려 하지만 공공 영역에서 몇몇 캐릭터들에 대한 — 밤비나 피터팬 같은 —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경주해왔다. 디즈니의 가장 유명한 등장인물 중 많은 것들은 다른 이들의 창작품인데 이 중에는 신데렐라, 피노키오, 푸, 그리고 백설공주 등이 포함된다. 비록 회사는 그들의 묘사를 강력히 보호하고 있지만 말이다.
Ironically, the company has mounted international efforts to claim some characters for the public domain — such as Bambi and Peter Pan — even as it defends Mickey Mouse. Many of Disney’s most famous figures were the creations of others, including Cinderella, Pinocchio, Pooh and Snow White, though it has vigorously protected its depictions of them.

이는 타당한 주장이다. 자신이 창조한 – 또는 창조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 쥐 한 마리를 지키기 위해서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다른 이들이 창조한 캐릭터들은 정당한 대가 지불없이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이 디즈니의 현재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는 실제로 저작권, 지적소유권, 그리고 특허권에 대한 배타적인(exclusive)한 권리보호를 주장하는 거대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행태다. 하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법이다.

여하튼 Boing Boing 의 한 독자는 이런 모순된 위치에 놓여 있는 미키마우스의 모습에 측은지심을 느꼈는지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사우스파크, 앞으로 공짜로 본다

귀여운 아그들의 대화의 반절 이상이 쌍시옷 들어가는 욕으로 채워지는 만화 남쪽공원(사우스파크)을 아시는지? 속된 말로 정말 골 때리는 이 동네에서 끊임없이 사고를 쳐대는 주인공들을 보고 있자면 심슨 가족은 정말 교양과 품위 넘치는 이들이다. 심슨 가족은 메인스트림이다. 암튼 한때 어둠의 경로를 통해 신나게 다운받아 보던 애청프로였다.

그 사우스파크가 어느덧 12번째 시즌을 맞이했다고 한다. 그동안 잊고 있었는데 감회가 새롭다. 한편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여 이 시리즈의 창조자 중 한 명인 Matt Stone 아저씨가 최근 팬들에게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다음은 그가 가진 Boing Boing 과의 인터뷰다.

“모든 사우스파크 에피소트와 수백만 개의 클립이 몇 년 동안  유투브나 빗토렌토를 통해 온라인에서 떠돌아 다녔었다. (…) 우리는 언제나 더 많은 곳의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작은 쇼를 본다는 사실을 즐겨왔다. 새 웹사이트가 이제 사람들이 사우스파크를 보고 나누는 것을 더 쉽게 만들 것이다.
궁극적으로 전 세계 어디서든 모든 에피소드와 클립을 (공짜로:역자주) 볼 수 있다. 코미디센트럴이 다른 케이블회사와 지역과 맺은 계약 때문에 당장은 그렇게는 못하고 있다(모든 에피소드를 공개 못 하고 있다는 의미로 거의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이미 공개되었다:역자주). 그러나 아마도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우리의 쇼를 언제나 불법적으로 다운받아야 한다는 것에 질려버렸다.(이 부분 대박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합법적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Every South Park episode and billions of clips have been online for years on YouTube or BitTorrent (…) we’ve always loved the fact that more people in more places could see our little show. The new website just makes it easier for people to see and share South Park.
Eventually every episode and clip will be available everywhere in the world. There is a tangle of contracts that Comedy Central has with different cable companies and territories that are preventing us from that right now. But hopefully it won’t be long.
Basically, we just got really sick of having to download our own show illegally all the time. So we gave ourselves a legal alternative.”

오~~ 오빠 멋쟁이~~!!

나는 자신의 창작품에 대한 정당한 권리(가장 근본적으로는 금전적 권리겠지만)를 주장하는 이를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자신의 창작품을 이렇게 흔쾌히 남들과 나누는 사람에게는 그 이상의 칭송이 있어야 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래서 세상이 좀 더 살만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앞으로 적어도 사우스파크만큼은 고화질의 영상을 마음의 짐 덜어내고 보게 되었으니 좋지 아니한가. 🙂

They Killed Kenny but They Saved Their Fans~

레코드회사들이 저지른 뼈아픈 실수 1위는?

