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헤지펀드

“헤지펀드의 권리는 人權이다”

헤지펀드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강경한 전술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제 그들은 새로운 또 하나의 전략을 찾아냈다. : 그리스가 채무를 이행하도록 인권법정에 제소하기. [중략] 이 전술은 그리스가 모든 민간 채권자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게끔 할 – 반면 약 500억 유로의 그리스 채권을 보유하여 가장 많은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은 이에서 제외하는 – 법률을 통과시킬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짐에 따라 변호사들과 헤지펀드들이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부상하였다. 법률전문가들은 그리스가 채권의 조건을 변경하였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그들이 받아야 할 돈보다 적은 금액을 받게 되고 이는 재산권 침해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케이스가 성립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 그리고 유럽에서는 재산권은 인권이다.[Hedge Funds May Sue Greece if It Tries to Force Losses]

‘유럽경제의 화약고’ 그리스에 관해서 연일 새 소식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 소식은 그 중에서도 이색적인 소식이다. 과문하여 채권자들이 채무국을 법정에 끌고 갈지언정, 인권침해 혐의로 ‘인권’법정에 세울 것을 고려한다는 것은 여태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인용문의 나머지 기사를 보면 이 케이스가 판결을 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기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협상에 미칠 영향은 별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어쨌든 채권자들은 인권침해라는 신선한 소재를 통해 주의를 환기시키고 여론의 동정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른 보도에 따르면 채권자들이 인권침해라고 생각하는 구체적인 조항은 이른바 “단체행동 조항(collective action clause : CAC)의 소급적용”이다. 2001년 아르헨티나의 채무조정 과정에서 처음 적용된 이 조항은 채권자들의 상당수가 동의하는 채무조정안은 이를 반대하는 채권자들에게까지 적용된다는 조항이다. 그리스의 채권에는 이 CAC이란 단서조항이 붙지 않았지만 이제 이 조항을 소급적용하여 적용하겠다는 것이 그리스 측의 생각이고, 채권자들은 이를 재산권의 침해, 나아가 인권침해라고 본 것이다. 논리의 흐름으로 보면 채권자들의 처지에 동정이 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 여겨진다.

채무이행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감옥에 집어넣는 것이 미국 법률의 일반적인 모습을 아닐 것 같지만(맞지?), 만약 당신이 법률 시스템이 말한 모든 것을 무시한다면 종국에는 감옥에 들어갈 것이다. 똑같은 일이 국가채무자에게도 적용될 것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는 경우도 있다. [중략] 그러나 미국법률이 그렇게 작동하는 반면, [중략] “국제적” “법률”은 그렇지 않다. 누구도 아르헨티나를 침공하지 않았다. [중략] 보다 구체적으로 만약 그리스가 호주머니를 뒤집어 까고 비꼬는 표정을 지은 뒤 어깨를 들썩거리는 팬터마임을 하면(돈 없으니 배 째라는 상황을 묘사한 것임 : 역자 주) 분명히 인권침해는 없는 것이다.(누구에게나 공평히 돈을 갚지 않았으니까? : 역자 주) 당신은 언제나 한 국가에 – 또는 어느 누구에게라도 – 돈을 빌려줄 때에 그들이 되갚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가정하고 있다. 그들이 갚지 않는다면 당신은 슬프고 화가 나겠지만, 법정에 가서 당신이 물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중략] 이는 사실상 “법”이 아니라 시장이며 레버리지며 협상이다.[Hedge Fund Rights Are Human Rights]

