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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공약 리뷰] 그래서 복지는 무슨 돈으로 할 건데?

이번 대통령 선거에도 주요 후보들은 다양한 복지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10대 공약을 제출하면서 재원조달 방안으로 증세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증세 없이 세출 구조조정 등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증세를 염두에 둔 ‘중부담·중복지’를 제안했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일찌감치 사회복지세 신설, 법인세 인상을 약속했을 뿐이다.[‘복지 확대’ 약속한 문·안·홍, 재원조달 방안에 ‘증세’는 없다]

각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복지공약을 내놓고 있는 반면 재원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표명 없이 눙치고 있다는 비판기사다. 503이 당초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가계의 세금부담 증가속도가 소득의 그것에 비해 2배에 달했다는 보도도 있는 것을 보면 어떻게든 정부가 세금을 더 걷었고, 현재의 후보들도 세금을 안 걷고 복지를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 같다. 문제는 지금 공약으로라도 그 세수확보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대통령이 된 이는 명확한 기조 없이 세금 우려내기 만만한 상대만을 고를 것이란 정황이다.

즉, 주요 세원인 법인세와 소득세 세입이 2012년부터 역전되어 소득세 세입이 더 많은 것도 한 예다. 진짜 현금이냐 아니냐에 말도 많았지만, 기업의 내부유보금이 증가일로인 상황에서 503은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에 관한 소득세제 개편 등 “사실상 증세”라는 편한 길을 걸었다. 증세냐 아니냐의 논쟁은 사실 경제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이슈 같다. 법인세율 인하는 친시장적인 정부에서 가속화되어온 정황이 있고, 그 경제학적 논리로 내세웠던 “낙수효과” 이론은 비웃음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이제 법인세 인상을 진지하게 고려할 시점이다.

심상정 후보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거기에 사회복지세라는 목적세도 신설하겠다고 한다. 안철수 후보는 “법인 고소득 대상 누진세율 체계 확립”이란 공약을 내놓았고, 국민의당은 이미 24%로 세율을 올리는 법안을 제출했다.1 문재인 후보는 “재정지출 개혁과 세입확대”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문 후보 스스로 “고소득자, 고액 상속ㆍ증여자 과세 강화, 자본소득 과세 강화,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그리고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이런 식으로 제시하며 동의를 받겠다”고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 입장이 모호하다.2

유승민 후보는 “저부담-저복지”를 “중(中)부담-중복지”로 전환하겠다는 슬로건을 내세우지만, 어떻게 그렇게 복지의 기조를 바꿀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세제 구조 조정 및 세제 개편”이란 표현으로 눙치고 있다. 홍준표 후보는 “탈루소득 발굴 및 지하경제양성화 등 세정강화”, “대기업 세제감면 재정비”를 이야기하고 있어 가장 소극적인 입장이다.3 경남도 부채를 다 갚은 오병이어의 기적을 기대하는 것 같다. 요컨대 법인세와 기타 목적세 공약에 있어 심 후보가 가장 적극적, 안 후보가 적극적, 문과 유 후보는 유보적, 홍 후보가 가장 소극적으로 보인다.

한편 가계의 세수부담은 가처분소득의 감소라는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사실은 꽤 신뢰를 얻는 주장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담뱃값 인상으로 저소득층이 더 부담이 됐다는 정황에서 볼 때, 결국 가처분소득과 소비와의 상관관계가 적은 부유층에 세금부담을 더 지우는 누진세 인상과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 심은 소득세 누진강화와 종합부동산세 등 부자증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안은 “선 금융· 부동산 등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 후 고소득 세율 인상 최고세율 인상”을 주장하고 있어 세율 인상에 부정적인 인상을 풍긴다.

