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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현재가 규정한다

바로 얼마 전 2월에 풍요부는 1984년 중에는 초콜릿 배급량을 줄이지 않겠다고 약속(공식 용어로는 이를 ‘절대 서약’이라고 한다.) 했었다. 그러나 윈스턴이 알고 있듯 실제로는 초콜릿 배급량이 이번 주말부터 30그램에서 20그램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따라서 처음에 약속했던 내용을 4월 언제쯤 배급량이 감소될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바꿔놓기만 하면 되었다.[1984,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민음사, pp58~59]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조지 오웰이 스탈린이 통치하고 있던 소비에트 사회주의를 풍자하여 쓴 SF소설이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쓰는 진리부(Ministry of Truth)에 근무하며 이렇듯 역사에 대한 오류들을 바로(?) 잡는다. 이 경우처럼 그는 정부가 어떤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그 이전의 약속을 고쳐놓는다. 이런 묘사는 실지로 스탈린이 통치 기간에 저질렀던 – 심지어 사진 속의 인물을 지워가면서까지 – 역사 왜곡을 비판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스탈린이 극적이고 잔인한 사례지만 이렇게 과거를 고쳐서 미래를 지배하려 했던 정부는 꽤 많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NLL대화록을 둘러싼 우리의 정치권 논쟁도 비슷한 사례다. 노무현 前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어떤 대화를 했는가 하는 것이 대화록만 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을 문제로 보였는데, 그 뒤 수많은 배우가 등장하면서 판을 흔들고, 대화록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슈로딩거의 대화록’이 되어 현재를 뒤흔드는 과거가 되었다.

다행히 우리의 현실은 1984년에서의 현실처럼 윈스턴의 간단한 업무처리를 통해 과거가 바뀌는 정도로 폐쇄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과정이 덜 폐쇄적이 되었다는 것이 과거를 흔들어대는 행태를 쳐다보는 우리의 시선을 덜 고통스럽게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오히려 그 “현폐(現弊)”가 “적폐(積弊)” 탓을 하는 부조리한 과정을 육안으로 확인하며 – 사실은 통념과 다르다며 끊임없이 과거를 흔들어대는 수구매체에 시달리면서 – 우리의 인식은 한층 혼란스러워진다.

과거는 현재가 규정한다.

“불법 사찰” 정국에 대한 단상

KBS의 새 노조가 보도한 현 정부의 “불법 사찰”건이 선거정국의 뇌관이 되었다. 더 두고 봐야겠지만 구여권의 주장처럼 그들의 사찰은 “통상적인” 정보보고 수준인 반면에, 현 정부의 사찰은 더 깊숙한 밀착사찰로 보인다. 전자는 체제유지를 위한 공권력 행사 차원이고, 후자는 특정 정치세력의 이익을 위한 공권력의 사유화(私有化)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도덕적 기준으로 판단하면 공권력을 사유화했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행위가 더 악랄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전 정부의 행위를 이른바 “착한 사찰”이기나 한 것처럼 옹호하는 모습도 희한하다. 착한 사찰은 구조화된 폭력을 의미한다. 구여권의 “착한 사찰” 옹호하려면 각종 시위 현장에서 사복경찰이 카메라 들고 채증 하는 것도 칭찬받아야 할 짓인 셈이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권력층은 반체제 세력이 체제를 전복하리라는 강박증에 – 때로는 타당하고 때로는 피해망상적인 – 시달렸고, 시민에 대한 일상적 감시를 구조화해왔는데 이런 구조적 폭력은 오히려 체제저항의 하나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MB정부가 과거정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건 결국 국가 운영원리가 유사한 패턴을 그린다는 이런 체제연속성에 물타기하는 행위다.

“정당한” 공권력 행사와 사익추구를 위한 공권력 사유화 중 어느 것이 더 나쁜 짓일까? 도덕적인 판단이 아닌 시민권 보호의 입장에서 보면 유사한 폭력일 수 있다. 대놓고 시민을 일상적으로 감시하라고 허용하는 실정법은 내가 알기로는 없다. 진정 MB를 뛰어넘기 위해선 그런 구조화된 폭력기제에 대한 반성도 병행되어야 한다. “도로 노무현”이 답이 아니고.