Dealbreaker의 칼럼니스트는 위와 같이 채권자들의 인권이 침해되었다는 주장을 한껏 조롱하고 있다. 그는 채권자들이 인권침해라고 주장하는 CAC의 소급적용과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일방적인 채무조정이 그들의 주장에 어느 정도 해당한다고는 할 수 있겠으나, 아예 돈을 안 갚아버리면, 인권침해도, “국제법”의 견지에서 판단하건데 위법도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안은 “국제법”을 적용할 대상이 아닌, 시장 안에서 협상해서 풀어야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가 생각하는 최악의 경우는 CAC을 소급적용하고도 빚을 아예 못 갚는 경우이므로 그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 영리하거나 사려 깊은 투자자라면 그리스와 같이 채무불이행의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에 돈을 빌려줄 때에는 좀 더 안전한 투자가 되도록 사전에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고, 이는 인권처럼 당연히 보장되는 기본권리라고 생각해서 그에 대한 대비책을 따로 해두지 않는 경우와는 – 예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 보장이 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하는 보험은 존재하지는 않는다 – 차원이 다른 문제다. 실제로 그리스 채권자중 일부는 그리스법의 변경에 구애받지 않는 영국법에 의한 그리스 채권을 구입한 이들도 있고 CDS의 매입을 통해 리스크를 헤지한 이도 있다.

Dealbreaker의 칼럼니스트가 국제적인 채권채무관계는 법정에 갈 사안이 아니라고 썼지만, 많은 채권자들은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법정을 이용한다. 유사사례로 거론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경우 법정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고, 그리스에서도 채무조정이 비자발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채권자들의 제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10년 지난 아직까지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또한 만약 그리스의 채권자들이 이 사안을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로 가져간다면 모를까, 유럽인권재판소에 가져간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 이런저런 이유로 여전히 뜬금없어 보인다.

이자를 받는 행위는 오랫동안 문명사회에서 금기시되어오던 이윤추구행위였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에서는 한동안 율법으로 이를 금지했고, – 이슬람에서는 여전히 금지하고 있어 수쿠크 등의 대안금융을 동원하고 있고 – 나머지 문명권에서도 떳떳하지 않은 행위로 간주되어왔다. 자본주의 지식인이었던 막스 베버마저 금융은 유대인이나 하는 “천민자본주의”라고 욕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이윤추구행위가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될 것을 요구하는 이가 나타났다. 새로운 가치관이 대두되는 상황을 보는 느낌이다.

오바마의 금융개혁에 관한 연설 중 주요 부분

그것이 우리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개혁을 추구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거대 금융기업들이 감독을 받지 않으면서 CDS나 다른 파생금융상품과 같은 위험한 금융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개구멍을 막으려고 합니다. 금융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를 규명하려는 것입니다. 시스템을 보다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자본과 유동성 요구를 강화하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하한의 대형 기업의 실패가 전체 경제를 함께 망치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다시는 미국의 납세자들이 “너무 커서 망하지 않는” 은행의 볼모가 되게 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주요 금융기업들이 떠안을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제한들이 제가 제안하는 개혁들의 중심입니다. 그것들은 바니 프랭크 위원장의 지도하에 하원을 통화했고, 크리스 도드 위원장의 지도하에 상원을 통과하려 하는 법안들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노력들의 일부로 오늘 나는 미래의 위기들을 방지하는 한편으로 금융시스템을 강화하리라 믿고 있는 추가적인 두 가지의 개혁조치들을 제안합니다.

