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전쟁을 먹고 자란다

“전쟁과 테러는 자본에게 위험(Risk)인가?”

이라크 전쟁에 참여한 군산복합체나 민간군사기업에만 국한시켜 생각해본다면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No”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전쟁은 위험이라기보다는 ”기회(opportunity)“ 에 가까울 것이다. 그들에게 전쟁은 오히려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창출되어야 하는 ”시장(market)” 인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일상적이고 평화적인(!) 사업 분야에 주력하는 다른 기업들에게는 어떠할까? 예를 들어 비즈니스컨설팅 회사라면? 비즈니스 자문과 기술체제 통합이 주특기인 베어링포인트 BearingPoint – 2001년 KPMG그룹에서 사명(社名)을 베어링포인트로 변경한 – 라면 확실히 전쟁의 수혜기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후 복구 사업은 반드시 건설과 같은 눈에 보이는 사업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 1990년대에 베어링포인트는 미국국제개발처(USAID)와 계약을 맺고 코소보, 세르비아 등지에서 전후 복구 사업을 진행시켰는데 이들이 수행한 작업은 전쟁으로 인해 붕괴된 금융 시스템을 포함한 경제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 등이었다. 그리고 이 작업이 철저히 미국식 자본주의 시스템의 이식에 주목적이 있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베어링포인트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삼아 911 테러 이후 한층 “전쟁 사업” 분야를 강화해나갔다. 이들은 911 테러 이후 국가안보에 관련된 안보 행정 컨설팅을 주도하는가 하면 펜실베이니아 주의 범죄 소탕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마침내는 지난 해 이맘 때 석연치 않은 입찰절차에 의해 이라크의 경제재건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사업자로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2003년 7월 미국국제개발처(USAID)는 이라크의 총체적인 경제재건 프로그램 사업에 입찰을 한 10개의 기업 중에서 베어링포인트를 최종사업자로 선정했는데 선금은 약 9백만 달러에 달하며 최종계약은 거의 7천9백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미국의 희생양인 아프카니스탄에서는 사정이 어떠할까? 역시 베어링포인트가 사업을 수주했는데 총계약 금액은 6천4백만 달러에 이른다. 정말 대단한 기업이 아닐 수 없다.

이 프로그램의 최종적인 목적은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이라크의 경제 전반을 재생시킨다는 데에 있는데 다음과 같은 좀 더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보면 다분히 이라크의 주권을 침해하는 내용이며, 그 경제개혁이라는 것이 이라크 인민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이라크의 새로운 주인 미국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이라크 예산 수립
  – 경제 관련 법안 작성
  – 세금징수 계획 세팅
  – 무역과 관세 법률 수립
  – 국영기업의 민영화 혹은 기업 내 이라크 지분 매각
  – 은행 재개장 및 소규모 금융을 통한 민간부문 활성화
  – 새로운 화폐 발행 및 환율 책정 등

내용을 보면 한마디로 이라크 현 정부는 그야말로 식물정부임을 알 수 있다. 마땅히 새로운 정부가 수행해야할 내용을 일개 기업이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전 국가의 민영화가 따로 없다. 우려스러운 점은 사업자 선정부터 이들이 수행하는 작업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자본주의체제의 최고봉이라는 이른바 비즈니스컨설팅 기업으로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도덕률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 예로 지난 2001년 국가안보(homeland security) 사업의 수주를 위해 6만 달러를 들여 로비를 시도했고, 2002년에는 관련된 정보기술의 판매를 위해 42만 달러를 들여 로비를 시도했다. 당시 이 회사의 부사장인 리차드 로버츠 Richard Roberts 가 증언하기를 자신은 BearignPoint가 멤버인 미국정보기술연합(ITAA)의 입장을 위해 로비에 주력했다고 밝혔는데 ITAA는 정부에 각종 법안의 초안을 작성해주었다.

이상에서 볼 수 있듯이 베어링포인트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온존을 위한 최첨단(?) 비즈니스컨설팅을 수행하는 기업임에도 그 어느 부패한 기업 못지않은 정경유착을 통해 사업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그러한 선진(?) 자본주의를 자신들의 정부가 침략한 국가에 이식시키고 있다.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 경제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 썩을 대로 썩은 미국의 컨설팅 기업이 만들어놓은 경제재건 프로그램은 얼마나 현지 정부와 현지 주민들에게 혜택을 안겨줄 것인가? 이들 나라의 은행 재건 프로그램에 Bank of America, Citigroup, J.P. Morgan 과 같은 금융그룹들이 하도계약자로 활동한다는 사실은 상황이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음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국영기업과 기업 내 이라크 지분을 민영화한다 함은 애초부터 미국자본에 의한 이라크 강탈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베어링포인트의 경제 프로그램은 “강도질”에 다름 아니다.

이전의 몇 차례의 전쟁,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의 경우 사회주의 블록의 존재로 인해 미국은 그나마 전쟁당사국들의 경제재건에 있어 일정 정도의 자율성 – 물론 이러한 상대적 자율성도 다분히 종속적이었다고 비판받고 있지만 – 을 보장해주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적이 사라진 지금 미국의 전쟁 프로그램은 한마디로 파괴와 재건 양 쪽 모두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진행시키겠다는 “올인”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쯤에서 보면 침략전쟁의 파병을 통해 떡고물이라도 주워 먹겠다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고방식은 마치 동물세계의 야비한 청소부 하이에나를 연상시키고 있다. 그나마 남아있는 살점이라도 있으면 다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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