문(재인) 고문은 “이명박 청와대가 ‘참여정부에서도 사찰이 이뤄졌다’며 물귀신 작전으로 기껏 든 예가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조 2교대 근무전환 관련 동향보고’ 등 세 건”이라며 “이는 일선 경찰에서 올라온 정보보고”라고 설명했다. 문 고문은 “산업경제에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대형사업장 노사협상과 노조 파업예측 보고로, 민간인 사찰이 아니다”고 덧붙였다.[문재인 “참여정부 사찰증거? 경찰 정보보고!”]

이게 구여권 인사의 사찰에 대한 인식의 한계다.

노무현이 꿈꾸었던 산업고도화 전략은 유효했을까?

먼저 인용문에 링크되어 있는 그래프들을 살펴보기 바란다.

제조업관련 종사자는 1972년 23.7%를 차지하였으나 지금은 불과 9%정도로 줄어들게 되었다. 미국은 지금도 여러가지를 제조해내고 있으나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고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크게 줄어든 것이다.[美고용상황의 변화]

미국의 40년 동안의 업종별 고용상황의 변화를 표현한 그래프다. 인용문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한때 제조업의 최강국이었던 미국은 이 분야의 고용인력이 전체고용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으나 오늘날엔 9%에 불과할 정도로 쇠락하고 말았다. 그럼 이들 고용은 어디로 간 것일까?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듯이 대부분 새로운 “제조업 강국”인 중국이나 NAFTA 등 미국의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는 곳의 전진기지로 옮겨갔을 것이다.

한편 이 기간의 다른 업종의 변화를 보면, 고급 서비스 업종이라 할 수 있는 ‘프로페셔널/비즈니스 서비스’의 비중이 두 배 이상 많아져서 산업구성이 고도화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특이하게도 금융서비스는 동 기간 5.3%에서 5.8%로 거의 변화가 없다. 2008년 월스트리트의 위기를 경험한 이들이 미국의 금융업에 대해 느끼는 의미가 1972년의 그것보다 훨씬 더 클 것임에도 실은 고용비중으로 보면 거의 변화가 없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20130620-1011181998~2012년간 미국의 업종별 고용비율 변화 추이

그렇다면 이렇게 고용의 구성이 달라지는 와중에 업종별 생산의 비중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미상공회의소의 경제분석국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해본 바에 따르면, 1948년에서 2010년까지의 기간 동안 제조업과 금융업의 GDP 대비 비중은 거의 X자를 그릴 정도로 그 위치가 바뀌었다. 제조업은 동기간 꾸준히 고용이 감소한 반면, 금융업은 고용이 증가하지 않는 상태에서 비중을 늘여갔다. 이는 금융업의 인당 부가가치가 제조업보다 높았음을 의미한다.

20130620-1020481947~2012년 미국의 업종별 생산의 GDP대비 비중 변화 추이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에 개발도상국들은 간혹 금융업 육성을 통한 경제의 고도화라는 유혹을 느끼곤 한다. 경제발전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임금이 높아져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므로 부가가치 창출이 더 용이한 금융업으로 산업을 고도화하여 경제를 재편하자는 아이디어 말이다. 노무현 정부 역시 “동북아 금융허브”라는 구상을 가지고 있었고, 혹자는 한미FTA도 이러한 산업고도화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추진한 것으로 짐작하기도 한다.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자산운용업 위주의 특화 금융허브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금융허브를 어느 정도 지향하는 금융허브 구축을 계획하고 있음. 단기적으로는 싱가포르를 모델로 하나, 장기적으로는 런던을 모델로 하면서 아시아 3대 금융허브로의 발전을 구상.[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 현대경제연구원(2005년 5월)]

오이겐 뢰플러 하나알리안츠투신 사장도 “한국의 금융규제가 여전히 많다”며 “금융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자본의 원활한 유입과 유출이 확실하게 보장돼야 하며 규제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세금부담 경감 △외국어 실력 배양 △통관시스템 개선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인수위에 건의했다.[외인CEO”동북아중심,규제완화부터”]

이러한 산업고도화 전략이 유효할까? 신용위기의 거품이 꺼지고 난 후 적지 않은 이들이 이러한 전략의 위험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우선 미국은 기축통화국이자 세계금융의 중심지라는 독특한 지위 속에서 금융의 유동화/증권화 전략을 통해 신용을 창출하여 부가가치를 높였다. 그 결과는 과잉신용으로 인한 붕괴였다.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 셈이다. 아이슬란드같이 이 모델을 어설프게 흉내 낸 나라의 은행가들은 지금은 어부가 되었다.

