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의 또 하나의 복병, 이라크戰

미국의 유수한 경제지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촉발된 미국경제의 침체에 대해 연일 수많은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침체가 미국에게 있어 2차 대전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데다 FED의 호기로운(?) 2천억 달러 투입 등 이에 대한 대책들도 대중들의 관심을 자극할 만큼 충분히 선정적이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도 그들이 – 그들이 외면하니 나머지 세계들의 경제지들도 마찬가지로 – 외면하는 미국경제의 또 하나의 암초가 있으니 바로 역사상 가장 천문학적인 전쟁비용을 남용하고 있는 이라크 침략전쟁이 그것이다. 부시가 이미 한참 전에 자랑스럽게 승전(勝戰)을 선언했건만 여전히 이라크에는 미군을 비롯해 그 똘마니 국가들의 군대가 주둔해 있고 그들이 빠른 시간 내에 철수 – 또는 패퇴 – 하리라는 뚜렷한 전망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이 이 진흙탕 전쟁에 한 해에 쓰는 돈은 약 1천8백억 달러로 추산되며 GDP의 1.2% 정도의 규모라고 한다. 여태 이라크전을 위해 미국이 소요한 경제적 비용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3조 달러고 나머지 나라들의 비용도 그만큼 되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부시 행정부 들어서 눈부시게 성장한 산업분야가 있었으니 바로 전쟁 산업이다. 보잉이나 록히드마틴과 같은 전통적인 무기생산업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핼리버튼, KBR(핼리버튼의 자회사다), 블랙워터 등 민간군사기업들은 ‘군업무의 민영화’라는 최신 산업조류에 발맞춰 이 산업에 뛰어들어 승승장구하고 있다.

즉 이라크 전쟁은 실질적으로 전투기능(주1) 을 제외한 통신, 체신, 배식 등 군대 유지업무를 완전히 민영화한 첫 전쟁으로 기록될 것이다. 때문에 사실상 이라크에는 정식 군인들보다 훨씬 많은 수의 민간인들이 파견되어 있다. 이러한 민영화는 특히나 현 부통령인 딕 체니의 적극적인 역할 속에서 효율이라는 미명 하에 가속화되었다. 결국 군수업자, 민간군사기업 들은 매년 전비(戰費) 1천8백억 달러를 알뜰하게 나눠먹었을 것이다. 그리고 모르긴 몰라도 그 돈은 표면상으로 드러난 비용이었을 뿐 민영화로 인해 다른 예산에 꼽쳐진 돈들도 챙겨먹었을 것이다.

미국경제의 상당부분이 이러한 군수산업에 의해 떠받쳐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군수산업의 윗대가리들이야 천문학적인 수입을 긁어가겠지만 물론 공장의 노동자들에게도, 그리고 공장 부근의 자영업자들에게도 돌아가는 부스러기는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구조는 한편으로 정치의 진보를 막는 한 기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냉정하게 말해서 이러한 구조 하에서 위정자로서는 (손에 피를 묻히는) 전쟁 놀음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의 논리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현재 부시 행정부와 관련 산업들은 해쳐먹어도 너무 무모하게 해쳐먹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로 인해 멀지 않은 장래에 미국경제가 또 한 번의 검은 그림자에 둘러싸일 것이라는 점이 문제다.(주2) 부시 행정부는 현재 이 천문학적인 전비를 증세가 아닌 재정적자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뭐 현재 부담이 되지 않으니까 괜찮다고 말할지 몰라도 참 가소로운 꼼수다. 자신은 여전히 감세라는 포퓰리즘 적인 정책의 수혜자가 되면서 동시에 전비를 차기 대통령 – 정확하게는 미국의 미래세대 – 에게 이자까지 얹어서 떠넘기는 수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런 적극적인 재정정책(?) – 재정정책이라고 봐준다면 – 이 승수효과라도 거둘 수 있을까 하는 점이 문제인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이라크에 가서 민간인 학대하고 환경을 파괴하고 미군들 하는 일 없이 밥 먹는 데 쓰이는(주3) 돈이 승수효과를 발휘할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전비가 제대로 전쟁에 투입되고는 있을까.(주4) 최근 ‘미상원예산유용위원회(the Senate Appropriations Committee)’에서 청문회를 열었는데 이들은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라크에서의 미정부가 체결한 계약들에서 볼 수 있는 ‘중대하고’, ‘광범위하게 퍼져있고’, ‘광란적인’ 사기와 부패는 납세자들에게 수십억 달러의 부담을 지울 것이다”

