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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화 과정의 단순화?

이와 더불어 증권 그 자체도 많은 부분이 바뀔 필요가 있다. 첫째, 기초자산(pool)에서의 모기지 지불에서부터 다양한 트랜치(주1)의 MBS에 이르기까지의 현금흐름 구조를 최근 몇 년간 만들어진 것보다 복잡하지 않게 해둘 필요가 있다. 둘째, 증권화 계약이 각 딜들의 리스크의 특성을 더 효과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그리고 아마도 유동성을 보다 촉진할 수 있도록 통일시킬 필요가 있다. 셋째, 증권화 시에 MBS의 트랜치를 더 적게, 그리고 더 크게 가져갈 필요가 있는데 부가적으로 더 많은 유동성을 촉진시키면서 몇몇 증권들의 익스포져를 뒤이은 리스크들과 모델의 불확실성을 확신할 수 있는 수준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In addition, a number of aspects of the securities themselves will probably need to be changed. First, the structures of cash flows from mortgage payments in the pool to the various tranches of MBS should be much less complex than some of those created in recent years. Second, securitization contracts will need to be made more homogeneous so as to allow greater comparability of risk profiles across deals and perhaps promote more robust liquidity. Third, securitizations should involve fewer and larger tranches of MBS, which, in addition to further promoting liquidity, could also reduce the exposure of some securities to certain tail risks and model uncertainty.[출처]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발언이긴 하지만 현실성은 좀 떨어지는 것 같다. 물론 MBS의 장난질(너무 복잡한 트렌치와 성격이 틀린 기초자산의 합성화 등)이 지나쳐 그 상품이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이 못 갈 정도로 맛이 간 부작용이 매우 크지만 사실 구조화 금융은 본질적으로 표준화와 통일화가 어려운 상품이랄 수 있다. 물론 어느 정도 정해진 틀이 있긴 하지만 이른바 case-by-case의 맞춤식 상품이다. 그래야 큰 돈을 벌 기회가 커진다. 그리고 그게 표준화되면 그때부터는 구조화 금융상품이라 부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결국 규제당국, 시장참여자 등이 이 복잡한 계약관계와 상품의 특성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여겨지지만 뭐 동네축구처럼 돈이 몰려다니는 – 예를 들면 박모씨의 감만 믿고 인사이트 펀드에 천문학적인 눈먼 돈이 몰리는 – 경제시스템에서 너무 무리한 주문일지도 모르겠다.

(주1) 자금조달의 다양한 구성의 한 부분을 가리키는 말로 예를 들어 선순위 8%의 자금과 후순위 10%의 자금을 함께 사용할 경우 트랜치를 두 개 나눈다고 표현할 수 있다.

구조화 금융에 대한 개괄

이번 금융위기의 주요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몇 가지 핵심적인 개념들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다. CDO, CDS, ABS, MBS, 콘듀잇, 레버리지, 파생상품, SPC, 증권화, 유동화, 구조화, 모노라인, 신용평가사 등등…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이 글에서 모두 설명할 수는 없고 큰 틀에서 사례로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철수는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A에 근무하는 친구다. 철수는 한국에서 직장이 있었지만 더 큰 꿈을 위해 탑클래스MBA에서 공부를 했고 운 좋게 월스트리트에까지 진출하여 얼마 전에 성공담으로 책까지 써냈다. 여하튼 이 친구 실적을 좀 내야겠기에 좋은 사업거리가 없나 고민한다.

어느 날 부동산업자 윌리엄이 그를 찾아와 샌프란시스코에 주택단지 부지를 보아놨으니 돈을 꿔달라고 한다. 윌리엄은 1천만 불이 필요한데 자신과 그의 개인기업 B 등이 다 합쳐야 1백만 불이 있을 뿐이었다. 철수가 알아보니 상당히 사업성이 있어보였다. 그런데 부지매입 문제와 윌리엄의 개인회사 B가 마음에 걸렸다. 부지매입 리스크가 있고 B회사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수는 윌리엄에게 이 사업(이름 하여 SF 프로젝트)을 유일한 사업목적으로 하는 회사 C를 설립하도록 권유한다. 이른바 ‘특수목적법인(SPC or SPV ; Special Purpose Company or Special Purpose Vehicle)’이다. 그리고 철수는 부지매입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이 리스크를 부담하고라도 돈을 빌려줄 용의가 있는 헤지펀드 D에게 대출을 해줄 것을 권유한다. D는 C에게 부지매입자금 4백만 불 중 윌리엄의 출자금 1백만 불을 제외한 3백만 불을 높은 이자에 빌려준다. 이른바 mezzaine loan(굳이 번역하자면 중간대출 쯤?) 또는 bridge loan(자본금과 본 대출의 가교라는 의미에서).

