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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의 차베스의 승리

일요일 베네수엘라에서 치러진 주지사 선거에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후보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반대파도 수도 카르카스를 비롯한 몇몇 주요 주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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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나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차베스, 가던 길로 계속 가라. 사회주의의 길로.” 차베스는 주요 결과가 발표된 직후인 월요일 아침 이와 같이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 또한 반대파의 약진을 인지하고 있었다. “우린 필수적으로 자기비판을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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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위원회에 따르면 차베스 진영의 주지사 후보는 22개 주 중 17개 주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Hugo Chavez Allies Score Big Wins in Venezuela Elections 中에서 발췌번역]

이 기사에 관한 흥미로운 댓글이 있어 소개한다. OREZ_ENO 라는 필명의 사용자 왈.

We really need a man like Chavez as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to help us become democratic. Well, maybe by the next election people will realize that Obama is really just another Manchurian candidate for the fascist Military Industrial Complex. Hopefully people will start to consider voting outside the two party system.

오바마도 결국 “파시스트 군산 복합체(the fascist Military Industrial Complex)”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인데, 흥미로운 것은 그 꼭두각시라는 표현으로 another Manchurian candidate를 쓰고 있어서다. 잘 알다시피 만주국은 일본제국주의가 세운 괴뢰국이므로 그 정치가들이 꼭두각시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더불어 그 표현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릴러의 제목이기도 하다. 리메이크되기도 했던 이 작품의 오리지널은 1962년 만들어졌는데 한국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극 중 주인공은 정신적으로 세뇌된 꼭두각시, 말 그대로 Manchurian candidate 였다.

라디오스타, 워싱턴에 가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17일 미국 워싱턴발(發) 라디오 연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4일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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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청와대는 해외 연설 여부를 놓고 고민하다가 이 대통령의 육성을 통해 국제 사회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후문이다.[李대통령, 워싱턴發 라디오연설 추진, 동아일보, 2008년 11월 4일]

“국제 사회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

참 가지가지 하신다. 충고 하나 하자면 간 김에 가까운 베네수엘라에 가서 차베스와 공동으로 쇼를 진행해도 좋을 듯.

월스트리트를 떠도는 가십 몇 가지

월스트리트의 금융위기 때문에 뉴욕의 부자들이 비틀거리고 있다. 예술품, 패션, 자동차, 레스토랑, 성형수술, 그리고 여타 사치재를 소비하면서 지역경제를 살려왔던 이들이 그들의 한때 흥청망청했던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모든 변덕스러움을 충족시켜주던 이들은 — 유모 에이전시에서 보석가게, 그리고 요트 생산 업자에 이르기까지 – 그들의 고객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그들의 지출을 백만 단위에서 천단위로 줄이는 것을 지켜보게 되었다.
The financial crisis on Wall Street has New York’s well-to-do reeling. The people who fuel the area’s economy with their spending on art, fashion, cars, restaurants, plastic surgery and other luxe goods and services are starting to cut back once-lavish budgets. As a result, those who cater to their every whim — from nanny agencies to jewelers to yacht builders — are seeing clients tighten their belts on expenses from the millions to the thousands.[출처]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번 사태는 빈자들뿐만 아니라 부자들의 가슴까지도 서늘하게 하는 공포분위기를 연출하고 있기에, 또 그 공포는 현존하는 위기이기에 지금 부의 상징과도 같았던 뉴욕 거리에도 소비위축의 한파가 불고 있다는 소식이다.(그래도 캐리는 여전히 지미추를 사들이겠지만) 너무 호들갑스러운 허풍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다음 기사를 보면 이 거대한 코미디가 적어도 얼마나 이례적인가 정도는 느낄 수 있다.

