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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핀의 딜레마 vs 역(逆)트리핀의 딜레마

<트리핀의 딜레마>는 기본적으로, 브레턴 우즈 체제가 경제성장의 결과 증가하는 화폐 수요를 달러 증발을 통해 만족시키는 비대칭적(즉 미국 중심의) 체제라는 사실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대칭적이고 평등한, 즉 <국제적인> 유동성 공급 메커니즘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트리핀의 딜레마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었다.[차명수, 금융 공황과 외환 위기 1870-2000, 대우학술총서, 2000년, p156]

그렇게 어려운 개념은 아니다. 우선 간단히 브레튼우즈 체제의 기본원리를 설명하자면 그것은 전 세계에서 금보유고가 가장 많은 미국이 ‘강력한’ 달러를 금본위제로 운용하고 나머지 ‘화폐의 힘’이 소진된 나라들이 달러에 페그하여 환율을 운용한다는 원리였다.

그 당시로서는 일정부분 불가피한 선택이었는데 문제는 전 세계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달러 유동성의 증가가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를 불러오고 달러의 가치를 떨어트리면서 금 태환성을 위협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달러 공급을 줄이면 유동성이 줄어들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는데 이것이 바로 예일대학의 R.트리핀 교수가 그의 저서 `금과 달러의 위기’에서 처음으로 제기한 트리핀의 딜레마다.

이 딜레마는 사실 조금만 머리를 굴려보면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문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나라의 화폐는 대개 한 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와 겹친다. 이 범위를 넘어서는 데에까지 그 화폐의 힘이 미치게 되면 그것이 그 정치경제적인 – 특히 경제적인 – 주권이 나라밖까지 확대되어 무역흑자든지 자본수지의 흑자로 밖으로 나가는 화폐를 다시 불러 모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가진다. 그런데 경제력이 그렇게까지 받쳐주지 못한 채 계속 화폐발행만 진행이 되다보면 필연적으로 그 화폐의 기축통화로써의 가치는 소모되게 마련이다.

단위 : 백만달러
금보유고
단기채무
1950
22,820
10,410
1960
17,804
21,029
1971
10,206
67,858

돈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 클라우스 뮐러, 편집부 옮김, 들불, 1988년, p252

위 표를 보면 한때 전 세계 금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했던 미국의 금 보유고 현황이 어떻게 몰락했는지를 알 수 있다. 결국 미국은 이전 통화패권국이었던 영국의 전철을 밟게 될 운명이었던 것이다. 물론 잘 알다시피 닉슨 행정부는 금태환을 포기하는 초강수로 트리핀의 딜레마를 돌파한다. 아직은 식민지를 잃으면서 쇠락한 제국주의 국가로 전락한 영국보다 더 경제적으로 경쟁력이 있었고, 무엇보다 막강한 군사력이 뒷받침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여하튼 앞서 말했듯이 이러한 전후 자본주의 금환본위제의 모순과 그 갈등양상은 굳이 트리핀 교수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예상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영국은 미국에게  국제중앙은행을 만들어 금과 연계된 별도의 국제통화(bancor)를 발행하자고 주장했고, IMF는 1969년 브레튼우즈의 고정환율제를 지원한다는 명분하에 특별인출권(SDRs ; The Special Drawing Rights)를 주창하기도 했다. 즉 일국의 통화가 아닌 상호신용에 의한 국제통화면 금환본위제, 즉 달러본위제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거기에 끝없이 묻어가는 미달러의 전 세계에 대한 세뇨리지, 즉 주조이익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이상은 바로 그 모순을 해결할 생각이 없는 미국에 의해 저지된다. 부르주아 국가의 권력이 파편화되어 있는 이상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전 세계 국가 및 인민의 공동의 이해를 담보할 수 있는 통화체제를 수립한다는 것은 사실상 공상에 가깝다. 개별 자본주의 국가의 계급적 이익이 분열되어 있는 세상에서 통화패권을 지니게 됨으로써 한 나라가 가질 수 있는 특권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포기할 수 있는 나라가 있을까? 미국이 아니라도 말이다.

미국은 SDR을 만드는 데 반대했다. 그 이유는 SDR가 달러의 기축 통화 지위를 약화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기축 통화를 발행하는 미국은 개별 나라의 정부가 그 나라 국민들로부터 주조 이득을 거두는 것처럼 세계 경제 전체를 대상으로 주조 이득을 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처럼 대외 균형에 얽매이지 않고 국내의 경제 정책 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려왔다. 그러므로 슈퍼 파워 미국은 세계 화폐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다.[차명수, 금융 공황과 외환 위기 1870-2000, 대우학술총서, 2000년, pp157~158]

금융위기, 또한 이로 인해 심화되고 있는 화폐의 위기를 맞이하여 전 세계가 합심하여 새로운 브레튼우즈 체제를 수립하여 진정으로 공공선을 도모할 수 있는 국제화폐 체계를 수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발상도 순진한 것이지만, 미국과 나머지 선진국들이 전후 자연스럽게 달러를 기축통화로 선택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관점도 순진하긴 마찬가지다. 미국은 기를 쓰고 당연히 그들이 누려야할 지위를 차지한 것이고, 이후 금태환을 포기하는 난리를 피우면서까지 기축통화의 지위를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계급이 깡패인 셈이다. 그리고 그것의 현재 버전은 중국과의 환율전쟁이다.