문 후보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고소득자, 고액 상속ㆍ증여자 과세 강화, 자본소득 과세 강화”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유 후보는 공약집에서 조세에 관한 별도의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누진구조라는 큰 틀에서는 찬성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금감면 제도 개선 등에 방점을 찍고 있다. 홍 후보는 달리 언급할 내용이 없다. 종합하면 세금 정책은 심 후보가 가장 강경하고 문과 안 후보가 비슷한 내용, 유 후보가 유보적, 홍 후보는 퇴행적이라 할 수 있다. 여하튼 이제 차기 정부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증세가 논의할 시점인 것 같다.

조세도피처에 숨겨진 돈의 간단한 現況

비밀계좌를 통해 외국인들은 어떤 투자를 하는 것일까? 2013년 가을 현재 상황은 다음과 같다. 스위스에 유치된 총 1조 8천억 유로 가운데 겨우 2천억 유로만이 은행의 장기 예금 형태를 취하고 있다. 나머지는 주식, 채권, 특히 투자펀드와 같은 유가증권으로 투자되어 있다. 이 투자펀드 가운데서 룩셈부르크가 대략 6천억 유로로 가장 알짜배기를 유치하고 있다.[국가의 잃어버린 부 조세도피처라는 재앙, 가브리엘 주크만 지음, 오트르망 옮김, 앨피, 2016년, p60]

미국 주식에 투자되는 룩셈부르크 투자펀드를 예로 들어 보자. 두 나라 간의 조세 조약에 근거해, 미국은 룩셈부르크의 투자펀드가 미국 주식에 투자하여 올린 배당금에 전혀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룩셈부르크에서는 투자펀드가 수령한 배당금에도, 투자펀드가 예금자들에게 배분하는 배당금에도 세금이 붙지 않는다. 아일랜드와 케이맨 제도도 마찬가지다.[같은 책, p50]

이 두 문구를 통해 선진국의 부자들이 그들의 부를 어떻게 조세도피처를 통해 세탁하는지 그 방식의 편린을 들여다볼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전 세계 가계 금융자산 중 약 8%에 해당하는 5조 8천억 유로가 조세도피처 소재 계정에 유치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중 3분의 1에 육박하는 자산이 스위스에 예치되어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 자산은 다시 투자펀드로 운용되고 있다.

한편 투자펀드의 막대한 비중이 룩셈부르크에 소재하고 있다. 이는 그 나라 스스로가 투자펀드의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고, 미국과의 조세협약을 통해 이익을 미국으로 송금해도 세금을 면제받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인이 스위스 비밀계좌를 통해 룩셈부르크 투자펀드에 돈을 운용하여 올린 수익을 미국으로 송금하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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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ovitOwn work, Public Domain,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6222458

참 아름다운 나라이긴 합니다만….

결국 “비밀계좌”라는, 스파이 소설 등에서는 다소 낭만적으로 여겨질지도 모르는 세탁된 자금은 지금도 투자펀드를 통해 전 세계 자산에 투자되면서 거품 형성과 붕괴에 일조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세금을 걱정하지 않으니 이들의 투자성향은 좀 더 공격적이 될 수밖에 없다. 전 세계 자산시장은 이로 인해 더욱 변동성이 심해질 개연성이 있다.

조세도피처에 숨겨진 자금은 투자시장에 미치는 악영향보다 더욱 심각한 악영향을 해당국가에 끼친다. 이들이 돈을 숨겨놓음으로써 정부가 걷을 수 있는 세수는 줄어들고, 이로 인해 정부가 집행할 수 있는 사업이 이행되지 않거나 민간자본의 돈을 빌릴 수밖에 없다. 사회의 빈곤화 현상과 투자자의 부유화 현상이 겹쳐지는 것이고 “트리클다운 효과”는 한낱 환상이 된다.

저자는 이런 악순환의 해결을 위한 대안의 하나로 “세계금융등기부”를 제안하고 있다. 전 세계 자산의 재무상태표를 작성하여 이익의 원천과 소재지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다.. 각국의 상호협조 하에 이렇게 세계금융등기부가 마련되면, 적어도 어느 정도 과세가 투명해질 것이다. 예전에 농반진반으로 주장한 전 세계 단일세율 과세와 결합하면 좀 더 파급력이 있을 것 같다.