마침내 부지매입과 인허가가 완료되어 SPC인 C는 D에게 돈을 갚는다. 그리고 투자은행 A로부터 본 대출 6백만 불을 받고자 한다. 철수는 금리를 낮추고 대출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신용평가기관 E로 하여금 SPC C의 평가등급을 요청한다. E평가기관 영이는 최근 부동산 경기도 좋고 철수와 친해서 SPC의 등급을 A등급을 준다.

철수는 그런데 회사에 6백만 불이라는 대출채권을 남겨놓고 싶지 않았다. 대차대조표 상에 표시되고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져 더 많은 대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산담보부채권, 즉 ABS(asset backed securities)를 발행하기로 했다. 채권등급도 좋겠다 시장상황도 좋겠다 너도 나도 산다고 해서 한국의 투자은행, 독일의 투자은행 등에 팔았다.

이것이 대충 구조화 금융(structured financing)의 큰 틀이다. 사업을 증권화(securitization)하여 다른 이들에게 유동화(liquidation)한 과정이 간략하게 설명되어 있다. 모두가 행복하다. 윌리엄은 이 사업을 통해 2천만 불의 매출을 올려 각종 비용, 이자, 세금을 제외하고도 4백만 불을 벌었다. 철수는 이자와 금융수수료를 챙겼다. 영이도 신용평가수수료를 챙겼다. ABS를 인수한 각국 은행들도 안전자산에 투자해 소득을 올렸다.

까지가 기초자산이 붕괴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이 글에서는 부동산 개발 사업이라는 단기승부의 사업을 예로 들었지만 실제로 미국 전역을 흔든 위와 같은 구조화의 많은 부분이 실수요 소비자들의 모기지 대출에도 쓰였다. 전통적으로 위험대출군으로 간주되었던 많은 저소득층들이 갑자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가능군으로 분류되었고 그 뒷돈을 대준 것은 수많은 도관체(conduit, 앞서 설명한 SPC들)를 통한 자금들이었다. 즉 위험을 분리하여 나눠가지고 이에 따른 소득도 나눠가지는 자금들. 유동성이 증가한다.

여기에서 양질전화의 법칙이 가동한다. 유동성이 증가하여 자산이 증가하고 소비가 증가하고 수요가 불붙고 또 다른 사업에서 자산에 따른 담보가 증가하고 대출은 늘고 유동성이 더욱 증가하는 그 순환고리에서 자산의 거품이 임계치에 달하자 늘어나는 자산은 어느 순간 환희가 아니라 공포가 된다.

약간의 자산가치 하락이 순간 시장이라는 큰 와인 잔에서 넘치더니(spill over), 시장참여자들을 움츠리게 만들고, 안전자산이라 여겨지던 자산이 한 순간에 부실자산으로 둔갑한다. 마치 자정이 지난 후의 신데렐라의 행색처럼 말이다. 어느 순간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들은 이 유동화 증권을 시가평가 방법에 따라 대규모 상각에 나섰고 그 뒤 상황전개는 많은 이들이 보는 바와 같다.

여기까지 읽었으면 대강 느꼈겠지만 사실 이런 시장행위들을 싸잡아 날강도들이라고 비난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시장은 늘 그렇듯이 합법과 비합법의 경계를 넘나들고 월스트리트건 부동산 업자건 애초 상종 말아야 할 돈벌레인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이는 시스템 리스크인 측면이 강하다. 건전한 경제는 그 안에 숨 쉬는 인간의 도덕성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요는 그들에 대한 타당한 통제의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그 통제를 마비시킨 우두머리들의 부도덕에 따른 폐해는 엄청나긴 하지만….

최근의 유가폭등, 그리고 휘발성

금융 쓰나미가 전 세계를 덮치는 광경을 관전하는 동안 유가 또한 극적으로 폭락했다. 타임紙는 폭락의 이유를 크게 수요 감소와 투기세력의 후퇴를 들고 있다.