뉴욕타임스의 칼럼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고, 이것이 공정무역(fair-trade) 원칙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은 이에 대해 즉각적이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는데 원자바오 총리는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미국의 “금융 감독의 실패(the failure of financial supervision)”를 언급하면서 집안단속이나 잘 하라는 쓴 소리를 내뱉었다고 한다. 요컨대 오바마와 가이스너의 중국에 대한 비난은 이 블로그에서도 몇 번 지적하였고 뉴욕타임스의 해당칼럼에서도 지적하고 있지만(주1) 결국은 누워서 침뱉기다.

즉 중국은 지난 세기 낮은 위안화 환율과 저임금을 바탕으로 전 세계 자본주의의 공장 역할을 해내면서 선진국 자본주의 세계의 골디락스를 가능케 한 장본인이다. 지난 반세기 미국이 전 세계에 달러를 통해 화폐의 유동성을 공급하였다면 중국은 더 짧은 시기이긴 하지만 전 세계에 저가상품을 보내면서 상품의 유동성을 공급한 셈이다. 그러다보니 미국과는 반대로 국제수지흑자가 누적되고 결국 상품 유동성 지속을 위해 잉여 달러로 미재무부 채권을 사게 되는 역(逆)트리핀의 딜레마의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러니 이제 중국이 오바마와 민주당의 소원대로 위안화의 가치를 올리면 어떠한 현상이 벌어질까? 중국상품의 가격이 올라갔으니 월마트가 중국상품의 수입을 줄이고, 미국인들이 미국상품을 선호하게 되고, 미국의 제조업이 부흥하게 될까? 그러한 즐거운 상상은 마치 기축통화로써의 달러를 포기하게 되면 유로와 옌등이 지역통화권을 자연스럽게 형성하여 달러 없는 좋은 세상이 오게 될 것이라는 부질없는 상상과 비슷한 헛된 망상이 아닐까? 그것이 오바마식의 공정무역이라면 아직 이 경제위기는 가야할 길이 멀어보인다.

(주1) 오바마와 민주당의 보호무역주의를 거세게 비난하는 이 칼럼의 작성자는 부시의 경제자문을 맡았던 하버드 교수다

‘금본위’와 ‘금환본위’

가끔 보면 경제적 식견이 상당한 분들도 ‘금본위(gold standard)’와 ‘금환본위(gold exchange standard)’를 혼동되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그 개념을 정리해둔다.

IMF의 대출 및 정책 감독 기능은 고정 환율 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IMF에 관한 합의 조항>은 IMF 회원국들이 (IMF의 동의를 얻어) 통화 단위들 사이의 공식 환율을 결정하고 외환 시장 개입을 통해 시장 환율이 이 공식 환율을 중심으로 상하 1% 폭을 벗어나지 않도록 할 의무를 명시했다. 회원국들은 자국 통화의 대외 가치를 유지하는 방법으로서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하나는 일정한 금 가격을 정해 놓고 민간이 원하는 대로 중앙 은행이 금을 사고 파는 방법이었고, 다른 하나는 중앙 은행이 외환 시장에 개입해서 다른 통화와의 교환비율(환율)을 일정 수준에 묶어 놓는 것이었다. 만일 대부분 회원국들이 첫 번째 방법을 선택한다면 브레턴 우즈 체제는 고전적인 금본위제도와 매우 유사한 체제가 될 것이었다. 만일 소수의 회원국들이 첫 번째 방법을 택하고 다른 대부분 회원국들이 첫 번째 방법을 택한 나라 통화와의 환율을 고정시키는 방법을 택하면 브레턴 우즈는 금환본위제도가 될 것이었다.
첫 번째 방법을 선택한 나라는 상당 규모의 금 스톡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국제 수지가 안정되어 있던 미국뿐이었다. 미국은 1온스 금=35달러의 비율로 금 태환성을 회복시켰고, 미국 이외의 나라들은 달러에 대한 환율을 고정시키는 방법을 택하게 되었다.
달러 환율을 고정시키기 위해서는 외환 시장 개입이 필요한데 미국 이외 나라들은 여기에 필요한 달러를 <준비 화폐 reserve currency>로 보유했다. 이렇게 해서 브레턴 우즈 체제느 유일한 금태환 통화인 달러를 <기축 통화 key currency>로 하는 금환본위제도로 출발했다.[차명수, 금융 공황과 외환 위기 1870-2000, 대우학술총서, 2000년, p141-142]