전쟁의 아이러니, 세제개편

일본은 1938년 전시총동원법이 제정된 이후 전면적인 전시체제에 들어섰는데 모든 산업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재편되었고 국가 재정규모는 팽창하여 1936년에 약 22.8억 엔이던 것이 1940년에 109.8억 엔에 이르렀고 전쟁이 막바지이었던 1944년에는 861.6억 엔으로 급격히 팽창하였다. 한편 이들 각 연도에 군사비가 국가 총재정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36년에 47.2%이던 것이 1940년에는 72.4%, 1944년에는 85.3%까지 이르게 되었다.[역사 속 세금이야기, 문점식 지음, 세경사, 2012년, p231]

전쟁은 당연하게도 “큰 정부”를 만든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의 추축국 일본은 큰 정부가 탄생하는 극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인용문에서도 보듯 일본 경제는 1936년에서 1944년이라는 1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재정규모가 무려 37배 이상 늘어났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군사비는 그 재정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군사비로만 놓고 볼 때에 그 규모의 증가추이는 68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쯤 되면 당시 일본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전쟁기계 그 자체였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참전국이 이렇게 재정규모를 극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배경에는 세금이 있다. 전쟁비용 조달은 자체비용, 침략국 수탈, 채권발행 등이 있겠으나 근현대에 들어서 일반화된 수단은 바로 조세다. 특히 양차대전은 각국이 세제 개혁을 통해 항구적인 재정조달수단을 확보하게 되는 주요한 계기가 된다. 세금이라는 것이 결국 국가가 국민에게 별도의 직접적인 반대급부 없이 돈을 걷는 방법인 만큼 전쟁이라는 엄중한 상황은 그런 인기 없는 정책을 – 특히 직접세의 경우 – 밀어붙이 좋은 시기였기 때문이다.

1940년까지 미국에서 소득세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소득세제도가 도입된 이후 30년 동안 전체 인구의 6% 정도만이 소득세를 납부하였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는 소득세제도가 국가 재정의 가장 중요한 중심이 되었다. 재무부장관이었던 헨리 모겐타우는 전쟁기간 중에 라디오·신문을 통하여 만화가, 아나운서, 가수 등을 동원하여 전 국민을 상대로 세금 납부 촉구 홍보를 하였다. 이처럼 효과적인 홍보 전략과 국민들의 애국심에 힘입어서 제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2년간 연방정부는 전쟁비용의 약 반을 세금으로 충당하였다. [같은 책, pp225~226]

인용문처럼 당초 직접세인 소득세는 전체 세수에서 미미한 비중만을 차지할 뿐이었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비용이 많이 드는 통치행위를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었기에 정부는 정치권을 설득하고, – 의회가 있는 경우 의회 동의를 얻어 – 납세자를 설득하여 – 공권력과 애국심 호소 등을 통하여 – 세수를 확보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법인세와 소득세 납부액이 1939년 기준 국민총생산의 1% 정도였는데 전쟁 중인 1943년도에는 8%까지 증가하였다고 한다.

현대의 세제개편은 이렇듯 소득세 납세자 수가 대폭 증가하며 간접세 중심 세제에서 직접세 중심 세제로 비중이 옮겨가게 된다. 한편 전쟁이 직접세의 당위성을 당연시하는 계기가 되었다면 그 징수를 가능케 하는 수단은 대공황과 전쟁 국면에 각국이 도입한 국민계정(national accounts)일 것이다. 국민국가 단위의 경제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이런 시도는 1920년대 소비에트 블록에서 시작되었고, 자본주의 진영에서는 거시경제학의 득세와 세수 증대라는 목적을 위해 본격화되었다..