금융의 고도화가 신기루에 불과한 엉터리 발전모델은 아니지만 제조업의 고도성장과 같은 접근방식으로 밀어붙여서 될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한미FTA 등의 문화충격을 통해 이를 단기간에 밀어붙이려 했던 정황이 있다. 이전 정부들의 압축성장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더불어 과연 그러한 양적성장 중심 모델이 지속가능한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 아래 표는 미국의 고용소득과 배당소득 추이를 보여준다.


(출처 : cfr.org)

제조업의 고용이 줄어들고 금융업의 부가가치 창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절묘하게도 미국의 소득비중에서도 노동소득은 감소하고 배당소득은 증가했다. 배당소득의 상당부분이 주식을 소유할 능력이 되는 상류층에 돌아갈 것이라는 개연성을 감안할 때, 이런 소득원별 비중의 변화는 소득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지표일 것이다. 그리고 금융업의 고도화 – 특히 LBO와 같은 M&A 시장의 발달 – 는 이런 경향을 부추겼을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삼성경제연구소와 같은 연구소에서조차 그 심각성을 지적할 만큼 소득저하 및 가처분소득의 감소로 인한 내수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업의 저임금 국가로의 이전이나 파견직 확대 등을 용인하면서 금융업 발전을 대안으로 설정하게 되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제조업 고용의 양과 질은 줄어들고 금융업의 고용은 그에 상응하게 창출되지 않고 내수는 감소하게 될 것이다. 미국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하나의 교훈이다.

한미FTA 관련, 간밤의 tweet 모음

어제 또 트위터에서 한미FTA에 관해 열폭트윗 좀 했습니다. 간밤의 트윗과, 이와 참조할 자료들을 여기 모았으니 참고하시길.

사실 매우 중요한 FTA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에서 주무른다는 것은 굉장히 기이하다. FTA는 무역뿐 아니라 서비스,지재권 등 우리 삶 전반을 아우르는 것이기에 초부처적 특별기구가 적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형적 구조를 만든 이는 노 전 대통령이다.

통상 업무를 전담하는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이하 통상본부)에 관료사회 안팎의 눈길이 쏠려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앞뒤로 나타난 분위기다. 예전의 통상 조약과 달리 FTA의 포괄 범위가 경제·사회 전반으로 넓어지면서 외교부 내 한 부문 이상의 존재감으로 부각돼 있다. [중략] 해마다 4~6명에 이르는 행정고시 출신들이 외교부에 지원해 통상본부에 배치된 것은 2004년부터였다. 한-미 FTA에 이어 주요 FTA가 줄줄이 예정된 데 따른 권력 강화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었을까? [중략] 지금까지도 협정문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회의) 통제를 받지 않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통상독재’라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것 아닌가?”[국회여, 거침없는 ‘통상권력’에 하이킥을!]

그러니까 김종훈이 국회의원에 호통을 치고 맞고함 치는 권력을 만들어준 정부는 참여정부란 이야기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었다. 그는 4월23일 쌍둥이 법안으로 불리는 상생법·유통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자 며칠 뒤(4월27일) “유통법은 괜찮지만 상생법 처리는 보류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훼방을 놓더니 최근까지도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자신의 ‘소신’을 들어 상생법에 반대해왔다. 한-EU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상생법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니들은 국민과 국회가 우습니?]

그런데도 참여정부 시대가 요순시대나 된 양, 노무현의 FTA는 이익의 균형을 맞췄는데 이명박이 버려놨으니 반대합네… 하는 분들은 애초에 스텝을 잘못 밟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익의 균형”은 한미간 자본의 이익의 균형일 뿐이란 사실.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자서전에도 썼지만 그가 누린 권력은 절대적이었다. 장관이었던 유시민에게조차 부처논리를 주장할거면 판 깨겠다고 협박할 정도였다. 부처간 협상은 통상교섭본부가 우위를 쥐고 있었다. 후임 김종훈이 그래서 저렇게 고개가 뻣뻣하다.