이 글에서 보듯이 브레턴우즈 체제는 미국만이 유일하게 금본위제도를 택하고 나머지는 달러를 기축통화로 자국의 환율을 고정시키는 금환본위제도를 채택한, 결국은 금환본위제도를 축으로 하는 체제였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금태환이라는 것은 하나의 심리적 기제였을 뿐 실제로는 ‘달러본위제도(dollar standard)’이었다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금환본위제도는 미국의 금태환 정지 선언으로 막을 내리지만 다른 대안이 없었던 다른 나라들이 여전히 달러를 기축통화로 인정하여 달러본위제도는 현재까지도 유지되어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개입 국가 이데올로기와 정부의 광범위한 시장개입은 브레턴 우즈 체제의 이 두 기둥을 무너뜨린 근본 원인이었다. 우선 미국 정부의 복지 예산 지출이 팽창하고 베트남 전쟁 개입이 심화되면서 미국 재정 적자와 국제 수지 적자가 확대되어 미국 밖의 달러 잔고가 급속히 누적되어 달러의 금태환성에 대한 의구심이 깊어지고 달러를 금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미국은 이에 대해 1971년 일방적으로 금태환 정지를 선언했고 이는 금환본위제도에 종지부를 찍었다.[같은 책, p33]

프래니의 법정관리, 채권자들, 그리고 환율전쟁

Time지가 With Fannie and Freddie, The U.S. Is Bailout Nation라는 기사를 통해 美행정부의 프레디맥과 패니메에 대한 – Time지가 줄여서 프래니(Frannie)라고 하는데 맘에 들어 앞으로 그렇게 쓰기로 한다 – 법정관리 조치의 배경과 전망을 심도 있게 분석하여주었다.

이 기사 중에 가장 나의 흥미를 끈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이번 딜로 누가 가장 이득인가? 거대 수익자들은 패니와 프레디 채권, 그리고 MBSS에서의 5조3천억 달러의 주인들이다. 거기에 환상적이고 어지러운 사연이 있다. 지난 세월동안 미국으로부터 큰 무역흑자를 기록한 각국 정부는 — 주로 일본, 중국, 그리고 석유수출국들 — 그들의 잉여 달러를 미국 재무부 채권들에 쌓아두었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예산이 남아돌아 채권공급이 줄어들었을 때 외국정부들은 대안으로 패니와 프레디의 부채를 주시하였다. 2002년 미국이 다시 적자로 복귀하였을 적에 그들은 여전히 채권들보다 높은 수익률을 지불한다는 이유 때문에 프레니를 사들였다.
채권들은 명백하게 정부의 확실한 신뢰와 신용으로 보장된다. 반면 패니와 프레디의 증서는 디스클레이머에 오랫동안 “미연방이 보장하지 않는”다고 써있었다. 그러나 이 두 기업은 의회의 창작품이고 채권 신용한도에 근접했다. 결과적으로 폴슨은 인수를 선언할 때 “미국과 전 세계의 중앙은행들과 투자자들은 그들이 사실상 위험이 없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국 정부가 이러한 직관을 만들어냈기에 폴슨은 그 직관을 현실화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Who gained the most from this deal? The big beneficiaries were the owners of the $5.3 trillion in Fannie and Freddie bonds and MBSS. Therein lies a fascinating, and disturbing, story. For years, the governments of countries that have run big trade surpluses with the U.S.–mainly Japan, China and the oil exporters–put their excess dollars into Treasury securities. When budget surpluses from 1998 to 2001 began to shrink the supply of Treasuries, foreign governments looked to Fannie and Freddie debt as an alternative. When the U.S. returned to deficits in 2002, they kept buying Frannie debt because it paid higher rates than Treasuries did.
Treasuries are explicitly backed by the full faith and credit of the government. Fannie’s and Freddie’s paper, on the other hand, have long included the disclaimer that they are “not guaranteed by the United States.” But both firms were creations of Congress and had access to a Treasury line of credit. As a result, Paulson said when he announced the takeover, “central banks and investors throughout the United States and around the world … believe them to be virtually risk-free.” And because the U.S. government created this perception, Paulson felt he had little choice but to make perception a reality.

요컨대 이미 자신들의 외환보유고에 미재무부채권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쌓아놓은 대미수출 흑자국들이 외환운용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실제로 국채와 견줄 수 있는 신용도가 있다고 여겨지는 프래니에 돈을 쌓아두었고, 미행정부는 이번에 프래니를 법정관리 조치를 통해 그들의 채권을 보장해주었다는 이야기다.(주1) 천문학적인 프래니의 부채 중 얼마만큼이 각국 중앙은행의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상당히 개연성 있는 속사정이다.

하버드대학 교수인 Dani Rodrik은 Is Export Led Growth Passe?라는 기고문에서 미국과 다른 수출국과의 상호관계를 쉽게 추론할 수 있는 자료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신흥시장들과 개발도상국들은 2007년 6천3백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였는데 거칠게 아시아 국가들과 석유수출국들로 비슷하게 나눌 수 있다. 이는 그들의 총GDP의 4.2%에 해당한다. 미국은 단독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7천3백9십억 달러(GDP의 5.3%)에 달한다.
Emerging markets and developing countries ran a surplus of $631 billion in 2007, split roughly equally between Asian countries and the oil-exporting states. This amounts to 4.2% of their collective GDP. The US alone ran a current-account deficit of $739 billion (5.3% of its GDP).

