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관한 “건방진” 조언 하나

목표를 달성하는 첫걸음은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실현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스스로 목표라고 생각했던 상태(즉, 미국사람처럼 영어 잘하기)를 잘게 쪼개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사람처럼 말하기, 미국사람처럼 듣기, 미국사람처럼 글쓰기 등과 같이 나누고, 이들 각각을 공략하는 것이다. 또는 토플이나 토익 시험에서 몇 점 받기 등과 같이 나누는 것이다.[OTL English, 김현, 파워북, 2008년, p21]

내 블로그 벗이신 김현님(블로그 가기) 께서 이번에 출판하신 – 고맙게도 선물받았다 – OTL English의 한 구절이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라 옮겨본다. 한국인들이 흔히 영어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 한 가지가 생각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토플 토익은 잘 보는데 미국 애들 앞에서 말하라면 한마디도 못해.”

쉽게 말해 우리나라 영어교육이 잘못 되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그게 또 뭐 그리 잘못되었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토플 토익 점수 좋고 말 한마디 못하는 사람은 일단은 독해나 문법, 또는 듣기 등은 강하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이제 말하기와 쓰기만 – 요새는 이걸 보탠 토플도 등장했지만 – 잘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정확히 말하자면 말하기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자신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네이티브스피커처럼 말을 못할 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흔히 문법 틀릴까봐 말하다 입속으로 한참 문장을 되새김질한다. 그리고 어찌어찌 외국인에게 말을 했을 때 그 사람이 “You can speak English very well!”하면 또 이렇게 대답한다. “No, No, I can’t!” 또는 “You’re welcome.”.

그 사람들은 대개 공치사하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베트남 가서 베트남 사람이 제법 문장구조를 갖춘 한국어로 말 걸어오면 당연히 나올 반응이고 또 실제로 같은 아시아인치고는 제법 영어를 구조를 갖춰 구사한다고 한다. 문제는 겸양지덕이다. 겸손도 병인지라 겸손하지 않아도 될 때에 겸손한 것이다. 외국인이 영어 잘한다고 그러면 그냥 “Thanks.”하던가 “I’m proud of myself.” 하시면 된다.

그런 면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영어실력을 늘리는 가장 좋은 비법은 그냥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영어책 계속 읽으면 되고, 영어로 된 웹사이트 계속 찾아가면 되고, 외국인 앞이라고 문법 틀릴까봐 쫄지 말고 그냥 하면 된다. 그리고 영어를 수단으로 생각하면 된다. 말 못하고 독해만 잘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람의 목적에 부합하면 된다. 같은 미국인이라도 4살짜리 꼬마는 말은 해도 글은 못 읽는다. 그 꼬마의 영어 사용 목적에는 아직 읽기는 편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 thoughts on “영어에 관한 “건방진” 조언 하나

  1. Raylene

    제가 4살짜리 꼬마애를 젤로 부러워하는데…
    …ㅋㅋㅋㅋ 이렇게 보니 별로 안부러워해도 되겠군요.

    저도 영어 하면 애들이 ‘옴마나 온지 2개월밖에 안되엇는데 영어 조낸 잘하넹'(2개월 되었을 때)이라고 하면 ㅋㅋㅋㅋㅋㅋㅋ ㄱㅅ 이렇게 솔찍하게 반응했어요.
    저는 칭찬하면 순수하게 고마워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이게 영어에도 적용되나봐요

    비록 설탕을 슈개ㄹ 라고 발음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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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저도 사실 4살 짜리 미국 꼬마애가 부러워요~ T_T 수리처럼 입에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들은 인생이 얼매나 아름다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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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ilent man

    저도 가사라도 혼자 알아먹고, 자막 없어도 보고 싶은 영화는 볼 수 있는 정도론 영어 실력을 키워야 하는데, 이놈의 게으름이. 어찌어찌 낑낑대며 버틸 수 있다고 자만(…)하고 있는 탓일까요. 켁.

    음, 저도 저 분하고 일찍 좀 친하게 지내서 책이라도…(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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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오백이

    지적하신데로, 한국사람들은 지나친 겸손이 문제인것같네요^ㅡ^
    글에서 언급하신 베트남케이스, 딱 제 경우네요^ㅡ^ 제가아는 베트남친구가
    호치민대 한국어과를 나와서 한국말로 처음 말걸어왔을때
    다소 틀린점도 보이고, 어눌한 한국어였지만, 그냥 대단하게 보일뿐이었거든요^ㅡ^!!

    저도 어눌한 영어회화를 고치기위해서 세분화된 타겟을잡고 좀더 해야겠습니다,
    내년을 영어 회회 득도 원년의 해로..^ㅡ^ㅋㅋ

    foog님,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즐거운 저녁시간되세요^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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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JNine

    외국어는

    깡인 것 같습니다.

