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임무는 권력으로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는 일이다.”

예전에 로널드 레이건 제40대 미국 대통령과 당시 행정부의 도널드 리건 재무장관의 이상한 관계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처음에는 로널드 리건으로 불리던 그가 돌연 레이건으로 발음을 바꾼 계기랄지 레이거노믹스라 이름 붙여진 레이건 특유의 경제정책이 실은 리건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었다.

하기는 마이클 무어의 신작 ‘캐피탈리즘:러브스토리’를 보면 도널드 리건이 보통 인물이 아니기는 하다. 대통령이 된 후 증권거래소를 찾은 레이건이 연설을 하는 와중에 노령인 탓인지 말이 상당히 느렸다. 이때 뒤에 있던 리건이 끼어들며 “빨리 좀 말하세요.”라고 하자 레이건이 “오호~”하며 놀라는 장면이 나온다. 단순히 부하직원의 충고였을까? 한국어로 잘 감이 안오면 영어로 표현해보자. “you’ll have to speed it up.” 이것이 그가 한 말이다. “have to”라는 표현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로널드 리건’이 ‘로널드 레이건’이 된 사연에 대한 고찰]

그런데 최근 백악관 취재기자를 담당하며 무려 8명의 대통령을 취재했던 백악관 취재의 산 증인 헬렌 토머스의 자서전 ‘백악관의 맨 앞줄에서’라는 책을 읽다가, 이 두 인물에 관한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언급을 발견했다. 바로 도널드 리건이 재무장관 재직 중 레이건과 사전상의도 없이 제멋대로 행동한 대목이다.

레이건의 첫 임기 동안 나에게 가장 놀라웠던 일은 베이커 백악관 비서실장과 도널드 리건 재무장관이 서로 자리를 바꾼 것이다. 결정 그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기보다는 그렇게 하기로 결정한 뒤에야, 즉 기자실에 그 사실을 알릴 즈음에야 그들이 레이건과 그 문제를 상의했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웠다. 다른 대통령들이었다면 대통령의 권위를 침해한 주제넘은 행동에 경악했겠지만, 이야기를 들은 레이건은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 들였다고 한다.[백악관의 맨 앞줄에서, 헬렌 토머스, 도서출판 답게, 2000년, p406]

그의 말마따나 정말 놀라운 일이다. 백악관의 비서실장과 행정부의 재무장관이 자기네끼리 상의해서 기자실에 내용을 알린 후 대통령에게 자신들의 거취를 “상의”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그야말로 통수권자의 “권위를 침해한 행동”이라 여겨진다. 사실상 상의가 아닌 통보에 가까운 행동이랄 수 있다.

사람이 좋아서인 것인지 격식을 따지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베이커와 리건의 행동, 그리고 이에 대한 레이건의 반응은 확실히 기이한 구석이 있다. 백악관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헬렌 토머스도 놀랄 정도로 말이다. 리건과 레이건은 어떤 관계였을까? 레이건은 정말 대통령이었을까? 아니면 여전히 배우였을까?

대통령은 거의 허수아비나 다름없다. 대통령은 아무 권한도 행사하지 않는다. 표면상으로 대통령은 정부에 의해 선출되지만, 그에게 요구되는 품성은 지도력이 아니라 정교하게 판단된 난폭성이다. [중략] 대통령은 늘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면서도 매력적인 인물이어야 한다. 대통령의 임무는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권력으로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는 일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볼 때, 자포드 비블브락스는 역대 은하계의 대통령들 중 가장 성공적인 대통령이다.[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 더글러스 아담스 지음, 김선형/권진아 옮김, 책세상, 2007년,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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