전 세계 무역구도가 미국과 나머지 국가들 간의 2차선 통행이라고만은 할 수 없으나 각국의 흑자금액보다 1천억 달러나 많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바로 미국이 빚잔치를 통해 경제를 지탱하고 있고 나머지 국가들이 그 대책 없는 채무자의 든든한 후원자임을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마냥 저리의 이자놀이에만 만족할 수 없었던 이들 국가들이 약간이라도 이문이 더 남는 프래니 채권에 투자했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이 말은 또한 이제 흑자국들은 미국 정부의 채권자일 뿐만 아니라 개개 미국인들의 – 정확하게는 모기지 이용자들 – 채권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정부고 개인이고 간에 온통 빚잔치다.

이 희한한 순환 고리를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전에 내가 쓴 글을 다시 한 번 보기로 하자.

결국 이러한 채권-채무관계의 중심에는 환율을 둘러싼 치열한 싸움이 놓여있다. 미국은 현재 달러 약세를 통해 채무를 줄이는 잔재주를 부린다(원/달러 환율은 지난 6개월간 11.8% 하락했고 이는 미국 국채의 가치가 거의 그만큼 하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주요 채권국들은 자국 통화의 강세를 막기 위해 달러를 사들이고 이 달러로 다시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은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부양을, 주요 채권국은 수출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을 꾀하고 있고 이것의 수단은 치열한 환율싸움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기구들과 이코노미스트가 경고하는 것은 이러한 순환 고리에서 각국의 환율방어 효과가 점점 내성이 강해지다가 어느 순간 폭발해버릴 가능성이다.

요컨대 전 세계는 지금 자기파괴적인 환율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프레니 채권이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큰 테두리에서는 이러한 각국의 환율전쟁, 그리고 경제전쟁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Naked Capitalism 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이러한 환율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먼저 중국인데 성장을 보호하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지속시키려 할 것이다. 이는 미국에게 혼란스러운 축복이라 할 수 있다. 더 강한 달러는 수출부문에게 피해를 준다. 그러나 경제에서 밝은 측면이라면 중국인들은 위안화를 약세로 유지하기 위해 계속 달러를 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First on China, which seems inclined to weaken the yuan to defend growth. That’s a mixed blessing for the US. A stronger dollar hurts the export sector, the one sunny area of the economy, but means the Chinese will need to keep buying dollar assets to keep the yuan down.

(주1) 외교관계협의회의 경제학자 Brad Setser는 이런 상황에 대해 “이번이 외국 중앙은행들이 미국 정부로 하여금 그들의 이해관계를 방어하는 정책 결정을 내리게끔 압력을 행사하는 채권자로서 그들의 리버리지를 사용하는 첫 번째 사례”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 시작되나

약한 달러에 관한 발언 중 최근 가장 강성의 발언은 아마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아닐까 싶다.

“그들(미국인)은 우리의 석유를 가져가는 대가로 쓸모없는 종잇장(달러)을 주고 있다. 미국 달러가 아무런 경제적 가치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대놓고 볼멘소리다. 현재 미국과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나라의 수장다운 무척 신랄한 발언이다. 하지만 이보다도 더 무게감이 실릴 발언주체는 역시 달러의 목을 움켜쥐고 있는 중국의 지도자일 것이다.

중국의 원자바오가 월요일 싱가폴의 한 경제회의 석상에서 달러 약세에 대한 우려감을 표하였다고 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원자바오는

“우리는 이처럼 큰 압력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 (외환) 보유고의 가치를 지키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라고 발언하였다고 한다.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대략 1조4천억 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다. 금년 들어 달러가 주요통화 배스킷에 대해 16% 하락하였으니 중국의 환손실은 막대하다.

헨리 폴슨 미재무부 장관은

“미국 경제는 기초가 탄탄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고 이는 통화 가치에도 반영될 것이며 강한 달러는 여전히 미국 경제의 주된 관심사이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소리는 몇 년 전부터 지겹게 들어온 레퍼토리다. 거기에다 오히려 미의회는 중국이 환율조작국이라며 중국 수입상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매기자는 주장을 하고 있으니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이 본궤도로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환율전쟁이 벌어지면 누가 이길까? 예측할 수 없는 싸움이지만 중국이 불리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중국은 외환보유고의 약 3분의 2를 달러로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숨통을 쥐고 있는 셈이다. 물론 중국이 추가적인 달러 폭락을 불러올 대량 환매는 하지 않겠지만 그들로서도 보유고의 포트폴리오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래저래 유로화 오를 일만 남은 것 같다.

달러, 휴지조각이 될 것인가

US $2 obverse.jpg
US $2 obverse“.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세계의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늘 그렇듯이 제각각 엇갈리고 있지만 이번 사태만큼은 심상치 않다는 것에 암묵적인 동의를 하고 있다. 월요일 월가의 주식시장은 상승하긴 했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이 ‘우울한 날(moody day)’이라고 표현할 만큼 소폭의 상승의 그쳤다.

