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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철도

“朴, 대처, 레이건 롤모델로 ‘집단행동’ 고리 끊는다.”

2013년 12월 17일자 국민일보 1면 헤드라인이다. “회초리를 든 어머니의 찢어지는 마음”의 소유자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7천 명이 넘는 코레일 직원의 직위를 해제했지만, 그 배후(?)에는 朴心이 있음을 노골적으로 알리는 기사다. 때마침 오늘 경찰은 철도노조 사무실의 압수수색을 벌였다. 기사는 이러한 일련의 모습을 두고 “이익집단에 밀리지 않는 새로운 리더십 구축에 착수했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모습은 하나도 새롭지 않거니와 자칫 대선 때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던 공약의 파기로도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수서발KTX의 운영을 담당할 신설법인(이하 “수서고속철도”)의 주주가 코레일과 국민연금 등 공적자금이 될 예정이므로 민영화가 절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건호 씨는 이에 대해 “수익을 목적으로 운영되면 민영화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느 쪽의 말이 맞을까?

사견으로 둘 다 반절은 맞고 반절은 틀렸다. 민영화의 본래 표현인 privatization이다. 피터 드러커가 그의 저서에서 언급한 이 표현을 정치시장에 꺼내든 이는 국민일보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롤모델로 삼으라는 마가렛 대처다. 그는 국유기업이 주를 이루던 영국의 상황을 격파하기로 맘을 먹었고 꺼내든 카드는 국유기업의 탈국유화(denationalization)이었다. 그 상황을 표현할 때 선택한 단어가 바로 민영화다.

이런 의미에서 초기 단계의 민영화는 소유권 이전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 점에서는 좌파 일부진영에서 주장하는 사유화(私有化)가 적절한 표현이다. 하지만 이후 소유권은 국가가 가지되 운영을 자본이 수행하는 PFI(private finance initiative), 즉 민간투자사업이 성행하면서 민영화의 범위는 광범위해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privatization은 공공재에 대한 다양한 역할 이전을 의미하므로 사화(私化)가 적절한 표현이다.1

한편 민영화의 전 단계로 상정할 수 있는 것이 시장화(市場化, marketization)다. 굳이 소유나 운영을 민간에게 이전하지 않더라도 정부기능에 시장논리를 부여하는 작업이 가능한데 대표적으로 코레일과 같은 정부조직의 공사화(公社化)다. 때문에 코레일은 이미 시장화된 상태고 새로 설립될 수서고속철도는 노선을 분할한 새로운 시장화다. 따라서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주장은 맞고 오건호 씨의 주장은 틀렸다.

한편 정부는 수서고속철도의 주주구성을 정관에 못 박을 것이기에 민영화 의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관은 바꾸면 그만이다. 코레일이 대주주라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 하지만 현재의 행태를 고려하면 설득력이 없다. 근본적으로 철도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법인 철도산업기본법은 철도의 민간운영 원칙 조항이 있다. 진정 민영화 의지가 없다면 그 법을 바꾸거나 수서고속철도의 공공출자를 규정하는 법을 제정하면 된다.

정리하자면 현 단계는 오건호 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수서고속철도의 민영화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민영화의 싹을 자른 것도 아니다. 오히려 분할하여 설립한 수서고속철도는 흑자가 예상되는 법인이고 자산이 크지 않아 코레일에 귀속되는 것보다 더 민간매각의 가능성이 높은 법인이다. 결국 이 극한대립의 싹은 철도청을 시장화하여 민영화의 로드맵을 제시한 이전 정부에서부터 시작된다.

정부는 수서고속철도 설립을 통해 “경쟁체제”를 구축하여 코레일의 “경영개선”을 이루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노선의 80%가 겹치는 유사상품을 두고 경쟁하는 것이 과연 “경쟁체제”인지는 지난 글에서 살펴본 바 있고, 이 글에선 “경영개선”을 해야 하는 이유인 코레일의 만성적인 적자의 원인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나는 공공성의 확보 명분이나 부채 떠넘기기 등의 “정부의 실패”가 주원인이라 생각한다.