전쟁의 아이러니다. 파괴를 위한 존재가 세제개혁과 관료기구의 성장을 추동했고, 전후 이는 자본주의 진영 역시 야경국가가 아닌 적극적인 경제주체로 활동해야 함을 일깨워준 계기가 된 것이다. 그보다 더한 아이러니는 누진세 도입이다. 전쟁 당시 미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94%였는데 누진세 도입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한 이는 바로 칼 맑스였기 때문이다. 자본가에 의한 전쟁을 반대한 칼 맑스가 주창한 누진세가 전쟁을 통해 정착된 셈이니 가장 지독한 역사의 아이러니 중 하나인 셈이다.

오바마의 의회 연설에 대해

이제 사실은, 인프라스트럭처와 기초연구와 같은 이슈에 관해서는 이 의회에서 초당적 협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양당의 구성원들이 그렇게 내게 말했습니다. 뜻밖에 너무나 자주 바위들에 마주치는 지점은 이러한 투자를 어떻게 지불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미국인으로서 우리는 모두 그렇게 하는 한에는 공평한 세금을 내는 것을 개의치 않습니다. 그러나 너무도 오랫동안 로비스트들은 다른 이들이 모든 운임을 지불하는 동안 몇몇 기업들은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는 개구멍이 있는 세금 항목을 속임수로 만들어왔습니다. 그들은 중산층 가족들이 필요한 감면은 거부한 채 슈퍼리치들은 필요하지도 않은 사은품을 안겨주었습니다. 올해 우리는 이를 바꿀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개구멍을 닫아서 해외에 이익을 남겨두는 기업들에게 보상하지 말고 미국에 투자하는 이들에게 보상합시다. (박수) 우리의 인프라스트럭처를 재건하는데 그들의 유보금을 사용하고 고향에 일거리를 가져오는 것이 기업들에게 보다 매력적이 되게 합시다. [중략] 그리고 상위 1%가 그들이 쌓아놓은 부에 대한 세금을 회피하게끔 하는 개구멍을 닫읍시다. 우리는 그 돈으로 더 많은 가족들이 보육(childcare)에 쓰고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게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오바마의 의회 연설 중]

오바마의 이번 의회 연설은 크게 경제와 안보에 관한 주제로 나눠지는데 경제 부분만 보면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연설인가 미국 대통령의 연설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진보적이다. 오바마는 ‘여성이 남성과 동일노동에 동일임금을 받게 하자’, ‘최저임금을 올리자’, ‘노조를 강화시킬 법이 필요하다’, ‘커뮤니티 대학을 무료로 하자’ 등의 진보적 의제를 제시하며 남은 임기 내에 이러한 조치를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용한 부분은 이런 여러 의제 중에서도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가 제시한 계획의 실천을 위한 재원조달 수단의 하나로 제시된 이 제안의 공격대상이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블룸버그의 한 칼럼은 오바마의 연설 취지는 실제로 그의 계획이 실행될 것을 염두에 두었다기보다는 2016년 대선에서의 이슈 프레임의 일환이라 보고 있고 나 역시 공감하는 바다. 공화당이 우세인 현 의회에서 남은 2년 동안 가시적인 조치가 있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오바마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의도 중에는 미국 경제는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와중에 중간 소득은 오히려 떨어지는 등 노동계급의 체감경기는 그리 호전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러한 상황의 책임을 의회에 전가시키려는 것도 있을 것이다.