폭락의 직접적이고 단기적인 원인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주택경기의 침체, 치솟는 유가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블름버그에 따르면 한 월스트리트 전문가는 주택경기 침체가 2009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고 한다. 그렇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는 바로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약한 달러’에 있다.

지난 주 워싱턴에서는 G7 경제장관회의가 열렸다. 이번 회의는 주요 경제 관료들이 분열되어 있고 세계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뚜렷한 방도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 프랑스와 독일은 공동 코뮈니케에 달러 약세로 인해 위험에 처한 유럽의 입장을 담으려 했다. 하지만 미 재무장관 Henry Paulson의 반대로 이러한 시도는 무산되었고 위안화의 대달러 환율조정에 대한 경고만 들어갔다.

현재 1유로는 1.43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유럽의 수출기업들은 이로 인해 큰 곤란을 겪고 있다. 반면에 미국의 수출기업은 약한 달러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미행정부는 이를 위해 약한 달러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신뢰가 한계에 도달하는 시점이다.

미국경제는 사실상 하루 20억 달러씩 유입되는 해외투자(2006년 한 해에 8,800억 달러 유입)로 인해 GDP의 6%에 달하는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이러한 미국 내 해외투자자나 미재무부 채권의 소유자들이 달러와 채권 보유로 인한 손실을 언제까지 참고 견딜 것이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것들을 유동화 시킬 경우 그것은 ‘악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Alan Greenspan은 최근 “분명히 외국인이 견딜 수 있는 이러한 책임의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Obviously there is a limit to the extent that these obligations to foreigners can reach)”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1970년대 초 변동환율 제도를 도입한 이래 가장 낮은 환율을 유지하고 있는 달러는 분명 이 한계에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미국 내 해외투자자산은 급격히 빠져나가고 있다.

1944년 출범한 브레튼우즈 체제를 바탕으로 달러화가 전 세계의 유일한 기축통화로 자리 잡게 된 이후 실질적으로 세계경제는 ‘팍스 달러리움(Pax Dollarium)’으로 표현될 만큼 달러에 대한 전폭적인 의존과 신뢰를 바탕으로 구축되어 왔다. 달러는 곧 금과 동일시되어 왔다. 그러나 그 절대 권력이 붕괴하고 있는 시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들려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주요한 경고음은 아시아 지역과 산유국에 경상수지 흑자가 집중되면서 이른바 아시아머니와 오일머니의 투자자산 축적규모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일머니는 전통적으로 유럽 지역 자산 운용을 선호하고 있으며, 아시아머니는 달러 자산에 집중 운용되어 있으나 현재 아시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꾀하고 있어 달러화 약세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달러화의 위기가 닥칠 때마다 돌파구가 있었다. 70년대에는 브레튼우즈 체제의 포기, 80년대에는 플라자 합의를 통해 위기를 돌파하였다. 이 시기 이러한 시도가 통했던 것은 미국의 패권을 이용한 강제적인 압력도 있었지만 달러를 대체할만한 기축통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유로화가 존재한다. 유로의 경제권은 미국의 경제권과 비슷한 경제규모와 교역규모를 지니고 있어 세계 결제통화의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이외에도 엔화나 위안화가 아시아 지역을 포괄하는 지역권 통화로서의 역할이 부여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만만찮은 문화적 저항이 예상되긴 하지만 말이다. 요컨대 ‘오직 하나의 결제 통화’의 시대는 점점 저물어 가는 것으로 보인다. 유로가 되었든 엔이 되었든, 또는 위안이 되었든 미국이 예전처럼 강제적인 환율조정 조치를 취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워 보인다.

왜 달러 약세는 그치질 않는 것일까?

미국의 달러 약세가 그칠 줄을 모르고 있다. 매일경제 인터넷판을 보면 ‘미국 달러가 캐나다 달러만도 못한’ 상황이 되었다고 조롱하고 있다. 해당 기사는 그러나 달러 약세로 인한 미국의 ‘명과 암’은 그리고 있으되 그것의 원인과 정치경제학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몇 해 전 필자가 쓴 글이 현재의 시점에 비추어 보아도 어느 정도 유효하다고 생각되기에 여기 다시 올려본다.