2012년 11월 29일 한국기업평가가 내놓은 ‘제100회 한국철도공사채’에 대한 신용평가 레포트를 살펴보기로 하자. 레포트는 코레일의 취약한 재무구조의 첫 번째 원인으로 “영위사업의 높은 공익성으로 인해 원가에 상응하는 운임 책정이 어려운 특성(2p)”을 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 PSO(Public Service Obligation)이라는 이름으로 보조금을 주고 있으나 그 금액은 적자를 보전하기에는 부족한 금액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오병윤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철도공사가 계산한 PSO 사업의 비용은 약 5천억 원에 달한다. 국토부가 다시 정산한 액수는 약 4천억 원이다. 하지만 실제 지급액은 약 3천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토부 정산액을 기준으로 해도 철도공사는 받아야 할 PSO 보조금 가운데 25%를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PSO를 통한 공공성 실현의 방해물은 민영화보다는 오히려 국토부라고 할 수 있겠다.[코레일 파업 완전분석 – 파업과 민영화와 한국철도]

한편 이러한 영업적자의 기저에는 부채라는 더 큰 빙산이 존재한다. 현재 코레일의 부채는 17조 원이 넘는 것으로 보인다. 최연혜 사장은 차량 구입, 인천공항철도 인수자금, 용산사업 해제로 인한 토지 대금 반납 등이 원인이라 답했다. 하지만 출발점에 더 큰 혹이 있었으니 바로 고속철도 건설부채다. 단병호 前 민주노동당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은 2004년을 기준으로 4.3조 원의 차량 부채를 들고 시작한다.

정부는 철도산업의 경쟁력 강화, 발전기반 조성 및 철도산업으 효율성·공익성 향상을 위하여 철도산업 구조개혁을 추진해 왔으며, 그 일환으로 2003 년 철도산업 구조개혁 관련 2 개 법률(‘철도산업발전기본법’과 ‘한국철도공사법’)을 제정하였다. 동 구조개혁은 철도운영부문과 철도시설부문을 분리하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하여 철도차량의 운영은 공사가 담당하고, 철도시설의 건설 및 관리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책임지며, 철도시설은 국가가 소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철도청 및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의 시설관련 자산·부채는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 이전되었고, 운영관련 자산·부채는 공사로 승계되었다.[한국기업평가, 제100회 한국철도공사채 신용평가 레포트, 2012. 11. 09, p8]

철도구조개혁이 집행되는 2004년 기준으로, 한국철도공사는 고속철도 차량부채 4.3조원, 한국시설공단은 건설부채 6.8조원 등 총 11.1조원의 부채를 승계해야 한다. [중략] 처음 경부고속철도 건설이 입안되었을 때 고속철도 건설비용은 전액 정부가 책임지는 것으로 상정되었었다. 그러나 고속철도 건설 예상비용이 계속 불어나자 정부는 국고지원을 35%로 한정하기로 수정하였다. [중략] 현재 고속철도를 운행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1964), 프랑스(1981), 독일(1991), 스페인(1992) 등 4개국이다. 이 나라들의 고속철도 건설비용은 대부분 정부가 부담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고속철도 건설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 사실상 방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속철도 건설비용에 투입된 외부자본의 원금과 이자 상환을 위해 운영회사에게 받는 선로사용료가 높아질 것이다.[한국철도의 공공적 발전을 위한 개혁방안, 2004. 11. 8, pp13~14]

결국 국가가 부담하지 않은 비용은 시장화된 회사들에게 이전됐고 이들은 태생적으로 “경쟁력”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나마 독점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기에 사업을 지탱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그런 철도산업을 이제 정부에서 노선별로 분할을 하겠다는 것인데, 수서고속철도는 코레일보다 더 싼 선로사용료 등의 구매경쟁력이나 운임을 높여 받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모를까 어떻게 경쟁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코레일의 “부실경영”에는, 정부 측에서 주장하는 “과다인력”과 “고임금”이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근저에는 공익성을 위한 요금통제, 부실한 PSO, 보다 근본적으로 정부로부터 떠안은 막대한 부채가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뭐든지 “놈현 탓”을 하는 여권은 정말 노무현을 탓해야 할 시점에는 그리 하지 않고 있다. 부채가 부실경영의 원인이라고 하면 노조의 정당성에 힘을 실어주게 되니까.

“민영화가 되면 가격이 폭등할 것이다”, “모든 부패한 나라는 민영화를 한다”는 저항을 조직하는데 좋은 슬로건일 수는 있지만 사태의 전말을 이해할 수 있는 구호는 아니다. 수서고속철도의 민영화는 수서발 KTX 노선의 부실화보다는 오히려 기존 코레일의 부실화 촉진으로 인한 공공성 훼손에 있을 것이다. 그 부실화의 근본을 따라가면 우리는 고속철도에 대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기한 “정부의 실패”를 만나게 된다.

우리나라에 ‘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우파의 탄생’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토머스 프랭크의 저서 The Wrecking Crew는 정부의 역할 자체를 부정하고 집권세력이 되었을 때조차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사적이익에 충실한 미국 우익의 실체를 다루고 있다. 만약 한국 버전을 쓴다면 철도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정부의 실패”로 부실화된 공기업을 정부 스스로 “시장적 대안”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철도에서 말이다.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철도다.

  1. 이 글에서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의 “민영화”라는 표현을 계속 쓰도록 하겠다.