유 장관은 FTA 협상 틀에서 협상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중략]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세부 사항들을 FTA의 틀 내에서 협상하지 않으면 한미 FTA가 깨지는 것인데, 좋습니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그렇게 중요한 정책이라고 하니 그 결과를 수용하겠습니다. 그럼 이제 할 것은 두 가지가 남았습니다. 첫째, 우선 빨리 대통령께 한미 FTA 협상이 의약품으로 인해 결렬되었다는 사실을 보고 드려야 합니다. 둘째, 그 이후 결렬된 사실에 대해 납득할 수 있도록 대국민 발표를 해야 합니다.” 그러고서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중략] 광화문 청사에 도착하기 전에 권오규 부총리에게 전화가 왔다. “김 본부장. 복지부 장관에게 방금 전화가 왔네. 포지티브 방식과 건강보험공단이 약가를 결정한다는 원칙이 지켜진다는 전제 하에서 다른 세부 정책들은 FTA 틀 내에서 협상할 수 있다고 하네.”[김현종 한미FTA를 말하다, 김현종, 홍성사, 2010, pp 134~136]

용인시가 잘못된 계획으로 경전철을 만들었다 뒤늦게 철회하며, 국제중재에서 져서 민간사업자에게 5~7천억 원의 돈을 물어주어야 한다. 현재 재정여력은 3천억 정도에 불과해서 파산위기다. 이런 풍경에 익숙해지는 게 좋다. FTA 시대엔 가끔 보게 될 테니.

국제중재법원의 지급 결정에 따라 경전철 건설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경기 용인시는 지방채 2000억원을 발행해 경전철 건설비를 갚겠다고 25일 밝혔다. 용인시는 국제중재법원이 지급을 결정한 경전철 공사비 5159억원을 지방채 발행과 일반회계 예산편성, 분할 납부 등의 3가지 방식으로 해결할 것이라며 경기도에 지방채 발행 협조를 요청했다. 용인시는 지방채 2000억원과 일반회계 예산 1000억원 등 모두 3000억원을 내년에 조달해 지급한 뒤 나머지는 원리금 균등상환으로 30년 동안 나눠 갚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용인시 “지방채 내서 경전철 건설비 갚겠다”]

☞ 물론 이 사태의 원인제공자들은 좀 더 광범위하고, 용인시가 잘못한 일이 있고 사업자가 보상받아야 할 것이 있으면, 정당하게 보상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잘못된 계획입안과 시행을 통한 행정력과 비용의 낭비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다만, 이 사업의 경우, 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한 개별 실시협약을 통해 사업이 난항을 겪을 경우 어떻게 처리하겠다고 하는 절차를 정해놓은 것이다. 그런데 한미FTA가 발효되면 개별사업의 테두리를 떠나 다양한 사회전반의 행정력에  대해 초법적으로 이런 식의 절차를 밟도록 강요할 수 있을 것이다.

FTA란 용어는 잘못된 표현인데, 모든 이에게 free한 것이 아니며, trade만 다루는 것이 아니며, 모두가 agree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현종을 WTO에서 발탁했고, 한미FTA를 먼저 하자고 해서 동의했고,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 보며 의제잡고, 통상교섭본부에 권력을 줬고, 기회될 때마다 자신이 모든 걸 책임진다고 발언했는데, 속기는 누가 속았다는 건지 원…

학계는 인수위 시절 전달된 삼성경제연구소(SERI)의 보고서에 주목한다. 한·미 FTA,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론, 신성장동력 개발론, 혁신주도형 경제론 등이 모두 이 보고서와 무관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기식 당시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노무현 당선자 책상에는 인수위 보고서와 삼성연 보고서가 같이 놓여 있었다. [중략] 한·미 FTA의 논리적 기반도 삼성이 제공했다는 평가다. 노대통령이 FTA 대책과 양극화 해법으로 강조해온 ‘지식서비스업 강화론’이다. 삼성연은 한·미 FTA 개시선언 직후인 지난해 3월 ‘도대체 왜 한·미 FTA를 해야 하는가’라는 보고서에서 ‘서비스시장 개방론’을 처음 이슈화했다.[“靑 386, 삼성경제硏 보고서 베껴 썼다”]

“다음 어느 쪽이 정권을 잡아도 안할 것 같았는데, 저는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정치적 손해 가는 일을 하는 대통령은 노무현 밖에 없다고 스스로 믿고 있기 때문에 특단의 의지로 결정했다”(2007년 3월20일 농어업분야 업무보고)

나꼼수가 한미FTA의 불편한 진실을 직시할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봐. 나꼼수도 못 들어가는 성역이지.