거대한 월스트리트 기업이 끝장나면 당신이 그 은행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것 하나는 기념품이 수시간 이내에 이베이의 경매에 올라올 것이라는 것이다. 리만브러더스가 파산한 이틀 후인 수요일 450개의 리만 아이템들이 올라왔다.
When a big Wall Street firm goes belly up, one bet you can take to the bank is that memorabilia will be offered for auction on eBay within hours. On Wednesday, two days after Lehman Brothers filed for bankruptcy, more than 450 Lehman-branded items were being offered.[출처]

기사 제목도 “리만이 돈을 모을 수 있는 기회:이베이(Lehman’s Chance to Raise Funds: EBay)”다. 염장을 지르고 있다. 한편 앞서의 글에서 자본주의의 멸망을 환호했던 차베스가 리만 사태를 마냥 웃으며 바라볼 수 만은 없는 입장이라고 한다.

리만의 소유재산들을 각각 분석하고 있는 세 명의 분석가에 따르면 우고 차베스 정부가 리만이 현금화하기로 동의한 부채증서 중 3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The government of Hugo Chavez holds about $300 million in debt instruments that Lehman had agreed to cash, according to three analysts who calculated the holdings separately.[출처]

하기야 마르크스도 주식투자를 했다는데.

요즘 제일 신이 나있을 사람

“미합중국 대통령이 마침내 위기가 도래했다는 것을 인식하였다.. 그리고 그들이 현재 이 세상에 발생한 붕괴, 금융 쓰나미에 대해 책임이 있는 이들은 자신들이라는 사실도… 사회주의가 이 세상을 구원하는 유일한 길이다.”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has finally recognised there is a crisis…that they are the ones who are responsible for the collapse that is happening in the world at the moment, the financial tsunami, Socialism is the only route to the salvation of the world.”

베이징에서 우고 차베스가 한 발언이다. 요즘 상황에 대해 그린스펀과 함께 가장 할말이 많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

정말 가난한 이들을 위함인가?

가난한 놈들은 일을 하겠는가, 굶어 죽겠는가? 양자택일하게 되면 일을 택하게 된다. 젊은 놈은 늙어서 구제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저축을 할 것이고 늙은이도 자식들의 봉양을 받아야겠다는 것을 알면 자식들을 사랑하도록 애쓸 것이다. 따라서 정말로 부양해 줄 사람이 없거나 생활능력이 없는 사람 이외에는 절대로 구제해서는 안 된다. 특히 부분적인 보조는 금물이며 전적인 구제 아니면 아예 구제를 없애야 한다.[Nassau Senior, 앙드레 모로아著 ‘영국사’에서 재인용, 弘益社(1981), 465p]

17세기 말 영국의 빈곤문제를 조사하기 위한 조사위원회의 2명의 수반 중 한 명이었던 낫소 시니어(Nassau Senior)의 말이다. 가난한 이를 구제해주면 더욱 나태해지니 차라리 매몰차게 대하는 편이 더욱 그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는, 역사적으로 꽤 생명이 끈질긴 주장이다. 이 주장을 부자들에게 적용하면 어떻게 변형되는지 오늘 발견한 어떤 글에서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종부세를 소득 상위계층 2%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담 지우려고 의도하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세입자들의 전세금 상승으로 늘어난 세금부담이 전가되는 바람에 결국 보호받아야 할 98%가 세금을 부담하는 형편이 되었다.[유동운 부경대학교 경제학 교수, 감세정책, 재정규모 축소부터, 2008년 08월 11일]

부자들에게 세금을 매겨봤자 결국 부자들은 그 상승분을 지대(地代)에 전가시키니 괜히 가난한 이들 괴롭히는 정책을 펴지 말라는 주장이다. 즉 폭포수처럼 과세효과가 아래로 전가된다는 논리다. 이것도 꽤 역사적으로 생명이 길다.

일단 경제학 교수라는 분이 2%에 부과된 종부세가 고스란히 98%의 전세금 상승으로 전가되었다는 용감한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것이 사실인지를 밝히는 방법은 2%에 해당하는 이들 중 집을 전세로 놓은 이들이 자신들의 세금부과분 만큼 전세 값을 올렸고, 그들 중 다른 곳에 집을 보유하면서 2% 지역에 전세를 살고 있는 이들이 또 그들의 집에 대한 전세 값을 자신들이 추가 부담한 만큼 내었는지를 살펴보면 될 것이다.