“빚도 자산이다”라는 말이 있다. 회계학적으로 볼 때 지당한 소리다. 그러나 좀더 심오한 의미로 쓰일 때가 있다. 빚으로 살면서 떵떵거리는 경우를 일컫는 표현이 될 수도 있다. 대우, 한보와 같은 예전의 재벌이 그랬고 미국의 오늘이 바로 그런 경우다. 이코미스트 웹사이트( http://economist.com )는 최근 “You need us and we need you”라는 기사에서 사상 최대의 빚잔치를 하고 있는 미국과 이 방탕아의 물주 노릇을 하고 있는 외국 중앙은행과의 불안한 공생관계에 대한 소식을 상세히 전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IMF 와 세계은행이 최근 각각 세계경제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으며 점증하는 미국의 엄청난 소비가 몰고 올 세계경제 교란의 가능성을 경고하였다고 지적하였다. 원래부터 거대한 소비국이었던 미국은 최근 부시의 대규모 감세, 저금리 기조, 야심적인 경기 부양 프로그램, 그리고 엄청난 전쟁비용 – 이코노미스트는 이 부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 으로 인해 그 정도가 더해가고 있다. 한 경제 분석에 따르면 2005년 2월중 미국인의 소득 중 단지 0.6%만이 저축되었다고 한다. 2004년 재정 적자는 4천억 달러에 달하며 GDP의 3.6% 규모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이렇듯 거침없이 돈을 쓸 수 있는 배경은? 외국인, 특히 외국의 중앙은행들이 물주노릇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표에서 보듯이 미국국채(미국 재무부 채권)의 절반이 외국인 소유 – 특히 아시아인 – 이다. 외국인 보유의 증가속도도 경이적이다. 또한 세계은행의 추산에 따르면 세계 해외 계정의 약 70%가 달러화(貨)라고 한다. 겉으로는 강한 달러를 주장하는 미국이 실질적으로는 화폐발행을 남발했다는 명확한 증거이다. 한편으로 왜 외국의 중앙은행들은 점점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이 빚쟁이의 채권을 사주는 걸까?

결국 이러한 채권-채무관계의 중심에는 환율을 둘러싼 치열한 싸움이 놓여있다. 미국은 현재 달러 약세를 통해 채무를 줄이는 잔재주를 부린다(원/달러 환율은 지난 6개월간 11.8% 하락했고 이는 미국 국채의 가치가 거의 그만큼 하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주요 채권국들은 자국 통화의 강세를 막기 위해 달러를 사들이고 이 달러로 다시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은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부양을, 주요 채권국은 수출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을 꾀하고 있고 이것의 수단은 치열한 환율싸움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기구들과 이코노미스트가 경고하는 것은 이러한 순환 고리에서 각국의 환율방어 효과가 점점 내성이 강해지다가 어느 순간 폭발해버릴 가능성이다.

이러한 암울한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이코노미스트는 뚜렷한 대안이 없음 – 알란 그린스펀이 금리를 올릴지도 모르는 전망 정도? – 을 토로하고 있고 나도 동의하는 바이다. 각국의 “정치적” 목적이 서로 궁극적인 공생의 지향을 찾기 보다는 각국이 자신들의 단기적 성과를 위한 방향으로 뛰어가게끔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생산의 무정부성에서 비롯된 것이든 또 다른 원인에서이든 결국 현재의 상황에서 이는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의 환율전쟁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미국이라는 거대한 ‘소비 공룡’의 존재는 예전에는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의 디딤돌이 되었을지 몰라도 이제는 걸림돌이 되고 있고, 나아가 늪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세계 인구의 3% 대를 차지하면서도 전 세계 에너지의 1/4를 집어삼키고 있는 이 공룡이 두려워하고 있는 존재는 아기 공룡 중국 정도일까?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오늘도 전 세계를 무지막지한 군사력으로 을러대고 있는 이 공룡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고민되는 상황이다. 저항 또는 순응?

참고글
http://news.mk.co.kr/newsRead.php?sc=40000008&cm=_오늘의%20화제&year=2007&no=531136&selFlag=&relatedcode=&wonNo=&sID=
http://blog.daum.net/ksj440707/tb/6079630
http://blog.daum.net/marie2005/12949070

[펌]US dollar slide to continue after G20 meeting

US dollar slide to continue after G20 meeting
By Nick Beams
23 November 2004

베를린에서 일주일에 걸쳐 치러졌던 산업선진 20개국(G20)의 중앙은행 총재 및 재무장관의 연차회의 이후 전 세계 외환시장에서 미국의 달러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지난 몇 달간 은행과 재무 관계자들 사이의 대화에서 달러 약세가 주요 토픽이었던 반면 그것은 미국과 유럽 간의 의견불일치로 말미암아 아젠다에 오르지는 못했다.

유럽인들은 달러 약세가 자신들의 수출전선에 영향을 미쳐 경제성장을 억제할 것이라 우려한 반면 미국은 환율에 대한 공동대응은 필요 없고 다만 시장에서 결정되게끔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유럽인들은 달러 약세가 기록적인 미국 재정(적자)와 국제수지 적자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부시 행정부가 집안단속을 잘할 것을 주장하였다. 반면 미국은 미국의 적자에 반영되어 있는 세계경제의 불균형은 유럽의 낮은 성장률에 기인한다며 “리스트럭처링”과 보다 광범위한 규모의 “시장” 가동을 통해 극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시 행정부의 대표적인 비판자로서 재무장관 존 스노우는 미국이 향후 4년간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모든 나라는 성장을 부추기고 무역불균형을 치유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무역 파트너들 간의 성장은 – 여기 유럽의 파트너도 포함하여 – 증가하여야 하며 보다 나은 실천에 장애가 되는 구조적 장벽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의 전 재무장관인 Gerhard Schroeder 는 기록적인 미국의 적자를 지적하면서 비판하였다. “당신들은 당신들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면 유럽인들이 지속적으로 구조개혁 – 우리가 뭐하고 있는데? – 을 실시하라고 요구하지 않을 것입니다.”

