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드러난 핼리버튼의 추악한 거래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미국의 한 유력 언론이 미국의 현부통령 딕 체니 Dick Cheney 와 그가 CEO로 있었던 헬리버튼 Halliburton 과의 더러운 유착관계를 다시 한번 폭로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Time 지는 6월 1일자 인터넷 판에 “The Master Builder”라는 기사를 올렸는데 이 기사에서는 자본주의 기업이 어떻게 전쟁과 정치를 그들의 비즈니스에 효과적으로 이용하는지에 대해 상술하고 있다.

핼리버튼이 이라크의 재건에 관련되어 현재까지 미국정부와 맺은 계약금액은 미국 기업 중에서도 최고금액으로 약 170억 달러에 달한다(이라크 과도정부의 2004년 예산은 130억 달러이다). 그리고 그러한 막대한 금액의 계약은 어떠한 경쟁입찰도 없는 수의계약으로 체결되었다. 이에 민주당의 거센 반대가 있었고 경쟁이 도입되었지만 또 핼리버튼이 계약당사자가 되었다.

한편 그들이 이라크에서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군인들을 위한 식사공급에서부터 석유수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과다청구와 빈약한 운영관리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미육군은 이라크에서 미군을 위해 식당을 운영하던 핼리버튼의 계열사 Kellogg Brown & Root(KBR)에 지급하여야 할 1억6천만 달러의 지불을 유보했는데 그 이유는 계산에 착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외에도 핼리버튼은 이라크 현지 기업으로의 하도 과정에서의 리베이트 요구, 각종 불공정 계약 등으로 내부인의 양심선언, 쿠웨이트 정부의 조사 등 끊임없는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민주당 상원의원 헨리 왁스맨 Henry Waxman 은 이러한 상황을 “낭비, 사기, 오용의 조리법(a recipe for waste, fraud and abuse)” 이라고 칭하고 미국의 납세자들에게는 더할나위없이 끔찍한 상황이라고 규정지었다. 결국 단순히 생각해봐도 수의계약을 비롯한 정경유착의 의혹은 과다청구 혹은 계산착오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과다청구분의 상당 부분은 그들의 뒤를 돌봐주는 정치 마피아들의 주머니에 들어갈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심증은 상당한데 딕 체니와의 유착관계에 대한 물증이 없다고? 물증도 있다. 일단 공식적으로 딕 체니는 핼리버튼 으로부터 지난해 미지급 보수라는 명목으로 약 17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 Time 지는 딕 체니와 헬리버튼의 관계를 증명하는 이메일을 최근 입수했다. 이 이메일은 2003년 3월5일 미 육군 공병대 간부가 더글러스 페이스 국방차관에게 보낸 것으로 당시 이라크 공사계약 감독 책임을 맡은 페이스 차관은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내일 백악관에 보고하기로 하고 승인했으며, 부통령실이 계약을 주선한 이래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적고 있다. 사흘 뒤 핼리버튼이 계약을 따냈다. 물론 부통령실은 이러한 사실에 대해 부인과 딴청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너무나 뻔한 이러한 구역질나는 비리와 유착을 단순히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버그 정도로 봐야 할까? 우리가 닮고 싶어하는 미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의 실수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언뜻 일탈행위로 보이는 정경유착과 전쟁을 통한 매출창출의 결합은 실은 제국주의적 속성에 근거한 미국의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의 본성이다. 국제기구를 통해 개발도상국에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강제하는 합법적인(!) 국제적 수탈과 동전의 양면인 것이다. 만약 올해 선거에서 존 케리가 부시를 누른다면 이라크 재건의 주계약자가 다른 회사로 바뀔 뿐 이라크의 진정한 독립에는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도 없을 것이다.

전쟁은 어떤 이들에게는 악몽이자 지옥이다. 많은 이라크 민중들은 끔찍한 죽음과 미군의 가혹행위를 경험해야 했고 살아남은 자들은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또한 그 전쟁터의 환경파괴는 해당지역의 자연과 인간에게 씻기 어려운 고통을 안겨준다. 하지만 또 어떤 이들에게는 전쟁은 비즈니스이자 전쟁터는 사업장이다. 이 모든 것이 죽음과 고통이 돈으로 환전 가능한 21세기 형 자본주의적 전쟁의 최신버전이다. 전쟁은 진작에 단순한 영토분쟁이나 자원수탈의 수단을 넘어섰다. 전쟁은 침략국의 총체적인 산업정책의 정책수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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