Blender.com 은 최근 “20 Biggest Record Company Screw-Ups of All Time”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레코드 회사가 저지른 가장 멍청한 실수 20가지를 선정했다. 흥미로운 실수 몇 개를 살펴보자.

17위에 에디슨이 세운 레코드 회사에 관한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축음기의 발명가 에디슨이니만큼(사실 발명가라기보다는 사업가지만) 당연히 그는 National Phonograph Company(나중에 Edison Records 라고 개명)라는 이름의 레코드 회사를 소유하고 있었다. 처음에 이 회사는 관련업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회사였다. 하지만 치명적인 두 가지 실수는 이 회사의 수명을 단축했다. 첫 번째, 에디슨 회사의 레코드는 오직 에디슨의 플레이어를 통해서만 들을 수 있었다. 호환성이 없었던 것이다. 두 번째로 그는 당시 유행하던 재즈를 지독히 싫어했고(주1) 이러한 사적인 감정이 비즈니스에 반영되어 재즈 음반을 전혀 내지 않았다 한다. 결국 이차저차해서 회사는 1929년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8위로는 워너뮤직 Warner Music 의 뼈아픈 실수를 소개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음악은 그 장르적 속성 자체가 정치적 성향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흔한데 대표적으로 보수적인 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음악은 바로 랩이나 힙합으로 불리는 흑인음악일 것이다. 힙합이 한창 인기를 끌고 있을 때 이 음악의 최고의 수혜자는 워너뮤직이었다. 그들의 계열사 중 하나인 Interscope label 이 부분소유하고 있는 Death Row 사에 당시 최고의 힙합 아티스트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Bob Dole 이 한 연설에서 이러한 이유로 워너뮤직을 비난하자 그들은 서둘러 Interscope 을 라이벌인 유니버셜에게 팔아버린다. 그뒤 유니버셜은 Interscope 이 배출한 Tupac, Dr. Dre, Eminem 등의 놀라운 성공에 힘입어 가장 큰 레코드사로 성장한다. 워너뮤직은 서서히 사그러져 가다가 2004년 매각되었다.

그럼 대망의 1위는?

“Major labels squash Napster”

메이저레이블의 냅스터 진압작전이 선정되었다. 냅스터가 처음 서비스를 개시했을 적에 그 인기는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파일을 다운로드하기 위해 컴퓨터를 아예 켜놓고 자는 이들도 상당수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 때문에 하드디스크가 엄청나게 팔려나갔을 것이다. Blender.com 은 이 P2P의 원조 사이트가 기존 기업들에게 자본조달을 요청했을 때 이를 무시하고 무력 진압한 것을 실수로 뽑고 있다. 왜냐하면 “냅스터의 사용자들은 사라지지 않고 수많은 대체 시스템으로 흩어져 버렸기 때문이다(Napster’s users didn’t just disappear. They scattered to hundreds of alternative systems)”

그리고 이제는 냅스터를 찾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여전히 온라인을 통한 영상 및 음악의 불법 다운로드나 판매의 문제는 적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레코드 회사는 DRM이라는 있으나마나한 기술을 도입했다가 폐기했고, 여전히 온라인 다운로드에 익숙해있는 수많은 사용자들은 범법자로 낙인찍히고 있고, 이 와중에 저작권을 미끼로 법률 브로커가 용돈을 벌고 있는 실타래처럼 꼬여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는 서비스가 RCRD LBL(발음 그대로 “레코드레이블”) 이라는 블로그다. 이 블로그는 아티스트들에게 저작권이 제한되어 있지 않은 음악을 공짜로 제공하면서 벌어들이는 광고수익을 아티스트들과 나누는 구조다. 블로그의 운영자 Rojas 씨는 꼭 음악 자체가 팔릴 필요는 없으며 광고처럼 선전되어 아티스트들과 이 수입을 공유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서비스의 가능성은 아마도 그 정도의 수익공유로도 만족하는 독립 아티스트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알릴 수 있는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는 선에서의 시장에 국한될 것이다. 하여튼 이러한 다양한 실험적 시도가 많아질수록 우리는 보다 다양한, 그리고 보다 건설적인 논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음악 산업계들이 그러한 실험을 거부한 채 자신들만의 이익추구에만 몰두한다면 다음에 Blender.com 이 선정할 리스트에는 아마 그때 일어날 실수가 1위로 선정되지 않을까 싶다.