“significant,” “widespread” and “rampant” fraud and corruption in U.S. contracts in Iraq are costing taxpayers billions of dollars

KBR: Dirty Water, Dirty Deals 中에서

요컨대 현재의 미국인들이 포기한 – 또는 포기하도록 강요받은 – 복지, 이로 인해 승수효과로 이어질 경제 활성화, 그리고 미래 세대들이 지불해야할 미국의 빚들이 차곡차곡 핼리버튼, KBR, 블랙워터, 보잉, 록히드마틴, 기타 이름을 언급하기 벅찬 수많은 민간군사기업들의 CEO 이하 떨거지들, 그리고 부시 행정부의 떨거지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민간군사기업들의 이익을 보장해줄 차기대권주자들의 주머니에 쌓이고 있다. 그리고 아마도 미 언론들은 이러한 뻔뻔한 잔치에 숟가락 한 개라도 얹어놓고 있지 않을까.

(주1) 물론 이 전투기능마저 민영화해버렸다는 수많은 정황증거가 있다

(주2) 물론 민간군사기업의 전투기능에의 참여, 수용소의 성고문에의 개입, 블랙워터의 민간인 살해 등 반인륜적인 테러 행위, 그리고 뻔뻔하게도 이러한 테러행위와 심지어 고문을 정당화하는 부시를 비롯한 미국의 정치가들의 파렴치함이 가장 큰 문제다

(주3) 예전 한 관련 다큐멘터리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주둔 미군의 한 끼 밥값이 우리 돈으로 2만원이라고 한다. 타지에서 고생하는 군인들 배불리 먹이겠다는데 수긍도 가지만 2만원이라는 돈이 침략전쟁에 동원된 비생산적인 군인을 위해 쓰이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전혀 이롭지 않다. 더군다나 당시 보도에 따르면 식사의 원가는 그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즉 식사제공회사의 이윤이 훨씬 비율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주4) 오히려 그러면 안 될것 같은 기분이지만 말이다.

16 thoughts on “미국경제의 또 하나의 복병, 이라크戰

  1. Jayhawk

    나라가 전쟁에 의하여 가난해짐은, 멀리 수송하기 때문이다. 멀리 수송하려면 곧 백성이 가난해진다. 싸움터 근방은 물가가 오르는데, 물가가 오르면 백성의 재물이 고갈된다. 재물 이 고갈되면, 각 마을에서의 징발이 다급해진다. 전력이 약해지고 재산마저 고갈되면 집안은 텅비게 되고, 백성이 부담한 비용은 10중 7할을 허비하게 된다. 국가의 재산은, 수레는 부서지고 말은 피로하며, 갑옷과 투구와 활과 화살, 큰 창과 방패와 작은 창과 큰 방패와, 보급 수송을 위한 수레와 이를 이끄는 소 등을 10중 6할을 잃게 된다. – 손자병법, 작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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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불멸의 사학도

    미국이 2차세계대전을 통해 경제공황을 돌파했는데, 이번엔 전쟁으로 진 빚을 어떻게 갚을 지 궁금하네요… 역시 전비는 전쟁으로 갚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걸까요? 군수산업을 완벽히 민영화하고 심지어 밥값마저 엄청난 거품이 끼어있다고 하니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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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SuJae

    미국 경제가 지금 참 난감한 상황이지요.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국가적 이미지 때문에라도 쉽게 손을 뗄수가 없고, 그대로 가자니 막대한 군비가 필요하고…

    일단 세금환급 등을 통해서 위축된 소비심리를 완화해보겠다고는하지만, 이제 미국 국민들도 ‘묻지마 소비’를 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계속 적으로 ‘소비’를 끌어내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선택이 없을 줄로 압니다. 그러기 위해서 아마도 정부와 기업 간에 모종의 거래가 이루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말미에 말씀하신대로 그런 여러 상황들을 고발적으로 다루는 언론이 없다(적다)는 점에서 더 암울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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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보다 거시적인 입장에서는 이제 미국 소비자의 소비진작으로 세계경제를 꾸려나가는 것조차도 쉽지 않거니와 바람직하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결국 그러한 소비는 미래세대의 부를 탕진하는 동시에 현 세대의 환경을 파괴하는 경우가 다반사니까요. 보다 더욱 근본적인 경제시스템의 손질이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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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Jayhawk

      “For many years people on Wall Street have refused to believe that American consumers could ever change their spending habits,” said David Rosenberg, North American economist at Merrill Lynch. “But it’s happening.”