첫째, 우리는 더 이상 은행들이 그들의 고객들에게 봉사하는 주된 임무를 방기하도록 용인하지 않겠습니다. 최근 몇 년 간, 너무 많은 금융기업들이 단기이익을 얻기 위해 헤지펀드, 사모펀드, 더 위험한 투자를 영위함으로써 납세자의 돈을 위험에 빠트렸습니다. 그리고 이 기업들은 오로지 은행들에게만 허락된 특별한 금융적 특권의 보호를 받는 동안 이러한 위험한 짓을 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은행을 운영하는 기업들에게 예금보장과 다른 보호 장치들과 보증들을 제공하였습니다. 우리는 안정적이고 신뢰할만한 은행 시스템이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할 것이라는 믿음 하에 이러한 조치를 한 것입니다. 그리고 대공황 시기에 시스템의 실패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특권은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를 불공평한 어드밴티지를 누리면서 운영하는 은행들에게 수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은행들이 납세자가 제공하는 안전망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때에 — 낮은 비용의 자본을 포함하여 — 그들이 돌아서서 이익창출을 위한 거래자금으로 저렴한 돈을 사용한다면 적절치 못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거래들이 종종 은행들을 고객의 이해와 직접적인 갈등관계에 놓이게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은 이러한 거래 행위들이 만약 상황이 잘못 된다면 전체 은행을 위험에 빠트릴만한 거대한 비용이 많이 드는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헤지펀드 또는 은행 안의 사모회사들이 납세자가 부담하여야할, 그리고 이해갈등 관계를 불러올 수 있는 거대하고 위험한 도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명백히 용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은행이 기면 주주가 이와 같은 행위로 돈을 벌지만 은행이 지면 납세자가 돈을 부담하는 시스템을 용인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제가 단순하고 상식적인 개혁을 제안하는 이유들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볼커 규칙(Volcker Rule)”이라 부를 것입니다. — 제 뒤에 키 큰 양반입니다. 은행들은 앞으로 그들의 고객에의 봉사와 관계없는, 그 자신의 이익을 위한 헤지펀드, 사모펀드, 또는 고유계정거래(proprietary trading)를 소유, 투자, 또는 주주로 참여하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금융기업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거래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는 것은 자유의사입니다. 진실로 그렇게 하는 것은 — 책임있는 자세로 — 시장과 경제를 위해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들은 미국시민이 뒤를 책임지는 은행을 유지하는 동안에는 그러한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이와 더불어 미래의 위기들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일환으로써 저는 또한 우리가 우리 금융 시스템의 더 이상의 합병을 허용치 않을 것을 제안합니다. 오랜 동안 단일 은행에 너무 많은 위험들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예금 상한선이 있었습니다. 똑같은 원칙이 오늘날의 경제에서의 거대 금융기관들이 채용하고 있는 다양한 펀딩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미국시민들은 극소수의 대형 기업들로 구성된 금융시스템의 서비스를 받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고객들에게 좋지 않습니다. 경제에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을 통해 우리가 피할 결과이기도 합니다.

원문보기

헤지펀드의 ‘전략’ 중 한 가지, 레버리지

금융역사가 니알 퍼거슨에 따르면 “1990년에는 610개의 헤지펀드가 390억 달러의 자산을 가지고 있었으나 2006년 말에는 9,462개의 펀드가 1.5조 달러의 돈을 관리하고 있었다고”(주1)한다. 수많은 돈이 규제받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러한 헤지펀드들은 그들의 자산을 가지고 상당한 돈을 빌릴 수 있거나, 레버리지를 올릴 수 있다. [중략] 나는 언제나 레버리지가 정확히 얼마인지 알고 싶었으나 좋은 소스가 없었다. 헤지펀드리서치라는 회사는 헤지펀드 시장에서 권위 있다고 간주되는 곳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알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회사 역시 모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레버리지에 관한 유일한 정보는 특정 펀드의 전략에서 직접 흘러나온 것들뿐이었다. 헤지펀드리서치는 이 산업분야의 총체적인 레버리지 현황을 모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다른 말로 하자면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전문가들이 그들이 얼마만한 돈을 빌리고 어떤 자산을 담보로 사용하는지조차 알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들의 “전략” 중 일부이기도 하다.
According to finance historian Niall Ferguson, “there were just 610 hedge and equity funds with $39 billion in assets in 1990. By the end of 2006, there were 9,462 of such funds with $1.5 trillion in assets under management.” That’s a lot of money acting with no rules. Plus, those hedge funds can borrow, or leverage, substantially against their assets. [중략] I’ve always wanted to know exactly how much leverage is out there, but there’s no good source. The company Hedge Fund Research is considered the authority in the hedge fund field, so I though it might know. But it turns out that this firm doesn’t. The only leverage information it has is culled directly from a particular fund’s strategy. Hedge Fund Research doesn’t have the information to compile an overall leverage figure for the industry. In other words, the hedge fund managers don’t even let the experts know how much they borrow, using whatever assets they have as collateral. It’s part of their “strategy”. [It Takes A Pillage, Nomi Prins, Wiley, September 2009, p 13]

이글을 읽으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작년 말 월스트리트저널에 이런 기사가 있었다.

