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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러드 쿠슈너는 어떻게 이념적 경직성에서 탈피하였는가?

그 대출 덕분에 쿠슈너의 회사는 매릴랜드와 버지니아에서 수천 채의 아파트를 퍼 담을 수 있었는데, 이 거래는 10년 동안의 업계에서의 최대의 구매량이었다. 블룸버그에서 처음 보도한 이 거래는 프레디맥에게 있어서도 역사상 가장 큰 거래였다. [중략] 쿠슈너의 변호사는 재러드가 회사의 의사결정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략] 프레디맥은 2019년 8월 이 16건의 대출을 채권으로 묶어서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중략] 쿠슈너 가족의 회사는 이 대출을 통해 유사한 다른 통상적인 대출보다 더 낮은 월 금리와 더 많은 대출금액을 얻어낼 수 있었다. [중략] 트럼프 정부가 이러한 의사결정에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 그러나 프레디맥은 연방주택금융청의 수장이 오바마 행정부의 피지정인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前 수석경제자문이었던 마크 칼브리아로 바뀐 그 순간에 대출 승인에 착수했다.[The Kushners’ Freddie Mac Loan Wasn’t Just Massive. It Came With Unusually Good Terms, Too.]

회사 설립 이후 상당기간 동안 정부보증기관(GSE; government-sponsored enterprise)이라는 독특한 지위를 가진 민간회사로 미국 주택시장에서 금융기관의 역할을 영위해왔던 프레디맥과 패니메는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인한 금융위기의 중심이 되어 회사가 망할 지경에 이르게 되었지만, 당시 막대한 정부자금을 투여 받은 “법정관리(Conservatorship)” 회사로 사실상의 국유기업이 되어 여전히 미국 주택금융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1 그런데 이러한 두 기업 중 프레디맥이 이방카 트럼프의 남편인 재라드 쿠슈너의 회사에 엄청난 규모의 대출을 실행하여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을 현재 몇몇 정치인과 매스미디어가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들 회사의 독특한 지위로 인해 회사는 사실 시장경제를 지고지순의 가치로 여기는 – 여긴다고 여겨지는 – 미국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종종 이념적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예를 들어 공화당의 짐 버닝 상원의원은 두 회사의 구제금융 계획을 듣고 “미국에서 사회주의는 여전히 살아 있고 훌륭하게 기능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린바 있다. 또한 Cato Institute는 Fannie and Freddie: Socialist from the Start라는 글에서 두 회사가 시작부터 사회주의적인 것이었고 사기업이었던 적도 없거니와, 2007년 금융위기는 ‘시장의 실패’가 아닌 ‘정부의 실패’라고 비난한바 있다. 아마도 이들에게 국유기업은 곧 사회주의고 금융위기는 시장에 정부가 개입했기 때문이라는 논리일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이러한 순수한 이념적 기준에 따라 집권 후 두 회사의 소유권을 바로 민간에게 넘겼던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는 크게 기술적 이유와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본다. 기술적 난제는 GSEs가 발행하는 MBS가 이제 민간이 아닌 정부의 비즈니스가 됐다는 점이다. 현재 MBS의 최대 인수자는 연방준비제도다. 2 금융위기 이전 MBS를 사들였던 월가는 더 이상 그럴 여력이 없다. 그리하여 전 세계에서 미국채 다음으로 큰 채권시장인 미국 MBS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더더욱 민간자본이 통제할 수 없는 – 통제할 이유도 없는 –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하는 비즈니스가 됐다.3 그리고 트럼프가 GSEs를 사유화하지 않는 정치적 이유는 이런 기술적 난제에서 출발한다.