시장화에 관한 트윗 모음

# 오건호 “정부는 공적자금만 참여하니 민영화 논란이 불식되었다고 주장한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수익을 목적으로 운영되면 민영화로 보아야 한다.” 민영화라기보다는 시장화라 표현하는 게 보다 정확하다 (출처)

# “민영화가 아니라 사유화가 맞다”는 주장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Privitization의 다양한 양상을 설명하는데는 직역에 가까운 私化가 적당할 듯 하다. 시장화는 이와 좀 다르게 공공기관의 법인화, 공적기금의 출연 등의 양상이 주가 되는 경우다.

# 시장화의 또 하나의 특징은 일국의 공기업이 해외에서는 IPP(Independent Power Producer), 즉 해당국의 민간사업자와 동등하게 조달시장에 참가하는 행태. 한전, 수공 등이 해외발전, 수자원 시장에 참가하는 것이 해당사례다.

# 예를 들어 코레일이 해외 철도 시장의 운영회사로 입찰하게 되면 코레일은 이제 정부부문이 아니라 IPP가 된다. 해당국에서 철도 운영자로 코레일을 선정하면 이는 철도산업이 시장화, 나아가 민영화된 것이다. 오늘날 이런 추세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 MB 시절 UAE 원전 사업에 삼성과 한전이 컨소시엄을 이루어 참가한 형태가 대표적인 발전 산업의 시장화. 수출입은행이 자금조달을 책임지는 수출금융. 자금조달을 위해 이슬람채권을 허용하려 했으나 개신교의 비이성적인 반대로 실패. 수은의 증자로 해결함.

# 요컨대 큰 틀에서의 공공서비스 현황을 볼 때 시장화를 단순히 민영화와 등치 시키면 쟁점이 다소 혼란스러워진다. 한전이 해외발전사업에 진출할 때 우리는 그것을 반대하여야 할까 찬성하여야 할까? 국익이라는 고답스런 관점이 아니더라도 다소 복잡한 문제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에 관하여

#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은 .. 노동자들이 고용불안, 임금착취 문제를 대화로 풀자고 공항공사에 요청하면 줄만큼 주고 있고 고용불안도 없고 비정규직 노조와는 대화 안한다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출처)

# 인천공항 파업에서 보듯 공기업내 “경쟁력 제고 논리”의 내재화는 오히려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MB의 공항 민영화 음모론자들은 “세계 최고의 공항을 왜 민영화하냐”며 이 경쟁력을 칭송했는데, 자본이 아닌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된 노동탄압을 칭송한 셈이다.

# “경쟁력”은 흔히 공무원 조직의 비효율과 예산 낭비를 질타하는 무기가 되고 실제로 그런 사례가 발견되어 정당성을 강화한다. 하지만 사회적 기여도의 측정 없는 경쟁력은 자본의 이윤 추구 와 다를 바 없는 시각으로 공공성을 죄악시하게 된다는 한계가 있다.

# 이런 정서가 극단화되면 마가렛 대처처럼 “사회는 없다”는 선언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심지어 “세금 먹는 하마”라 욕먹는 민자도로조차 외부성을 가지고 사회적 효용에 기여한다. 이를 부인하지 않고 타당한 평가지수를 도입하는 것이 갈등 해결의 한 축이다.

# 공공성을 위해 요금을 못 올리는 코레일은 정부로부터 공공기여의무(Public Service Obligation) 보조금을 받는다. 객관적인 평가지표가 마련된 이런 보조금을 공기업이나 혹은 MRG 대신 민자사업에 도입해보는 것도 한 대안이 될 것이다.

“민영화”와 더불어 고민해야 할 이슈

# 대통령 “철도 노조 주장을 보면 민영화가 경영을 악화시킨다면서 영국의 예를 들고 있는데 영국과는 다르다. 철도도 민간이 서비스해야하며” (출처) 대통령이 이런 말을! 앗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이로군요.

# 김대중 전 대통령도 “민영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것 처럼 이 이슈는 1980년대 이후 소위 “진보/보수” 구도를 넘어서는 정책적 연속성을 지닌 이슈다. 이를 한쪽 진영 시각에서만 보면 그 해법은 진실과 동떨어진다. 소위 나꼼수식 시각의 근본적 오류.

# 1980년대 이후 공공서비스의 “민영화”가 본격화되면서 가장 빈번하게 쓰인 표현은 “경쟁력 강화”였다. 사람들은 민영화란 표현에 거부감을 가지면서도 경쟁력이란 표현엔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현재 철도 민영화 논쟁에서 정부가 쓰는 레토릭도 경쟁력이다.

