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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을 벗어난 생각”

당신이 또 다른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길 원한다. 누가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에 돈을 대는가? 연금펀드, 보험사, 기부금 펀드, 그리고 몇몇 은행들이다. 나는 1 달러에 대해 30 내지 40 센트로 이들 자산을 사들여서 더 커다란 바보들에게 더 높은 가격으로 팔아먹기 위해 정부보조금을 받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들에게 연금펀드들이 2%의 관리수수료와 20%의 실행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Kolivakis 연금계획’이라 부르자) 세계에서 가장 큰 연금펀드들이 함께 “연금 정리 신탁”을 만들어 이들 자산을 은행들의 북에서 지워버리고 그것들을 세계경제가 궁극적으로 회복될 때까지 조금씩 다년간에 걸쳐 팔면 어떨까? 왜 당신들이 함께 뭉쳐 당신들의 재정적 영향력과 깊은 속주머니를 이들 자산들의 소유권을 직접 취득함으로써 돈을 벌기 위해 사용하지 않고 헤지펀드, 사모펀드 또는 이 세계의 PIMCO에게 돈을 지불하는가?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바와 같이 이는 개별 투자정책과 그것이 가능하게 하는 몇몇 방책들과 같은 몇몇 중요한 계획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연금들이 신용 시스템이 다시 작동하는 것 돕는 한편으로 연금들도 그들의 적자를 메울 수 있게 할 수 있다.  나 생각에 이제 우리는 “틀을 벗어난” 생각을 시작하여야 하고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금융위기를 다룰 몇몇 장기적인 대안들을 실행하기 시작하여야 한다.

I want you to think about something else. Who funds hedge funds and private equity funds? Pension funds, insurance companies, endowment funds, and some banks. I find it perverse that pension funds will pay 2% management fee and 20% performance fee to some hedge fund or P.E. fund that will then get a government subsidy to buy these assets at 30 or 40 cents on the dollar hoping to sell them to a greater fool at a higher price. I got a better idea (call it the ‘Kolivakis Pension Plan’). Why don’t the world’s largest pension funds band together to create a “Pension Resolution Trust” taking these assets off the banks’ books and then selling them off slowly over many years as the global economy eventually recovers? Why pay fees to hedge funds, private equity funds or the PIMCOs of this world when you can band together and use your financial clout and deep pockets to make money by directly taking ownership of these assets? Admittedly, this will require some serious planning, some changes in individual investment policies and some resources to make it work, but it can also help pensions deal with their deficits while they help the credit system get going again. I think it’s time we start thinking “outside the box” and start implementing some long-term solutions to deal with a virulent financial crisis that threatens global peace and prosperity.[Guest Post: Hedge Fund Socialism?]

이를테면 가이스너의 새 대안은 SPC를 설립하여 민간투자자들을 자기자본에 끌어들여 그들이 주도가 되어 부실자산을 인수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들 민간투자자들의 구성은 누가 될까? 허다한 은행들이 빌빌거리고 있는 요즘 위에 언급하였듯이 결국 연금펀드들의 돈을 관리하는 헤지펀드들일 가능성도 크다. 연금펀드가 ‘사회적’ 성격을 갖는다면 결국 ‘민간’투자자라기보다는 공공의 또 다른 얼굴일 뿐인데, 위 글을 쓴 이는 결국 막강한 힘을 가지면서 공공적 성격이 있는 이들이 뭐 하러 비싼 돈 줘가면서 빌빌 거리는 헤지펀드에게 돈을 맡겨 간접투자를 하고 있냐는 것이다. 생각해볼만한 재밌는 주제다.

추가설명

우리나라 배드뱅크 설립 논의에 관하여

실제 최근 배드뱅크 추진 소식이 전해진 이후 지난 연말에서 올초 13~14%의 할인율을 적용했던 캠코가 최근엔 8% 정도로 낮추겠다는 제안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스레 시장가격이 형성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게 은행측 설명이다. 그동안 캠코가 부실채권 매각에 있어서 사실상 독점기구화하면서 부실채권 매각 과정에서 헐값매각이 이뤄진다는 은행들의 불만이 나오던 터였다. 그런데 갑작스레 캠코의 참여 소식이 전해지자 은행 한 관계자는 “말하자면 경쟁상대를 투자자로 참여시키는 건데 이건 말도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수의 은행 관계자들 역시 “캠코가 지분출자를 10~15% 수준으로 한다면 거의 개별은행의 출자 수준과 비슷한데 이 경우 가격 산정 등의 과정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려고 하지 않겠냐”고 우려했다.[민간 배드뱅크에 캠코? 은행들 `당혹`, 이데일리, 2009년 3월 24일]