정상적인 시장에서 MBS가 유통되는 모습

GSEs를 사유화하여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면 트럼프가 이를 놓쳤을 리 없다. 하지만 그는 집권 후 한동안 두 회사의 “법정관리” 탈출에 무관심했다가 겨우 취근에야 IPO 로드맵에 시동을 걸었다. 어쨌든 그런 시도도 다시 팬데믹으로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지만, 트럼프 일가는 그런 시장의 “정상화”를 택하기 보다는 두 회사가 국유화 상태에 있고 또 트럼프 일가가 정부의 권력층인 이 시기에 회사의 곳간을 털어먹기로 작정한 듯하다. 두 회사를 사유화하기보다는 정부를 사유화하는 편이 기술적으로 더 간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우익정권이 그래왔듯 권력을 잡은 우익 트럼프 일가는 이념적인 순수성보다는 경제적인 실리를 추구하기로 맘먹고 프레디맥을 사유화한 것이다.4

따라서 분명하게 미합중국을 개인 자산으로 취하려는 트럼프 일가와 그의 집사들의 – 그리고 백만장자들이 여기에 편승하려는 – 노골적인 프로젝트는 저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진지한 반부패 개혁을 자발적으로 수행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당신은 오직 월스트리트의 친구들이 어떻게 각 선거진영을 에워쌓았는지를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 [중략] 그들을 정신차리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그들을 뽑아라. 그리고 더더욱 만만치 않은 것이지만, 그들이 사무실에서 집무를 시작하고 의미 있는 개혁을 위한 미래의 장기전에 긴장을 유지하도록 하여야 한다.[How Corruption is Becoming America’s Operating System]

어떤 의미에서 나는 “미국에서 사회주의는 훌륭하게 기능하고 있다”라는 짐 버닝 의원의 발언에 공감한다.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상품 중 하나가 국유기업이 생산하고 중앙은행이 소비하는 시스템을 자본주의라고 부르기에는 좀 어색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 시스템이 경제 선순환적으로 작동한다면 우리는 굳이 이념적 경직성에 매달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더 주의를 기울어야 할 것은 “어떻게 부패는 미국의 운영체계가 되었나”라는 인용한 글의 제목처럼 양당을 초월하여 정치인이 부패가 이 시스템에 상주하여 마침내 그 운영체계가 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운영체계의 채택은 인용문처럼 깨어있는 유권자의 몫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경험을 빌자면 부패한 권력층은 처단된다는 경험은 유권자를 각성시킬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에게는 당장은 쿠슈너의 목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가계부채 단상

두 번째 척도는 2000~2005년 급격히 변화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신용(간단히 말해 가계부채) 비율이다. 이는 일부 국가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체코공화국의 경우 2000년 8.5퍼센트였던 수치가 2005년 27.1퍼센트로 상승했고 [중략] 한국은 33퍼센트에서 68.9퍼센트로 증가했다. [중략] 성숙한 시장경제 국가들의 경우 비율 자체는 높지만 증가율은 신흥 시장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이를테면 일본은 2000년 73.6퍼센트에서 2005년에는 77.8퍼센트, 미국은 104퍼센트에서 132.7퍼센트로 증가했다.[축출 자본주의, 사스키아 사센 지음, 박슬라 옮김, 글항아리, 2016년, p163]

읽고 있는 책에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가의 가계부채 문제가 언급되어 있었고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세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고 있어 인용해보았다. 이 인용문에는 특이한 두 범주의 네 국가가 언급되어 있다.. 2000~2005년 기간 동안의 추세를 볼 때 체코와 한국처럼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크진 않으나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나라들과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크지만 증가세가 둔한 나라들이 언급된 나라들이다.

그런데 그 증가세나 비중의 변화를 보면 확실히 한국은 여러 나라들 중에서도 두드러진 나라랄 수 있다. 해당 기간 동안 한국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50% 미만에서 그 이상으로 비약적으로 증가했는데 증가율은 109%다. 그 기간 동안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여 마침내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벌어진 미국의 28% 증가율보다 훨씬 높은 증가율이란 점이 인상적이다. 비중의 변화나 증가율에 있어서 다른 어느 나라보다 두드러진 나라였다.