(주1) 그는 “나는 언제나 재즈 레코드를 거꾸로 돌려서 들어. 그 편이 훨씬 나아”라고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100억 원대 ‘짝퉁’을 만들었다는 어느 제조업자의 검거 소식을 보고

짝퉁도 등급이 있다고 한다. 최근에 110억 원 어치의 ‘특급 짝퉁’ 을 만들어 수익을 올려오던 세 남매가 잡혔다 한다. 주요 명품회사들이 블랙리스트 1순위에 올려놓은 한국최고의 짝퉁 기술자인 오모(47)씨는 자신의 친형과 여동생을 끌어들여 올해 5월부터 최근까지 명품과 똑같이 생긴 가방 9천여 개를 만든 뒤 해당 상표를 붙여 동대문과 남대문 상가의 도소매상들에게 판매한 혐의로 검거되었다.

위조된 제품은 명품 제조회사 관계자도 “진품과 전혀 구분이 안 된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한다. 또 “기술이 워낙 좋아 명품 유통업자들이 오 씨의 제품이 아니면 가짜라는 사실이 금방 들통 나 오 씨의 제품만을 찾았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솜씨는 타고난 능력에다 직접 수천만 원을 주고 명품을 산 뒤 해체작업 등을 통해 제품을 분석했을 정도로 치밀성이 결합된 결과였다. 한마디로 ‘짝퉁’ 계의 명인인 셈이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그저 ‘허 이런 일이 있었군’하며 흘려버릴만한 스토리다. 짝퉁의 천국 한국에서 110억 원 어치 짝퉁을 만들어 판 제작자 및 유통업자의 이야기. ‘돈 많이 벌었겠네’하며 이내 잊힐 사건이다.

일단 110억 원은 오 씨가 만든 상품들의 진품 시중 가격을 매긴 금액이다. 그러니 실제로는 오 씨가 벌어들인 돈은 그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다. 그래도 꽤 많은 돈이리라. 어쨌든 ‘110억 원’이라는 표현은 언론들이 흔히 이런 유의 사건을 흥미 위주의 기사로 포장하기 위해 부풀린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 필자의 주의를 끄는 사실은 오 씨의 전력이다.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오 씨는 7년 동안 국내 브랜드로 가방공장을 운영하면서 최고 기술자가 됐으나 브랜드 인지도가 없어 가짜업자로 전향했다” 한다. 또 쿠키뉴스에 따르면 ”오 씨는 지난 20여 년간 국내 브랜드로 가방을 제조해온 기술자”라 한다. 두 뉴스 간에 13년 차이가 나는데 추측컨대 오 씨는 13년 간 쭉 가방제작 일을 해오다 7년 전에 자신의 브랜드가 붙은 가방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하지 않았나 싶다.

7년 이건 20년 이건 오랜 세월이다. 명품 제조회사 관계자도 구분 못하는 짝퉁을 만들어낼 정도였으면 대단한 기능인일 것이다. 기능올림픽에서 밥 먹듯이 우승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최고이니 솜씨는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장인이 짝퉁을 만들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왜 그의 브랜드는 성공을 하지 못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기능은 있으되 경영능력이 떨어졌던지 디자인이 좋지 않았던지 뭐 그런 이유들 말이다. 뉴스에 따르면 주된 이유는 ‘브랜드 인지도’가 없어서 그렇다고 한다. 브랜드를 인지시키는 것도 경영능력이라면 능력일터이다. 하지만 왠지 낮은 브랜드 인지도에 좌절했을 오 씨를 마냥 탓하기에는 찝찝하다.

핸드백은 생활용품이라기보다는 패션 아이템이다. 여자의 하이힐이 그렇고 속옷도 그렇다. 이러한 기호품은 특히 소비자의 ‘브랜드’에 대한 집착이 강하게 마련이다. 섹스 앤더 시티에서 캐리가 밥 굶어가며 명품 하이힐에 돈을 써대는 모습을 보라. 한때 중고등학생들까지 프라다 가방을 매려고 안달이 났던 적이 있다.(요즘도 그런가?) 결국 오 씨가 ‘국내 브랜드’로 승부를 내려고 7년간이나 버텼던 것이 무모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

예전에 미술계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여러 미술대전에도 입상하는 등 앞날이 유망했던 화가가 당대 거장의 작품을 모사했다가 들통이 난 적이 있다. 위작을 만든 이유는 결국 생계 때문이었다. 아무리 실력 있는 작가라 해도 인지도가 낮았던 그는 결국 자존심대신 빵을 선택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이렇듯 현대 문명사회는 ‘브랜드’와 ‘간판’이 지배하는 사회다. 물론 그 ‘브랜드’와 ‘간판’은 그것을 소유한 이들의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다. 삼성 직원의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삼성전자’가 있는 것이고 루이비통 디자이너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루이비통’이 있는 것이다. 그들의 제품에 붙은 가격표는 그들의 그동안의 땀방울이 포함된 가격이다.