Barack Obama addresses joint session of Congress 2009-02-24.jpg
Barack Obama addresses joint session of Congress 2009-02-24” by Pete Souzahttp://www.whitehouse.gov/ (specifically http://www.whitehouse.gov/assets/hero/624×351/_MG_0474-hero.jpg) Accessed 2009-02-25; Story.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한편 힐러리 클린턴은 오바마가 “중산층 경제학(middle-class economics)”이라 이름붙인 이 의제에 동의하는 트윗을 날렸다. 공화당의 한 그룹은 이로써 “오바마 3기”가 가동됐다고 촌평하기도 했다 한다. 하지만 공화당 역시 경제적 불평등이란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오히려 밋 롬니는 오바마 집권기간 동안 경제적 불평등이 가속화되었음을 지적하는 “대중영합주의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현재의 미국인들이 의료비용, 저임금, 부채, 학비 등에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갤럽 조사결과를 정치권이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막대한 돈을 풀어 망가져가는 시장을 살렸지만 그 와중에 부의 편중은 더욱 심해졌고 공정성은 훼손됐다는 사실은 이제 소수의 극단적 선동가를 제외하고는 동의하는 바일 것이다. 실천의지가 있는 발언이든, 이슈 프레이밍을 위한 발언이든 오바마의 이번 연설의 메시지가 그러한 편향된 경제적 효과를 정상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이런 태도를 경제적 불평등이 미국 못지않게 심한 어떤 나라의 대통령도 견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시궁창 1, 시궁창 2, 시궁창 3.

법인(法人)이 가지는 선택의 자유의 전제

실제 미 대기업의 조세 회피가 선거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이를 돕는 월스트리트가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타깃이 되고 있다. 해외의 경쟁 기업을 인수한 뒤 본사를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등 유럽으로 옮기는 이른바 ‘인버전(inversion·자리바꿈)’ 전략을 월가가 부추기고 있다는 것. 뉴욕타임스(NYT)는 톰슨로이터의 집계를 인용, 월가 투자은행들이 최근 3년간 미국 기업들에 인버전을 자문하며 벌어들인 수수료 수입만 1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중략]월가를 대표하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은 이에 대해 “인버전은 값싼 물건을 사기 위해 월마트에 가는 것과 같다”며 “기업들도 똑같은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금융개혁’ 칼 빼든 오바마…대놓고 反旗 든 월가]

최근 미국의 조세당국은 최근 “조세정의”를 세우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오바마는 인버전 전략을 추구하는 기업을 ‘기업 탈영병’이라 부르며 비난하며 미국 기업의 국적 포기를 어렵게 하는 법안 제정에 착수했다고 한다. 이러한 경향은 정서적으로는 민주당 특유의 反월스트리트 정서와 실용적으로는 세수부족이라는 배경 아래서 더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의 기업의 “선택의 자유”는 시장자유주의자들의 전형적인 논리다. ‘소비자는 소비선택의 자유가 있고 기업은 기업 의사결정의 자유가 있다’는 논리를 겉으로 보기에 지극히 타당한 논리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는 개인(個人)과 법인(法人)을 시장에서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 경제주체라 여기는 상황에서 더욱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떠한가? 법인은 바다 건너 회사를 인수해 본사를 그쪽으로 옮기며 계속 본국에서 장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쪼갤 수 없고 합칠 수 없는 개인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소득이 있는 곳에서 정주하며 소득세를 내야 한다. 다이먼은 개인의 소득행위가 아닌 소비행위를 기업의 소득행위에 비유하면서 이러한 차이점을 애써 회피한 셈이다.

한편 기업의 자유를 부르짖은 제이미 다이먼의 마음속에는 시장자유주의 주창자가 전가의 보도로 쓰는 “보이지 않는 손”의 교리가 내재되어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효율적으로 최적화시켜줄 것인데 정부가 이것을 억지로 왜곡시키려 하고 있다는 선험적인 그 믿음. 하지만 아담 스미스가 설명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아담 스미스는 『도덕 감정론』에서 “(神이) 우리들의 (마음에 심어준) 도덕적 능력(moral faculty)의 명령에 따라 움직임으로써… 우리는 필연적으로 인류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추구하는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어떤 의미에서는 神과 함께 일(同役)하며 우리의 능력 안에서 가장 최대한으로 神의 계획을 진전시킨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한국 자본주의에 대한 아담 스미스의 메시지]

시장자유주의자들은 시장의 논리에 도덕의 잣대를 들이대지 말라며 “보이지 않는 손”을 준거로 내세우지만 이미 그 “보이지 않는 손”에는 도덕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시장자유주의는 끝없는 모순의 ‘뫼비우스 띄’를 맴돌게 된다. 구글과 같은 첨단기업이 이미 첨단적으로 도입했던 인버전 전략이 어떻게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지는 이미 재론의 여지는 없는 것 같다.