최근 추세는 더욱 극적이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해당 비중은 160.7%다. 2005년 기준 132.7%였던 미국의 비중은 2013년 기준 115.1%, OECD의 비중은 135.7%다. 미국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부채청산의 과정을 거쳤다는 것을 의미하고, 우리의 경우 금융위기 당시에도 인위적인 저금리 상황을 조성하면서 제대로 된 부채청산이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부채청산의 이연은 저금리 기조 하에 더욱 더 지연되고 있다.

2016년 1분기 기준 가계대출은 예금취급기관 825.5조원, 기타금융기관 332.9조원으로 도합 1,158.5조원이다. 이에 실질적인 가계대출이라 할 수 있는 개인사업자대출 243.3조원을 합하면 전체 가계대출은 1,401.8조원에 달한다.1 이 대출규모는 가처분소득 대비하여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도 위험하거니와 정부, 가계, 기업 부채의 비중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전체 부채 중 가계부채 비중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이렇게 질과 양에 있어서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비정상적이라 할 수 있는 가계부채의 용도는 무엇일까? 최근 몇 년간의 가계대출 증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완화 이후 급증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투입됐다.2 덕분에(!) 최근 수도권 집값은 오르고 있다. 아파트고 단독주택이고 할 것 없이 경매시장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다. 소위 “갭투자” 열풍과 브렉시트는 미국의 금리인상을 늦출 것이라는 예측 하에 불꽃은 더욱 더 화려하다.

관건은 그 불꽃이 언제까지 타오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한다. 올 8월부터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의 일시상환이 시작된다. 연도별 주택매매 건수는 2015년 119만 건으로 사상 최대 건수의 주택거래가 이루어졌다. 2017~2018년 신규로 입주할 가구 수는 70만 가구로 예측된다. 과연 그때 현재 청약열풍에 편승한 이들이 모두 새 아파트에 입주할 것인가? 빚으로 산 집을 가지고 시도한 “갭투자”는 성공할 수 있을까?

바다에 빠진 노동자라도 빚은 갚아야 한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이 고용주에게 제공하는) 노동생산성이 계속 증가해온 이래 1970년대 이후의 역사상 가장 높은 이윤을 향유했다. (고용주가 노동자들에게 제공하는) 임금은 그렇지 못했다. 은행에 쌓인 증가일로의 이윤은 대부분 소비자 대출이 되었다. 1970년대 이후 소비자 신용의 분출은 고전적인 자본주의 모순을 이연시켰다. 그것은 급속히 확대되었을 때 나빠졌을 수도 있는 소비자 수요를 지탱해주었다. 자본가는 지구화된 노동력 덕분에 그들의 월급명세를 절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8년, 정체되어온 실질임금에 기반을 둔 점증해온 소비자 부채의 25년은 예상할 수 있던 한계에 도달했다. 노동자의 소득이 부풀어 오른 채무를 감당해내기에는 부족하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을 때, 그들의 파산은 – 소비자 부채에 투자한 금융회사들의 파산과 함께 – 2008년의 붕괴에 일조했다.[Capitalism – Not China – Is to Blame for the Current Global Economic Decline]

2008년의 금융위기가 단기적으로 미국의 부동산 시장의 거품뿐만 아니라 중기적으로 1970년대 이후 증가일로에 있었던 소비자 신용이 그 한계에 도달하여 유발되었다는 설명을 인용해보았다. 이글의 서론에도 언급하듯이 자본주의에는 다양한 형태가 현존하고 있다. 하지만 그 다양한 자본주의 형태의 현재시점에서의 공통점은 인용한 부분의 설명처럼 소비의 상당부분이 노동자이기도 한 소비자의 부채를 통해 채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특성은 확실히 이전 세기 초반의 자본주의와는 확연히 다른 특성이다.

이러한, 소득과 소비의 불일치를 소비자 신용으로 채워온 자본주의 형태의 선두주자에서 한국을 빼놓을 수 없다. 예로 한국은 아파트라는 주거형태를 국가 규모의 거대한 소비자 신용을 통해 집단적으로 소비해온 소비자 신용 선진국이다. 이름도 걸맞게 “주택담보 집단대출”이다. 최근 몇 년간 진행되어온 아파트 개발 사업은 전형적으로 개발업자가 “부동산PF”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여 아파트를 짓고, 이를 사들일 소비자는 자기 돈 일부에 “주택담보 집단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여 아파트를 사는 과정을 밟아왔다.