한편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라는 책을 낸 반(反)브랜드 운동가 닐 부어맨은 최근 동아일보의 인터뷰에서 “서구 브랜드의 수작에 놀아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는 “럭셔리 브랜드들은 구두나 핸드백의 99%를 아시아에서 만들어지고” 유럽의 브랜드들은 그것에 상표만 붙여 엄청난 가격에 팔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결국 오 씨는 차라리 럭셔리 브랜드의 하청공장이나 했으면 속편하게 장사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두 가지 입장이 상반되는 것처럼 보인다. 브랜드는 한 개인 또는 기업이 오랜 동안 땀 맺힌 노력을 통해 가꾸어온 결실인데 이제 반(反)브랜드 주의자들은 그것을 부정한다는 것인가? 닐 부어맨의 주장이 꼭 그렇지는 않다. 그는 “모든 브랜드를 부정하란 게 아니라 브랜드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게 내버려 두지 말자는 소리”라고 주장한다. 브랜드로부터 자유로워지라는 이야기로 약간은 동양철학적인 냄새도 난다.

요컨대 브랜드, 저작권, 지적재산권 등은 마르크스가 언급했던 ‘생산수단’과 함께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생산수단’이다. 똑 같은 생산단계를 거쳐 생산된 상품이라도 ‘루이비통’을 붙이느냐 ‘오 씨의 브랜드’를 붙이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지차이다. 그것이 지난 세월 한 브랜드가 쌓아온 땀의 결실을 적절히 반영한 금액이냐 하는 문제는 끊임없는 논란을 야기할 것이다. 어쨌든 그러한 것들이 이제 하나의 기득권이 되었고 WTO나 FTA를 통해 점점 더 강화될 것임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p.s. 요즘 연예인들이 갑자기 속옷을 직접 디자인했네 하면서 하루 수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다는 소식이 신문지상에 자주 오르는데 대표적인 ‘브랜드 효과’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그 ‘브랜드 효과’는 다른 데서 땀 흘리고 속옷 업계에서 수확하는 스타일이니 영 마뜩찮다. 내가 속옷 제작 업자였으면 정말 열 받았을 뉴스였으리라.

지적재산권을 무시하고 자국민을 보호하기로 결정한 태국정부

EU가 우리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에서 ‘자료 독점권’ 등 지적재산권의 배타적인 보호를 주장하는 가운데 최근 태국 정부는 제네릭 의약품의 공급을 위해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권을 유보하는 이른바 ‘강제실시권(compulsory license)’을 발동해 제약회사와 마찰을 빚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태국정부는 올해 1월 29일 특허권자의 의사에 상관없이 정부 등의 승인을 얻은 제3자가 특허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관련 지적재산권(TRIPs) 협정의 ‘강제실시권(compulsory license)’을 발동해 제네릭 의약품 생산을 승인한 바 있다.

당시 태국 정부가 인정한 제네릭 의약품은 미국 제약회사인 애보트의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와 브리스톨마이어스와 사노피아벤터스사의 고혈압 치료제인 플래빅스 등 2종이다. 플래빅스의 경우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은 한 알당 원제품(2달러)의 11분의 1 수준인 18센트다. 결국 이러한 조치 덕분에 가난한 이들은 더 싼 값에 약을 사먹을 수 있게 되었다.

태국 정부는 또한 현재 인도로부터 값싼 원료들을 계속 수입해오고 있으며 네 종류의 암치료제에 대해서도 강제실시권을 발동할 것을 고려중이라 한다.

이 분야의 운동단체들은 이러한 조치를 통해 태국이 일종의 이정표가 되어 더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태국의 선례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톤에 자리 잡고 있는 에센샬액션의 로버트 와이스만은 “태국의 노력은 의약품을 사용가능하고 공급 가능하게끔 하는 지속가능한 방법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이정표가 되고 있다”라고 말하였다.