# 정부 부문이 커지면서 관료적 행태와 비효율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고 정부의 역할 자체를 부정하는 이들은 이런 부작용과 정부 고유의 공공성을 “경쟁력 강화”라는 쓰레기봉투에 함께 넣어 내다 버리려 한다. “진보”는 이 둘을 세심하게 분리하는데 실패했고.

# 요컨대, “민영화”와 더불어 고민해야 할 분야는 “정부부문 내의 시장 경쟁논리의 무분별한 도입”이다. 경쟁력 강화란 명목으로 공격당하는 정당한 요구들은 정부부문 내에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공항공사의 살인적인 외주율. “세계 최고의 공항”의 그늘.

별도의 철도법인 설립을 통한 “경쟁체제 구축” 주장에 대하여

세번째로 ‘모양만 경쟁체제’이며 경쟁체제가 ‘무의미’하게 되었다라는 주장에 대하여 이번에 발표된 수서발 KTX 결정(안)은 ‘영업흑자 달성시 지분을 매년 10%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코레일이 ‘철도 경쟁력 제고’ 및 ‘경영혁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동기부여를 확실히 하고 있으며, 그 효과 또한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되며 향후 코레일은 영업흑자 달성을 위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강도 높은 경영효율화 노력을 펼칠 것이며, 동시에 서비스 질 제고를 전사적으로 추진할 계획이기 때문에 이러한 자발적 노력은 결국 국가재정 부담 완화 및 국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수서발 KTX 결정(안)은 경쟁체제로서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실질적인 확보방안이 마련된 것으로 철도경쟁체제 도입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코레일은 말했다.

네번째로 수서발 KTX 개통시 수요전이로 코레일 영업흑자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따라서 지분 확대는 사실상 실현불가능한 목표라는 주장에 대하여 코레일은 현재 ‘2015년 부채비율 50% 절감 및 영업흑자 달성’ 목표로 재무구조 획기적 개선을 위한 다양한 자구노력을 강도 높게 시행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2008년 이후 매년 1,000~1,500억원 영업적자를 줄여왔고, 특히 올해는 강력한 경영개선 노력으로 전년 대비 1,800억원의 적자를 줄이는 성과를 달성하여(△3,600억원 ⇒ △1,800억원) 이런 추세라면 당초 목표보다 1년 앞당긴 2014년에는 수지균형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코레일은 말했다. 또한 사업타당성 분석 용역이 완료되면 정확한 발표가 있겠지만, 수서발 KTX 개통에 따른 수요전이로 코레일 수익이 감소하더라도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것이므로 공사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일각에서 우려하는 수서발 KTX에 대하여]

코레일은 일단 ‘수서발 KTX 개통시 수요전이는 있다’는 주장을 인정하고 있다. 첫 번째 문단에서는 KTX가 영업흑자 달성시 지분을 – 아마도 새로 설립될 수서고속철도 주식회사의 지분 – 매년 10% 확대할 수 있는데 동기부여에 대한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적고 있다. 현재 41%로 예정되어 있는 수서고속철도에 대한 코레일의 지분을 10% 올리는 것에 대한 동기부여 효과가 그토록 크다면 수서고속철도의 기대수익은 매우 높다고 봐도 될 것 같다.

한데 두 번째 문장에서는 ‘수요전이의 효과’에 대한 조금 뉘앙스가 달라진다. 두 번째 문장에서는 “수서발 KTX 개통에 따른 수요전이로 .. 공사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적혀 있다. 물론 공사는 거대조직이어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여길 수도 있는데, 앞서 수서고속철도의 지분 10%를 더 확보하는 것의 효과가 매우 크다고 호들갑을 떨던 것에 비해서는 톤이 매우 차분해졌다는 사실이 의아하다. 효과가 크다는 것인지 아니라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좀 복잡하긴 한데 정리를 해보자. 자타가 공인하듯이 영업 흑자가 예상되는 수서발 KTX 노선이 있다. 정부는 애초 이 노선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여 KTX와 경쟁체제를 구축할 예정이었으나 여론의 반발 등에 직면하여 코레일과 기타 정부부문이 참여하는 별도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코레일이 영업흑자를 달성하면 이 법인의 코레일 지분을 늘려주는, 효과는 매우 크지만 공사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희한한 당근을 제시하여 영업효율을 달성하게 하는, 즉 80% 노선이 겹치는 사업장을 가진 계열사와 경쟁하는 “경쟁체제”를 만든다는 것이다.