그래서 작년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내놓은 『민간소비 부진의 원인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나열한 여러 원인 중 첫 번째가 바로 “가계부채”다. 보고서는 최근의 민간소비 부진이 “경기적 요인으로 보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고 지적하며, “가계부채가 임계점에 도달”하였다고 단언하고 있다. 가계부채는 그 절대적 규모도 규모거니와 원리금 상환능력이 중요한데, 우리의 가계부문의 원리금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개인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2년 말 163.8%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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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 Austria shipwreck” by Unknownhcandersen-homepage.dk.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Commons.

한편 정부는 지난 12월 16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성과를 구체화”하고자 할 목적으로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았다. 이 발표에서 제시한 가계부채에 관한 정책방향은 “주담대 분할상환 관행 정착”과 “집단대출의 건전성 관리”다. 즉, 만기 일시상환 위주의 대출을 분할상환으로 유도하고 집단대출이 실수요자 위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책인데, 이 정도면 근본적인 부채대책이라기보다는 미세조정에 가깝다. 이는 전경련조차 “임계점”이라고 규정한 심각한 가계부채의 근본대책이라 보기에 미흡하다.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실질적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편인 가처분소득을 늘릴 수 있는 대책으로는 “정규직 전환 및 근로자 임금증가액에 추가 세액공제 부여” 등이 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이미 작년에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를 도입한 바 있고, 그 덕인지 2015년 국내총소득 증가율도 전년기 동기 대비 경제성장률을 상회하였다.2 하지만 여전히 중기적으로 세금·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 부문의 부담 증가3, 전월세 가격의 폭등4은 가처분소득을 감소시키고 있어 그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보다 근본적으로 부채에 허덕이는 가계에 직격탄을 날리는 상황은 부족한 소득마저 빼앗아가는 실업이다. 인용문에서도 지적하듯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지구화된 노동력은 노동자가 언제라도 직업을 잃을 수 있는 전제를 제공하고 있는 한편으로, 국내 경기의 장기침체 조짐에 따른 상시적 인력감축은 노동자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신입사원마저 “희망퇴직”의 희생양으로 만드는 기업의 인력감축정부의 일반해고 요건 완화 시도는 체제적 위기의 풍파에 시달리는 배에서 노동자들을 우선 바다에 던져 넣겠다는 것이다.

물론 바다에 빠진 노동자라도 빚은 갚아야 한다.

한국 자영업의 위기에 대한 단상

지난 3월말 기준 은행권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193조6000억원으로 작년 이맘때(176조6000억원)보다 9.6% 증가했다. 같은 이간 중 중소기업대출 증가율(6.4%) 및 가계대출 증가율(4.3%)과 비교하는 증가세가 훨씬 가파르다. 자영업자 대출은 은행 총대출(1179조2000억원)의 17%를 차지한다. ‘내수경기 침체 장기화→자영업자 대출상환능력 악화→대출 등 외부차입 증가’라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내수침체로 자영업자 폐업 속출…193조 대출금 ‘시한폭탄’ 되나]

자영업자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기사 제목에서 보듯 고질화되어가는 내수침체는 자영업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하지만 내수침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닐 텐데 유독 우리의 자영업의 위기가 더 두드러져 보인다.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영업 소득감소의 원인’ 1,2위는 ‘동종업종과의 경쟁’(41.8%)과 ‘대형 및 온라인업체와의 경쟁’(22.9%)이다. 내수침체도 원인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한정된 시장 안에서 경쟁이 너무 심한 것이 자영업자가 바라보는 위기의 원인이다.

