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도메인 분쟁에서 졌다

구글이 도메인 분쟁에서 졌다. 관련 분쟁을 65차례 개시한 바 있는 이 공룡기업이 도메인 분쟁에서 진 케이스는 이번이 2번째라 한다. 구글이 맞장을 뜬 상대는 2007년 운영을 개시한 사진 관리 사이트 Groovle.com(근데 서비스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니 맘에 드는 사진으로 구글 첫화면을 꾸미는 식이다. 오해의 소지가 꽤 있을듯?)이다. 구글 측은 이 도메인이 자사의 도메인 Google.com과 “혼동될 정도로 유사한(confusingly similar)” 도메인이라고 주장하였는데, 중재인들(National Arbitration Forum)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통상 도메인(정식명칭은 Domain name)은 인터넷, 특히 월드와이드웹에서의 상업적/비상업적 사이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웹사이트들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소송을 걸기도 하고 휘말리기도 한다. 구글과 같은 인터넷의 공룡이라면 65건의 소송 숫자가 오히려 적어보일 정도로 중요한 이슈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다른 지적재산권과 마찬가지로 각자의 아이덴티티의 영역이 어느 정도까지 인정받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Groovle.com은 Google.com과 같은 철자를 다섯 개 공유하고 있다. 발음도 빨리 읽을 경우 얼추 비슷하다. Groovle.com도 켕기는 구석이 있었는지 – 아니면 소송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인지 – 홈페이지 하단에 “Groovle.com is not owned, operated, sponsored, or endorsed by Google™”라고 적어놓았다.

Groovle.com 첫화면

하지만 결정적으로 피고 측인 Groovle.com에게는 나름의 논리가 있었고, 중재인들은 이것이 타당하다고 여겼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들의 도메인은 Google과 확연히 구분되는 알파벳 r과 v가 들어있어 “잘못 적힌(misspelling)” 단어가 아니며, 그 어원은 Google이 아닌 groove라는 것이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도 그들이 당초 Google의 존재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이름을 지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렇게 주장할 상당한 근거는 있다고 본다.

‘초코파이’는 배타적인 상표권을 주장할 수 없다. 보통명사의 조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롯데 초코파이’도 있고 ‘오리온 초코파이’도 있다. 보통명사로 이루어진 도메인의 경우 통상 이러한 이유로 분쟁에서 지지 않는다.(특이하게 crew.com이 의류회사 J.Crew에게 진 케이스는 있다) 하지만 Google과 같은 고유 명사적 성격이 강한 상표의 경우 이번과 같은 분쟁의 여지가 높다. 하지만 다 이길 수는 없다. Google의 강력한 대항마 r과 v 때문이었다.

Google.com은 아직 foog.com에 소송을 제기하진 않았다. 대신 이런 짓을 하긴 했지만.

관련기사
판결문

 

5 thoughts on “구글이 도메인 분쟁에서 졌다

  1. 피델

    형만큼 지식재산권에 관심있는 블로거도 별로 없는듯^^
    엊그제 이글 보고 약간 오해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발견했는데, 그냥 넘어 갈까 하다가
    정치후원금에 대한 형의 글에 오류 수정이 신속하게 이뤄지는 걸 보고 용기를 내서 몇자 적어 보죠.

    도메인과 관련된 분쟁의 경우 국내법을 기준으로 하면,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줄여서 부경법)이라는 열라 긴 이름의 법과 ‘상표법’이 적용되죠. 그런데 부경법보다는 상표법이 문제 해결도 명확하고 깔끔하며, 권리자를 보호하는 것도 확실하죠.

    위에 언급한 google 관련 사건도 링크된 중재 결정문을 주마간산으로 읽어보니 결국은 도메인에 의한 상표권 침해 문제인 것 같네요.

    상표에서는 ‘지정상품’ 또는 ‘지정서비스업’의 개념을 알아야 하고 이게 무척 중요하죠. 이걸 간과하면 상표권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 또는 상표권을 침해 했는지 여부를 전혀 판단할 수 없게 되니까요.

    ‘초코파이’가 상표권을 주장할 수 없는 경우는 ‘초코파이’라는 상표를 지정상품 과자류에 사용하는 경우에 그 상품의 보통 명칭을 표시하거나 성질을 표시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초코파이’ 상표를 ‘의류’를 지정상품의 상표권을 받았다면 독점배타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겠죠. 따라서 단순히 보통명사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상표이냐가 아니라 ‘지정상품’의 보통명칭을 표시하는 상표이냐에 따라 권리 주장 여부가 결정되는 거구요. 마찬가지로 crew가 보통명사이기는 하지만 동일 명칭을 사용하는 도메인이 의류와 관련된 상표적 사용행위(홈페이지에 의류와 관련된 광고를 했다거나)를 했다면 의류회사 J.Crew의 상표권을 침해할 수 있는 거구요. 그러니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crew.com이 의류회사 J.Crew에게 진 것도 특이할 일은 아니죠.

    비슷한 예로 apple도 보통명사이지만 이 상표를 컴퓨터나 그와 관련된 서비스업에 대하여 상표권을 확보했다면 당연히 독점적 권리가 인정되는 거죠. 그러나 누군가 apple을 ‘청과물 유통업’과 같은 서비스업에 상표권(서비스권)을 받고자 한다면 그건 지정상품(지정서비스업)의 성질을 표시하거나 보통명칭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렵겠죠.

    고유명사 상표의 경우는 아무래도 지정상품의 제약을 덜 받게 되니까 권리확보도 쉽고, 권리행사도 비교적 쉬을 것이고요. 그렇지만 고유명사 상표는 초기에 수요자의 인지도를 확보하는 것이 어려운 단점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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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이런 좋은 글을 뭐 “용기를 내서”까지 하시나? 편한 마음으로 하시면 되지. 🙂 apple같은 경우 어떤 회사와 지정상품이 아님에도 상표와 관련한 conflict이 있었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혹시 알고 있남? 알고 있다면 알려줘~ 새해 복 많이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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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oog

      crew.com 케이스는 판결문을 찾아보니 crew.com이 의류와 관련된 상표적 사용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순수한(?) 판매목적으로 crew.com과 jcrew.com을 구입하여 J.Crew의 웹사이트에 포워딩을 한 사실을 괘씸죄(Bad faith)로 적용된 것이로군.

      Telepathy registered or acquired these domain names primarily for the purpose of selling, renting, or otherwise transferring the domain name registrations to its “clients.” The same appears to be true of Respondent’s domain name .

      Complainant registered the trademarks J. CREW and CREW before Respondent registered the domain name or the variation domain name .

      Respondent has used its domain name only for a website linked to Complainant’s web site, and for no other purpose.

      http://www.wipo.int/amc/en/domains/decisions/html/2000/d2000-005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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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피델

    제가 아는 범위에서 apple은 문자 뿐만 아니라 사과 모양의 도안도 상표권이 문제 됐었는데, 기억 나는 거는 비틀즈 앨범등을 냈던 것 등으로 기억되는 음반사 apple과 분쟁이 있었을 거예요.
    검색해 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또 밥줄과 관련된 내용을 자발적으로 찾아보고 흥미를 갖거나 글쓰는거엔 인색하니까^^

    crew 케이스 관련 링크 보니 무척 반갑네요. 우리가 또 wipo랑 많이 친하쟎아요. 맨날 특허 검색하러만 들어갔는데 wipo에서 중재도 하고 그런 결정문 내용도 올려 놓는지는 몰랐네요.

    형도 새해 복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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