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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모기지 시장의 두 거인, 법정관리 임박?

미행정부와 Fed가 마침내 프레디맥과 페니매라는 미국 모기지 시장의 두 거인을 법정관리하기로 결정내린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신문들은 버냉키와 폴슨 등 주요관련자들이 모임을 가지고 이러한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하였다. 언론은 집값 폭락이후 “정부가 행하는 가장 중대한 개입(the most significant intervention by the government)”이라 할 수 있는 이 조처로 주택 및 금융시장의 악화를 경감시킬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한 향후 전망과 투자자들의 치열한 눈치작전에 대해서는 다음 기사를 참고하시길

기사 중 나의 흥미를 끄는 대목은 다음과 같다.

민주당의 대권후보 오바마 의원은 그 회사들이 “기묘하게 섞여 있다”고 말하면서 “만약 그들이 공기업이라면 이윤을 내는 사업을 하면 안 되었고, 만약 그들이 사기업이라면 우리는 그들을 구제해주지 않아야 한다.”

Sen. Barack Obama, the Democratic nominee, has said the companies are a “weird blend” and that “if these are public entities, then they’ve got to get out of the profit-making business, and if they’re private entities, then we don’t bail them out.”

언뜻 명쾌한 논리인 것처럼 보이나 실은 수익성 사업을 영위하는 공기업은 꽤 많으며, 아무리 자유방임을 표방하는 정부일지라도  시장을 크게 교란시킬 정도 파괴력을 가진 대마(大馬)를 어떤 식으로든 그대로 방치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교조적(?)이거나 단순하거나 또는 순진한 발언으로 느껴진다.(물론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도 기존 주주나 대주의 이해관계를 그대로 지켜주는, 또는 더욱 확대시키는 것이 다반사인 자본주의적 국가개입의 이중성에 대한 비판은 또한 늘 있어왔다)더군다나 미국 모기지 시장 아니 미국 자본주의의 뿌리를 흔들지도 모르는 이런 거인들을 내버려둔다? 그들을 국유화해서 쪼개 팔자는 그린스펀이나 매케인의 안이 차라리 현실적으로 들린다. 오바마씨 진심은 아니겠지요?

무책임의 전형, 알란 그린스펀

지난 글에서 나도 그린스펀의 개념 없고 무책임한 발언에 한마디 한바 있는데 폴 크루그먼도 그린스펀의 몰염치에 질렸는지 최근 그에게 직격탄을 한 발 날렸다.

Greenspan: not a mensch(그린스펀 : 훌륭한 사람이 아니다)” 라는 글에서 크루그먼은 자신의 부모님이 어릴 적 늘 mensch(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하셨는데 이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라는(take responsibility for your actions)’ 의미였다고 전제했다. 그리고는 이어서 그는 그린스펀이 버블 이후 경기전망에 대해 지나치게 – 무책임할 정도로 – 낙관적이었으며, 이는 결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행위가 아니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지역경제가 상당할 정도의 투기적인 가격 불일치를 경험할 수도 있다. 미국 전체에서의 국가적인 심한 가격왜곡은 거의 일어날 것 같지 않다. 그 규모와 다양성(주1)을 고려하면 말이다.
Overall, while local economies may experience significant speculative price imbalances, a national severe price distortion seems most unlikely in the United States, given its size and diversity.[Remarks by Chairman Alan Greenspan The mortgage market and consumer debt At America’s Community Bankers Annual Convention, Washington, D.C., October 19, 2004]

크루그먼은 더 나아가 그린스펀이 WSJ 와의 인터뷰 에서 “가격이 2009년 이후까지 계속 떨어질 거라는(prices could continue to drift lower through 2009 and beyond)” 요지의 인터뷰를 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왜냐하면 모순되게도 그린스펀은 2006년에는 최악의 상황이 지나갔다고 발언했었기 때문이다.