과문해서 그런지 이런 “경쟁체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경쟁이라 하면 소비자가 경쟁하는 두 공급자의 상품의 우월함을 비교하여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일 텐데 거의 동일한 서비스를 정부가 통제할 가격에 의해 제공되는 상품을 – 그것도 모회사와 자회사가 제공하는 – 가지고 “경쟁”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일까? 용산역에서 출발할지 수서역에서 출발할지가 가장 주된 차이일 뿐인 노선을 가지고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국토부가 닭 모가지를 자르기 위해 뽑은 칼로 당근이나 자르자는 심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철도 민영화”에 관한 트윗 모음

# 사실 “철도 민영화”로 눙쳐지는 이 난국은 노태우 정권의 KTX 부채, 철도시설과 운영 단위의 분리, 이 과정에서의 정부의 부채 떠넘기기, 용산 사업 실패로 인한 코레일 부채 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상황인데, 꼬여도 너무 꼬인 사안이다.

# 수서발 KTX노선은 민간이 제안했었고 – 두산으로 기억 – 국토부가 아마도 코레일 군기 잡기 차원에서 적극 검토하지 않았나 싶은데 이번에 전면 민자사업이 아닌 별도법인으로 가는 것은 공항공사처럼 향후 지분매각 시나리오 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여겨진다.

# ‘왜 굳이 수서발KTX를 별도법인으로 할까?’ 하는 의문이 드는데, 그러한 공공서비스에 대한 별도 법인화가 행정부의 공기업 길들이기에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시설관리공단과 코레일의 분리, 전력분야에서 발전과 배송의 분리는 특히 노동통제에도 유리하니까.

# 공무원의 관성도 있는 것 같다. 여태 경쟁시켜서 서비스의 질을 재고하겠다는 주장을 해왔는데 갑자기 없던 일로 해버리면 과거 주장이 틀린 꼴이 될 우려도 있으니만큼 민영화에 대한 나쁜 여론과 원점 회귀의 중간, 향후 지분매각까지 고려한 각본 채택?

# 수서발KTX 별도 법인을 만들면 분명 가격이 낮을 것이다. 흑자노선인데다 독립채산제고 코레일의 약점인 부채에서도 자유로울 테니 말이다. 통합채산제인 코레일의 평균요금에 비해서도 경쟁력 있을 것이고 이것이 국토부의 이데올로기 공세의 무기가 될 것이다.

인프라스트럭처에 관해 존재했던 “사회적 합의”

최근 서울시의 지하철9호선 민간투자사업이 “자금재조달”을 통해 금융비용을 크게 낮추고 요금도 현행을 유지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변경 실시협약을 체결하였다. 이로써 몇 달 전 민간사업자가 “기습적으로” 지하철 요금을 인상하려던 계획을 서울시가 저지하면서 빚어졌던 갈등이 일단락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과정에서 “시민의 발”을 민간사업자의 횡포로부터 지키는 수문장 역할을 하는 정치적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민영화”라는 키워드는 오늘날 진보-보수 논쟁에서 핵심적인 키워드로 등장하였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계속 진행되어 온 국유기업의 민간매각, 그리고 전통적으로 국가가 담당하였던 것으로 알려진 인프라스트럭처의 – 또는 사회간접자본 – 민영화, 즉 민간투자사업은 이전 세대가 겪어왔던 것과는 또 다른 경험을 안겨주면서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다. 앞서 예로 든 지하철을 둘러싼 市정부와 민간사업자의 갈등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통념과 달리 민간투자사업이 문명세계에 있어 전혀 새로운 풍경인 것은 아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아직 국가의 정체성이나 공권력이 형성되지 않았던 시기에는 오히려 민간이 오늘날 “인프라스트럭처”라 말하는 대부분의 것을 만들었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인프라스트럭처”라 칭할만한 정도의 시설이 등장하는 시기와 장소는 아무래도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싹을 틔우는 중세 이후의 시기의 선진국, 예를 들면 영국과 같은 나라에서다.

대량생산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영국의 자본가들은 생산지, 공장, 그리고 시장을 잇는 데 필요한 운하나 도로를 직접 건설하거나 국가가 건설하여줄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미 이 당시에 도로와 같은 인프라스트럭처가 민간 사업자에 의해 건설되고 요금을 징수하는 방식이 도입된다. 영국에는 이미 13세기 초반부터 포도세(鋪道稅, Pavage) 제도가 있었는데 민간이 도로를 건설하여도 통행자들에게 요금을 징수할 수 있었다.

이러한 민간도로가 본격화된 것은 17세기부터다. 당시엔 “유료도로 위탁업자(turnpike trusts)”가 국가의 양허권을 얻어 자신이 만든 도로에 차단기와 담을 설치하고 지나다니는 이들에게 통행료를 받았다. 오늘 날의 도로 민간투자사업의 사업방식과 별로 다르지 않다. 요금수준은 도로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수준으로 한정했지만 때로는 폭리도 있었던 모양으로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두 배 이상의 요금을 받고 있다”고 꾸짖을 정도다.