금융권의 부실자산 인수 방안이 미국의 경우 자산관리공사가 미행정부의 주도로 민간을 참여시키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반면(알파헌터님의 글 참조), 우리나라는 자산관리공사(Kamco)가 부실자산을 인수하려는 시도에 민간은행들이 연합하여 별도의 배드뱅크를 설립하는, 즉 자산관리공사와 민간 배드뱅크가 경쟁체제로 갈수도 있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자산관리공사가 민간의 배드뱅크에 지분을 출자한다는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 같다. 모르긴 몰라도 투톱체제로 가다보면 당연히 민간 배드뱅크가 더 비싼 값에 부실자산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고, 이러다보면 자칫 자산관리공사의 존재감이 없어져버릴 우려감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위 기사에서도 따르면 자산관리공사의 부실자산에 대한 할인율은 13~14%에 달한다.(사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14%의 할인율도 매우 높게 쳐주는 감이 있다) 즉 내년에 100원으로 가격실현이 예상되는 자산을 현재가격 86~87원에 매입한다는 것이다. 할인율이 8%면 92원이 될 것이다. 이것이 다년간의 가격실현이 되는 사업에 복리로 적용되면 가격 차이가 무척 클 것이다. IMF 외환위기 시절 스스로는 우량자산이라 생각했던 자산을 이런 할인가격에 판 경험이 있는 민간은행 측이 그래서 이번에 ‘반란’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역시 문제는 적정가격의 산정이다. mark-to-market, 즉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어 가격을 측정할 수 없는 자산의 경우 mark-to-model, 이해당사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가격산정 혹은 사업성 분석을 통해 가격을 합의하는 것인데, 이것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만에 하나 사업타당성이 있다손 치더라도 부실(가능성)자산은 부실자산일 뿐이고, 더구나 같은 가치를 갖는 자산이라 할지라도 민간 배드뱅크의 참여은행이냐 아니냐에 따라 매입 우선순위가 매겨질 가능성도 많다.

금융견실주의(金融堅實主義 ; financial prudence)

소비(消費)는 – 분명한 것을 반복하자면 – 경제활동의 유일의 귀착점(歸着點)이며 목적(目的)이라 할 수 있다. 고용(雇用)의 기회는 필연적으로 총수요(總需要)의 크기에 의해 제한된다. 총수요란 오직 현재의 소비(消費)로부터, 또는 장래의 소비를 위한 현재의 준비(準備)로부터 유발될 수 있을 뿐이다. 우리가 미리 유리하게 대비할 수 있는 소비를 한없이 뒤로 미루어 둘 수는 없다. 한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 볼 때, 우리는 장래의 소비를 위하여 금융적 방편(方便)으로 대비할 수는 없으며, 오직 경상적인 현물(現物)의 산출(産出)을 통하여 대비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의 사회조직과 기업조직이 장래를 위한 금융적 준비를 장래를 위한 실물적 준비로부터 분리하고 있으며, 따라서 전자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후자를 수반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것이 사실인 이상 금융견실주의(金融堅實主義)는, 허다한 예가 증명하듯이, 총수요(總需要)를 감소시키고 따라서 복지(福祉)를 저해할 가능성이 짙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미리 대비한 소비가 크면 클수록, 미리 대비하기 위한 무엇인가를 또 발견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고, 수요(需要)의 원천으로서 우리가 현재의 소비(消費)에 의존하는 정도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의 소득이 크면 클수록 우리의 소득과 소비와의 차액도 늘어난다. 따라서 어떤 진기한 방편이 없는 이상, 우리가 후에 보는 바에 같이,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은 없다. 다만 우리의 소비가 우리의 소득에 미달하는 액수가 (오늘 생산(生産)하는 것이 채산에 맞는) 장래소비(將來消費)를 위한 물적(物的) 준비와 동등한 액수를 초과하지 않도록, 충분히 많은 실업(失業)이 유지됨으로써 우리를 빈곤(貧困)에 얽매어 두는 길이 있을 뿐이다.[John Maynard Keynes,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조순譯, 비봉출판사(2007), pp 122~123]

케인즈의 사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문구라 생각되어 소개한다. 그는 “자본은 소비와 분리되어 존재하는 독립적인 실체가 아니”며 “소비성향의 약화는 모두 소비에 대한 수요뿐 아니라 자본에 대한 수요도 동시에 약화”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용한 문단은 그 중에서도 소비성향의 약화의 원인으로 “금융견실주의(金融堅實主義 ; financial prudence)”를 지목하고 있다. 얼핏 익숙하지 않은 용어인데 다음과 같은 케인즈의 설명에서 그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다.