6개월마다 돌아가며 수장을 맞는 EU의 의장국인 스웨덴 정부가 사모와 헤지펀드와 같은 대안투자에 관해 제안된 유럽연합 통일지침 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세 가지 이슈 중 하나인 헤지펀드의 레버리지에 대한 일반적인 제한 조항을 제거할 것을 건의했다. [중략] 그 대신 권한이 있는 당국에게 권한을 부여하는데, 이는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과 온전함이 위협받을 수 있을 시” 레버리지를 규제할 수 있는 영국의 금융 서비스 당국과 같은 국내 금융 규제자를 의미한다. [중략] 지침 초안에는 레버리지 비율을 “최대” 2배로 제한했다. — 즉, 펀드가 가지고 있는 만큼만 빌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략] 고정자산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2006년에 7배의 레버리지를 사용했다. [중략] 그리고 금년과 같이 레버리지 레벨이 극도로 낮을 때조차 그들은 통상 2배가 넘는 레버리지를 사용한다.
The Swedish government, holder of the European Union’s six-month rotating presidency, has proposed removing a general limit on hedge funds’ leverage, one of the three most contentious issues that are drafted in a proposed EU directive on alternative investments such as private-equity and hedge funds. [중략] Instead, it would empower competent authorities, which generally means domestic financial regulators such as the U.K.’s Financial Services Authority, to impose limits on leverage “where the stability and integrity of the financial system may be threatened.” [중략] The draft directive referred to a leverage ratio of 2 to 1 — that is, borrowing as much again as the amount in the fund — as “high.” [중략] Fixed-income hedge-fund managers used leverage of as much as 7 to 1 in 2006 [중략] and even this year, when leverage levels are significantly lower, they typically use leverage of more than 2 to 1.[Swedish Plan Would Scrap Hedge-Fund Leverage Limits]

딴에는 레버리지가 2배에 불과하다면 장사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편 이런 글도 있다.

2008년 사태 이후 레버리지의 사용은 당연하게도 논쟁거리가 되었다. 헤지펀드, 은행, 그리고 다른 금융기관들은 레버리지를 사용한다. 특히 은행의 레버리지는 대형 투자은행들이 많은 경우 2008년 금융시장의 붕괴되기 전 그들 자본의 40배, 심지어 50배에 달하는 레버리지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주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어떤 이들은 헤지펀드가 지나치게 높은 레버리지 수준으로 운영되었을 것이라고 비난한다. HFR – 앞서 노미 프린스가 언급한 Hedge Fund Research – 은 헤지펀드의 레버리지가 (자본에 대한 자산으로 정의되는) 1990년 이후 모든 투자전략에 걸쳐 자본의 평균 중간 정도인 2.5배라고 추정했다.
The use of leverage, subsequent to the events of 2008, has become understandably contentious. Hedge funds, banks and other financial institutions employ leverage. Bank leverage in particular has raised significant concern as it’s been revealed that the large investment banks were leveraged, in many cases, 40 times and even 50 times their equity capital prior to the financial market collapse in 2008. Some have pointed a finger at hedge funds accusing them of running such inordinately high levels of leverage. This has not been the case. HFR estimates that hedge fund leverage (defined as assets over equity) across all investment strategies has been averaging a moderate 2.5 times equity since 1990.[Hedge Fund Leverage and the EU Directive]

HFR이 노미 프린스한테는 추정치를 알려주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노미 프린스가 HFR의 “추정치”에 만족한 것인지 몰라도 여하튼 Hedge Tracker에는 그들의 “2.5배”라는 추정치가 인용되어 있다. 이 수치가 사실이라면 헤지펀드들은 BIS가 상업은행에 허용하고 있는 10배 정도의 레버리지 비율조차 훨씬 못 미치는 레버리지로 장사를 해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신통하기도 하다.