미교통부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8월에 전년도 동월 대비 150억 마일, 또는 5.6%나 덜 주행했다. DOT는 이는 1개월로 치면 년 단위로 역사상 가장 큰 폭의 하락이라고 말했다. .. 경제학자들이 “수요 붕괴”라고 부르는 것들의 명확한 증거다.
According to the U.S. Department of Transportation, Americans drove 15 billion fewer miles in August, or 5.6% less than they did the year before. DOT says it’s the largest ever year-to-year decline recorded in a single month. .. – sure proof of what economists call “demand destruction.”

“OPEC은 중국이 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해야만 한다.” OPEC 회담 전에 워싱턴의 유라시아 그룹의 에너지디렉터인 로버트 존슨이 한 말이다.
“OPEC needs to see China maintain its rate of growth,” Robert Johnston, energy director for the Eurasia Group in Washington said before the OPEC meeting.

금융기관들, 투자은행과 투기세력들이 석유선물에서 돈을 빼내는 바람에 유가 하락이 가속화되었다. 이것이 가격이 수요보다 더 빨리 떨어진 원인이다.
Banks, investment banks and speculators have pulled money out of oil futures, further driving oil prices down; that’s one reason why prices have fallen far faster than demand.

상징적인 두 국가의 수요는 모두 그동안 거칠 것 없이 오른 유가와 세계적인 금융위기 탓에 크게 줄고 있다. 금융기관과 펀드들 역시 금융위기를 맞아 디레버리징(deleveraging) – 투자청산이라고들 표현하는데 현금 확보라는 표현도 괜찮을 것 같다 – 열풍에 따라 석유선물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자제하고 있을 것이다. 이래저래 산유국들은 추운 겨울을 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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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l well” by Original uploader was Flcelloguy at en.wikipedia – Originally from en.wikipedia; description page is/was here.. Licensed under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그들의 예산을 높은 유가에 맞춰놓은 국가들은 당장 재정적자가 예상된다. 유가폭락을 부추긴 금융위기가 또한 그들의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이중고에 시달릴 것이다. 최근 그루지야와의 분쟁 등 여러 안보적인 문제로 해외자본의 급격한 이탈에 시달리고 있는 러시아는 삼중고에 시달릴 것이다.

여기에서 살펴보아야 할 부분은 현재의 금융위기나 급격한 유가변동의 공통점이다. 즉 그것은 영어로 volatility로 표현되는, 우리말로 하자면 ‘가격변동성’ 정도로 해석되는 개념이다. 개인적으로는 volatility의 형용사격인 volatile이 ‘휘발성의’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에 착안하여 ‘휘발성’이라고도 표현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이 말이 더 와닿는다. 즉 현재의 세계경제는 휘발성이 지나치게 높은 편이다.

이는 크게 ‘증권화’와 ‘유동화’, 그리고 ‘경제통합’과 관련 있다고 생각된다. 증권화/유동화에 대한 개념은 이 블로그에서도 여러 번 설명했고 다른 경제관련 글에서도 빈번하게 등장하듯이 현대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가격을 매길 수 있는 모든 것을 증권으로 만들어 유동화 시키는 것이 현대 금융자본주의의 특징인데 투자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이면에는 극도의 ‘휘발성’으로 시장변동폭을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경제통합, 특히 금융시장 통합은 이 휘발성의 전염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다시 석유로 돌아가서 메릴린치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갈 거라고 큰소리치던 때가 엊그제인데 1/4토막 났다. 우리와 같은 자원빈국으로서야 천만다행이지만 문제는 이 유가가 언제 또 튀어 오를지 예측이 한층 어렵다는 사실이다. 미국인의 자동차 운전거리가 짧아진다니 그러려니 하지만 석유선물 시장은 여전히 모든 투자자들에게 열려있고 또 언제 그들이 메뚜기 떼처럼 달라붙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변동리스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야 석유로부터 자율적인 경제, 대안에너지 생산체제 구축 등에 힘써야겠지만 – 현 정부는 원자력 사용증대를 통한 녹색성장이라는 어이없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OTL – 더 큰 틀에서는 금융시장의 증권화/유동화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금융규제의 틀 – 사실 유가변동성이 아니라도 시급한 일이지만 – 을 마련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멜라민이 식품첨가물이 아니어서 현행법으로 규제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 어이 없는 상황은 현재의 금융시장도 비슷한 것 같다.