한편 제약회사들은 태국의 행동이 지적재산권의 침해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들은 태국의 일련의 조치들이 의료 혁신을 위한 연구작업의 자금조달을 더욱 어렵게 할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들은 또 태국이 그런 조치를 취하기 전에 WTO의 규칙에 따라 자신들과 협의했어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스턴에 있는 노스웨스턴 대학의 교수인 브룩 베이커는 태국이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국제법에 따르면 태국의 행동은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다”라고 그는 말했다. 이에 따라 브라질 등 다른 여러 나라들도 태국의 선례를 따라 강제실시권을 발동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대륙의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의 초국적 제약회사들이 배타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의약품의 높은 가격으로 인해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인도에서는 29일 수만명의 의료업 관계자와 환자들이 모여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 특허 관련 소송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노바티스가 최근 제네릭 약품 생산을 금지하기 위해 인도특허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노바티스는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막지 말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신약개발을 위한 투자에 막대한 돈이 들기 때문에 비싼 가격을 매겨야 한다는 제약회사와 살기 위해서 가산을 탕진해야 하는 서민들 간에 갈등이 시간이 지날수록 증폭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해답은 그리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결국 의약품은 일종의 공공재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현재 그것의 공급은 전적으로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는 상황이 모순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적재산권이 지켜져야 함은 타당하지만 시장이 현재 지적재산권을 너무 과도하게 보호 내지는 확대적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전통적인 맑스주의 정치경제학에서는 ‘생산수단’의 사적소유가 자본주의의 모순을 증폭시킨다고 하였다. 즉 생산관계는 사회화되어 있는데 생산수단이 사유화되어 계급간 모순이 깊어져 간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지적재산권’의 사적소유 역시 체제모순의 심화의 한 매개체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류가 공유하던 보편적 지식이 조합되어 어느 순간 개별기업에 의해 사유화되고 그것에 대한 시장가격은 독점에 대한 프리미엄으로 말미암아 높아지곤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자본주의 시장의 궁극적인 모순의 접점은 이른바 ‘적정하고 타당한 시장가격’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적정하다고 여기지 않아도 독점업체가 그것을 무시하게 되면 흔히 그 모순의 해소는 거칠게 마련이다.

약값 폭등을 불러 올 한-EU FTA

대선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스캔들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가운데 또 하나 우리의 곁에 슬그머니 다가오고는 있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바로 한-EU FTA다. 개인적으로 이 나라 언론이 가장 미운 것은 그들이 현실을 왜곡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현실조차 알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EU FTA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반대자의 시위로 인한 무질서(?)만 나무랄 뿐 정작 그들이 반대하는 협약이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서는 알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어쨌든 현재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한-EU FTA 쟁점 중 서민의 삶과 직결되어 있는 제약의 지적재산권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자료 독점권이 뭐지?

한-EU FTA의 협상이 종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현재 EU는 지난번 한미FTA와 마찬가지로 한국이 FTA를 체결하기 위해서는 지적재산원에 대한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고 이것이 또 하나의 첨예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EU 관리는 특히 한국이 제약시장을 개방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국외에서 시험되고 공인된 약품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EU 관리는 한국의 의약 감독기관들이 (유럽의) 제약회사가 지난 몇 년간 향유하고 있는 “자료 독점권(data exclusivity)”을 한국 내에서도 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료 독점권은 현재 관계당국이 오리지널 상품의 판매승인으로부터 일정기간 동안은 “복제의약품 또는 제네릭 의약품(generic application)”의 안정성이나 효율성을 – 시판은 물론이거니와 – 평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다.

제네릭 의약품은 짝퉁?

여기서 잠시 “복제의약품 또는 제네릭 의약품(generic application)(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추가설명)”에 대해서 알아보자. 소위 ‘복제의약품(복제약 또는 제네릭 의약품)’은 속된 말로 ‘짝퉁’이나 값이 싼 저질 의약품이 아니다.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정의에 따르면 ‘원개발사 의약품과 함량, 안전성, 강도, 용법, 품질, 성능 및 효능효과가 같은 의약품’을 말한다.