이 수치는 내게는 마치 원유시장의 가격을 몰라 전 세계의 조각정보를 모아 유가정보를 제공하는 에너지 관련 리서치 회사의 추정치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1990년 이후의 평균치”라는 산정근거의 오차도 무시 못 할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수치에는 각 연도별의 증감추이, 구사전략의 상이함에 따른 편차, 잘나가는 펀드와 망해가는 펀드의 편차 등이 얼버무려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완전 쓰레기 같은 추정이리라 여겨지지도 않는다. 인용문에 언급된 40~50배와 같은 레버리지는 ‘엄청 잘 나가는’ 초대형 투자은행의 레버리지 수치일 것이고 웬만한 헤지펀드 역시 그 수치를 초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그리고 레버리지가 선입견만큼 높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비추어보자면 터무니없는 수치는 아니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여전히 진실은 달의 뒷면에 가리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한편 유럽연합의 헤지펀드 레버리지 비율의 제한 규정은 Hedge Tracker의 글에서도 적고 있다시피 그들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내게는 마치 흡연자의 담배 피는 숫자를 규제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스웨덴 정보는 거기에다 흡연자의 건강이 “위협받을 때에만” 규제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덤앤더머’가 생각난다면 너무 심한 욕인가? 암튼 유명무실할 것 같은 조항이다.

미국의 데이트레이더가 돈을 잃자 이성을 잃어 총을 난사, 사람이 죽는 참극이 벌어지자 데이트레이드를 규제했다는 미국의 정책당국의 미봉책이 떠오르기도 한다.

(주1) International Financial Services London에 따르면 2007년 현재 펀드수는 11,000개 운용자산은 2조2,500억 달라다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비관적 견해의 근거

클래리움(Clarium Capital Management LLC를 의미함)은 낙심한 구직자들과 그들이 풀타임 일자리를 얻을 수 없어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이들을 포함한 실업률을 관찰하고 있다. 해링턴의 말에 의하면 이러한 조정을 통해 본 7월의 실업률은 16%로 노동부에 따른, 널리 보도된 9.4%보다 상당히 더 높은 수치다.
Clarium watches the unemployment rate that accounts for discouraged job applicants and those working part-time because they can’t find full-time positions, Harrington said. July joblessness with those adjustments was 16 percent, according to the Department of Labor, rather than the more widely reported 9.4 percent.
매크로(헤지펀드) 매니저들의 회의적인 생각은 부분적으로 지난해의 금융위기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에서 비롯되었는데, 그들의 말에 따르면 정부는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여전히 그들의 대차대조표에 팔기 어려운 자산들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Macro managers’ pessimism is fueled in part by the U.S. government’s response to last year’s financial crisis, which they say fails to address the root cause. Banks still hold hard- to-sell assets on their balance sheets, the managers said.[Goldman Sachs Wrong on Economic Recovery, Macro Hedge Funds Say ]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가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고 경제회복기에 들어섰다고 전망한 것에 대해 매크로 헤지펀드들의 펀드매니저들이 매우 낭만적인 생각이라고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기사의 일부분이다. 여러 잡다한 이야기가 적혀있는데 눈에 띄는, 그리고 중요하다 생각되는 두 문단을 꺼내 다시 옮겨적는다.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소위 비자발적인 실업까지 합치면 실제 실업률은 16%에 달한다는 것이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생각이다. 위에서 “낙심한 구직자들(discouraged job applicants)”을 아마도 구직을 포기해서 아예 정부의 실업률의 모수(母數)에 잡아넣지 않은 이들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러면 실업률이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파트타임들은 엄밀히 말하면 애매한 구석이 있지만 여하튼 어떤 식으로든 그들도 반(半)실업자인 셈이다.