김어준 : [18분 6초경부터]이번에 그 역사상 최단 시간 내에 상하의원을 모두 통과했어요. FTA가. 그래서…. 아니 미국이 자기들이 불리한 걸 왜 최단시간 내에 통과시켜? 졸나리 유리하니까 그랬지. 그리고 쫌 이따 하고 어쨌든 이거 끝나고 또 웃긴 이야기 하나 있어요. [23분 50초경부터] 우리가 이 FTA가 각하 집권 이후에 재협상을 했어요. 노무현 정부 시절의 FTA가 아니에요. 내용이 재협상됐어요. 그런데 우리가 그 내용을 잘 몰라. 제대로~ 근데 이거 당장 통과시키려고 해. 졸라 의심스러워! 졸라! 그래서 저희가 FTA 다음 시간에 특집으로 한번 다뤄볼까 합니다.[나는 꼼수다 24회 방송분 중]

☞ 이미 결론이 짐작된다.

한미FTA의 본질이 국익을 위한 것이라는, 그래서 이명박의 FTA만 잘못 됐다는, 그 몰계급적인 사고를 깨려면 참여정부의 원죄를 알아야 하기에 몇 마디 했더니 “부관참시하는”거냔 반응이… 이래서 성역인게지.

RT @mkmodus: 이와중에 조승수와 노회찬,심상정,이정희 등이 한미FTA 저지의 전선이 아니라, 저 주주자본주의 옹호자의 선거유세장에서 들러리를 서고 있다는 사실이 참 황당하다. 그리고 민노당은 스리슬쩍 “한미FTA반대”에서 “재협상”으로 입장선회. 민주당과 같아졌다.

왜 남경필이 오늘 외통위 상정을 포기했나? 민주당이 몸싸움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이미 민주당이 굴복하고 게임 끝났다는 이야기다. 근데 시장선거로 한미FTA를 막자고? 구라 좀 엥간히 치세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가 25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둘러싼 몸싸움을 가까스로 피했다. 이는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외통위원장의 즉석 `신사협정’ 제안 때문이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비준안 처리를 주장하는 여당 의원들과 비준안 통과를 막기 위해 `실력 행사’까지 불사하려는 야당 의원들의 틈에 낀 남 위원장은 “약속을 해주면 처리를 안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고, 한ㆍ미 FTA 관련 대책이 마련되면 일정 시점에 표결을 실시한다는 점을 여야 모두 약속해 달라는 것이었다. [중략]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도 처음에는 “약속할 수 없다”고 버텼지만, 남 위원장의 끈질긴 설득에 “다른 상임위와 여ㆍ야ㆍ정 협의체 결과를 보고 하겠다”며 사실상 제안을 수락했다.[한미FTA 몸싸움 막은 남경필 외통위원장]

@LACHESISM 고민요? 간단합니다. 원죄를 가진 (이명박의 FTA만 문제라고 우기는) 민주당, 국민참여당이 석고대죄하고 통상교섭본부의 권한을 빼앗고 주요 이슈에 대해서 재협상해야죠.

@LACHESISM 그런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채 이명박 정부의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이나 원위치시키려는 것이 지금의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생각입니다

한미FTA를 추진한 참여정부는 협상에 최선을 다했고, 당시 상황에서 국가 간 이익 균형을 맞추는 협상 결과를 얻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2007년 한미 양국 합의 때 자동차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일부 문제 조항에 대한 지적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분야의 이익이 이를 상쇄할 것으로 기대됐다. 당시 한미FTA 협상에 대해 어느 정도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이 때문이다.[국민참여당 성명 :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은 굴욕적 재협상으로 한미FTA 망친 책임져라]

우리는 원칙적으로는 자유무역에 찬성한다. [중략] 이기성 측면에서 본다면 개정된 한미FTA는 찬성할 수 없다. 무게중심이 미국 쪽으로 갔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라면 반대표를 던지겠다.[직격인터뷰 : 유시민 “이광재에… 강금원에… 친노그룹이 날 때리니 아파”]

‘한미FTA에 이러이러한 유보조항과 단서조항이 있으니 큰 걱정 없다’는 김종훈 말을 믿으세요? 번역도 제대로 못한 인간들입니다. 기차게 머리 좋은 미국 로펌들이 영미법 체제의 조약을 가지고 아주 신묘한 재주를 많이 부릴 겁니다. 아주 얼이 빠지겠죠.

한미FTA에 있는 “간접수용”이란 조항은 우리나라에 법개념도 없는 조항입니다. 미국법엔 “규제적 수용”이란 근사한 조항이 있고요. 앞으로 지자체들이 간접수용이 뭔지도 모르고 소송당하겠죠. 그리고 국제중재로 가야 하니까 공무원들 영어공부 열심히 하세요.