갈등의 결과로 회의의 결과인 공동성명은 아무에게도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중기적으로 미국의 재정적 강화, 유럽과 일본의 성장을 견인할 구조적 개혁의 지속, 그리고 부상하는 아시아에서 재정 분야의 개혁에 의해 뒷받침되는 좀 더 많은 환율에 대한 유연성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선언의 내용이다.

G20은 그들이 앉아서 이야기하게끔 결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원하는 대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G20 회의 전날 유럽 은행 회의에서의 연설에서 미국 연방 준비 위원회의 의장 알린 그린스펀은 일정 정도까지는 자금의 유입을 통해 미국의 적자를 보충해주고 이자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였다.

미국이 GDP의 5%에 육박하는 재정적자를 얼마나 오랫동안 외국자본으로부터의 유입으로 견딜 수 있느냐 하는 질문에 직면하여 그린스펀은 현재 유입이 문제가 된다는 것은 오로지 제한된 증거만 있을 뿐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은 무기한으로 외국의 부채를 쌓아둘 수 없다. 그는 경고했다. “순부채비용이 현재는 적정하다 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특정 시점에서는 분산투자에 대한 고려가 투자자로 하여금 그들의 포트폴리오에 달러에 대한 욕망을 감소시키고 제한할 것입니다.”

계속해서 그는 외국투자자들의 달러 보유가 너무 커져서 그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도의 집중에 대한 리스크”를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함께 외국자본의 철수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세계경제의 구조적 불균형은 전 미국 재무장관인 로렌스 서머스에 의해 부각되었다. 10월 3일의 한 강연에서 그는 미국 GDP의 5%에 해당하는 연 6천억 달러인 미국의 재정 적자는 세계 GDP의 1% 이상을 의미하며 현재 여유 있는 국가의 누적 재정 흑자의 3분의 2를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모든 수치는 전례가 없는 것입니다. 미국은 그렇게 놀라운 규모의 재정 적자를 경험한 적이 없고 어떤 나라의 적자도 세계 경제에 그렇게 크게 부각된 적이 없습니다.”

서머스는 세계경제가 수입과 수출이 세계경제의 규모의 비율에 맞게 균형 잡힌 방향으로 나간다할지라도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는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미국의 수입이 GDP의 16%인 반면 수출은 11%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미국은 무역 파트너보다 더 많이 수입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과 무역 파트너들이 같은 비율로 성장한다 할지라도 미국의 수입은 수출보다 더 빠른 비율로 증가할 것이고 결국 국제수지 적자를 확대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적자를 보전하는데 있어 동아시아 중앙은행의 증가하는 역할만한 것은 없다. – 그들은 현재 1.8조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기록하고 있다 – 서머스는 그가 세계 재정 체제를 지탱하는 “국제수지 테러”라는 이전의 표현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으로 미국은 그들의 적자를 보전하는 아시아 은행들의 점증하는 유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채권자들은 그들의 투자가 계속해서 손실을 초래하고 더 큰 재정적 위험에 노출된다 할지라도 재정적 위기를 초래할 그들의 펀드의 철수를 두려워 하고 있다.

1990년대에 G20을 확립하는데 관여한 서머스는 그것이 세계 경제의 협력에 관한 이슈를 고려하고 세계 경제 전략의 개발로 성장을 유지시키기에 적당한 자리이고  생각했다.

세계 경제의 90%를 차지하는 나라의 멤버들로 구성된 G20은 그러한 협력이 발현되는 실체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난주의 회의의 결과에서 판단할 때에 주요 경제 강국의 분할로 그러한 협력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참으로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G20 회의의 한 분석에서 Australian Financial Review 의 기사는 “한 주간의 G20 재무 장관 회의에서 승강이질 하고 알란 그린스펀의 솔직한 발언에서 한 가지 알 수 있는 사실은 부시 행정부 하에서의 미국의 일방주의는 대외정책 뿐 아니라 경제정책으로도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유럽과 일본의 시장개방 개혁이 수출을 촉진시키고 현재의 적자를 줄여줄 희망이 없어졌기에 미국은 그 문제들을 자신들이 직접 챙기고자 하고 있다.”

기사는 계속해서 미국이 달러 약세와 금리 인상을 통해 그들의 아젠다를 관철시킴으로써 전 세계의 정부와 중앙은행이 자신들의 요구에 부응하도록 강제할 것이라고 보았다. “미국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일본과 유럽은 불평을 늘어놓을 수 있다.”