신용위기, 그 1년 후 (2)

인디펜던트紙가 신용위기가 도래한 지 일 년여에 즈음하여 ‘Credit crunch one year on’이라는 제목으로 금융계 인사 10명의 감회를 엮은 기사를 게재했다. 오늘은 두번째로 HSBC의 체어맨의 말을 들어 보기로 하겠다.

Stephen Green, chairman of HSBC

금융시장은 2009년에도 어려울 것이다. 약해지고 있는 실물 경제는 물론 회복될 것이다. 회복되기에는 많은 분기가 소요될지도 모르겠다. 금융시장이 전과 같지 않으리라고 보는데 이는 주주를 대변하는 규제기관이나 감독기관이 높으면서도 증가하는 레버리지와 부외금융(off-balance-sheet)(주1) 상품의 복잡한 구조를 용인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시장에 개입되어 있는 파트들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이 정리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이고 금융시장의 몇몇 부문에서는 고용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완전히 증권화(securitisation)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은행들이 단순히 신용의 중개자로만 존재하던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주2)

이는 우리가 아는 문명의 종말은 아니다. 이는 우리가 헤쳐 나가야 할 고통일 뿐이다. 관계당국은 금융시장을 광범위한 범위에서 신용을 완화시켜 왔었다. 많은 측면에서 이는 현재까지는 제한된 영향만 미쳤다. 그들은 시스템 내에 유동성을 유지시켜야 할 필요성과 인플레이션의 고삐를 잡아매어야 할 필요성 사이에서 딜레마에 놓여 있다.(주3)은행들은 확실히 그들이 지니고 있어야 했던 그러한 강한 위험관리를 지니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개인 차원에서 위험부담을 독려하기 위한 보상제도들에 관한 이슈가 있다.

FSA(Financial Services Authority : 영국재정청) 은 허심탄회하게 그들이 배워야할 교훈을 깨달았다. 그 기관은 은행의 유동성과 자본기반에 많은 주목을 기울일 것이다. 투자자는 또한 신용평가에 의존하는 대신 그들 자신의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촌평 : 신용평가를 안 믿으면 자본주의에서 무엇을 믿으란 말인가?

 

(주1) 현대 금융시장에서의 증권화(securitisation)나 프로젝트파이낸싱 등의 사업방식은 어느 투자자가 그들의 사업을 위해서 돈을 차입하였음에도 그것이 재무제표에 계상되지 않도록 별도의 도관체(conduit)를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해왔는데 이것이 바로 부외금융, 즉 대차대조표에 부채가 기록되지 않는 기법이라 할 수 있다. : 역자주

(주2) 역시 시장의 메이저플레이어인 만큼 현재의 증권화 대세 현상에 대해 긍정하는 입장이고 그것을 옹호하는 데, 나 역시 그와 똑같은 취지는 아니나 어느 정도 은행들이 이전의 단순 중재기관의 위치로 돌아갈 수 없음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편이다. 또 그렇게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 역자주

(주3) 가장 대표적으로 금리정책에 있어서 이러한 딜레마가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 역자주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공공기관의 공공성에 관하여

미국 주택금융시장의 큰 손인 이른바 ‘정부보증회사(GSEs:Government sponsored enterprise)’ 패니메(연방저당협회 : Federal National Mortgage Association)와 프레디맥(연방주택대출저당공사 : Federal Home Loan Mortgage Corp.)이 유동성 위기설에 휘말리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였고 미국의 부동산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 시장에서 프라임 시장으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또 다시 미국정부는 두 기관을 국유화 내지는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가 하면 주식시장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5일(현지시간) 미국의 양대 국책 모기지 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의 주식에 대한 공매도를 제한하기로 했다.(관련기사)(주1)