위와 같은 가정이 검증되면 2% 세금이 98%의 전세값을 상승시켰다는 무리한 주장은 아니어도 상당한 개연성에 대해 수긍이 가겠지만 불행하게도 이러한 실증연구를 한 이는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최근의 전세 동향은 전체적으로는 소강상태이면서도 강남보다 강북이, 대형평형보다는 소형평형이 강세라고 한다. 아무리 궁리 해봐도 강북의 소형평형이 종부세 오른 부담을 고스란히 지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막말로 98%가 다 종부세 부담분을 부담한다면 왜 강남서초 국회의원들이 종부세법 개정안을 내놨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말이 좀 샜는데 글 쓴 의도로 돌아가 보자면 서두에 말한바 구빈(救貧)정책은 오랜 기간 가난한 이들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으로 시행되지 못해왔었다. 같은 이치로 누진세나 부자에 대한 좀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하는 여하한의 정책도 역으로 부자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또는 보호논리)으로 시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다보니 위의 유동운 교수가 말하는 것처럼 “모든 세금은 궁극적으로 빈곤층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며 “그런 의미에서 모든 세금은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21세기에도 여전히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부자를 위한 논리가 아니라 빈자를 위한 논리로 치장하고서 말이다.(이런 이들에게 빌 게이츠는 빨갱이다)

복지나 구빈을 하지 말자고 하는 것도 빈자를 위함이요 부자에게 세금을 매기지 말자고 하는 것도 빈자를 위함이니 빈자를 위한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이렇게 많았음에도 왜 이 세상은 여전히 1세계고 3세계를 떠나서 계속 빈자가 늘어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제 BBC에서 제작한 우고 차베스에 관한 다큐멘타리를 보았다. 그 프로그램에서 차베스에 관한 평가는 유보적이었다. 여하튼 그 중 재미(?)있는 인물이 있는데 방송사 사장이면서 백만장자인 한 양반이 차베스의 지지자였다.(그러면서도 여전히 그의 부를 즐기고 있다) 사회자가 왜 차베스를 지지하느냐고 묻자 “제 계층에 대한 소속감보다 이렇게 불평등한 세계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크기”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솔직하게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라고 하지 않고 자신의 불안감 때문이라고 털어놓고 있다. 위의 두 양반들에게 애꿎은 사람들 위한다는 이야기마시고 그저 계급적 이익에 솔직해지라고 요구하는 것이 지나친 요구일까?

고유가 거품인가 아닌가?

유가에 얼마나 거품이 끼었는가가 요즘 나의 주된 관심사다. 특히 폴 크루그먼이 정치적 관점을 떠나서 유가에는 거품이 없다고 단언하며 월스트리트를 옹호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여 이 글은 폴 크루그먼의 그간의 주요한 유가에 관한 그의 주장을 탐험하는 글의 시작(어쩌면? 아니면 시작이자 마지막)이다.

유가가 폭등하자 인도에서는 낙타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As the cost of running gas-guzzling tractors soars, even-toed ungulates are making a comeback, raising hopes that a fall in the population of the desert state’s signature animal can be reversed.[Camel demand soars in India, Financial Times, 2008.5.2]

그렇다면 이제 석유 먹는 하마인 미국이나 중국도 인도처럼 낙타를 자동차대용으로 쓰면 석유 수요가 크게 줄지 않을까? 중국은 상황을 모르겠지만(주1) 적어도 미국에서 낙타를 대체수단으로 쓰기는 곤란할 것 같다. 더욱이 폴 크루그먼에 따르면 미국 노동자의 대중교통으로의 통근율 증가치는 2005년에 비해 불과 4.7%밖에 늘지 않았다고 한다.