OECD기준 국내 자영업자1 비중은 28.2%(‘11년 기준)로서 OECD국가 평균(16.1%, 10년), 27개 EU국가 평균(16.6%, ’11년) 등을 크게 상회. 특히 지속적인 자영업자 비중 감소에도 불구하고2, OECD 24개국(총 34개국 중 10개국이 ’11년 자료 미공개) 중 상위 4번째 수준3. 일본 11.9%, 독일 11.6%(‘10년), 미국 7.0%(’10년), 캐나다 9.0%, 영국 13.9%(‘10년) 등 주요 국가들의 자영업자 비중은 10% 내외.[최근 자영업자 대출 현황 및 감독방안, 금융감독원, 2013.2.14.]

이러니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다. 해마다 자영업자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리 의미 있는 감소 같지는 않다. 더구나 최근 KT와 금융권의 대규모 인력감축은 신규 자영업자의 공급을 예정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치킨집이나 커피숍 같은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요구되지 않는 업종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다. 거기에다 2위의 소득감소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대형 및 온라인업체와의 경쟁’으로 인하여 슈퍼마켓이나 음반가게 등 특정 업종은 사양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올 1월 평균 보증금이 12% 이상 오른 가운데, 월 평균 임대료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8.3% 증가한 323만원을 기록했다. 매년 1월 기준 월 평균 임대료가 300만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월은 연말 성수기가 끝나고 설 연휴를 앞둔 시기로 대부분 업종에서 비수기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 월 평균 임대료가 처음으로 3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수도권 소재 점포의 임대료 수준이 시기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수도권 점포 평균 임대료, 300만원선 넘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기악화’, 즉 내수 침체가 소득감소 원인 3위(14.6%)다. 4위는 11.5% ‘임대료, 인건비 등 운영비’다. 하지만 3,4위로 지목된 이러한 원인들이 경쟁심화의 와중에 자영업자의 경영을 악화시키는 기본을 제공할 개연성을 무시할 수 없다. 위의 매경 기사를 보면 자영업의 임대료가 대폭 인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내수침체와 저물가 와중에도 임대차보호법이 규정하고 있는 임대료 상한선을 훌쩍 뛰어 넘은 것이다. 그리고 그 인상률은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율도 넘어서고 있다.

국내 가계(비영리법인포함)의 총자산대비 금융자산 비중은 절대적으로 낮음. 국민대차대조표(2014.5)에 의하면 국내 가계의 총자산대비 금융자산 비중은 34.3%로 조사․ 일본의 경우 60.2%, 미국의 경우 70.4%, 유로존의 경우 58.3% 등으로 우리나라보다 매우 낮은 수준. 일본을 제외하고 원금손실 위험이 거의 없는 ‘현금과 예금’, ‘보험 및 연금’ 등 안전 금융자산에 대한 비중이 72.4%로 매우 높음[가계자산의 구조적 특징과 시사점, 현대경제연구원, 2014.6.20.]

왜 저물가의 와중에도 임대료는 오르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에 대한 단초가 아닐까 생각돼서 인용해보았다. 내수는 침체되고 있는 와중에 자영업자 시장은 신규진입자 등으로 인해 공급이 늘고 있다. 이 와중에 우리 가계의 자산은 비금융자산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금융자산조차도 저수익 자산 위주다. 그렇다면 자산수익을 제고해야할 입장의 지주에게는 임대료 인상이라는 수단이 남는다. 자영업자의 대출증가, 임대료 상승, 가계자산의 높은 비금융자산 비중 등의 상황의 연결고리가 있을 것이다.

Fed의 “저렴한” 수고비

블룸버그 뉴스는 오늘 중앙은행이 미국의 납세자들을 대신하여 은행들에 빌려준 1.5조 달러의 대출에 대한 담보로 받은 증권을 연방준비제도가 공개할 것을 연방법원에 요구하였다. 원고의 첫 진술에 따르면 이 소송은 연방관리들이 정부서류를 언론과 일반대중이 이용 가능하게끔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연방정보공개법에 의거한 것이다. “미국의 세금납세자들은 미국의 금융업에 대한 전례 없는 정부의 구제금융이 지니고 있는 리스크, 비용, 그리고 방법론을 알 자격이 있다.” 이메일에서의 뉴욕 블룸버그의 한 단위인 블룸버그 뉴스의 편집장 매튜 윙클러의 의견이다.[Bloomberg Sues Fed to Force Disclosure of Collateral]