패니메와 프레디맥은 어떤 회사인가? 이들은 주택과 관련된 대출을 일으키거나 보증을 설 수 있는 기능을 하는 주식회사다. 패니메는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1938년 설립한 정부기관이었다. 이 기관은 그뒤 30년간 미국의 2차 모기지 시장에서의 독점기관이었다. 1968년 베트남전의 전비 등으로 예산압박을 받은 정부는 패니메를 민영화시키고 상장하였다. 1970년 패니메와 똑같은 일을 수행하는 프레디맥이 탄생하였다. 이들은 2차 시장에서 모기지를 사서 이른바 모기지를 채권으로 하는 증권 MBS(mortgage-backed securities) 상품을 기획하여 공개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즉 부동산의 증권화(securitization)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들은 시장의 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회사인데 그렇게 강자로 행세할 수 있는 배경은 바로 앞서 말한바와 같이 이들이 ‘정부보증회사(GSEs:Government sponsored enterprise)’라는 독특한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두 기관은 마치 사기업인 것처럼 주식이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월스트리트에서는 누구나 이들 기관이 도산할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 정부가 암묵적인 보증을 서고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이 암묵적 보증으로 인해 두 기관은 싼 비용의 자금 차입을 통해 차입 비중을 높일 수 있다.

Financial Times 에서는 바로 이러한 점을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지난번에 나역시 주장한 바와 같이(!) 미국은 실질적으로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이다.

사회주의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미국에서 실현되고 있는 버전은 내가 아는 한 가장 기만적인 것이다. 정직하고 용기 있는 사회주의 정부라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을 것이다. : 이는 사회적 목적(주택소유자들의 자금조달, 월스트리트의 나의 친구들을 돕기)의 의의가 있다; 그러므로 나는 지원을 할 것이다; 그리고 조달을 위해 추가적인 세금(또는 공공지출의 삭감)이 있을 것이다.

There are many forms of socialism. The version practiced in the US is the most deceitful one I know. An honest, courageous socialist government would say: this is a worthwhile social purpose (financing home ownership, helping my friends on Wall Street); therefore I am going to subsidize it; and here are the additional taxes (or cuts in other public spending) to finance it.[Time for comrade Paulson to pull the plug on the Fannie and Freddie charade, FT.com, 2008.7.12]

한편으로 극우적 음모론자의 냄새가 풍기기도 하는 이 기사는 패니메와 프레디맥의 정부보증회사라는 독특한 지위로 인한 시장의 비효율에 대한 우파들의 전형적이고 신랄한 공격이다. 이러한 분위기와 관련해 폴 크루그먼은 “Ideology and GSEs”라는 글에서 이번 사태가 이념적 논쟁으로 비화되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당신이 여기서 알 필요가 있는 사실은 우익들이 – WSJ 사설, 헤리티지 등 – 패니와 프레디를 매우, 매우, 매우 싫어한다는 것이다. [중략] 그러나 패니가 주택시장에서의 핼리버튼인가?(주2) 꼭 그렇지는 않다. 원칙적으로 정부보증회사의 투자의 일면적 특성은 거대한 도덕적 해이를 낳을 수는 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 정부보증회사의 현실상의 특권남용은 제한적이었던 것 같다.

What you need to know here is that the right – the WSJ editorial page, Heritage, etc. – hates, hates, hates Fannie and Freddie. [중략] But is Fannie the Halliburton of the housing market? Not quite. In principle, the one-sided nature of the GSE’s bets could have produced enormous moral hazard, but in practice the GSE’s actual abuse of privilege seems to have been limited.[Ideology and the GSEs, Paul Krugman, 2008.7.14]

폴 크루그먼은 패니메와 프레디맥의 독특한 위치에 대해 긍정하는 편이고 이들에 대해 정부가 어떠한 형태로든 지원이 있어야 하며 그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이들 회사의 특권남용이 제한적“이었던 같다(seems)”라고 변호하고 있다.

그러나 Doug Henwood 의 책을 살펴볼 것 같으면 그들의 특권남용이 꼭 제한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파니 메이와 프레디 맥은 그들이 누리는 특혜적 지위를 계속 보장받기 위해 통상적인 로비 활동을 아주 특별하게 활용한다. 예를 들어 1996년에 파니 메이는 전 회장이 클린턴 후보 진영의 예산팀을 지휘하게 되자, 자금에 쪼들리는 봅 돌 공화당 후보 진영에 홍보 전문가를 자원봉사자 방식으로 파견했다. 파니 메이의 로비스트 명단에는 민주, 공화 양당의 전직 상원의원, 하원의원, 백악관 관리들이 두루 포함돼 있고, 선거자금 기부도 적극적으로 한다. 이 기관은 또 두둑한 자문 계약료의 유혹을 앞세워 학자들과도 교분을 맺는다. 이는 연준과 세계은행도 활용하는 방법이다. 미국 의회 예산국의 추정에 따르면 연방정부의 암묵적인 보증으로 가능해진 파니 메이와 프레디 맥의 저금리 혜택 가운데 3분의 2는 차입자들에게 전가되며, 나머지 3분의 1은 이들 기관의 경영자나 주주들에게 돌아간다.[월스트리트 누구를 위해 어떻게 움직이나, Doug Henwood, 이주명 옮김, 사계절, 156p)