But … as of 2005, only 4.7 percent of American workers took mass transit to work. So even a 10% surge in mass transit ridership would take only around half a percent of drivers off the road.[Sick transit and all that, Paul Krugman, 2008.5.10]

이러한 사실은 개개인들의 자본주의 물질문명에 길들여 져버린 나쁜 습성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겠으나 이미 물적 계획이나 사회 시스템이 값싼 유가에 최적화된 체제적 모순에서도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쭉 뻗은 고속도로와 그 도로위에서 – 총기류와 함께 – 미국식 자유주의를 상징하는 큰 배기량의 자가용이 질주하는 모습으로 국토계획이나 도시계획이 진행된 관계로 지금 유가폭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기름 넣어가며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주2) 경제학적 견지에서 볼 때 대체재가 없는 경우다.

Why oil isn’t gold
More on oil and speculation

이 두 글에서 크루그먼은 석유는 금과 달리 즉시 소비되거나(주3) 아니면 저장되는 특성이 있다고 정의하고 현재 “원유의 민간 재고는 50일치 생산(private stocks of crude oil are equal to about 50 days’ worth of production)”불과하다고 전제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수요-공급 곡선의 교차점 가격, 즉 정상적인 시장가격보다 유가가 고평가되어 있다면 초과 공급이 있을 것이고 “그 공급은 재고로 가야하며 만약 석유가 재고에 쌓여 있지 않다면 현재 가격에 버블은 없는 것(that supply has to be going into inventories. End of story. If oil isn’t building up in inventories, there can’t be a bubble in the spot price)” 이라고 결론내리고 있다. 즉 앞서의 원유 재고치를 근거로 매점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많은 댓글들이 미국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들이 이미 인위적으로 공급을 제한하고 있지 않느냐며 항의하고 있다. 어떤 이는 만약 석유가 자본주의자들 손에 모두 놓여 있다면 수급에 문제가 없을 텐데 많은 부분이 OPEC, 휴고 차베즈, 푸틴과 같은 국유화론자들의 손에 놓여있기에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to be continued…

 

(주1) 단편적으로 들리는 바로는 중소도시에서는 아예 석유공급이 중단되거나 제한공급 체제로 돌입하였다고도 한다

(주2) 일례로 아틀란타의 경우 통근자들의 89%가 자가용을 이용하는 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비율은 불과 4%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 몇몇 주에서는 잊혔던 고속철도 계획을 다시 꺼내드는 등 대중교통에 대한 당국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주3) 즉 금의 소비와 달리 석유의 소비는 소진되어버린다

차베스는 혁명가인가 마약거래상인가

차베스는 이상적인 사회주의자인가 아니면 파렴치한 마약상인가. 최근 가디언紙는 “Revealed: Chavez role in cocaine trail to Europe”라는 기사를 통해 차베스가 집권하고 있는 베네주엘라의 정부군이 인접국인 콜롬비아의 좌익 게릴라 무장혁명군(FARC)와 끈끈한 연계를 통해 콜롬비아에서 생산되고 있는 코카인의 주요 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고발하고 있다.

