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세계화는 위험의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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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land1940” by Jniemenmaa at the English Wikipedia – Derivative work of Brion Vibber’s map of Europe, which can be found here.. Licensed under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이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확산되었다는 점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국내 금융계마저 채권금리 폭등 등 직간접적인 영향권에서 큰 혼란을 겪었다. 한편 뉴욕타임스 최근호는 노르웨이의 한 도시가 이번 사태로 인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전하고 있다. 과연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실감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북극권에 위치했으면서도 부동항을 끼고 있어 전략적인 요충지였던 노르웨이 나르빅(Narvik)의 시장인 카렌 마그레테 쿠바스  Karen Margrethe Kuvaas 는 요즘 이런 저런 고민으로 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다고 한다. 미국 주택시장의 붕괴 때문이다. 왜 미국의 집값 때문에 이역만리의 나르빅 시장이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나르빅 시는 또 다른 세 개의 노르웨이 도시와 함께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의 여파로 약 수천만 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추가적인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2004년 나르빅 시정부는 이들 도시들과 함께 노르웨이의 브로커를 통해 씨티그룹의 “구조화 금융”상품에 투자하였고 그것이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상품이었던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그들 시가 제공하던 유치원, 의료서비스와 같은 공공서비스가 파괴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벌써 시정부는 공무원들의 월급도 주지 못하고 있다. 인구 1만8천 명의 소도시로서는 엄청난 시련이다.

현재 시는 그들에게 투자를 알선해준 노르웨이의 브로커 회사 테라 시큐리티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시는 그들이 금융상품의 위험을 제대로 경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금융당국 역시 이 주장의 동의하고 테라 시큐리티의 라이센스를 취소했지만 모회사인 테라 그룹은 시에 대한 보상을 거부했다.

노르웨이 재무장관 크리스틴 할보르센 Kristin Halvorsen 은 그렇다 하여도 시를 위한 구제금융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씨티그룹 역시 나르빅 시가 자금을 투입한 투자를 종료시킴과 동시에 자신들은 이 분쟁에 낄 이유가 없다고 공언하였다.(주1)

이러한 사태는 오늘날 금융시장에서 개인에서부터 기업,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공공단체에 이르기까지 허다한 시장참여자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고 영향 받는가를 비극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개인은 주택을 담보로, 기업은 자산을 담보로, 시는 세수확보를 담보로 돈을 빌려 서로에게 투자를 한다. 그 투자형태는 주식펀드, 부동산PF, 자산담보부증권 등 다양하다. 그러나 목적은 똑같다. 더 많은 수익을!

이러한 주체를 구분하지 않는 범세계적인 금융투자의 양상은 새로운 투자방식이다. 이전에는 극소수의 금융투자자들이 향유하던 특권이었는데 금융세계화와 펀드상품의 활성화로 누구나 손쉽게 투자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특정지역과 특정상품에서의 놀랄만한 수익률은 투자자들을 흥분케 했고 급기야 안정성이 최우선일 시정부 예산까지 툴툴 털어 고위험 금융상품에까지 투자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 또는 브로커들에 의해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있는 – 것이 있다. 금융상품은 어찌 되었든 사회 총생산과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상품은 실물생산의 증가분 및 이에 상응하는 화폐증발 분을 초과할 수 없고,(주2) 그러하기 때문에 놀랄만한 수익률은 어디까지나 제로섬 게임일 뿐이며,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는 원금을 다 까먹을 각오를 하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또는 그러한 사정을 알려줘도 투자자들이 무시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묻지마 펀드”라는 별명이 붙은 미래에셋의 인사이트펀드 – 제목 그대로 감(insight)으로 투자한다는 펀드 – 에 “묻지마 자금”이 4조원이 넘게 몰렸다는 것을 보라. 그 탓에 시중은행의 돈이 말랐다고 한다. 그러니 뭉칫돈이 시장을 흔들기도 한다. 미국 집값이 떨어지니 원자재 값이 올라가는 현상은 이러한 뭉칫돈의 이동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금융의 위험성이 헤지(hedge)라는 금융용어가 무색하게 더욱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현재의 금융시장은 그 동시성과 연관성이 증대되고 있는 시점이다. 일부 논자들은 미국경제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중국, 인도 등 신흥개발국의 득세를 이유로 들며 디커플링 현상도 있다고 하지만 달러화 위주의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시시각각으로 평가절하 되고 있는 것은 디커플링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것이 금융의 세계화가 지향하는 모습이라면 현재와 같은 세계화 방식은 재고하여야 한다. 각국의 금융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으며 금융거래의 무정부성이 통제될 수 있는 ‘세계화’가 되어야 한다.

금융세계화론자들은 미국 집값이 떨어져서 국내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노르웨이의 시정부가 도산하는 세계화가 맘에 드는가?

 

(주1) 씨티그룹은 지금 약 45,000 명의 직원을 해고할 예정이다. 자기 앞가림하기 바쁜 실정이다.

(주2) 총생산이 10이고 화폐발행이 그에 정확히 상응한다고 가정하였을 경우 투자자들이 가져갈 몫은 최대치가 10에서 임금과 각종 비용으로 지불되는 나머지 몫일뿐이다. 그런데 현재의 금융시장은 마치 그 시장 자체가 가치를 창출하는 것처럼 행세해오고 있다.

3 thoughts on “금융세계화는 위험의 세계화

    1. foog

      우리나라에는 흔치 않은 상황인데 외국은 지자체가 부도가 나기도 하죠. 미국도 예전에 오렌지카운티가 이상한 금융상품에 시의 돈을 투자했다가 부도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이 고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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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ingback: 구조화와 증권화, 자본주의에게 약일까 독일까? | fo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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