헌법이나 법률 등에서 이러한 간접수용법리를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우리나라의 법체계상 이러한 간접수용의 법리가 도입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절실히 요구된다.[간접수용 법리의 합헌성 연구]

간접수용과 규제적 수용은 내용적으로 유사하고 투자자 보호수단을 마련한 상당수의 투자협정들이 미국에 의해 주도되어 왔다는 면을 고려할 때 규제적 수용법리의 연혁과 현재의 주요 논의들을 고찰해보는 것은 간접수용을 올바르게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간접수용 및 투자자-국가소송제에 관한 연구 : 헌법 적합성을 중심으로]

@D4ILYBR34D 네 참여정부 때 너무 권력을 많이 줘서 너무 어려울 겁니다. 문제는 야당이 몸싸움도 안 하겠다는 그 평화로운 마음가짐입니다. 죽기 살기로 해도 안 될 판에 애초 싹수가 노랗네요.

투표는 했지만 우울합니다. 어제 FTA열폭 했지만, 당장 발효 되도 피부에 와 닿진 않을거에요. 공기처럼 우리의 전반적 제도에 서서히 영향을 미칠테니깐요. 위정자들은 효과를 조작하고 한미동맹을 칭송하겠죠. 언젠가 진짜 좋은 정부가 폐기시켜 주기를~

한미FTA에서의 수용시의 보상금액에 대해

그날 내게 던진 대통령과 문 실장의 질문은 보통 때보다 더 날카로웠고 세부 사안까지 일일이 챙겼다. 투자 분야에서 정부 조치가 간접수용으로 간주되었을 때 보상금액에 기대이익을 포함하는지 아닌지 물었다. 나는 기대이익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어느새 네 시간이 지났다.[김현종 한미FTA를 말하다, 김현종, 홍성사, 2010, p218]

WTO에 근무하다 노무현 정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김현종 씨는 참여정부의 FTA의 첫 대상국을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꾼 후, 스스로 통상교섭본부장이 되어 협상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통상교섭본부는 1998년 3월 단행된 정부 조직개편에 따라 각 정부 부처들의 통상교섭 기능이 통합돼 외교통상부로 개편되면서 외교부 내에 통상협상 전담조직으로 설립됐다. 당초 권한이 그리 강하지 않았던 이 기구는 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현종 씨에게 전권을 주다시피 하면서 권한이 크게 강화되었다.

인용한 책을 읽어봐도 본부장인 김현종 씨의 재량권이 무척 넓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인용한 부분은 그 와중에 2007년 3월 31일 김현종 씨가 대통령과 문재인 비서실장 앞에서 협상경과를 보고하는 자리에 관한 묘사다. 김현종 씨는 네 시간에 이르는 보고에서의 보고내용에 대해선 위와 같이 간접수용에서 보상금액의 기대이익 포함 여부에 관한 보고만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김현종 씨는 대통령의 질문에 “기대이익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답한 걸로 회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과연 이것이 사실인지 의심스러웠다.

“간접수용”이라 함은 명의의 공식적 이전 또는 명백한 몰수를 통하여 투자가 국유화되는 직접적 수용과 달리, 일련의 행위가 앞서의 행위 없이 직접수용에 동등한 효과를 가지는 경우를 말한다. 수용에 대한 이러한 광범위한 해석 자체도 독소조항으로 간주되는데(또한 이미 간접수용에서 피해자가 측정할 수 있는 것은 기대이익일 수밖에 없거니와), 노 전 대통령이 물은 내용은 그러한 수용의 보상이 수용하지 않았을 경우 향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대이익을 반영한 것이냐는 질문이었고, 김현종 씨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a) be paid without delay;
(b) be equivalent to the fair market value of the expropriated investment immediately before the expropriation took place (the date of expropriation);
(c) not reflect any change in value occurring because the intended expropriation
had become known earlier; and
(d) be fully realizable and freely transferable
가. 지체 없이 지불되어야 한다.
나. 수용이 발생하기(수용일) 직전의 수용된 투자의 공정한 시장가격과 동등하여야 한다.
다. 수용 의도가 미리 알려졌기 때문에 발생하는 가치의 변동을 반영하
지 아니하여야 한다. 그리고
라. 충분히 실현가능하고 자유롭게 송금가능하여야 한다.

보상의 방법에 관한 한미FTA 비준동의안의 영문본국문본 해당부분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수용이 발생하기(수용일) 직전의 수용된 투자의 공정한 시장가격과 동등(equivalent to the fair market value of the expropriated investment immediately before the expropriation took place (the date of expropriation))”하여야 한다는 부분이다. 김현종 씨는 이 부분에서의 “공정한 시장가격”에 “기대이익”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간주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가격은 암묵적으로 미래의 기대이익을 현재가치에 반영하고 있다.