미재무부에서 일했던 세무 경제학자 마틴 설리반은 “이 회사는 평균적인 법인세율이 20%이상인 고세율의 나라들에서 대부분 영업활동을 합니다.” 미국 다음으로 구글의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영국은 28%다. 버뮤다에서는 법인세가 전혀 없다. 구글의 이익은 세무 변호사들로부터 “더블 아이리쉬”와 “더취 샌드위치”로 불리는 대단히 난해한 경로를 통해서 이 섬의 백사장으로 여행한다. 구글의 경우 이렇게 작동한다.: 유럽, 중동, 또는 아프리카의 어떤 회사가 구글을 통해 검색광고를 구입하면, 이 돈은 구글 아일랜드로 송금된다. 아일랜드 정부는 기업이윤에 대해 12.5%를 과세한다. 그러나 구글은 이 이윤을 더블린 사무실에 머물게 하지 않게 함으로써 대부분의 세금을 내지 않았는데, 보도된 바로는 2008년에 세전이윤이 매출의 1%도 안 된다.[사악한 구글과 미련한 아일랜드]

새 경제팀의 정책방향에 대한 단상

자본주의의 3대 경제주체는 정부, 기업, 가계다. 기업과 가계는 노동력을 사고팔아 각각 돈을 벌어 정부에 세금을 낸다. 정부는 이 세금을 걷어 주로 시장이 채워주지 못하는 영역에 돈을 지출한다. 기업이나 가계 역시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벌어들인 돈을 소비한다. 가장 일반적인 경제지표중 하나인 국내총생산(GDP)은 이렇게 소비, 투자, 정부지출의 합에 수출을 더하고 수입을 빼는 형태로 추산된다.

어제 정부가 발표한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이란 자료에서는 우리의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경상수지 등의 패턴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기간의 패턴과 유사하다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성장률은 바로 GDP의 변화추이로 산정되는데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2001~2011년 기간 동안 연평균 4.4%성장하였으나 2012~2013년 기간 동안은 2.6% 성장에 그쳐 일본과 유사하다는 것이 경제팀의 판단이다.

경제팀은 특히 경제성장의 3대 추진과제를 ‘내수활성화’, ‘민생안정’, ‘경제혁신’으로 설정하였다. 이는 현재의 경제상황이 ‘내수침체형 불황’이라는 경제전문가들의 인식과 맥락을 같이 하는 판단이다. 경제팀은 ‘내수활성화’를 위해 소위 “41조원 + α”의 정책 패키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41조원의 패키지는 실제로 정부지출은 아니고 각종 기금의 추가집행이나 민간투자의 활성화를 통해 달성하겠다는 복안이다.

“41조원 + α” 정책 패키지보다 더 혁신적인 경제팀의 아이디어는 기업에 너무 많은 돈이 쌓여있고 이를 가계로 순환되도록 하여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경제팀은 “내수부진이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가계↔기업↔정부의 경제 선순환 고리가 약화된 구조적·복합적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임금 상승세가 둔화되고 비정규직 문제가 지속되면서 기업의 성과가 가계로 환류 되지 못 하고”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팀이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 문제를 이렇게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그간 거의 찾아보지 못했던 상황이다. 게다가 야당에서나 주장하던 “사내유보금 과세”라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재계는 크게 당황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사설에서 “기업이익의 처분은 기업가의 고유한 경영상 판단에 속하는 문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팀은 대상을 신규 유보금으로만 물러설 뿐 과세 자체를 폐지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경제팀이 강행하려는 배경으로 기업과 가계간의 분배 불평등으로 인해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사라졌다”는 인식은 국회예산정책처도 동일하게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 깔려 있다. 가계의 실질소득 및 가처분소득은 악화되고 있고 이 부분이 소비부진으로 이어져 경제성장률 저하와 경상수지 증가의 배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팀이 법인세 증세가 아닌 “근로소득 증대세제”와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당장의 정책효과를 논하기에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일단 경제팀의 문제인식과 이 방향성에는 동의한다. 다만 정부 전체적으로 보다 전향적인 노동정책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자가 단순한 정부정책의 수혜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임금결정력과 고용안정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동조합의 활성화, 부당노동행위 엄단 등을 지원하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교조를 “노조로 보지 않는” 反노동 행위가 엄존하고 있다.