9.4%의 수치도 2차 대전 이후 서구에서, 특히 미국에서는 사상 두 번째로 10%에 근접한 수치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장래의 선순환적 경제성장의 동력을 갉아먹는 심각한 수치임에 분명하다. 나아가 실제 실업률이 16%에 달한다면 상황은 더욱 절망적이다. 노동자들이 저축이 투자로 이어지는 사회구조가 붕괴되기 때문이다. 현재는 정부의 재정적자로 메우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 하나 금융부문의 자산부실이 아직도 그대로 창고에 쌓여있다는 이야기다. 버냉키가 악취 때문에 코를 부여잡고 줬다는 – 그래서 더 샌 돈이 많은지 모르겠지만 – 천문학적인 지원금은 이러한 부실자산을 떨어내고 대차대조표를 건전하게 만드는데 별로 쓰이지 않은 모양이다. 사실 부실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파생상품의 특성상 단순히 한 기업의 부실을 뚝 떼어내 털어버리는 것처럼 털어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는 앞서 말한 심각한 실업률과 함께 경제회복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변수다. 실업률이 소비성향의 회복의 전제조건으로써 수요측면의 주요변수라면 부실자산을 털어내지 못한 금융부문의 존재는 투자 및 대출에 관한 공급측면의 주요변수다. 금융부문의 부실자산이 돈줄의 공급을 옥죄고 그나마도 소비여력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앞뒤로 꽉 막힌, 정부 혼자서 돈쓰고 난리치는 경제인 셈이다.

미국 정부는 금융부문의 국유화 논의도 배드뱅크 논의도 다 포기하고 결국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고서는 – 물론 월스트리트에만 – 기껏해야 그 돈으로 보너스 주겠다는 은행가들을 비난하기만 했을 뿐이다. 앞서 두 개의 대안이 더 옳았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그것들이 그 어떤 진지한 논의도 없이 그렇게 신속하게 폐기처분되었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실업률은 익히 짐작할 수 있다시피 숫자의 장난질로 은폐하려 하고 있다.

어쩌면 현재 오바마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헬스케어의 개혁이 예상치 못한(?) 반대에 부닥치고 있는 주요 원인은 단순한 이념적 혐오감에서라기보다는 정부가 은폐하고 있는 경제실상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이들의 증세에 대한 공포감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한 푼이 아쉬운 미국인들은 장래의 안정적인 의료 서비스보다는 현재의 일자리와 불안감의 종식에 더 목말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틀을 벗어난 생각”에 대한 추가설명

아래 글에 대해 좀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 내가 생각하는 글쓴이의 의도를 도표로 표시해보았다. 가이스너의 부실자산 매입계획에 비추어 생각해보자. 가이스너의 계획은 금융권의 부실자산을 해당 목적을 위해 설립된 SPC(Special Purpose Company;특수목적법인)에서 매입한다는 것이다. 이 SPC는 민간투자자가 주도할 것인데 부실자산의 매입여력이 떨어지므로 공공부문에서 자본과 대출을 섞어주어 레버리지를 높인다는 것이다.

이때의 민간투자자는 누가 될 확률이 클까? 현재 시장에서 여하한의 투자를 감행할 주체는 많지 않은 가운데, 글쓴이는 연금펀드, 기부금펀드, 보험사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이들은 직접 자산을 운용하는 것보다는 일정수수료를 주고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등 소위 전문가들에게 위탁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 과정에서 자금의 사회적 성격이 강한 돈들은 헤지펀드를 거치면서 ‘민간투자자’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다. 이념적 색채가 희석되는 것이다.

글쓴이의 의도는 이제 헤지펀드나 사모펀드가 연금펀드보다 돈을 잘 굴리리라는 소위 ‘전문성의 신화’에서 벗어나 아예 직접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연금 정리신탁(Pension Resolution Trust)’를 설립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수수료를 안줘도 되고, 근본적으로 정부보조(SPC에의 자본/대출 투입행위)나 받아먹는 ‘능력 없는’ 헤지펀드 매니저들 주머니를 채워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투자 및 매각의사결정은 스스로 잘해서 시장의 주도자가 되라는 주문이다.

재밌는 것은 여기에서 향후 부실자산의 정상화 이후 투자수익(Capital Gain)을 취하며 매각하는 방식 대신, 해당 신탁이 지속적으로 부실자산을 정상화시켜 운영하여 나가면 사실상 많은 보수인사들이 두려워하는 ‘연금 사회주의’의 형태가 그럴싸하게 갖춰진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방식은 지난 대선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당내경선에 출마했던 심상정씨의 공약이었다.