소득평가를 사용한 특정한 원유 그리고/또는 가스 생산시설에 대한 공정한 시장가격의 측정은 현재가치요소의 사용 또는 미래의 현금흐름을 시장에서 자산에 대해 제안하는 것에 부합하는 가치까지 환원할 할인율이 필요하다.
Estimation of the fair market value of specific oil and/or gas producing properties, using an income valuation, requires the use of a present value factor, or discount rate, that reduces future cash flows to a value commensurate with that which would be offered for the property in the marketplace.[출처]

한미FTA 본문에는 “공정한 시장가격”에 대한 측정방법 또는 기타 상세한 정의는 따로 있지 않다. 하지만 예로 미국의 투자회사가 국내의 민영화 사업의 영업권을 땄다고 가정해보자. 이 사업이 직접 또는 간접 수용되었을 경우 그들이 제시할 수 있는 시장가격은 결국 향후 기대되는 영업이익에 대한 청구권이 될 것이다. 부동산의 경우에도 시장가격이란 결국 향후 임대수익에 대한 현재가치에 가깝다. 이는 제조업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른 FTA의 과거 사례를 보아도 이러한 개연성은 충분하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는 1997년 4월 캐나다의회가 미국의 에틸사(Ethyl Corporation)가 생산한 벤진첨가제(MMT)가 환경 및 건강에 유해하다고 판정해, 이의 수입과 운송을 금지시킨 조치에 대한 에틸사의 대(對)캐나다 제소사건이다. 에틸사는 이런 조치가 향후 예상 이득에 대한 수용이자 기업 명망성에 대한 훼손이라는 이유로 북미자유협정(NAFTA)에 의거해 캐나다정부를 상대로 2억5천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결국 1998년 6월 캐나다정부는 수입금지 조치를 철회하고 천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해야만 했다.[한미FTA 국민보고서,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기획연구단 엮음, 2006년 12월, 도서출판 그린비, p520]

NAFTA 지역내에서 캐나다와 미국의 에틸사간에 벌어진 소송에 관한 이야기다. 에틸사로서는 벤진첨가제의 수입을 막는 캐나다의 조치로 인해 피해를 입는 부분은 당연히 실현이익이 아닌 향후 기대이익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정당하게(!) “이런 조치가 향후 예상 이득에 대한 수용”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에틸사의 주장은 NAFTA가 “공정한 시장가격”에 대해 한미FTA보다 더 강화된 조항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NAFTA 본문을 보면 한미FTA와 다른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2. Compensation shall be equivalent to the fair market value of the expropriated investment immediately before the expropriation took place (“date of expropriation”), and shall not reflect any change in value occurring because the intended expropriation had become known earlier. Valuation criteria shall include going concern value, asset value including declared tax value of tangible property, and other criteria, as appropriate, to determine fair market value.
3. Compensation shall be paid without delay and be fully realizable.
[NAFTA Article 1110: Expropriation and Compensation]

원가 공개 요구는 반(反)시장적인 요구인가?

트위터에서 예전에 논란이 되었던 분양원가 공개에 관한 대화를 나누게 되어 주의환기 차원에서 그 당시(2004년) 쓴 글을 다시 올립니다. 지금 읽어보니 어깨에 힘이 팍 들어간 게 민망하기도 하군요.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 미처 대통령의 소신을 확인하지 않고 공약했다가 차질이 생겼으니 이를 개혁후퇴의 상징처럼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해명하고  “내용의 옳고 그름은 앞으로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연합뉴스, 노대통령 “아파트 원가공개 반대”, 2004.6.9]

언제부터 정당이 그 당에 몸담지도 않은 대통령의 뜻을 받자옵고 선거공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신적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선거 공약을 발표할 시점에 노무현 대통령은 당원이 아니었다. 뒤늦게 당에 입당한 사람이 자신의 소신을 확인하지 않았으니 무효라고 발언하는 것이 과연 이치에 맞는 것인지 먼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원가 공개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시장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을 들고 있다. 즉 “시장을 인정한다면 원가 공개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과연 원가 공개는 시장의 원리에 배치되는 것인가? 대답은 No 다.