결국 이들 기관들의 독특한 지위와 일반기업 못지않은 적극적 로비를 통한 저금리가 어쨌든 차입자 들에게 혜택을 주기는 했지만 또 그 상당부분이 주주와 경영자들의 몫이 되었다는 사실은 폴 크루그먼의 변호에도 불구하고 (비록 극우들은 사회주의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자본주의 내에서의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완전히 무관하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특혜적인 저금리는 완전한 공공기관도 아닌 민영화된 정부보증회사라는 어정쩡한 상태에서 시장의 비효율, 그리고 그것이 누적되어 결국 80년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 때의 사태보다 더 커다란 규모의 구제금융에 나설 수밖에 없을 처지에 몰리기까지 위험이 감추어져졌다는 개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이를 두고 “부자들을 위한 사회주의(socialism for the rich)”라고 비아냥거리고 있지만 나는 “부자들을 위한 관료주의”라고 부르고 싶다.

즉 어쩌면 자본주의 내에서의 공공기관의 역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덜 공공적일지도 모르며, 우리는 그러한 기관들이 취해온 행태를 사회주의적이냐 자본주의적이냐 라기보다는 그 기관의 존재의의를 위한 임무수행보다는 내부조직의 온존과 안위에 초점이 맞춰지는 관료주의의 관점에서 고찰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살펴볼 수 있는 그 한 사례가 최근 이른바 공모PF사업에서 발주처라 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 사업신청자가 자신들에게 지불할 땅값에 가장 큰 평가비중을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공공’기관이 땅장사를 한 것이다. 그 피해자는 물론 향후 그 개발단지의 입주자다.

(주1) 그동안 헤지펀드가 이러한 공매도 방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취해왔던 것을 생각해보면 비록 두 기관의 주식거래에 국한되기는 하였지만 이는 실로 혁명적인 조치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주2) 이는 말할 것도 없이 딕체니 정부하에서 온갖 특혜를 받아 그야말로 말그대로의 정부보증회사나 다름없는 세계 유수의 건설회사이자 군사기업 핼리버튼의 현재의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핼리버튼이 정부보증회사라는 사실은 WSJ도, 헤리티지도, 그리고 파이낸셜타임즈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케인즈의 책을 읽다가 드는 상념

“화폐는 그것이 구매하는 물건에 대해서만 중요할 뿐이다. 따라서 그 작용이 한결같고 또 모든 거래에 동등하게 영향을 미치는 화폐단위의 변화는 중요하지 않다. 만일 이미 확립되어 있는 가치표준의 변화에 의해서 어떤 사람이 모든 권리와 모든 노력에 대하여 종래의 2배의 화폐지불을 받고 소유하는 한편, 또 모든 구입과 모든 만족에 대하여 종래의 2배의 화폐를 지불한다고 하면 그 사람은 전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 그러므로 화폐가치의 변화, 즉 물가수준의 변화는 그의 영향이 불평등할 경우에 한해서만 사회에 대하여 중요하다. 이러한 변화는 지극히 광범한 사회적 결과를 야기시켰고 또 현재에도 야기시키고 있는 중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화폐가치의 변화가 모든 사람 또는 모든 목적에 대하여 똑같이 작용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화폐로 측정되는 물가와 보수의 변화는, 일반적으로 상이한 계급들에 대하여 불평등한 영향을 미치는데, 한 계급에서 다른 계급으로 부를 이전시키고, 한편에는 풍요를 가져다 주고 다른 한편에는 빈곤을 가져다주며, 계획을 좌절시키고, 기대를 실망시키는 방법으로 운영의 여신의 은총을 재분배한다.”[貨幣改革論 3~4pp, J.M.케인즈, 이석륜譯, 1993년, 비봉출판사]