그런데 EU는 FTA 협약에는 공공의 목적이라는 이유 등으로 자료 독점권이나 지적재산권을 저해하는 예외조항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개발도상국에서 공공보건을 목적으로 특허약품과 같은 효능의 값싼 제네릭 의약품 사용을 인정하는 WTO의 “무역관련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 TRIPS)”(주1)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다. 현재 EU의 협상 주류들의 의도는 제네릭 의약품을 이른바 모조품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네릭 의약품이 – 그들 표현으로는 모조품이 – 오히려 환자를 죽일 수도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약은 기호품이 아니다.

만약 한-EU FTA가 유럽 측의 의도로 관철될 경우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알다시피 제약시장에 관한한 유럽이 한국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제약에 대한 배타적인 지적재산권을 인정하고 거기에다 자료 독점권을 근거로 제네릭 의약품의 판매 개연성까지 막아버린다면 의약품의 가격은 폭등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약은 자동차와 같이 기호에 따라 또는 형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기호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백혈병에 걸린 사람은 생존을 위해 백혈병 약을 사먹어야 한다. 하지만 제네릭 의약품을 인정하지 않는 탓에 그는 엄청난 값을 내고 약을 사먹어야 한다. 그리고 얼마안가 가산을 탕진하고 말 것이다.

제약회사는 지적재산을 독점할 자격이 있나?

제약회사는 이러한 도덕적 호소에 제약 산업 특유의 엄청난 초기투자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하곤 한다. 그러나 많은 제약 산업의 경우 사실 국가의 많은 지원 아래 임상실험 등 약품개발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것은 많은 경우 이미 특허권이 만료된, 또는 특허조차 걸리지 않은 공유의 지적재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그럼에도 일단 그것이 제품화되면 그것은 오로지 사기업의 ‘배타적인’ 지적재산권으로 묶여버리고 만다.

정부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개별 기업이 지적재산권을 독점한 사례로는 기적의 약으로 불리 우는 글리벡이 있다. 글리벡은 의약품에 포함되어 있는 상품적 성격(이윤 추구)과 공공적 성격(생명 유지와 연장에 기여하는)이 어떻게 충돌하고 있는 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글리벡 개발이 초기 단계에서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공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었고 노바티스는 이를 중간에 인수한 것이며 환자 치료를 위해 FDA가 이례적으로 신속한 허가를 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바티스는 독점적인 특허권에 기대어 전 세계 동일 가격 원칙을 고수하고 이에 따라 수많은 환자들은 엄청난 가격을 지불하며 약을 복용해야 했다.

해적질을 하는 선진국의 바이오 기업

공유자원을 강탈하는 지적재산권으로 인해 대표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나라가 인도다. 언제부터인가 서구의 여러 제약업체와 바이오 업체들은 인도나 기타 제3세계의 전통요법이나 한 나라의 동식물을 자신들의 국가에서 지적재산권으로 소유해버리는 짓을 자행해 왔다. 인도 정부는 이에 대해 ‘바이오 지적재산권 해적질(biopiracy)’ 이라고 비난하면서 자국의 이익보호를 위한 조치에 나섰다.(관련기사)

이러한 상태에서 우리는 지적재산권이 올바로 행해지고 있다고 동의할 수 있을까. 과연 이 세상에 ‘배타적인’ 지적재산권이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는 철학적인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어떤 이에게는 생존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적재산권의 보호와 공공성의 추구는 항상 충돌할 수밖에 없으며 하루빨리 지적재산권이 공공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로 개선되어야 한다.

더불어 ‘자료 독점권’ 등 공공성을 현저하게 저해하는 협상안이 한-EU FTA에서 합의되어서는 안된다.

 

(주1) 2001년 11월 ‘도하개발아젠다(DDA)’ 출범을 앞둔 협상에서 ‘TRIPs-공중보건 문제’ 즉, 에이즈(AIDS) 치료제 등 의약품에 대한 특허권 여부가 개도국과 선진국간에 쟁점이 되어 ‘신남북문제’라 불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WTO 회원국들은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을 출범시키면서 별도의 각료선언문을 통해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등과 같은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질병의 퇴치를 위해 ‘강제실시’ 완화 등 TRIPs 협정의 특허의약품 보호에 관한 규정을 재해석키로 합의했다. http://terms.naver.com/item.nhn?dirId=700&docId=2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