만약 이것의 효과가 ‘견실(堅實) 금융주의(financial prudence)’에 의해, 즉 설비가 실제로 소모되는 것보다도 더 빨리 원가를 ‘상각(償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에 의해 악화된다면, 그 누적적인 결과는 사실 매우 심각하게 될 수 있다.[같은 책, p118]

즉 한 기업주가 설비의 감가상각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보수적으로 그 소모분보다 더욱 많은 금액을 상각하고, 이것이 전 사회적으로 누적될 경우, 그것은 소비수요 약화에 이은 자본수요의 약화로 귀결된다는 것이 그의 논지다. 예를 들면 현재의 금융위기에서 은행들이 BIS 비율 확충을 위해 노력하게 되면 결국 대출여력이 줄어들어 가계소비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보수적 관점의 폐해가 [기업의 금융견실주의적 비용증가 -> 소득감소 -> 소비수요/저축 감소 -> 자본수요 감소] 순환과정에서는 타당한 논리이지만 케인즈가 별로 주목하지 않는 소비원천에 대해 살펴보면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즉 그는 무의식적으로 소득을 소비의 거의 유일한 원천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2차 대전 이후, 주요 선진국들의 노동계급은 실질소득이 크게 증가하는 한편으로, 그에 상응하게 빚을 지게 되었다. 안락한 교외주택, 큰 배기량의 자동차, 각종 가전제품이 중산층의 풍경으로 자리 잡으면서 그들은 마르크스나 심지어 케인즈도 인지할 수 없었던, 단순한 임금재 이상의 소비력을 과시하게 되었고, 이중 상당부분은 빚으로 채워온 것이다.

즉 소비적 측면에서의 금융의 기능은 케인즈의 염려와 반대로 ‘금융방임주의’적인 순환과정이 형성되어왔고, 그것의 하이라이트는 1980년대부터 급속히 성장한 주택담보대출, 이른바 모기지론이라 할 수 있다. 모기지론 증권화를 통한 급속한 신용확대과정은 이후 카드론, 오토론, 스튜던트론에서도 그대로 복사되었고, 그것이 현재의 금융위기, 나아가 경제위기를 불러온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케인즈는 “은행권을 폐광에 묻었다가 다시 파내게 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하였지만 이것은 결국 총소비가 총소득을 초과하여 지속적으로 왜곡된 자본수요를 불러오는 경제체제에서는 통하지 않을 말인 것 같다. 요컨대 현재의 양적완화, 금리인하, 주택담보대출 비율 완화 등의 경제해법들은 금융견실주의적 자세를 견지하지 않아 붕괴된 소비수요를, 자본부문에서의 금융견실주의의 폐기로 만회해보자는 시도인 셈이다.

구제금융 금지조항

더구나 유로권 국가들 사이에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상의 구제금융 금지조항(동조약 125조)이 적용되고 있다. 이 조항은 유로화에 참여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신용위기가 발생할 경우 다른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으로 회원국들이 방만한 경제 운영으로 신용위기가 발생할 경우 주변국들의 피해를 막고 당사국들도 남들의 신용에 기대는 모럴 해저드 상황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제정된 조항이다. 이와 같이 유럽연합 차원에서 개별 회원국에 대한 지원을 금지하고 유럽중앙은행이 소규모 회원국들의 환율 불안요인을 반영한 조정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 회원국들은 위기 국면에서 국채 스프레드 증가로 인해 재정 부담이 점점 더 커지며 신용등급 하락 등 악재가 추가될 경우 국가부도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화의 미래, 이서원 책임연구원, LGERI 리포트, LG경제연구원, 2009년 3월 11일]

이 글을 읽고 떠오르는 것. 적벽대전. 옆 배에 불이 났는데 자기 배에 불이 옮길까봐 물을 못 뿌린다 이거지. 쇠사슬로 서로 묶여 있는데도…..