      “Frugality is in, extravagance is out,” he added.

      http://news.yahoo.com/s/nm/20080318/us_nm/usa_housing_consumers_dc_4

      더 읽어볼만한 내용: http://globaleconomicanalysis.blogspot.com/2008/03/attitudes-lead-cpi-lag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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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불멸의 사학도

    그러고보니 베트남전에서 손을 뗀 것 만으로도 미국 주도의 헤게모니가 붕괴됐는데, 이번에는 떼야 할 것이 좀 많다는게 문제겠네요… 미국의 상징이고 시장경제체제의 상징이었던 WTC를 날려버린 빈라덴을 잡기 위해 시작한 대테러 전쟁이 어찌어찌해서 이라크전까지 번지게 되었으니, 그렇게 거창하게 시작한 대규모 전쟁을(종전선언은 지금에 와서는 의미가 없는 것이 되어버렸죠) 흐지부지 끝내버리면 이번엔 정말 초강대국 자리에서 밀려버릴지도 모르겠네요…

    적어도 자기 임기중엔 그 모습을 볼 수 없다는 부시 행정부의 심정은 이해가 가긴 합니다… 전쟁을 계속 해도 달러가 천덕꾸러기가 되고, 전쟁을 그만두면 위상이 말이 아니게 되고, 한니발의 이탈리아 원정을 만류하던 카르타고(정확히는 이베리아 반도 쪽 카르타고 식민도시) 귀족들의 모습을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전술과 코끼리부대의 힘으로 로마따윈 금방 짖밟을 줄 알았던 한니발이 자신의 청춘을 이탈리아 반도에서 모조리 바쳐버린 것만 보면 마음대로 되는 전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최고의 전략가, 최고의 전력, 최고의 국력을 갖췆다고 해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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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그래도 부시는 퇴임해버리면 그만이라는 점에서 한니발보다는 부담이 덜 할 것 같습니다. -_-; 그리고는 지 애비처럼 어디 헤지펀드의 임원자리 하나 꿰어차고 비싼 연봉이나 받아먹겠죠. 주리를 틀어도 션찮을 녀석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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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그리스인마틴

    어쩌면 지금 상황이 계륵아닐지..
    그리고 위의 사학도님 말씀처럼 위상 혹은 자존심 문제 때문일 수도 있고요.
    (이런 문제는 상상만으로도 지끈 거리는데.. 어떻게 이렇게 쓸 수 있는건지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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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근본적으로는 결국 경제적 동기가 가장 강하겠죠. 이와 관련해서 포스팅을 하나 더 할까 생각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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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beagle2

    경제적인 면으로만 보자면, 전쟁은 자본주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능을 한다는 주장도 있잖습니까? 대공황에서 미국을 구한 것은 케인즈가 아니라 2차대전이었다는 얘기도 있구요.

    그런데 베트남 전에서도 그랬고 지금의 이라크-아프간 전의 경우도 그렇고 전쟁이 미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되기도 하는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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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전쟁이라는 것은 언제나 위정자들에게 경제구조,정치구조,사회구조 등 다양한 이해관계의 갈등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는 매력을 지니고 있겠지요. 수천년 동안 그러한 시도가 계속 이어졌고 결국 인류사에서 전쟁이 없었던 시기는 불과 몇 년에 불과하다는 그런 썰도 있지 않습니까. 부시도 오사마빈라덴이 쌍동이 빌딩을 부수거나 말거나 이미 이라크를 아작낼 결심을 하고 백악관에 입성하였고 이렇게 지극히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행동도 결국에는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지극히 이성적인 행동으로 합리화되었던 것이 지난 5년이 아니었나 싶네요.

      결국 현 시점에서 미국의 손익계산서를 따져보았을 때는 미국’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지만 – 물론 이 정도로까지 망가질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않았겠지만 – 부시를 비롯한 인너써클의 손익계산서 상으로는 분명히 플러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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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너바나나

    군대까지 민영화라니.. 이제 경찰도 그러겠고 로보캅이 실현되는 시대가 오는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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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사실 에스원같은 업체가 이미 민영화된 경찰이라 할 수 있겠죠… 미국에서는 주경찰같은 경우 민영화된 스타일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여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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