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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선생은 예언자인가?

대선전에 조 선생 왈.

닉슨의 자리에 李明博 한나라당 후보를 代入하고, 워터게이트 사건에 BBK 사건을 代入한다면 참고가 될 만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1.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졌음에도 닉슨이 당선되었던 것처럼 BBK 의혹에도 불구하고 李明博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많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2. 李明博 후보와 한나라당은 오는 12월 초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검찰의 수사 발표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나오면 무조건 이를 부인하고 정치공작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다. 李 후보는 자신은 완벽하게 결백하다고 여러 번 공언함으로써 스스로 퇴로를 차단했다. 상당수 유권자들은 李 후보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좌파정권 종식과 경제再生을 명분으로 하여 李 후보를 계속 밀것이다.

3. 李 후보는 당선된 이후 본격적으로 BBK의 진실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大選이 끝나면 바로 총선 政局으로 이어진다. 모든 反이명박 세력이 이명박=한나라당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갈 것이다. 이 시기엔 삼성 비자금 특검이 진행된다. 좌파는 이명박, 한나라당, BBK, 삼성을 부패의 상징으로 그리려 할 것이다. 좌파는 보수언론과 보수단체, 더 나아가서 보수층 전체를 거짓말과 부패 세력으로 규정하려 할 것이다. 이회창 세력도 선명보수정당을 만들어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공격할 것이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겹치면 당이 쪼개질지도 모른다.

4. 1974년 11월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대패했던 것처럼 내년 4월의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大敗할 가능성이 있다. 좌파나 야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최악의 경우엔 이명박 대통령 탄핵을 의결할지도 모른다.

5. 소멸되어야 할 좌파가 국회, 언론, 대중단체를 중심으로 재결집하여 이명박 정부를 몰아붙이면 햇볕정책의 폐기와 남북관계의 정상화라는 보수층의 염원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월남을 잃었던 것처럼.

 
이라고 예언하신 바 있는데 차근차근 읽어보면 이명박 씨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것을 제외하고 맞은 것 하나도 없다. 적어도 점집은 못차릴 것 같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좌파나 야당이 의결할지도 모른다는 “ 대통령 탄핵”이라는 주장을 이제는 스스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李明博 대통령은 이제 목숨을 걸어야 한다. 정부가 가진 힘을 법질서 회복에 총동원해야 한다. 그런 결단을 할 용기가 없다면 더 늦기 전에 물러나야 한다. 지금까지 그가 저지른 과오만 해도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탄핵감이다. (원문보기)

 
언제나처럼 그의 화법은 씁쓸한 웃음을 안겨준다. 교훈도 한가지 있긴 하다.

“푸는 과정이 틀려도 답만 맞으면 된다.”

BBK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1.

대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선거법을 너무 가혹하게 적용한다는 볼멘소리와 함께 어째 5년 전의 대선 전야만큼 인터넷이 달아오르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그때가 더욱 드라마틱한 면이 많아서 이기도 한 것 같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노’의 돌풍, ‘정’과 ‘노’의 드라마틱한 단일화, ‘노’와 ‘창’의 박빙승부…. 지금의 거품 빠진 맥주 같은 선거전야와는 달리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극적인 면이 많았다. 그리고 역시 그 중심에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한 흡인력을 가진 ‘노무현’과 ‘노사모’로 대표되는 새로운 정치실험이라는 구심점이 있었다.

사람들은 – 특히 87년의 시민봉기를 경험한 이들은 – 참으로 오랜만에 그 선거를 통하여 정치를 통한 개혁의 새로운 가능성을 맛보았다. 많은 이들은 ‘어쩌면 우리 세대가 세상을 더 밝게 만들 수 있을 거야’라는 꿈을 꾸었을 것이다. 그 당시 그러한 반역의 기운은 “바리케이트 앞에서 화염병을 든 심정으로 정치에 입문합니다.”라고 일갈했던 유시민의 출사표에서 잘 표현되어 있었다.

결국 그 선거는 ‘화염병을 든’ 절박한 심정을 공유하고 있던 이들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2.

그 선거의 최대의 피해자는 누구일까?

다들 현재 삼수하고 있는 이회창 후보일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사정을 아는 이라면 알겠지만 그에 못지않은 피해자는 역시 삼수를 하고 있는 – 이회창 옹과는 또 다른 의미의 삼수지만 – 권영길 후보, 보다 정확히 말해 그를 대선 후보로 내세운 민주노동당이다. 그 선거에서 막 꽃을 피우려 나선 진성 ‘좌파’ 정당 민주노동당은 죽음의 신처럼 엄습해 온 ‘수구세력의 공포정치’라는 유령에 대항하기 위해 급조된, 그러나 강력한 파워를 지녔던 ‘민주대연합’론 앞에 스러져 갔다. 5년 뒤에 빚을 갚겠다는 엉터리 차용증만 손에 쥔 채….

