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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한복판에서 서점을 운영 중인 세 자매 이야기

뉴욕 맨해튼의 한 빌딩을 통째로 쓰고 있는 서점에 관한 짧은 뉴스인데,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 같아 공유한다. 이 서점은 창업자의 세 딸이 각각의 영역을 맡아 운영 중이다. 어떻게 그 자리에서 그렇게 아직도 운영 중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딸 한 명이 “우리가 이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덕분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오래전에 사업을 접었어야 했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부동산을 팔라는 제의가 얼마나 자주 오느냐는 질문에는 “1년에 백 번”이라고 대답한다. 무엇을 지키고 싶은 것이냐는 질문에는 “어려움에 놓여 있는 책”이라고 대답한다. 책을 지키기에는 너무나 교환가치가 높은 곳에서 어렵게(?) 서점을 운영하는 세 자매의 이야기다. 어떻게든 자영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건물주여야 한다는 시사점과 그런데도 교환가치가 비즈니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시장경제 하에서는 여유 있는 이들조차 자신들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는 역설을 말해주는 웃픈 에피소드다.

“주택은 투기 목적이 아니라 주거 목적이 되어야 한다”

집값과 물가, 그리고 고용 안정은 서민 생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평소 “주택은 투기 목적이 아니라 주거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말을 누가 했을까? 진보신당의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 민주노동당의 강기갑 대표? 둘 다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41차 라디오연설에서 하신 말씀이다. 이 말을 다시 살펴보자면 그 분은 주택을 시장에서 거래되는 교환가치로서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쓰이는 용도인 주거 목적, 즉 사용가치로 간주하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계시다는 의미다. 이쯤 되면 적어도 주택에 관한 관점에서만큼은 이명박 대통령도 굉장히 좌익적(?)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러면 그러한 좌익적 신념의 해법은 무엇일까?

이 때문에 저렴하고 편리한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도 집 없는 실수요자들에게 직접 그 혜택이 돌아가도록 꾸준히 공급할 것입니다.

보금자리주택은 잘 알다시피 그린벨트 지역의 싼 값의 토지에 집을 지어 파격적으로 싼 값에 분양하겠다고 내놓은 이 정부의 야심작이다.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인지라 시장에도 어느 정도 집값 진정효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고,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떤 관련 시민단체의 관계자는 이 제안에 상당히 만족해하는 발언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어떻게 보면 이 정부의 인수위 시절 내놓은 ‘지분형 아파트’의 대안으로 그것보다는 더 현실성이 있는 대책이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보금자리 주택 홈페이지 캡처 화면

문제는 그 대책이 이 대통령의 “신념”에 부응할 정도의 파격적인 형식이 애초에, 그리고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냐 하는 것이겠다. 즉, 지난번 다른 글에서 지적하였다시피 대부분의 물량을 분양하는 상황에서 애초에 보금자리 주택은 온전히 “주거 목적”으로 사용되기에는 한계를 지닌 주택이라는 문제가 있다. 보금자리 주택은 시작단계에서부터 “보금자리 로또”라는 별명이 붙었다. 시장은 대통령의 신념과 달리 그 주택을 교환가치로 간주한다는 증거다. 또한 불완전한 정책에 대한 시장의 학습효과는 거의 동물적이다.

게다가 최근 입주물량은 강남권 2개 지역만 인기를 끌 뿐 소위 비인기 지역 물량이 대거 미달되어 보금자리 주택의 인기가 벌써 식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고가 논란도 있다. 이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보금자리 주택은 청약 조건만 까다로울 뿐 시장의 다른 경쟁자들과 동일한 조건, 동일한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교환가치로서의 존재의의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른 주택들에 비해 ‘좀더 가난한 이들의 주택 소유의 욕망’을 실현시키는 매개체일 뿐인 것이다.

사실 라디오연설 들은 적도 없지만 대통령께서 저런 취지의 발언을 하셨다는 소식을 웹사이트에서 읽고 상당히 반가웠다. 다만 그러한 신념에 걸맞은 정책을 구현하셨으면 하는 바람인데 아직은 그 정책이 보금자리 주택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이 아쉽다. 결국 현재의 대량 미분양 사태의 기저에는 주택에 관한 기본적 가치관이 실수요자와 공급자 간에 차이가 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 갭은 여태 일종의 가수요가 채워왔다. 이제 그 가수요를 다른 무엇인가로 채워야 하고 대통령의 “신념”에 부합하는 공급방식도 한 대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