이러한 민간도로는 이후 18세기 들어 국가가 직접 간선도로를 짓기 시작하고 레베카 폭동 등 요금에 대한 저항이 거세지면서 – 다만 이 폭동은 자연재해와 학정 등 일반적으로 열악한 인민의 삶에 대한 저항이었다 – 19세기 이후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특이한 것은 민간도로의 쇠퇴에 아담 스미스를 비롯한 고전적 자유주의 경제학자의 역할도 컸다는 점이다. 이들이 민간도로의 통행료를 자유무역의 걸림돌, 즉 관세로 보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자들에게는 당연한 이치인 것처럼 여겨지는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민간의 사업권이 실은 고전적 자유주의 경제학자에게는 불편한 풍경이었던 셈이다.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적지 않은 지면을 할애하여 “공공시설(public works)”은 국가에 의해 관장되는 것이 바람직한데, 영국정부에게 이미 프랑스와 중국은 그렇게 하고 있다고 훈계하기도 한다. 아담 스미스가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상업 일반의 촉진에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오늘 날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도 도로, 철도, 운하 등이 없이 상업 일반의 발전은 상상할 수 없었다. 오늘 날에는 이와 더불어 통신, 발전 등의 인프라스트럭처가 제대로 갖춰져야 상업 일반의 발전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인프라스트럭처들이 민영화 등을 통해 시장가격化 된다면 그것은 과거 자유무역을 가로막았던 관세처럼 상업, 나아가 산업 일반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기에 고전경제학은 인프라스트럭처의 국가 관리를 지지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인프라스트럭처의 민영화가 전례 없이 진행된 요즘에도 국가는 여전히 산업과 가계의 인프라스트럭처 소비에 대해 차별적인 정책을 취하며 산업의 발전을 돕는다. 전기, 철도 등 주요 시설의 이용요금은 민영화 여부와 상관없이 가계보다 산업이 더 적은 비용을 지불한다. 이쯤 되면 결국 인프라스트럭처를 둘러싼 논의에 관리주체로 인한 정당성 논의도 필요하지만 그 소비의 차별에 대한 정당성 논의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산업에 대한 특혜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산업이 그만큼 세수에 책임을 진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초국적으로 활동하며 특정국에서 누리는 이익에 상응하는 대가를 회피한다는 비판도 높다. 또는 세수에 있어서도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2013년 1~6월까지 우리나라의 법인세 실적은 25.6조원인데 소득세 22.8조원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1 사실상 가계 부담인 부가세 27.9조원을 감안하면 그 비중은 더 낮아진다.

하버드의 경제학자에서 의원으로 변신한 엘리쟈베스 워렌은 저 유명한 가정집에서의 연설에서 기업이 자유로운 상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배려하는 배경에는 그들이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진다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그 합의는 서명이 된 합의서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많은 이들이 그것을 전제로 경제활동을 하였거나 또는 자신의 사상을 펼쳤을 것이다. 지금은 일상적으로 무시되고 있는 그 합의.

  1. 2014년 재정운용 방향 및 주요 현안, 국회예산정책처, p24

인도경제의 관전 포인트 하나

그러나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경제권인 인도는 어느 나라보다 위험하다. 지난 2년 동안의 경제 관련 뉴스는 실망스러웠는데 성장률은 4~5%로 떨어졌다. 이는 2003~2008년의 호황기의 반절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소비자 가격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10%로 고정되어 있다. [중략] 외국자본에 대한 인도의 의존도 역시 높은 상태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는 2012년 말 GDP의 7% 정도 까지 치솟았다. 금년엔 4~5%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말이다.[Why India is particularly vulnerable to the turbulence rattling emerging markets]

서양의 주요한 경제지에는 최근에 연일 인도 관련 소식이 주요기사로 올라오고 있다. 이들 언론은 대체적으로 이 나라의 경제 위기에 대한 단기적인 원인을 미국 경제지표의 호전, 이에 따른 美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기조 가능성, 그리고 연쇄적인 서구자본의 인도에서의 자금회수를 들고 있다. 이로 인해 인도 및 주변국들의 통화가 급락하는 등의 즉각적이고 심각한 부작용이 언론의 눈길을 끌었던 것이다.

유동성이 풍부한 통화로 신흥국에 투자하는 소위 “캐리트레이드”의 주된 통화는 한동안 일본의 엔貨였다. 미국이 신용위기에 직면하여 연준이 일본 당국의 해법과 비슷한 저금리 기조와 통화팽창으로 대응하자 美달러가 새로운 캐리트레이드의 통화가 되었다. 결국 신용위기의 발단이었던 풍부한 유동성에 따른 서브프라임모기지 대출 사태가 지구적인 범위에서 확대된 셈이고 인도가 그 주요 대상국이었다.

