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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즌2 시작

노키아 익스프레스뮤직에서 아이폰4로 건너왔습니다. 약정기간이 1년 남았음에도 위약금을 물면서 넘어온 것은 분명한 된장질. 하지만 국내에서 천대받는 – 아니 존재감조차 없는 – ‘심비안’이라는 신비한 OS를 써야했던 설움을 감안하면 그리 심한 된장질도 아니랍니다. T_T

아이폰으로 넘어오니 그야말로 개벽천지네요. 무엇보다 심비안을 위해서는 절대 개발될 리 없었던 무수한 알짜배기 무료 어플. 대한민국 법령정보, FTA사전, iBooks, 하철이 등등.. 애플이, 그리고 아이폰이 좋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어떤 임계치를 넘어서며 발생하는 선순환 효과가 정말 엄청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분명히 노키아가 심비안이 좋은 하드웨어에 좋은 운영체제임에도 불구하고 – 물론 더 우월하다고는 할 수 없을지 몰라도 – 어떤 표준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자 빠르게 무시되고 마는 그 현실이 참 신기할 지경입니다.(경영학에서 좋은 연구주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여하튼 아이폰을 앞으로 한번 충실하게 써보고자 “처음 아이폰 구입한 대부분의 유저가 작정하는 것 281가지 중 하나”라는 어플 사용에 관한 일기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뭐 그리 심각한 리뷰는 아니고 그때그때 사용법이나 느낌 등을 적어놓는 곳으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가면 Guest Review라는 코너도 있으니 방문자분들도 자유롭게 사용해주세요.


뭔가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 묘한 트윗


Apps Reviews 첫 화면

안 스마트한 녀석의 스마트폰 사용기

사실은 개인적으로 스마트폰을 기다려왔다기보다는 아이폰을 기다려왔다. 아이팟 클래식을 몇 년여를 애용해온 사용자로서 – 애플빠는 결코 아니지만 – 아이팟의 그 혁신과 유려한 미니멀리즘적인 디자인 등에 매료된 1人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쩌면 다만 아이팟과 전화기를 합친 여하한의 기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러하기에 아이폰이 나오기 불과 몇 십일 전, 난데없이 아이폰이 아닌 노키아를 샀다는 사실은 아직도 나 스스로도 의아한 일이다.

역사적 임무를 마친 내 아이팟

여하튼 노키아 5800 익스프레스뮤직을 선택했다. 아이폰을 기다리다 최종 골문 앞에서 넘어진 것일 수도 있고, 영화 매트릭스에서 본 후 잠시 매료되었던 노키아라는 브랜드 선호가 내 뇌 속에 잠복해 있다가 튀어나온 것일 수도 있고, 익스프레스뮤직이라는 별명에 매혹되어서 일수도 있고, 가격이 싸서 싼 맛에 산 것일 수도 있다. 어느 한 이유일 수도, 모든 것이 이유일 수도 있다. 여하튼 샀다.

이 녀석 입니다.. 포샵질이 좀 있어 보이는..

각설하고.. 스마트폰을 다른 일반 휴대전화기와 가장 크게 구별 짓는 특징은 무엇일까? 그것은 사용 프로그램들의 개방성이 아닐까 싶다. 즉 기존의 휴대폰이 아무리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손 치더라도 그 기능들은 어디까지나 전화기 제작회사가, 또는 통신회사가 제공한 기능들이다. 반면 스마트폰은 – 역시 회사가 제공한 기본기능이 있지만 – PC나 노트북에서와 같이 사용자가 프로그램과 기능을 자유로이 개인화시킬 수 있는 개방성이 있다.

노키아 5800 익스프레스뮤직은 현재 스마트폰 OS 점유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심비안(Symbian)’을 채택하고 있는 ‘풀터치폰(Full touch phone)’이다. 점유율이 가장 높다는 사실이 성능이 가장 뛰어나다는 방증은 될 수 없지만, 적어도 시장의 검증은 거쳤다는 것과 그 OS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 스마트폰에선 어플리케이션이라 하더군요 – 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키아가 그렇다. 안정성과 개방성이 뛰어난 셈이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있어서는 문외한이고 스마트폰 역시 처음 써보는지라 그 운영체제의 상대적인 우수성에 대해 – 안 스마트한 내가 – 감히 이야기할 수 없지만, 적어도 속도 면에서나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불만은 없다. 소위 말하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뛰어나다는 느낌이다. 오비스토어(Ovi store)라는 노키아의 자체 플랫폼뿐만 아니라 많은 웹사이트에서 노키아에서 쓸 수 있는 어플을 제공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이 무료다.