공유경제 단상

요즘 “공유경제”라는 조금은 거창한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이 개념은 “사람들이 남는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그리 거창하거나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집주인이 집을 전월세 놓는 행위는 바로 그러한 공유경제의 고전적인 모델일 것이다. 이 모델이 화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인터넷과 결합하고서부터다.

인터넷과 공유경제의 결합을 사업모델로 하여 성장하고 있는 업체는 대표적으로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있다. 에어비앤비는 개인소유 주택의 임대 서비스를, 우버는 도시 내 차량이용 서비스를 중개하면서 중개수수료를 수입원으로 하며 공유경제 모델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보이고 있다. 이들의 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를 상회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 서비스는 현재 각국 정부 및 기존 사업자로부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된 이유는 “안전과 관리・감독, 세금 징수 어려움” 등의 이유에서다. 공유경제는 행정단위의 과세기반을 흔든다는 점에서 과세당국의 골칫거리다. 또한 안전관리, 면허유지 등으로 세금 이외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기존사업자로서는 얍삽한 경쟁자다.

이런 갈등은 빌딩에 입점한 음식점과 그에 인접한 노점상 간의 갈등을 연상시킨다. 빌딩 내 음식점은 월세, 세금 등을 내지만 노점상은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노점상은 이런 면에서 합법적 서비스가 부담하는 물적/사회적 인프라의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무임승차자”다. 현재의 문제는 공유경제 업체가 이런 부(-)의 외부효과를 지구적 규모로 초래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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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bnb Logo Bélo” by DesignStudio – Airbnb’s Design Department.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즉, 호텔업계에게 있어 에어비앤비와 택시 회사에게 있어 우버는 분식점에게 있어 노점상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큰 규모의 위협이 되는 존재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면허권을 얻어 영업하고 있는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한다. 어떤 이는 이런 규제가 부조리하며 공유경제라는 혁신적 서비스에 맞지 않다고 하지만, 그런 규제가 또한 안전, 보건과 같은 최소 서비스를 보장해왔다.

기존업체에게 있어 또 하나의 난제는 공유경제 업체가 고정자산을 보유하지 않은 채 자신들은 단순한 중개 서비스 일뿐이라고 주장하며 논란을 피하려 한다는 사실이다. 아마존, 페이스북이 그렇듯 이들은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을 형성했을 뿐으로 그 주장은 틀린 말이 아니다. 이런 업종의 애매함은 기존업체나 규제당국 모두 그 업종과의 협상에서 고려할 사항일 것이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믿음의 진화’라는 논평에서 공유경제 성공의 원인으로 중산층의 빈곤화가 “남는 자원”을 빌려줘 소득을 얻으려는 동기를 유발한 사실을 꼽았다. 이러한 그럴듯한 분석에서 또한 공유경제 모델과 노점상 사이의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개별 서비스 공급자는 무임승차를 통해 적정 수익을 창출하려는 강력한 동기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공유경제 업체의 갈 길도 만만치 않다. 이미 많은 유사 공유경제 업체가 문을 닫았다. 이는 이 서비스가 의외로 많은 비용을 지불하여야 한다는 것을 간과한 대가일 것이다. 에어비앤비나 우버도 생계형의 아마추어 공급자를 그럴듯한 공급자로 개선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문제는 이들이 이렇게 기성업체와 닮아간다면 그들의 본질적인 장점이 퇴색할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