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도메인으로 인터넷 비즈니스에 성공하는 요즘

도메인(정확한 표현은 domain name이겠지만)에 관심을 가지고 등록한지 몇 년 되었고 지금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스무 여개의 도메인을 유지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유했던 도메인 중 몇몇은 개인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가격에 매도하기도 하였고 어느 도메인은 상당히 좋은 도메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소홀로 재등록을 하지 못해 다른 이가 채가는(일명 낙장 줍기) 불행한 사태를 당하기도 했다.

어쨌든 도메인은 월드와이드웹의 수평적인 구조에서 아이피의 껍데기를 구성하는 중요한 주소체계인 것은 어느 정도 상식에 속한다. 좋은 도메인 혹은 좋은 브랜드는 사이트의 가치를 높여주고 때로는 사이트 이상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에스크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인 escrow.com 은 어쩌면 그 이름 덕택에 그 분야에서 선두의 자리를 차지했다. 사이트고 뭐고 도메인으로 먹어주는 경우를 들자면 단연 sex.com 이다. 이 사연 많은 도메인은 이른바 해킹으로 소유주가 바뀌면서 수년이 넘는 법정공방으로 이어지면서 그에 관련된 책까지 나온 노른자위 도메인이다.

반면 기가 막힌 도메인으로도 인터넷 비즈니스를 말아먹는 경우도 심심치 않은데 대표적인 케이스가 우리나라의 korea.com 이 아닐까 싶다. 물론 아직도 꿋꿋이 운영은 되고 있지만 5백만 불을 들여 구입한 도메인으로 대한민국 대표 이메일을 제공한다는 공중파 광고까지 해댔건만 오늘날 그 사이트의 존재는 도메인이 아까울 정도로 묻혀있다.

좋은 도메인은 어떤 도메인일까? 여러 주장들이 많지만 몇 개의 간단한 개념으로 두서없이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generic – ‘일반적인’이라는 의미도 부여할 수 있지만 ‘원초적인’ 뭐 이런 뜻도 부여할 수 있다.
  2. easy to remember – 당연한 이야기다. ThisSiteIsGreatSite.com 같은 따위는 일부러 찾아가는 폐인 빼놓고는 갈일이 없을 것이다.
  3. short – 두 번째 주문과도 유사하지만 결국 짧아야한다. 그래야 외우기 쉬울테니까.
  4. business oriented – 당연히 같은 generic한 도메인이라도 비즈니스와 연관된 게 좋다. morality.com 보다 ticket.com 이 좋은 것은 불문가지다.

이외에도 다양한 기준이 있을 것이다. 여하튼 위와 같은 몇 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도메인은 그에 상응하는 멋진 사이트로 꾸며져 운영이 되었든지 높은 가격에 도메인 시장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최근 들어서 위와 같은 기준보다는 결국 도메인은 주인을 잘 만나기 나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부쩍 든다. 웹이 등장한지 10년이 넘어서 인터넷 광풍, 나스닥 광풍도 서서히 잦아들고 시장이 냉정을 찾아가는 이즈음에 단순히 generic하다고 해서 몇 백만불을 흔쾌히 지불할 구매자는 그리 많지 않고 오히려 참신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면서 자신의 도메인에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브랜드로 창출하려는 이들이 많아지고 또 그런 사이트가 성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google.com 일 것이다.(물론 초기 브랜드로 ebay.com 등도 있지만 하나의 획기적인 차원에서는 google이 더욱 충격적이라서) 처음에 무슨 ‘고글’인가 했던 생각이 떠올랐던 단어. “아무 의미 없어”라고 외치는 도메인이었다. Googol, 즉 10의 100승의 숫자를 의미하는 영어단어를 회사이름으로 쓰려고 했었지만 투자자가 수표에 Google이라고 적는 바람에 그 돈을 받기 위해 할 수 없이 회사명을 바꿨다는 설도 있다’>(yahoo.com 은 무슨 감탄사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는데 엄연히 사전에 올라와 있는 명사다. 궁금하신 분은 찾아보시도록)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 엄연히 인터넷 최고의 기업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CSI마이애미의 나탈리아는 호라시오 아저씨한테 “I googled them”이라고 말하며 도메인을 동사의 위치로 격상시켜버렸다.

거기다가 YouTube.com 까지 등장했다. 이건 MyTube.com 도 아니고 YourTube.com 도 아닌 유투브라니 미국사이트가 아닌가? 엄연히 미국사이트다. 하지만 왠지 문법도 무시한 듯한 그런 야시꾸리한 도메인 명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더 파고 들어가면 digg.com이 있다. 이 사이트는 아예 ‘dig’하지 말고 ‘digg’하라고 외친다. flickr.com 도 이상하다. 하려면 flicker.com이어야지 어떻게 저 도메인을 ‘플리커’라고 읽어주란 말인가. 급기야 del.icio.us 라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이건 us라는 익스텐션에 앞에 del 이 붙은 2차 도메인으로 승부를 걸더니 보란 듯이 성공하고 있다.

결국 그들이 도메인의 중요성을 몰라서 그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뭔가 모를 자신감이었을 것이다. 남들이(특히 오만하고 보수적인(?) 도메이너들이) 우습게 여기는 도메인에 자신만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잘 치장하면 세상이 알아줄 것이라는 자신감. 그것으로 승부하였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요컨대 여전히 도메인은 중요하다. 앞서 언급했던 도메인들도 사실 모두 훌륭한 도메인들이다. 모두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 않는가? 소위 ‘외우기 쉽고’, ‘브랜드화하기 쉬운’ 도메인들이다. 아무도 앞서 말한 몇 가지 좋은 도메인의 원칙을 개무시하고 fecsecdesc.com 이라는 도메인으로 인터넷비즈니스를 하겠다는 만용은 부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도메인이라는 명패에 떼돈을 쏟아 붓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결국 도메인은 포장지가 아닌가 말이다. 내용물이 포장지보다는 약 1.5배 중요하다.

참고할만한 사이트
http://www.dodong.com
http://sedo.co.uk

4 thoughts on “황당한 도메인으로 인터넷 비즈니스에 성공하는 요즘

  1. 너른호수

    저도 도메인에 관해서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저런 파킹을 하면서 광고 수익을 주고 도메인을 팔 수 있는 사이트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좋은 사이트 몇개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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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파킹에 관해서라면 요즘 웬만한 등록기관은 다른 등록기관의 도메인에도 공짜 파킹 또는 포워딩 서비스를 제공할 겁니다. 외국사이트 중에서는 MyDomain.com 이 서비스가 괜찮고 국내에서는 Doregi.com이 좋습니다. 역시 국내 기관이 사용은 편리하겠죠. 더불어 광고를 노출시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도 있는데 이는 기회될 때 다른 글로 보충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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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댕글댕글파파

    아…korea.com 저 아직도 거기 계정있을거에요.
    한때 엄청 광고때릴때 도메인 이름이 너무 좋아서 가입했는데 한해 두해 지나고 부터는 거의 안가지더라구요…다시 가서 탈퇴를 하고 나와야 하나 ㅡ.ㅡ

    500만불이나 주고 산 도메인이라니..상당히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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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Pingback: Wild W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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