청산(liquidation)의 계급차별성

이번 위기 해법의 어려움은 사실 서로 모순된 해법들이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섣부른 청산은(바하문트님의 다음 글 참조) 대공황처럼 견디기 어려운 침체를 지속시킬 것이므로 지양하여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는 거품이 끼어있는 자산을 청산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산의 거품을 걷어내지 않으면 투자에 따른 자산가치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기에, 앞서 글에서의 risk taker는 찾아보기 힘들게 된다. 시장에서 hedger만 있고 risk taker가 없으면? 시장은 존재할 수 없다.

“급격한 청산을 지양하되, 결국에는 청산되어야 한다.”

이 교묘한 줄타기가 관건이다. 그 줄타기 중 하나가 미 행정부의 금융기관 및 자동차 기업들에 대한 조치이다. 사유화되어 있는 기업들의 흥망성쇠는 시장에 맡겨야 하는 것이 여태까지의 게임의 법칙이었지만 – 사실 고지식하게 잘 지켜졌는지는 의문 – 그 기업들의 사회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에는 생존시켜야 하는 딜레마, 시장의 거품을 정부의 거품으로 막을 경우 정부 부실화 우려에 대한 딜레마가 공존하고 있다. 결국 터트릴 것을 터트려야 하는데 망하게 할 것이냐, 정부지원 또는 국가가 인수할 것이냐가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개인적으로는 주요국가가 금융기관을 포함한 주요기업들을 국유화하여 빅딜의 형태로 부채들을 상쇄시키는 등 청산해버리는 것이 해법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국가간 계급간 이해관계가 다른 부르주아 자본주의 시스템의 특성상 그러한 대타협이 쉽사리 이루어지겠는가 하는 것도 의문이고 그것을 기존 주주들, 노동계급들이 저항 없이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것도 의문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어떠한 형태로 가치청산 vs 가치온존의 딜레마가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그것은 다른 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게 계급 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모양새는 더욱 조악해서 눈에 거슬리기도 한다. 일단 주로 자산계층에 피해가 편향될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안쓰러울 정도로 방패막이를 해주고 있다. 반면 노동계급에게 피해가 갈 임금삭감 또는 동결 – 실질적으로 임금가치에 대한 부분적인 청산 – 은 폭력적으로 관철되고 있다. 요컨대 자본의 이익률은 매출의 상승이 아닌 비용의 하락을 통해 보전해주는 꼴이다.

Stress Test, 그리고 물가변동에 관해 잡담

Stress Test 하면 나는 왠지 ‘어떤 얄미운 녀석을 몇 대 때리면 스트레스 수치가 얼마 증가하는가’ 분석하는 실험이 연상된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현 경제 상황에서 일정 시나리오대로 상황이 변동되면 금융기관의 자산이 얼마만큼 부실화(또는 건전화)되는 가를 가리는 작업이니 말이다. 흔히 말하는 ‘민감도 분석(Sensitivity Analysis)’이라 해도 무방하다.

예컨대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2% 감소하고 실업률이 8.4%에 달하며 주택가격이 14% 하락한다는 기본 시나리오와, GDP가 3.3% 떨어지고 실업률은 8.9%로 오르며 주택가격이 22% 폭락한다는 위험 시나리오 등을 가정해 금융회사들이 전체 대출금과 보유 유가증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정손실을 산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美정부, 은행 `스트레스테스트’ 방안 발표, 연합뉴스, 2009.2.26]

오바마 행정부는 이러한 분석을 통해서 얼마만큼의 자본 확충 등 정부지원이 필요한지, 아니면 도저히 소생가능성이 없는지 등을 가늠할 예정인 것이다. 자산실사의 신뢰도, 시나리오 설정의 편견, Counterparty Risk의 계량가능 여부 등이 염려되기는 하지만 안 할 수도 없는 분석일 것 같다. 예상은 굉장히 비관적이지만 말이다.

이런 스트레스테스트는 비교적 단기간의 분석이라는 점에서 물가상승률, 이자율과 같은 기간에 따른 기회비용은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장기간에 걸친 수익성 분석에서는 이러한 변수가 수익성 판단 여부에 굉장한 영향을 미친다. 물가를 3%로 보느냐 4%로 보느냐에 따라 수익률에 미치는 크기가 상당부분 반영되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A가 100억원을 전액 금융권에서 조달하여 – 이를테면 10년 만기 채권으로 – 사업을 한다고 가정하자. 그가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무조건 조달금리 이상이다. 이보다 떨어지면 사업을 할 이유가 없다. 10년을 사업기간으로 간주하고 이 기간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3%이라 간주하면 소위 실질 조달금리는 [(1+명목 조달금리)/(1+물가상승률) – 1] 로 계산할 수 있다.