차베스는 최근 FARC를 테러리스트 명단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국제사회에 제안하는 한편으로 그들이 인질로 잡고 있는 이들의 석방교섭에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서는 등 FARC의 대변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사실 마르크스-레닌주의 교리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FARC는 지난 수십 년 동안의 내전 기간 동안의 폭력행위들로 말미암아 이웃나라의 좌익세력 들에게마저 일종의 뜨거운 감자인 상황에서 차베스의 적극적인 변호는 상당한 모험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와중에 가디언은 그의 이러한 표면적인 변호이외에도 거대한 마약커넥션에도 손을 담그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좌익 게릴라, 마약, 코카인, 차베스, 남미… 이러한 단어들은 복잡한 상황맥락을 지니고 있다. 이들 단어에는 다른 대륙들에 비해서도 결코 만만하지 않았던 격변의 20세기를 보내야 했던 라틴아메리카의 아픈 역사적 추억들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시몬 트리니다드
2006년 11월 2일 에콰도르에서 FARC의 지도자 시몬 트리니다드(당시 53세, 본명 리카르도 팔레라 피네다)가 붙잡혔다. 트리니다드는 FARC 핵심인 서기국 지도자 7명 가운데 한 명으로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이 그의 체포 소식에 ‘반군 패퇴의 징조’라고 말했을 정도로 비중있는 인물이었다. 트리니다드는 반군세력에 가담하기 전만 해도 성공한 은행가이자 컨트리클럽 회원이었으며, 사랑스런 가족과 함께 주말이면 느긋한 휴일을 즐길 수 있는 한적한 목장까지 소유하고 있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부인과 두 자녀를 버리고 홀연히 정글로 떠나 좌파 게릴라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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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ontrinidadmug” by Original uploader was Zero Gravity at en.wikipedia – Transferred from en.wikipedia; transfer was stated to be made by User:Chien..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999년 정부와 휴전협상에 나설 당시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콜롬비아 전국토의 90%를 독점하고 있는 10%의 지주들에 맞서 싸우는 진보적인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다”며 “(세월이 흐르면서) 나 역시 그들 10%의 적이 됐다”고 ‘변신’의 이유를 밝혔다. 이것이 남부러울 것이 없는 한 자산가를 산으로 가게 만든 남미의 아픈 현실이었고 그 아픔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가 합류한 FARC는 1964년 콜롬비아 공산당의 군사조직으로 설립되었다. 1980년대 FARC는 자금확보를 위해 코카 재배에 손을 대게 되었고 불법적인 활동이었기에 이를 계기로 콜롬비아 공산당과의 관계를 청산하게 된다. 현재의 조직원은 약 16,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리고 가디언은 이러한 FARC가 좌익 사상을 공유하고 있는 베네주엘라 정부군과 코카인 밀매에 한배를 타게 되었다고 고발하고 나섰다.

코카 억제에 나선 미국, 반항하는 남미
코카는 주요 마약중 하나인 코카인의 원료가 되는 식물로 미국은 코카인의 불법유통을 막기 위해 코카 재배 자체를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당근과 채찍의 두 전술을 사용하고 있는데 1988년대부터 중남미 나라들에게 코카 규제법 시행을 요구하는 대신 매년 1억 달러씩을 지원했다. 볼리비아를 비롯한 가난한 나라들은 이 거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한정된 재배만 허용하고 불법재배와 밀매 행위는 강력히 규제했다. 미국이 원조한 돈은 일부 특권층이 독식했다. 하루아침에 생계수단을 잃은 재배 농민들은 마약 사범으로 전락했다. 볼리비아에서는 한때 수도 라파스 산 베드로 교도소의 전체 수감자중 74%나 될 정도다.

그러나 최근 남미의 좌익 세력이 잇따라 집권하면서 미국의 맹방인 콜롬비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남미의 주요 코카 생산국들은 중남미의 전통식물인 코카 재배 경작지를 늘리는 등 합법화 정책을 취하고 있다. 그 자신이 코카 재배 농민이었으며 바로 위에 언급하였던 미국의 코카 재배 억제에 대한 항의운동을 주도하며 정계에 뛰어들었고, 집권에 성공한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합법적인 코카 재배지를 늘리고 있는 한편으로 코카와 코카인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오히려 미국과 유럽 금융기관의 비밀계좌가 코카인 밀매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며 서방을 비난하였다.