2008년 11월 7일자 블룸버그 기사다. 그리고 마침내 연방법원의 명령에 따라 최근 Fed는 대출서류를 공개했고, 신문은 그 내용을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Fed는 PDCF(Primary Dealer Credit Facility) 프로그램을 통해 월街 금융회사의 1,180억 달러에 달하는 정크본드, 부실대출, 등급이 알려지지 않은 증권 등을 현금으로 바꿔줬다고 한다.

이 금액은 리만브라더스가 망한지 2주 후인 2008년 9월 29일 돈을 빌릴 회사들이 Fed에 제공한 1,643억 달러의 담보의 72%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이를 통해 은행들은 총 1,557억 달러를 빌렸다고 한다. 이 말은 또한 담보완충(collateral cushion)이 불과 5.49%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신문은 전하고 있다(계산식은 [1,643-1,557]/1,557).

이중 위험한 담보를 계산해보자. 담보의 43.6%인 717억 달러는 단순 대출이 아닌 위험부담이 높은 자본금(equity)이고, 11.2%인 184억 달러는 이미 부실화된 대출을 포함한 ‘고위험대출(High- yield debt)’(이를테면 구조화된 금융에서 상환순위가 더 늦은 대신 더 높은 금리를 받는 부분), 17%인 280억 달러는 등급이 알려지지 않은 담보였다.

완충담보가 “인수된 담보의 위험에 비해 너무 작다” Pirrong(휴스턴 대학의 재무 교수)이 말했다. “시장의 휘발성이 엄청났던 시기에 정크거나 부실화된 대출과 자본금이 담보라는 것은 무척 놀라운 것이다.”[Fed Let Brokers Turn Junk Into Cash at Height of the Financial Crisis]

그럼 누가 이 엄청난 금액을 빌렸을까? 모건스탠리가 613억 달러로 1위다. 메릴린치가 363억 달러로 2위다. 이들 담보는 전체 담보와 유사하게 상당한 비중의 자본금, 등급이 없는 증권들, 정크 또는 부실화된 대출을 포함하고 있다. 결국 구제금융은 대마불사의 원칙하에 움직였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문제점을 살펴보자면 – 돈을 번 것이 문제라기보다는 돈을 번 원인이 문제지만 – 첫째, 그들이 상업은행의 흉내를 내서 돈을 버는 것은 전통적인 Fed의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그들은 지금 언제 부실화될지 모르는 채권들을 손에 들고 돈을 벌었다. 일반은행들도 비록 부실자산으로 염려되는 여신일지라도 작년 한해 이자율 상향조정을 통해 많은 돈을 벌었다. 워싱턴포스트의 지적대로 연방은행이 해당 채권들을 팔려고 할 때 자본이득(capital gain)을 취하기는커녕 시장에서 소화가 될지도 모르는 채권이 상당수라는 것이 문제다. 결국 미래의 예상손실을 현재 따먹고 있는 것일 뿐일지도 모른다.[2009년 가장 장사를 잘한 은행]

2010년 1월, 내가 작성한 글이다. 당시 알려진 바에 의하면 Fed는 45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려 전 세계 은행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은행이 되었다. 어떤 이는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Fed의 시의적절한 구제금융이 금융시장을 위기에서 건졌고, 어려움에서 벗어난 시중은행들이 빚을 갚으면서 상황이 정상화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용한 내 글에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수익의 창출원은 “언제 부실화될지 모르는 채권들”이었고, 블룸버그가 보도한 내용은 그러한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즉, PDCF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빌려준 금액이 이미 1,557억 달러이고 이들 금액에 대한 담보가 부실한 상황에, 담보의 27%만 부실화되어도 2009년 수익이 몽땅 날아가는 것이다.