사용하고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대충만 꼽아보자면 Google Maps(지도), AccuWheather(날씨), Spb TV(세계 각국의 TV프로그램 시청), Gravity(트위터), Paint Pad(그림그리기), Checkers(게임), Mail for Exchange(이메일/캘린더 동기화), Spam Killer(스팸 거르기), Treasure Island(소설) 등이 있다. 이 기능들은 다른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는 것도 있고 심비안 체제 고유의 어플도 있다. 여하튼 내 폰은 이제 폰 그 이상의 것이다.

깔아 놓은 어플 정리한 폴더.. 뒤에 고냥이 테마

즉 나는 이제 전화기로 전화를 한다는 당연한 사용법을 떠나, 지도로 길을 찾고, 날씨를 확인하고, 세계의 TV를 시청하고, 트위터로 친구들과 떠들고, 그림을 그리고, 게임을 하고, 사진을 찍어 플리커에 올리고, 일정을 확인하고, 소설을 읽고, 거기에다 익스프레스뮤직의 가장 매력적인 기능 중 하나인 음악기능을 통해 양질의 음악을 감상한다. 음성통화로만 세상과 소통하던 것에서 이제 오감으로 원거리의 세상과 소통하는 기계가 된 것이다.

사회주의 미래사회를 그린 에드워드 벨러미 Edward Bellamy 의 공상과학 소설(1888년 초판 발행) ‘뒤를 돌아보면서:2000-1887(Looking Backward:2000-1887)’를 보면 Telephone을 소개하고 있는데 흥미롭게도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의미, 즉 전화기가 아니라 일종의 텔레비전의 의미로 쓰고 있다. 어쩌면 스마트폰에서의 그 ‘폰’은 이제 우리가 알고 있는 전화기가 아닌 벨러미가 이야기한 의미에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직접 찍은 일본의 도야호수로 꾸며본 첫 화면.

단점도 있다. 온라인이 일반화되면서 많은 이들이 ‘연결되고자 하는(connected) 욕망’에 중독되어 있다. 나 역시 하루라도 인터넷을 하지 않는 날을 쉽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트위터에 ‘아이폰, 온라인 연장의 꿈’이라고 낙서했던 일도 있지만 스마트폰이 이러한 욕망에 더욱 중독되게 한다는 점은 문제다. 화장실에서의 트윗질은 그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의도적으로 온라인 접속은 줄일 필요가 있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굳이 스마트폰으로 ‘걸어가면서 타이핑을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그렇게 하고 있다. CF에서는 이 모습이 아주 로맨틱하게 그려지고 있지만 길가는 다른 이가 보기에는 ‘저 뭔 뻘짓이냐’라는 소리가 나올 법 하다. 우리는 생각만큼 그렇게 실시간으로 세상과 소통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역시 인터넷 사정이 원활하지 못한 곳에서 스마트폰은 그 다져놓은 실력을 발휘하겠지만 앞에 PC두고 스마트폰으로 이메일 확인할 필요는 없다.

단점을 이야기했지만 역시 장점이 훨씬 많은 것이 스마트폰이다. 그 장점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알 수 없다는 것 또한 스마트폰의 장점이다. 구글에서 최근 음성검색 기능을 제공한다 하고 이것이 또 스마트폰과 결합되었을 때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어떤 현장에서의 기민한 스마트폰 사용으로 역사에 남을 뉴스를 보도할 수도 있다. 우리가 세상을 연결해왔던 지점(node)가 점점 더 조밀해지면서 순간이 영원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노키아로 사진찍어 플리커에 올린 모습

정작 노키아에 대해선 많은 말을 하지 않고 스마트폰이라는 하나의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서만 중언부언한 느낌인데, 여하튼 감히 말하자면 노키아 5800 익스프레스뮤직에 대한 개인적인 만족도는 A 이상이다. 디자인, 그립감, 인터페이스, 속도, 음질, 어플 등에 있어 ‘과연 이 가격으로 이런 성능의 기계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형편없는 국내 인지도가 오히려 사용자에게는 다행스럽다고나 할까?

시장을 장악하는 킬러앱(Killer app)은 아니지만 사랑스러운 장난감임에는 틀림없다.

샘물

어제 휴대전화기로 찍은 고양이 사진입니다. 컴퓨터를 쓰고 있는데 무릎에 앉아 골골대기에 찍었는데 예쁘게 나와서 올립니다. 🙂 이름은 ‘샘물’. 뭘 안다는듯이 모니터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군요.

새로 구입한 휴대전화 초기화면

요즘 생애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구입하여 갖고 노는 재미에 블로깅이 좀 뜸했네요. 아이폰 구형을 우리나라에서 창고정리하겠다는 괘씸한 소식이 들려오는데 저야 이미 마음이 떠나있는 상태이니까 화도 안 나네요. 🙂 여하튼 스마트폰, 엄밀히 말해 전화기라기보다는 전화기능이 있는 작은 컴퓨터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커스터마이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개성이나 능력이 차이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능력이 되면 모빌 블로깅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