그렇다면 이제 5년 만에 채무자들은 빚을 갚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음….

어느새 채무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버려서 도대체 누가 돈을 꿔가고 누가 표를 꿔갔는지 알 수도 없다. 여당인 것 같은 당이 하나 있긴 한데 여당은 아니란다. 여당의 잘못을 모두 안고 가겠다고 하다가 다음날이면 청와대를 비난해댄다. 매우 포스트모던한 정당이다.

재밌는 것이 이 당이 5년 전에 민주노동당에 해대던 소리를 창조한국당이라는 신생정당, 더 정확히는 그 당의 유일한 공격수 문국현 후보에게 해댄다. 예전 채권채무관계는 정리도 안한 체 새로운 빚을 얻을 모양이다. 옆에서 ‘거짓 민주세력을 규탄하겠다고’ 훈수하시는 어르신들도 계시다.

10년 이나 기회를 줬으니 표는 자신들이 알아서 미리 미리 챙겨뒀어야 할 것 아닌가.

3.

인터넷의 선거 열기가 5년 전만 못하다고 했는데 오늘 이명박 후보의 BBK 관련 강연 동영상 덕분에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것 같다. ‘이제는 골로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모두들 쉬라고 만들어 놓은 이 일요일에 새로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짜느라 날밤 새우실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내일 아침이면 ‘구국을 위한 결단’ 을 발표하실 분이 꽤 되실 것 같다.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미 실토하신대로 사실상 ‘권력은 이미 시장에 넘어’ 갔기 때문에 대통령 후보들이 그 권력을 시장으로부터 다시 찾아올 강력한 의지나 능력이 없다면 그들이 짜고 있는 ‘대한민국 개발 5개년 계획’이 별로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다. 이미 타칭 ‘좌파’ 정부, 자칭 ‘좌파 신자유주의’ 정부의 일꾼들이 불가항력적으로 또는 자발적으로 국내외 자본들의 장애물을 많이 없애놓으셨다. 물론 하이라이트는 한미FTA 다.

‘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명박 후보나 노 대통령이나 다소 불편을 감수해야 할 지경에 몰릴 수도 있을 터이고, 대운하는 파지 않겠지만 ‘민주대연합’이 상정하고 있는 만큼의 기대치는 충족시킬 수 없을 것이 자명하다. 자의든 타의든…..

4.

2~3년 전쯤 문국현 사장을 보면서 ‘참 신선한’ 경영자라고 생각했었다. 만에 하나 이 세상의 자본가들과 경영자들이 그와 같은 마인드로 회사를 꾸려간다면 정말 ‘추상적인 차원에서’ 자본주의가 착취 없는 경제체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물론 ‘독재 없는 독재체제’라는 형용모순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나는 이번 대선에서 문국현 후보, 권영길 후보, 금민 후보가 20% 이상의 득표를 한다면 5년 전 선거보다는 더욱 의미 있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적어도 그만한 국민들이 ‘反신자유주의’라는 슬로건에 한 표를 던진 셈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대항하여야 할 상대는 ‘파쇼’가 아니라 ‘부정부패’와 ‘신자유주의’다. 나를, 비정규직 노동자를, 농민들을, 88만원 세대를 짓밟는 것은 ‘군홧발’이 아니라 ‘삐까뻔쩍하게 광을 낸 명품 구둣발’이다.

5.

BBK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고승덕 변호사의 BBK해명을 읽고 드는 생각

국내 변호사 중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 높은 변호사가 아닐까 생각되는 고승덕 변호사께서 한나라당의 흑기사로 나서셨다. 평소의 깔끔한 이미지와 명석한 두뇌로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를 살려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 변호사는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고승덕 변호사가 말하는 BBK의 실체”라는 글을 통해 BBK 사건은 김경준의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사에다 주식전문가로도 소문나 있으니 그의 발언에 상당한 무게감이 실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그의 설명 중에 의아한 부분도 있다.

“LKe는 자기 사업(인터넷 기반 자산관리)을 한 사실 없다. 원래 LKe는 BBK의 펀드투자자이었다. 김경준이 무위험 안정수익을 보장한다고 하여 대기성 자본금을 펀드에 투자한 것이다.”