여기서 명목 금리는 실제세계에서 A가 금융권에서 조달한 액면금리이고 실질 금리는 물가효과를 제거한 금리를 말한다. 즉 물가가 상승하면 화폐가치가 절하하고 그만큼 A가 내야할 명목 이자는 실질 이자에 절하된 가치만큼을 더해주어야 한다는 이치다. 그리고 A의 실질 수익률은 이 실질 금리를 초과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제 물가가 상승하지 않고 연평균 2%씩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해보자. A의 수익성 분석 모델의 연간 매출액과 연간 비용에 3% 가 이난 -2%를 반영하여야 한다. 물론 디플레이션의 시대라고 해도 10년간 계속 떨어진다고 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으나 여하간 이러한 가정은 정말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우선 자기 돈으로도 사업을 할 이유가 없다. 매출은 분명 비용에 일정비율을 초과할 것인데 비용이 감소한다고 쳐도 매출도 역시 감소할 것이기에 사업을 할수록 손해다. 더 무서운 것은 사업비를 차입하였을 경우다. 명목 금리가 제로금리라 하여도 분모 부분이 작아지므로 실질금리가 명목 금리를 초과하게 된다.(주1) 은행에서 돈 빌릴 이유가 없어진다.

(주1) 물론 금리변동부 채권을 발행했다고 가정하면 리스크헤지는 되겠지만 말이다. 현실에서 사업자의 이런 식의 헤지는 흔치 않을 것이다.

씨티그룹 국유화, 그리고 배드뱅크의 실효성에 관해

은행 국유화에 대한 부질없는 이념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어느새 국유화의 실현가능성은 우리 코 앞에까지 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현재 보유 중인 450억달러 규모의 씨티그룹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최대 40%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씨티그룹 경영진은 정부가 보통주 지분을 25% 정도 갖기를 원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美씨티그룹 국유화…우선주->보통주 전환 협상, 한국경제, 2009.2.23]

이와 함께 씨티는 싱가포르, 중동 등의 국부펀드들이 투자한 우선주에 대해서도 보통주로의 전환을 요청할 계획이라 한다. 그렇다면 왜 씨티는 자진해서 국유화를 요청했을까? 주요하게는 은행의 전체부실이 현재의 대차대조표 상으로는 헤아릴 수 없다는, 소위 장부외(off-balance)거래의 부실자산 규모에 대한 공포감이다.

단순히 자본확충을 통한 대출여력의 증가를 목적으로 한다면(주1) 정부의 우선주 매입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대차대조표 밖의 파생상품과 증권화상품의 부실화를 통제할 수가 없다. 결국 최종대부자인 중앙은행, 나아가 그 뒤의 국가가 방파제 역할을 해달라는 이야기다. 이제까지 논의되던 배드뱅크를 넘어선 이야기다.

사실 부시 행정부는 금융기관에 대해 모순된 행동을 보여 왔다. 한편으로 금융기관의 회계투명성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편으로는 시가회계 기준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는 등 은행의 부실을 감추어주었다. 시가회계 기준을 적용하지 않으면 현재의 부동산 가격 하락이 자산실사에 드러나지 않게 되므로 회계 투명성은 말로만 떠드는 꼴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시장은 사실상 씨티가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1) 애초 부실자산 규모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도 없고 2) 그 부실자산의 매입가치를 측정할 수도 없고 3) 그 실효성 여부도 불투명한 배드뱅크는 금융위기의 탈출방법이 아니었음이 명확해진다.

어제의 미증시 폭락은 어떻게 보면 은행 국유화의 가능성이 그만큼 더 높아졌다는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다. 국유화가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결국 그들의 주식을 상장한 금융기관들의 수익(곶감 빼먹기)의 가능성이 줄어들게 될 것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대해 재무부는 “금융부분 안정을 위해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지만, 금융 시스템은 민간 소유로 남아 있어야 한다.”며 여전히 시티그룹이나 BOA 등의 국유화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많은 투자자는 경기 침체로 인한 은행의 심각한 손실이 지속되면서 그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믿는 분위기다.[미국 증시 폭락… 12년來 최저치 기록, 서울신문, 2009.2.24]

(주1) 2009년 1월말 현재 미국 상업은행들의 대출잔고는 7조6백억 달러 정도로 3개월 만에 2천억 달러가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