케인즈가 적절히 지적하였듯이 인플레이션이 – 또는 디플레이션 –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것이 富의 재분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의 인플레이션은 부동산 소유자의 부를 상대적으로 증가시키며, 유가의 인플레이션은 산유국과 원유 투자자들의 부를 상대적으로 증가시키는 반면 나머지 사람들의 자산이 가치절하되는, 즉 상대적으로 가난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서 분배로부터 소외된 이들은 좌절감과 열패감을 맛보게 되거니와 특히 그로 인해 자신의 노동력 재생산 비용이 증가할 경우 이중으로 고통 받게 된다. 즉 예로 든 집값 상승과 유가상승은 모두 직간접적으로 재생산 비용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로 인해 현재 임금 또는 소득이 그 화폐가치가 변함없다고 가정할 경우 실질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이는 사회적으로 임금상승의 압박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한 견지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총자본, 특히 산업자본의 경우 부동산이나 유가와 같이 노동자의 재생산 비용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상품들의 인플레이션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실질임금의 상승, 국가의 공공서비스 제공, 또는 이도 저도 아닌 강압적인 독재를 통해 해소(또는 억압)된다.

그런데 개별자본의 관점에서는 문제가 달라진다. 즉 사실 이전에도 많은 국내기업이 소위 비업무용 부동산을 확보하여 부동산 인플레이션에 부채질을 했거니와, 지금과 같이 다양한 자본이 증권화(securitization)되어가는 것이 일반적인 이 시스템에서 개별자본 – 심지어 노동자들 스스로조차 직간접적으로 – 은 기회만 있으면 차별화된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발생할 부의 증대에 베팅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더욱 복잡해지고 더욱 교묘해진 자본주의 정글의 법칙이다. 단순한 노자(勞資)계급 구도로는 설명이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아파트 땡처리 펀드 생겼다

“미분양 아파트에 투자하는 펀드가 다음달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다. [중략] 이 펀드는 분양률이 70%를 넘는 300가구 이상 단지 가운데 미분양 아파트를 20~30% 할인해 구입한 뒤 되팔아 수익을 내는 구조다. 되팔 때 매도가격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시세의 95%이상 수준에서 결정하고, 팔리지 않은 아파트는 임대를 통해 수익을 낸다.[원문보기]”

몇 달 전에 은행에서 투자금융 담당하는 직원이 농담 삼아 ‘땡처리 펀드’라고 이름 지어 미분양 아파트나 사들어야겠다고 하기에 제법 괜찮은 상품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올 부동산신탁이 상품으로 내놓았다. 펀드의 운용방식도 그때 둘이 이야기한 것처럼 할인하여 산 뒤 임대를 하다 시장이 호전되면 되파는 방식이다. 역시 시장경제는 내가 생각하면 남들도 생각하고 있다. 🙂

여하튼 이 뉴스는 두 가지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첫째, 부동산 시장이 드디어 이 펀드가 상품성이 있을 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다올 부동산신탁 관계자에 따르면 “시공능력 평가 50위 이내 유명 건설업체가 지은 아파트의 미분양 물량에 선별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어 다음 달 사모를 거쳐 5월에 일반인에게 팔 계획이”라고 한다. 시공능력 평가 50위 이내 업체가 분양률 70% 넘는 300가구 이상 단지를 20~30%에 할인해 팔아야 할 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둘째, 바로 이 상품의 존재가 이명박 정부의 “지분형 아파트”가 뻘짓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해주고 있다. 투자자는 최고 30% 할인해서 산(물론 할인율은 더 내려갈 수도 있고) 아파트에 대해 임대수입도 얻고 시장이 호전되면 언제든지 팔아버릴 수 있을 수 있고 더군다나 신탁형 상품이라 세금문제도 가볍다. 지분형 아파트는 51%로 펀드 상품보다는 싸게 사도 임대도 놓을 수 없고 되팔 때 재산권 행사도 불안정하고 세금관계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이게 비즈니스 후렌들리 정부의 작품이라는 것이 좀 짱이다.

여하튼 미분양 아파트 펀드는 IMF 이후 국내에서도 가속화되고 있는 ‘부동산의 증권화’ 현상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첨단상품이다. 물론 첨단이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최첨단 금융상품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그와 관련한 파생상품이 증명해주었다. 부디 그럴 일 없어야 하겠지만 예상한 만큼 시장이 받쳐주지 않아 부동산PF와 함께 또 하나의 ‘부동산發 금융 위기’를 불러올 천덕꾸러기로 전락하지는 말아야 할 터인데 하는 괜한 노파심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