김경준 씨가 LKe, 즉 이 후보에게 “무위험 안정수익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한다. 그래서 이 후보의 LKe와 다스는 MAF펀드(Millenium Arbitrage Fund)에 투자한 것이라 한다. 그런데 MAF펀드는 (해장국 집 이름이 아니고) 역외펀드(off-shore)펀드다. 역외펀드에 대한 네이버의 정의를 살펴보자.

“기업 또는 금융회사의 유가증권 매매차익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거나, 엄격한 규제가 없는 지역에 설립하는 펀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국내의 일부 기업들이 유가증권 매매에 따른 세금이나 각종 규제를 피할 목적으로 조세회피지역 등 제3국에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
(중략)
더욱이 투자자금의 10배까지 무보증 차입이 가능해 증식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해외자금 유치에 편리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코스닥 등록기업을 비롯한 일부 기업들이 조세회피지역에 역외펀드를 세워 이를 주가조작과 허위 외자유치 등 불공정 거래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있어 사회·경제 문제로까지 불거지기도 했다.(하략)”

MAF펀드는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버진아일랜드와 말레이시아 등에 설립된 헤지펀드다. 외환은행을 부정한 방법으로 매입하여 분탕질을 했던 론스타와 같은 성격이다. 그렇다면 펀드 이름에도 들어있는 ‘아비트리지’는 또 뭘까? 네이버의 설명이다.

“동일한 채권이 지역에 따라 수익률이나 가격이 다를 경우, 이들 채권을 매매하여 수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19세기 투기적인 주식매매에서 사용된 방법으로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으로 매각하므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현상을 이용한 거래를 차익거래(arbitrage trading)라고 하는데, 선물시장에서 선물가격과 현물가격과의 차이를 이용한 무위험 수익거래 기법을 의미한다.(하략)”

“19세기 투기적인 주식매매”에서 시작된 고위험 투자기법이다. “무위험 수익거래 기법”이라는 표현에 현혹될 필요 없다. 위험하지 않다는 것은 이론적일 뿐이다. 예를 들어 진정한 무위험이라면 특정통화의 환매도에 계약을 체결하였으면 반대로 그 통화의 환매수에도 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위험이 없는 것이다.(의미없는 거래지만) 그러나 차익거래는 서로 다른 시장에서의 통화의 가치나 서로 다른 국가의 금리가 장기적으로 수렴한다는 전제 하에 양 쪽에 투자하는 등의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에 양 쪽이 예상과 달리 발산해버리면 고스란히 손실을 입는 구조다.

이렇게 차익거래를 통해 투자금을 말아먹은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Long Term Capital Management 이다. 당시 월스트리트의 천재 소리를 듣던 LTCM의 펀드매니저들은 환투기, 금리투기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펀드를 운용해 기적같은 수익률을 올렸다. 이 수익률의 비결은 높은 차입비율, 즉 리버리지 효과였다. 그리고는 세계경제가 흔들리자 엄청난 금액의 손실을 입고 파산하였다.(헤지펀드의 차익거래 행태에 관한 다른 글)

결국 MAF펀드는 사실상 정당하게 내야 할 세금도 내지 않으려고 조세회피지역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여 수익창출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초절정 위험 수익거래”를 위한 헤지펀드의 성격이 강한 역외펀드인 정황이 짙다. 주식투자의 고수이신 고승덕 변호사가 이런 사실을 모르실리 없으실텐데 김경준 씨가 “무위험 안정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을 믿었다는 LKe의 주장을 왜 믿으시는지 잘 모르겠다. LKe는 정말 김경준 씨가 회사의 대기성 자금을 안전자산에만 투입하리라 생각하였던 것일까?

결국 현재 요점은 LKe가 고수익을 노리고 고위험 상품에 투자를 했건 아니면 정말 무위험 상품인줄 알고 투자를 했건 간에 그 MAF펀드로 주가조작과 공금횡령을 한 김경준 씨와 BBK의 배후에 이 후보가 있느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내일 쯤 에리카김 여사께서 이면계약서를 공개한다하니 내용과 진위여부가 자못 궁금하다.

다만 여전히 찜찜한 것은 왜 LKe는 자기 사업은 할 생각도 안하고 막대한 대기성 자금을 역외펀드에 집어넣었고 다스는 왜 동생도 모르게 훨씬 더 막대한 돈을 집어넣었는가 하는 궁금증이다. 최근 이 후보가 관훈토론회에서

“그러나 외국자본이 들어와서 선진금융기법을 전수하는 게 아니라 펀드화돼서 투기를 한다.”

라고까지 말씀하셨는데 그때의 마음은 지금과 사뭇 달랐단 말인가? 아니면 남이 하면 스캔들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