은행의 수익창출 방법은 간단하다. 레버리지를 높여 더 많은 신용을 창출하고 이자를 받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위기가 도래할 때 과다한 레버리지와 질낮은 담보가 은행의 목을 죄고 결과적으로 은행은 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최종대부자인 Fed가 금융회사가 망하지 않게 하려 엉터리 담보를 떠안은 것이다. 사상 최대 수익은 그 “저렴한” 수고비다.

Balance Sheet Recession

일본의 경험에 대한 주도적인 사가(史家)인 일본의 노무라 연구소의 리차드 쿠는 QE(양적완화)와 ZIRP(제로금리정책)가 단순한 이유 때문에 작동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는데, 그것은 기업들과 개인들이 그들의 대차대조표를 재정립하는 동안은 대출에 대한 요구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도 돈을 안 빌리면, BOJ(Bank of Japan)이 공급하는 유동성은 그저 시스템 속에 주저앉아서 경제의 소득 흐름에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그의 저서 대차대조표 경기후퇴에서의 글이다.
Richard Koo of the Nomura Research Institute in Japan and a leading historian of the Japanese experience, believes that QE and ZIRP didn’t work for the simple reason that when companies and individuals are rebuilding their balance sheets, there is no demand for loans. “With no one borrowing money, the liquidity supplied by the BOJ will simply sit in the system and will not add to the economy’s income stream,” he writes in his book Balance Sheet Recession.[출처]

책 제목이 맘에 든다.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의 밀어내기 유동성 공급은 시장에 잠겨있게 된다. 반면 기업이나 개인 모두 기존 대출의 건전성은 악화된다. 예를 들어 작년에 LTV(Loan to Value)가 60%였다고 지금도 60%일까? 물론 서류상으로는 그렇겠지만 체감 LTV는 달라진다. 즉 분모인 Value의 시장가치가 떨어지고 있으니 지금 당장 집을 팔지 않더라도 채무자나 채권자 모두가 느끼는 감은 틀리다. 기업이 발행한 ABCP역시 단기자금인 관계로 차환발행의 위험과 설사 그것이 가능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조달비용이 늘 수밖에 없다. 기존대출은 악성이 되고 신규대출은 없는 병목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

“양적완화는 우리 금융위기의 치료법인가?”

정책결정자들은 전통적으로 금리를 내림으로써 축 늘어져 있는 경제를 자극한다. 이러한 금리인하는 다양한 방향에서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만 특별히 더 많은 대출과 (그리고 더 적은 예금) 이를 통한 더 많은 소비를 독려한다. 금리가 높았던 때에는 그것은 영국 경제, 그리고 다른 곳들의 경제의 관리에 관한 성공적인 방법임이 증명되었다. 그러나 영국 금리는 9월의 5%에서 급격히 떨어져 이제 2%이다.

영국과 지구경제의 급격한 경기침체 현상으로 말미암아 더 많은 금리인하가 예상되는데 내년 초에는 1% 이하일 것으로 예측된다. 일단 금리가 0%가 되면 경제촉진 정책이 깨끗이 바닥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제기되는 질문은 이렇다. 다음은 무엇인가?

이 단계에서 중앙은행은 ‘양적완화(量的緩和, quantitative easing, 줄여서 QE)’ 방식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QE는 일단 금리가 제로금리가 될 때 쓰는 통화정책의 자연스러운 연장이다. 신용의 가격을 바꿈으로써 대출수준에 영향을 미치기보다 중앙은행은 (전체 경제에 걸친 신용수준이 주되게 기초하고 있는) 상업은행의 적립금(reserve)를 증액함으로써 대출수준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고 있다. 그래서 이른바 “양적완화”다.