“틀을 벗어난 생각”

당신이 또 다른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길 원한다. 누가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에 돈을 대는가? 연금펀드, 보험사, 기부금 펀드, 그리고 몇몇 은행들이다. 나는 1 달러에 대해 30 내지 40 센트로 이들 자산을 사들여서 더 커다란 바보들에게 더 높은 가격으로 팔아먹기 위해 정부보조금을 받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들에게 연금펀드들이 2%의 관리수수료와 20%의 실행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Kolivakis 연금계획’이라 부르자) 세계에서 가장 큰 연금펀드들이 함께 “연금 정리 신탁”을 만들어 이들 자산을 은행들의 북에서 지워버리고 그것들을 세계경제가 궁극적으로 회복될 때까지 조금씩 다년간에 걸쳐 팔면 어떨까? 왜 당신들이 함께 뭉쳐 당신들의 재정적 영향력과 깊은 속주머니를 이들 자산들의 소유권을 직접 취득함으로써 돈을 벌기 위해 사용하지 않고 헤지펀드, 사모펀드 또는 이 세계의 PIMCO에게 돈을 지불하는가?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바와 같이 이는 개별 투자정책과 그것이 가능하게 하는 몇몇 방책들과 같은 몇몇 중요한 계획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연금들이 신용 시스템이 다시 작동하는 것 돕는 한편으로 연금들도 그들의 적자를 메울 수 있게 할 수 있다.  나 생각에 이제 우리는 “틀을 벗어난” 생각을 시작하여야 하고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금융위기를 다룰 몇몇 장기적인 대안들을 실행하기 시작하여야 한다.

I want you to think about something else. Who funds hedge funds and private equity funds? Pension funds, insurance companies, endowment funds, and some banks. I find it perverse that pension funds will pay 2% management fee and 20% performance fee to some hedge fund or P.E. fund that will then get a government subsidy to buy these assets at 30 or 40 cents on the dollar hoping to sell them to a greater fool at a higher price. I got a better idea (call it the ‘Kolivakis Pension Plan’). Why don’t the world’s largest pension funds band together to create a “Pension Resolution Trust” taking these assets off the banks’ books and then selling them off slowly over many years as the global economy eventually recovers? Why pay fees to hedge funds, private equity funds or the PIMCOs of this world when you can band together and use your financial clout and deep pockets to make money by directly taking ownership of these assets? Admittedly, this will require some serious planning, some changes in individual investment policies and some resources to make it work, but it can also help pensions deal with their deficits while they help the credit system get going again. I think it’s time we start thinking “outside the box” and start implementing some long-term solutions to deal with a virulent financial crisis that threatens global peace and prosperity.[Guest Post: Hedge Fund Socialism?]

이를테면 가이스너의 새 대안은 SPC를 설립하여 민간투자자들을 자기자본에 끌어들여 그들이 주도가 되어 부실자산을 인수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들 민간투자자들의 구성은 누가 될까? 허다한 은행들이 빌빌거리고 있는 요즘 위에 언급하였듯이 결국 연금펀드들의 돈을 관리하는 헤지펀드들일 가능성도 크다. 연금펀드가 ‘사회적’ 성격을 갖는다면 결국 ‘민간’투자자라기보다는 공공의 또 다른 얼굴일 뿐인데, 위 글을 쓴 이는 결국 막강한 힘을 가지면서 공공적 성격이 있는 이들이 뭐 하러 비싼 돈 줘가면서 빌빌 거리는 헤지펀드에게 돈을 맡겨 간접투자를 하고 있냐는 것이다. 생각해볼만한 재밌는 주제다.