    영어 잘 못한다는 우리 나라 사람들도 아시아계만 모여 있으면 영어 곧잘 합디다.
    문제는 허여멀건한 코 큰 것들이 네이티브랍시고 솰라거리면 잔뜩 얼어서 입이 바싹 마른다는 거;;;

    일본어에 재미를 들일 적에 배운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동생 데리고 일본으로 여행을 가서 지금 생각하면 쪽팔린 일본어로 다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지금 동생이 넘사벽이 되고 나니 한 마디 하기도 뻘쭘;;;

    지적받아도 ‘그래 그 부분은 대충 넘어가고 솰라솰라~~’ 가 필요한데 지적 받는 순간 어버버

    저도 영어할 때 깡이 좀 있으면 좋겠습니다. 네이티브나 네이티브에 준하는 사람이 있으면 ㄷㄷㄷ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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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isanghee

    저도 한국에서 OTL 책 사서 부모님댁으로 배송시켰는데, 언제 받을 수 있을 지 모르겠네요.
    아.. 궁금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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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황금사과

    영어공부한데 든 돈과 시간 생각하면 가끔 억울할때도 있습니다. 게다가 저 같은 경우엔
    불어공부하는데 든 시간도 인생 많이 잡아 먹혔죠 .
    중요한건 영어니 불어니 기타 언어한답시고 노예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두시간 이상 ‘영어공부 안하기’ 등을 세우면 좋을듯 하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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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저도 예전에 토익을 치르고 오면서 ‘이 많은 사람들이 이 시험에 이렇게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니’라고 식민지 조국의 인민으로서 안타까움을 느꼈답니다. ^^; 하루 두시간 이상 공부하지 않으면서도 영어를 효율적인 수단으로써 쓰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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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오늘밤

    누군가 말한대로 “한국에서 영어는 일종의 종교” 인 것 같습니다.
    말못해도 독해만 잘하는 것이 그 사람의 목적에 부합하면 되는 것처럼, 영어가 그사람의 인생 주목표에 안들어 있다면 그 사람은 영어를 안해도 되는 겁니다. 도대체 평생 가야 영어를 쓸일이 없는 사람까지도 괜히 영어못하면 부끄러워하고, 신년계획할때 삶의 의지를 불태울 대상으로 종종 영어를 삼았다가 얼마 안가 나가 떨어지고는 절망하는게 이해가 안갑니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한국중고등학교에서 영어가 일주일에 7~8시간씩 배우는 필수 과목이라는 걸 알고는 놀라자빠집니다. 전세계에 비영어권나라중에 그런나라는 없습니다. 이건 국가적 낭비입니다. 외국인 영어강사들은 한국인이 이렇게 모두들 영어를 잘하고 싶어 하는 걸,그러면서도 잘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걸 디게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영어는 단순한 언어 이상입니다. 조선시대의 한자나 중세유럽의 라틴어와 그 위상이 비슷합니다. 덩달아 네이티브 스피커는 조선시대의 중국사신이나 고대 유럽의 로마시민이 되어 어깨에 힘이 들어가죠. 중요한 브랜드나 문서에 폼좀 잡으려면 영어가 들어가는데, 그게 영어권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우습게 보이겠습니까? 이를테면 우리가 다른나라 갔는데 그 나라에서 한글을 숭상하고, 각종 브랜드에 어감도 이상한 한글을 집어넣고, 중요문서 첫머리나 말미에도 느낌이 조금 이상한 한글을 쓰고( 이 이상한 느낌이란건, 한국어 네이티브가 아닌 그냥 한국어를 학교에서 배운 외국인이 만든 관광찌라시 같은거 보신적이 있다면 아실겁니다.), 그나라 가요에서는 폼잡는다고 발음도 이상한 우리말 랩이나 가사를 중간중간 넣어대고, 유명한 연예인, 가수나 밴드는 거의 한글이름을 쓰거나 하나쯤 가지고 있고, 뭐 그러면서 되도 않는 흉내를 내고 있다면 얼마나 우습게 보이겠습니까? 지금은 우리가 약소국이니까 가끔씩 우리말 좋아하는 외국인 있으면 그냥 감사하고 기특할 따름이지만, 우리가 강대국이고 사실상 그 나라 정치,경제를 좌지우지 하고 있는 상태에서 위와 같은 상황을 접한다면 그건 그냥 우습게 보일 따름입니다. 자연스럽게 그나라 사람 만나면 어깨에 힘들어가죠. 아,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제적인 바보, 호구로 비춰져 민망할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영어는 그냥 그나라 말일 뿐입니다. 동경할 필요도 없고, 모두가 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국제화 시대인 만큼 분명히 누군가는 영어를 굉장히 잘 해야 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럴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게다가 우리나라말과 영어는 어순이 거의 완전 정반대이고, 구조가 너무나 이질적이라 서로가 배우기 힘든 언어입니다. 영어권 사람들도 젤 배우기 힘들어하는 언어가 한국어와 일본어입니다. 이렇게 상극인 언어를 배우느라 온 국민이 매달려서 별로 성과도 못내는 걸 보고 있자면 참으로 한심하고도 애처롭습니다.
    영어가 단순한 외국어 이상이라는 건, 영어를 취직과 승진, 진학에서 중요한 평가도구로 삼는 관행을 봐도 알수 있습니다. 도대체 무역회사나 해외영업하는 회사도 아닌 한국의 토지개발공사에서 왜 영어점수를 요구하는 겁니까? 왜 서울대 수학과의 많은 수학 천재들이 텝스점수가 모자라 대학원에 진학하지 못해 꿈을 접고, 학원강사를 해야 하는 겁니까? 이 사회에서 영어는 단순한 외국어가 아닌 그사람의 교양과 능력의 척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겁니다. 정말 이상하고도 한심합니다. 제발 사람들이 영어는 그냥 좀 더 널리 쓰이는 “외국어”에 불과하다는 걸 빨리 알아차렸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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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말씀 상당 부분 공감합니다. 🙂 직장생활하면서 정작 실무에 소용도 없으면서 콤플렉스를 가지게 되는 것이 두 가지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그게 바로 골프와 영어입니다. 제 경우엔 두 가지 다 못할 바에는 차라리 영어쪽에 좀더 힘을 기울이자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답니다. 뭐 그 정도지 영어 못하면 열등하다 이건 아닌데 그렇게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정말 곤란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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