값싼 통화가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곳으로 흘러들어가는 투자는 기발하다고 할 것도 없는 투자기법인데 역사적으로 볼 때 주기적으로 그 위험이 파괴적인 규모로 반복되고 있음에도 또한 투자자는 주기적으로 그 위험을 간과하며 그 불구덩이에 뛰어든다. 특히 인도의 경우에는 2008년 이후 성장세가 정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위험이 더한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빚의 상환재원이 빚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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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ealogic Project Finance Review(1H 2012)

이런 인도의 상황과 관련하여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 위의 표는 최근 5년간 전 세계 민간투자사업(PPP, Public Private Partnership)의 지역별 추이다. PPP는 정부에서 필요한 인프라시설을 건설할 때 민간의 자금을 빌리는 방식으로 통상 경제성장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하지만 재정이 부족할 때 쓰는 방식이다. 즉, PPP방식으로 투자를 하면 단기적으로는 단기적으로 재정도 건전해지고 경제성장률도 올라간다.

표를 보면 인도의 PPP 활용도는 워낙 압도적이어서 Dealogic이 아시아와 별개로 떼놓았을 정도다. 경제성장 여력이 있던 2008년까지 미미하던 인도의 PPP투자는 2011년에 이르러서는 압도적으로 증가한다. 역시 경제성장률을 위해 인프라 투자를 주도했던 중국이 재정을 활용한 것과 달리 인도는 민간자본을 이용했고, 이는 결국 미래의 빚으로 이연된다는 점에서 인도의 경제상황은 생각보다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미국의 교도소에 사람들이 넘쳐흐르고 있다

이번 주, 버락 오바마 정부의 법무부 장관인 에릭 홀더는 미국에 “쓸데없이 많은 사람이 교도소에 있다”고 선언하였다. 이는 상황을 부드럽게 설명한 것이다. 이 자유의 땅에는 전 세계 인구의 5%가 살고 있는데, 수감자는 25%다. 모두 합쳐 220만 명의 미국인들이 쇠창살 뒤에서 썩고 있다. : 성인 107명 당 1명 꼴. 경범은 엄하게 다뤄지고 있고, 중범은 가혹하게 다뤄지고 있다. 비용은 증가하고 있는데 1년에 800억 달러, 수감자 당 3만5천불 꼴이다. [중략] 몇 십 년간 미국의 정치인들은 더 강화된 판결 법령을 통한 대량투옥이 유권자들의 호감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1990년대 이후의 극적인 범죄율 감소가 이러한 가정이 옳은 것이라고 말하는 듯 했다. [중략] 감옥을 통한 효용은 줄어들고 있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더 많은 사람들을 가둬놓는 것이 이치에 닿던 지점을 지났다. 홀더 씨가 말하듯이 이 시스템은 “비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하지 않다”.[One nation, behind bars]

감옥은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대표적인 공공서비스 중 하나다. 감옥의 일차적인 목적은 범죄자들을 교정시키는 것이라고 간주되고 있다. 그래서 감옥은 교정시설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차적인 목적은 범죄자들을 격리시킴으로써 사회를 보다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죄를 지은 이의 교화와 사회를 안전하게 하는 것, 이보다 더 공공의 목적에 부합하는 서비스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문제는 지금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수감자의 25%에 해당할 만큼 많은 이들이 감옥에서 그야말로 “썩고” 있다는 것은, 그들을 썩히는데 드는 비용, 그리고 그들이 밖에서 사회활동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를 한꺼번에 잃는 셈인데, 이를 사회적 비용으로 환산한다면 정말 비효율적인 상황인 것이다. 물론 개인으로서도 매우 불행한 상황이고 말이다.

기사는 미국의 형법 시스템이 너무 가혹하다는 것, 그리고 대부분의 수감자가 마약 등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그 비효율성의 원인으로 들고 있다. 그래서 차라리 마약의 합법화가 – 물론 약한 종류의 마약을 말하는 것이겠지만 – 상황의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까지 조언하고 있다. 최근 우루과이가 약한 중독성의 마약과 강한 중독성의 마약 관리를 분리하기 위해 대마초를 합법화하였듯이 말이다.

한편, 기사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의 수감자가 이렇게 많아진 것의 또 다른 배경에는 감옥의 민영화도 한 몫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이미 1980년대부터 감옥의 건설과 운영을 민간의 손에 넘겼으며 미국교정회사와 웨클허트 교정회사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이들이 수용하고 있는 수감자는 미국 전체 수감자의 10% 정도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들 회사에게 있어 수감자는 인간이 아니라 상품이다.