점증하는 긴장의 신호는 G20 회의의 개시부터 분명해졌다. 오늘 발행된 Financial Times 와의 인터뷰에서 리 뤄그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는 중국은 그들의 통화를 재평가 – 미국과 유럽의 세력들의 핵심 요구사항인 – 하는데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러그는 미국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다른 나라들을 비난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우리 자신의 문제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지난 26년 간 우리는 세계에 어떠한 압력이나 문제점을 유발하지 않았다. 미국은 그들이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다른 이들을 비난함으로써 반대의 태도를 취해왔다.” 그는 말했다.

중국의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는 지난 해 1천 2백억 달러를 상회했고 비율은 8월에 15억 4천만 달러, 9월에 15억 5천만 달러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위안의 절상과 궁극적인 환율 변동을 통해 불균형을 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현재의 규제방식이 너무 빨리 포기되면 이것이 중국 GDP의 40%에 달하는 부실부채를 자산으로 가지고 있는 중국의 은행 체계를 위기로 몰아갈 것이라는 두려움에 쌓여 있다.

http://www.wsws.org/articles/2004/nov2004/usdol-n23.shtml

작전명은 ‘약한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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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currency exchange AIGA euro money” by CopyleftOwn work.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부시가 새로운 전쟁을 시작했다. 작전명은 ‘약한 달러’. 부자 놈들 세금 깎아주고 남의 나라 침략하면서 군산복합체에 돈 갖다 바치느라 다 써버린 돈을 달러 찍어내서 메우겠다는 속셈이다. 이것은 물론 부시라는 사상 최대의 또라이가 아니라 케리가 집권을 했어도 예정되어 있던 스케줄이었다. 이미 경상적자와 재정적자, 즉 쌍둥이 적자는 정상적인 통제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의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는 – 실제로는 자본가의 꼭두각시에 불과한 – 앨린 그린스펀이 메가톤급 발언을 하여 부시의 환율정책 기조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린스펀은 베를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연석회의 참석에 앞서 19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금융인회의에 참석해 행한 연설에서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궁극적으로 줄어들 것이며 미국은 경제적 충격을 예방하기 위해 막대한 경상적자와 재정적자를 줄여야만 한다”고 말했다.

무엇으로 줄일까? 약한 달러와 금리인상이 그것이다. 그린스펀은 같은 회에서 ‘국제 투자자들은 궁극적으로 달러 자산 비율을 조절하거나, (미국에 대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발언하였던 것이다. 즉 달러의 약세를 용인함으로써 국제무역수지를 개선시켜나가고 – 대 위안화 비율을 30% 하락시킨다는 목표이다 – 그로 인해 빠져나가는 미국 내 외국자산을 금리인상으로 묶어두겠다는 것이다.

이익을 보는 집단은? 전 세계 자본가이다. 미국기업들은 달러 약세를 통해 직접적인 이익을 얻을 것이다. 물론 미국 외 지역의 기업들은 각국 통화의 강세에 따른 수출마진폭의 감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통화 강세에서 주로 피해를 보는 기업은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은 이미 자체 브랜드화를 통해 환율에 대한 민감도가 그리 높지 않으며 환위험 시스템 가동을 통해 환위험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철강업계의 경우 오히려 환차익이 커지는 등 표정관리에 신경 써야 할 판이다. 반면 OEM방식을 택하거나 환위험 대비를 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은 직격탄이다.

손해를 보는 집단은? 전 세계 민중들이다. 미국 외 지역의 민중들은 일시적인 통화 강세에 따른 수입제품의 가격하락이나 저렴한 해외여행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수출부진은 내수를 심각하게 후퇴시킬 것이다. 과거 플라자합의에 따른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그 사례이다. 미국 국민들은 일시적인 내수활성화 효과를 누릴 것이다. 그러나 금리인상이 쥐약이다. 모기지론이 일상화되어 있는 미국가계에 금리인상은 중대한 위협요소일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약한 달러는 해외구매력의 상실을 의미한다.

어쨌든 평소 아리송하게 우회적인 표현을 즐기던 그린스펀이 직설화법을 쓰자 효과는 직방이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가치는 엔화에 대해 장중 한때 달러당 1백3엔 선이 무너져 지난 2000년 4월 이후 4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고, 유로화도 사상최고치인 1.3074달러까지 치솟았다. 뉴욕 현지시간 오후 4시52분 엔.달러는 전날보다 1.08엔 떨어진 1백3.09엔, 유로.달러는 0.63센트 오른 1.302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말 한마디에 전 세계 외환시장이 요동치다니 참 대단한 인물인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이제 부시 행정부가 말뿐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통화절상 압력을 노골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의 페그제에 대한 공격, 동북아시아에 대한 각종 보복성 조치 등이 뒤를 따를 것이고 이에 대해 우리는 사실 거의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재계는 원화강세를 대세로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깡패가 따로 없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그다지 뾰족한 답이 안 보이는 게 사실이다. 정부의 시장개입, 동북아 3국의 공동대응 등 꼽을 수 있는 정책도 많지 않은 듯하다. 경제신문도 그저 기업경쟁력 강화나 외치고 있다. 물론 사회재분배를 통한 내수 진작은 대안 축에 끼지도 않는다.

알고도 눈앞에서 뺏기는 돈, 이것이 환율의 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