중앙은행은 특히 통화창출을 통해 대차대조표의 양쪽을 증가시킴으로써 이를 실천한다. 그 돈은 상업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겨놓는 초과적립금 수준을 증가시키는데 사용된다. 그러면 상업은행은 그 적립금에 의지하여 사적부문에 돈을 비려줄 수 있고, 그러면 대출수준이 높아지게 된다. 기술적으로 중앙은행은 상업은행(또는 다른 기관들)으로부터 자산을 (통상 정부부채) 매입하고 중앙은행에의 상업은행의 적립금을 보증한다. 이는 물가상승 압력에서 상승으로 이끌 수 있는 통화 기초 (유통되고 있는 화폐에 중앙은행에서의 적립금이 더해져) 증가로 귀결된다.

QE는 새로운 게 아니다. 몇몇 학자들은 이것의 활용이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으로부터의 탈출의 한 주요원인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보다 최근에 일본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QE를 채택했고 금리가 0.25%에 이르자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를 급격하게 확장시켰다. 가혹한 디플레이션은 피할 수 있었고 산출 곡선의 금리는 어느 때보다 낮았다. 그러나 부채수준은 수축했고 경제는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되었었다.

그러서 영국에서 사용하기 좋은 종책인가?

많은 면에서 이것은 영국 정책결정자들의 현 정책선택의 단순한 확장일 뿐이다. 현재까지 현재의 위기에 모든 것들이 시도되었었다. 금리인하, 재정적 자극, 금융시스템의 재자본화, 2007 수준의 대출을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시도, 그리고 주택가격의 약화를 거스르려는 수단들이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그러나 이 위기는 최근의 영국 역사에서의 다른 위기들과는 다르다. 이 위기는 영국이 전체적으로 너무 많이 빌려서 발생한 것이다. 노동당 정부 하에서 가구당 부채는 두 배 증가했다. 정부는 2002년 3분기 회계연도 이후 (쓰기 위해 빌리는) 재정적자가 증가하여 왔다. 이는 내년에는 GDP 대비 8%의 재정적자로 악화될 것이다.

동시에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 중 하나는 많은 부분 대출열기의 뒤편에 있는 금융 부문인데 이들의 대차대조표는 지난 10년간 다섯 배(약 1조 파운드에서 오늘날 5조 파운드를 상회하는) 증가하여 넷 중에 한 요소 정도로 영국경제를 정체시켰다.

QE는 단순히 더 많은 대출을 독려함으로써 수요를 소생시키려는 또 하나의 시도를 의미할 뿐일 수도 있다. 대출이 이 위기를 초래한 뿌리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그것은 치료법이 아닌 것 같다. 치료법은 저축과 자본의 생산적 사용을 독려하는 정책에 있을 것이다. 그 외에 치료법은 침체가 그 흐름대로 흘러가고 시스템으로부터 정화되는 잉여로 인하여 영국경제가 침체로부터 벗어나면서 성장하는 강한 기초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점에서 QE는 재정적 자극, 공격적 금리인하, 그리고 은행이 좀더 많은 대출을 하게끔 하려는 시도와 더불어 단순히 영국의 최후의 순간을 지연시킬 뿐이고 오늘의 문제를 내일로 미루고 영국을 일본식의 “잃어버린 10년”으로 선고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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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글은 현재의 디레버리징과 수요축소 현상을 용인하는 한편, 긴축정책을 통해 경제를 건전화시키자는 주문으로 이해된다. 물론 시장자유주의적인 사상을 가진 이들의 통상적인 주문이긴 하나 이데올로기적인 편견을 떠나 한편으로는 수긍이 가는 면도 없잖아 있다. 현 위기의 원인인 대출을 오히려 독려하고 급기야 돈을 품으로써 사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어쩌면 본문에 나와 있는 대로 위기를 유예시키려는 시도에 불과할 수도 있다. 마약중독자에게 마약을 주면서 생명을 연장시키려는 시도와 비슷하다. 그럼에도 국가와 중앙은행이라는 최종대부자가 경제의 핏줄이라 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이 오염되어 전 산업분야로 퍼져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라는, 또는 더 위축시키라는 주문 역시 비현실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장기적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에 대해 ‘인간은 장기적으로 누구나 죽는다는’ 어느 경제학자의 말을 상기시키지 않더라도 위기는 분명한 현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