경제이론의 역사를 보면 그것은 가격의 실체에 관한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초기 기독교 교회의 위대한 사상가였던 아구스티누스는 시장에서의 가격은 ‘공정가격(just price)’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제조업자는 제조원가에 자신의 노동력의 가치 이상의 부가가치를 붙여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물론 교회의 수도사들조차 이러한 원칙을 지키지는 않았다).

이후 ‘가격의 실체’ 논쟁은 고전학파, 마르크스를 위시한 비판론자, 신고전학파 사이에서 최대의 격전지가 되었고 노동가치론, 유효수요론 등 갖은 학설과 해석이 난무한 가운데 소위 주류경제학이 대세를 이루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른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주도된다는 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쯤에서 살펴볼 때 우리는 노 대통령이 언급한 ‘시장을 인정한다는 것’은 곧 주류 경제학에서 옹호하고 있는 대로 주택 공급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결정되어지는 가격을 의미함을 알 수 있다. 즉 이론적으로는 현재의 주택에 대한 시장가격의 폭등은 어쩌면 수요가 늘어난 반면 공급이 딸리는 데에 따른 자연적이고 시장이 당연히 인정해야 하는 가격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노 대통령의 생각을 시장 참여자들은 동의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번 열린우리당에서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했을 때 수많은 시장참여자들은 엄청나게 반발하였고 이는 몇몇 낙관론자들이 생각하듯이(또는 착각하듯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항변하는 것이다.

분양받은 택지를 앉은 자리에서 몇 십 퍼센트의 차익을 챙기며 팔아먹는 현상, 같은 부지에 불과 몇 개월 만에 분양을 하면서 분양가가 몇 십 퍼센트 분양가가 오르는 현상, 주상복합 건물에 7조 원이 몰리는 현상은 노 대통령이 인정하고 있는 시장이 제 정신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원가 공개가 시장의 원칙을 벗어난다는 논리가 거짓임을 알아보기 위해 자본주의 시장기제의 판단기준 중 하나인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을 보자. 제3조의2(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금지)를 보면 ‘상품의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를 부당하게 결정ㆍ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짧게는 지난 몇 년간 길게는 지난 몇 십년간 건설업체, 그리고 그들과 결탁한 공공기관들은 법에서 언급된 불공정 행위를 저질러 왔다. 땅은 한정되어 있고 토지공사 등은 수용권 등을 통해 값싸게 취득한 토지에서 발생하는 시세차익을 건설업체와 공유해왔기 때문에, 정부는 위 조항만 가지고도 시장을 감독할 수 있다.

그리고 원가 공개는 바로 그러한 불공정 행위의 실체를 알려달라는 소비자 운동이다. 이건 만두에 쓰레기를 집어넣었으면 그 정확한 성분을 알려달라는 요구와 동일한 요구이다. 소비자가 만두소의 내용을 알아야겠다는 게 반시장적인가?

결국 현재 절망하고 있는 대부분의 시장참여자들이 원하는 것은 적어도 시장의 붕괴가 아니다. 오히려 시장의 정상적인 작동이다.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요구는 분양원가에 주택을 분양하라는 것이 아니라 분양원가에 이른 바 ‘부당이윤’을 붙이지 마라는 요구이다.

“개혁-진보세력은 지식생태계부터 연대하라”

블로그 이웃인 Periskop님의 ‘개혁-진보세력은 지식생태계부터 연대하라’라는 글의 일부다.

그러니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앞에서 질러놓은 거대담론을 구체화할 정책지식은 사후에 국책연구소나 기업연구소의 역량을 빌릴 수밖에 없다. 물론 국책연구소와 기업연구소가 지식생산자로 치명적인 결격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연구소들은 나름 투철한 ‘고객만족’의 마음가짐 ? 컨설턴트라면 무슨 의미인지 잘 아실 것이다 ? 으로 접근하는데 능란하다. 보완적인 정책지식 생산자로 잘 활용할 여지도 많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사전 정책지식이 빈약한 정권은 이를 보완적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뒤늦게 현실의 벽을 절감하고 거꾸로 휘둘려가기 쉽다. 거기에 대통령의 의중, 정치구도의 변화까지 겹치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그로 인해 나오는 결과물들은 누더기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진보세력의 과제 중에서 가장 원초적인 부분의 하나를 잘 짚어주셨다. 위의 인용문처럼 행동한 대표적인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그러한 행동이 행동에 있어서는 진보적이나 철학에 있어서는 불충분했던 노무현, 그리고 그를 따르는 세력들의 불철저함에서 기인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으나, 더 근본적으로 Periskop님이 지적한 바와 같은 현실적 장벽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여하튼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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