추가설명

S&L 위기와 Opportunity Fund의 등장

1980년대의 S&L 위기는 현재 부동산금융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요한 변화들의 시작점이었다. S&L 위기로 발생한 대규모의 부실채권(NPL)과 부실 회사들을 처분하기 위해서 미 연방정부는 정리신탁공사(RTC)를 설립했다. RTC는 몇 년 동안 S&L 위기의 심각성과 복잡함 때문에 고생했지만,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결국 RTC는 그 해결을 시장 논리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많은 부동산 소유주의 손 바뀜이 벌어졌고, 부동산의 소유권과 운영을 위해 새로운 참여자들이 필요했다. 결국 S&L 위기는 우여곡절 끝에 해결되었다. 일본이 아직도 부동산 버블 붕괴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S&L 위기의 해결은 미 연방정부에게는 대성공이었다.

RTC가 S&L 위기 해결의 역할을 시장 논리에 넘겼을 때, 부동산 시장의 전통적인 자금제공자들에게는 넘기지 않았다. 그 대신 세계 자본시장의 주요 참여자들, 특히 의사결정이 빠르고 대규모 위험 요소의 관리 능력이 있는 경제 주체들을 찾게 되었다. 월가의 금융회사들, 사모펀드 회사 그리고 심지어 헤지펀드까지 연관되는데, 이들은 전형적으로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시장 참여자들이다. 바로 이들이 기회 펀드(Opportunity Fund)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중략)

이러한 기회 펀드의 고수익 구조의 원인은 이 당시 기회 펀드가 자금 대출과 자본 출자를 적은 금융 비용으로 확보했을 뿐 아니라, 이 당시가 부동산시장 주기 가운데 상승초기였기 때문이다. 이 당시 S&L 위기가 부동산 개발을 위축시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용 증가는 가용 공간의 증가를 월등히 앞지르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저가의 부동산 매입과 적절한 타이밍이 기회 펀드의 고수익 기회를 만들었다.

(중략)

1980년대의 문제들이 해결되면서 미국 부동산시장은 안정을 찾았다. 이에 따라 기회 펀드는 새로운 고수익 투자처를 찾아야 했다. 기회펀드는 유럽의 부동산에 투자를 시작했고, 1999년 유럽 투자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부동산에 많은 자금을 투자했다. 기회 펀드는 풍부한 자금력이 있고,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기회 펀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고수익 투자처를 찾고 있다.[부동산 개발의 원칙(원제 Real Estate Development), 마이크 마일즈 외 지음, 홍선관 외 옮김, 이다 미디어, 2006년, pp144~146]

짧은 글이지만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들이 본격적으로 부동산 자산의 증권화와 유동화 시장에 뛰어든 계기, 그 뒤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로의 진출 과정, 그리하여 종국에는 부동산 금융시장이 세계화되는 과정이 잘 설명되어 있어 소개한다. 아직까지 홍역을 겪고 있는 강남의 스타타워에 뛰어든 론스타 역시 이들 플레이어들 중 하나이다.

물론 부동산의 대세 상승기에 한 몫 챙긴 이들이 ‘첨단금융기법’으로 무장한 해외투자자들만은 아니었다. 97년 외환위기 당시 주로 오피스에 투자하는 REITs 등 부동산 펀드에 국내 투자자들도 주요주주로 참여하였고 이후 경기회복에 따라 이들은 상당한 정도의 자본이득(Capital Gain)을 향유하였다. 그들은 그 당시 나름의 risk taker였다. 이제 이러한 투자자 관점에서 현 위기에 대한 가장 큰 관심사는 이번 위기도 지난 97년의 위기처럼 다시 궁극적인 상향곡선을 그릴 것이냐 하는 것이리라.

드러난 현황으로 볼 때 두 위기 간의 차이는 명쾌하다. 당시는 아시아 신흥국가들만의 위기였다. 중국은 불타오르는 듯 상승세를 이어갔고 결국 수출주도형의 국가들은 위기에서 재빠르게 탈출할 수 있었다. 지금은 국제사회의 맏형 미국에서부터 일꾼 중국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위기다. 자본주의 시스템 생존의 필요조건 중 하나는 이러한 암울한 시기에서도 ‘미친’ 투자행위를 할 risk taker가 또 다시 등장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