마이클 무어의 “자본주의, 러브스토리”에 보면 교정회사와 결탁한 사법부가 어떻게 하찮은 사건들에 대해 엄격한 금고형을 내리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이들 교정회사들은 다른 거대산업들이 그렇듯이 사법제도의 강화를 위해 정치인들에게 로비를 했을 것이고, 때마침 정치권의 보수화 현상과 맞물려 이러한 추세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결국 더 많은 이들이 더 가혹한 기준 하에 감옥에 머물러야 했다.

요컨대, 홀더 장관의 선언은 단순히 미국정부의 과잉(?)공급되고 있는 특정 공공서비스에 대한 반성을 넘어 문명 그 자체의 한 축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선언으로 간주되었으면 한다. 격리를 통해 사회 안정을 도모하는 체제에서 과연 어떤 행동을 범죄라 규정할 수 있으며 또 얼마만큼의 벌을 내려야 옳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볼 수 있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기준은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이다.

박원순 시장의 경전철 공약 단상

박원순 씨가 경전철 공약을 발표한 것은 “아무 것도 안 한 시장“으로 남아서는 재선의 가능성이 떨어질 것이고, 이제 무언가는 개발공약을 발표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개발주의”는 여전히 유권자가 원하는 공약이다. 물론 하층민일수록 그 떡고물이 적겠지만 그래도 뭔가가 떨어질 것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압축성장의 역사에서 진행되어온 숱한 “개발주의”가 증명한 사실이다. 박원순 시장은 그런 상식(?)을 전복시키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거나 본인의 철학이 아직 부족했을 것이다. 어떤 개발공약을 내놓을 것인가? 재개발/재건축/뉴타운 등의 공약은 상상할 수도 없는 공약이고, 도로 신설 공약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공약이다. 남은 것은 이해관계자의 반대가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공공교통, 특히 지하로 들어가 공공교통을 강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도의 GTX처럼 백지에 새로 선을 긋는 것은 일정상 무리가 많이 가는 대안이다. 결국 동북선, 신림선 등 이미 사업시행자가 지정되어 있어 시간상으로 빨리 진행할 수 있는 민간투자사업과 이를 연결한 미래노선을 엮은 경전철 계획이 그나마 무난하게 내놓을 만한 공약이다. 재임기간이 정해져 있는 선출직 공무원은 그 정치적 신념을 떠나 임기 안에 무언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을 수 있는 개발공약에 집착하게 마련인데, 예산의 제약을 덜 받고 후대에 그 책임을 넘길 수 있는 민간투자사업은 가장 매력적인 개발공약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MB도 처음에는 대운하 사업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물론 그것이 여의치 않자 수자원공사와 국고를 털어 땅을 파냈지만 말이다. 오세훈은 세빛둥둥섬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는 한편, 광화문 광장과 같은 기념비적 사업을 위해 시의 곳간을 동시에 거덜 냈다.

민간투자사업이 포함된 박원순의 개발공약을 바라보는 시각은 좌우 양진영에서도 그리 곱진 않다. 조선일보중앙일보에서 딱히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두고 보겠다”는 투의 기사가 눈에 띈다. 미디어스는 노동당 간부의 입장을 실어 반대의 논리를 펴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은 경전철 계획이 제2의 “우면산 터널”이 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주장에서 누락하고 있는 것은 경전철은 우면산 터널과 같은 최소운영수입보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미디어스의 보도는 최소운영수입보장, 나아가 최신의 민간투자제도인 “비용보전” 방식까지 나열하고 있지만 정리되지 않은 개념을 장황하게 적용하고 있다.(이에 대해선 시간 되면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겠다.) 이번 계획에 대해 가장 선명하게 반대할 이들은 아무래도 노동당 등의 좌파일 것이다. 우파나 중도파들은 유쾌하지 않은 시선으로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

요컨대,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이번 공약이 현실정치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한 시민운동가 출신 정치인의 고육지책이란 느낌이 든다. “아무것도 안 한 것”이 뭔가 한 것으로 인정받기에는 유권자가 너무 약삭빠르다는 사실을 짧은 재임기간 동안의 현실정치를 통해 깨달은 것일까? 개인적으로 그의 정치적 실험이 박원순 시장을 좋아하지 않는 유권자들에게 먹혀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이다. 이 나라가 어느 샌가 경제적 실질과 상관없는 정치적 프로파간다에 물들어 한쪽에서 하는 일은 무턱대고 반대하는 “귀 막고 떠드는 이들”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의 FTA와 MB의 FTA는 다르다”는 노무현 지지자들, 오세훈의 천문학적인 재정낭비는 모르쇠한 채 무상급식 예산에는 게거품을 물며 반대하는 이들 말이다. 그리고 이런 극단주의가 일반유권자들에게도 상당히 많이 퍼져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