한편 코카를 둘러싼 갈등은 국가간 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세계 최대의 코카 재배국인 콜롬비아 정부가 코카 박멸을 위해 2000년 12월 제초제를 공중살포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빌 클린턴 시절부터 ‘콜롬비아 플랜’이란 이름으로 콜롬비아 정부에게 자금과 군사력을 지원하고 있다. 제초제 역시 미국이 지원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에콰도르 농민이 엉뚱한 피해를 보며 양국간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피해상황은 매우 심각한 지경으로 전문가는 고엽제 피해를 입은 베트남과 같은 비극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코카와 코카인, 그 두 얼굴
사실 코카는 중남미인 들에게는 하나의 생활상비품으로 쓰이는 식물이다. 잉카 시대 때부터 이미 코카는 식용이나 의약품으로 쓰였다고 한다.(주1) 코카는 각종 차, 음료수, 케이크, 화장품, 여드름 치료제의 원료로 이용되고 있고, 특히 고산지대에 사는 이들에게는 코카는 필수품이다. 코카 잎을 씹으면 – 환각작용이 아니라 – 혈류량을 증가시켜 배도 부르고 힘이 나게 되어 고산병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코카가 마약으로 분류되는 코카인의 원재료로 쓰이면서 하나의 정치적인 분쟁의 씨앗이 되고 만다.

마약으로 분류되는 코카인은 남아메리카의 코카 잎과 여러 가지 알칼로이드성 약물을 정제하여 만든 것이다. 미국이 남북전쟁을 벌이던 무렵 미국 남부의 상류층 여성들은 두통 치료용으로 코카인을 섭취하였는데 이것이 코카콜라의 시작이었다고 한다.(주2) 당시 마약산업은 많은 이익이 나는 합법적인 사업이었고 신문과 잡지에는 매일 같이 아편, 코카인, 모르핀, 헤로인 등의 광고가 실렸다.(주3) 코카인의 사용이 금지된 것은 1903년 이었다.

남미의 슬픈 눈물, 코카와 계급전쟁
다시 차베스를 마약거래의 보스로 묘사하고 있는 가디언으로 돌아가 보자. 기자는 FARC 탈영병 등 여러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FARC와 베네주엘라 정부기구와의 커넥션을 밝혀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디언은 또한 콜롬비아에서 밀반출되는 코카인 600톤 중 약 30%가 베네주엘라를 통해 유통되고 있고 이 중 대부분이 유럽으로 향한다고 전하고 있다. 다만 그들의 입을 통해서도 들을 수 없었던 것은 – 서구 첩보기관의 입을 통해서조차 – 차베스의 직접개입에 관한 부분이다. 차베스가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긴 하지만 말이다.

미국의 對마약 전쟁의 일환으로서의 남미에서의 활동이나 가디언의 기사와 같은 고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카 -> 코카인 -> 좌익 게릴라 -> 차베스의 베네주엘라” 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의 각각의 단계에는 쉽게 판단내릴 수 없는 여러 의문점이 남는다. 여기에는 심지어 코카인이나 마리화나가 과연 담배보다 더 해로운 마약이어야 하는가라는 문화사적인 회의에서부터 실은 CIA가 세상에서 가장 큰 마약거래조직이라는 음모론적 주장까지 다양한 이견이 개입될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가치판단을 유보하도록 하겠다.

어쨌든 코카인은 분명 현재 문명세계에서 마약으로 분류되어 있는 향정신성 의약품이다. 따라서 이를 유통시킴으로써 이득을 취하는 행위는 여하한의 변명으로도 별로 설득력이 없는 범법행위라 할 수 있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어서 자의든 타의든 고립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조직은 스스로 자멸하여 갔던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차베스는 정황으로 볼 때 코카인의 힘이었든 강고한 정치적 의지였든 여태까지 살아남은 FARC를 하나의 정치적 동지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FARC를, 더 나아가 남미 전체와 세계의 대안체제를 위해 진정으로 무언가를 기여하고자 한다면 바로 코카인에 대한 분명한 입장정리가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주1) 옛날 잉카인들이 두개골을 쪼개고 뇌수술을 했는데 그때 코카 잎이 마취제로 쓰였다 한다.

(주2) 1890년대 코카콜라 社(사)는 콜라가 “신경과 뇌의 신비한 강장제이며 뛰어난 치료약”이라고 광고했다.

(주3) 셜록 홈즈는 지독한 코카인 중독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