이 하강세의 끝이 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항목인 새로운 모기지에 대한 신청이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I suspect that we are coming to the end of this downtrend, as applications for new mortgages, the most important series, have flattened out.[Greenspan: Housing market worst may be over, MSNBC, Oct. 9, 2006]

“미국의 집값은 2009년 첫 반기 쯤에 안정화되거나 바닥을 찍을 것 같다. 가격은 2009년 내내 떨어질 수도 있고 그보다 더 갈 수도 있다.”
“Home prices in the U.S. are likely to start to stabilize or touch bottom sometime in the first half of 2009. prices could continue to drift lower through 2009 and beyond.”[Greenspan Sees Bottom In Housing, Criticizes Bailout, Wall Street Journal, August 14, 2008]

확실히 크루그먼의 말대로 무책임한 발언이다. 자신의 임기 동안에는 위기가 지나갔느니, 심지어는 위기란 없느니 온갖 거짓을 늘어놓고 이제 와서는 가격하락이 2009년까지 갈 것이라는 둥, 프레디맥과 페니매에 대한 Fed의 처리방식이 잘못 되었다는 둥 훈장질이니 말이다. 거기에다 얼마 전에 서브프라임 사태가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변명하는 것에 대해선 거의 안면몰수의 분위기다.(주2)

한편 요즘 인터넷에서 이른바 경제에 대한 Pundit 으로 통하고 있는 블로그인 Calculated Risk(주3) 는 크루그먼의 해당 글을 인용하면서 이미 자신이 지난 2006년 그린스펀의 헛소리를 까주었다고 강조하는 글을 올렸다. 배구에 비유하자면 크루그먼이 토스하고 Calculated Risk 가 스파이크를 매긴 셈이 되는 것이다.

필자는 그린스펀이 모기지 신청이 ‘안정세로 접어들고(flattening out)’ 있다고 주장하던 기간 동안의 ‘MBA 구매지수(the MBA Purchase Index)’(주4)를 살펴보면 어디 한 군데도 ‘안정세로 접어들고(flattening out)’ 있는 구간을 볼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아래 표를 보면 과연 그의 말이 맞다.

크게 보려면 클릭

재임 중에 그린스펀은 시장자유주의에 대한 그의 신념대로 월스트리트에 대한 감독기능을 해체시켜 폭주기관차의 브레이크를 없애는 한편, 저금리 정책 등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시장의 버블을 키워놓았다. 그리고는 거품은 없다고, 가격변동 현상은 국지적이라고 떠들던 그가 이제 와서는 감 놔라 대추 놔라 훈장질을 해대고 있다. 훈장질도 잘하면 모르겠는데 이민자 늘려서 집 팔아야 한다는 자다 봉창 뜯는 소리나 하고 있다. 정말 크루그먼 말대로 무책임의 전형인 셈이다.

(주1) 이 다양성이란 그린스펀이 그 당시 신봉하고 있던 파생상품 시장에서의 증권화나 유동화의 자유도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2) 여하튼 지난 글에서도 지적하였듯이 그의 이러한 안면몰수는 그가 인터뷰만 해주겠다고 하면 좋아서 침을 질질 흘리며 어떠한 비판도 없이 이를 기사화할 소위 ‘경제부’ 기자라는 족속들이 미국 주류언론에 계속 존재하는 한에는 적어도 2009년 혹은 그 이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주3) 미국의 경제위기를 맞아 미국의 블로그 계에서는 이른바 투자와 거시경제에 대한 여러 블로그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그중 가장 권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블로가 가운데 하나다. 전직 투자은행의 임원이었다고 주장하는 익명의 필자와 다른 또 하나의 금융전문가가 운영하고 있다.

(주4) 미국의 ‘모기지 은행 협회(MBA : Mortgage Bankers Association)’가 모기지의 신청, 구매, 리파이낸싱 추이를 살펴 매주 발표하는 지수로 주택시장의 선행지수로써의 의미를 가진다.

요즘 미국경제 스케치

우리나라 경제도 죽을 맛인데 남의 나라 경제 살펴보게 되었느냐고 뭐라 할 분도 계시겠으나 역시 미국은 세계경제의 버팀목이니까 – 썩은 버팀목인지 든든한 버팀목인지는 모르겠으나 – 항상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우리나라 생산자 물가상승이 OECD 국가 중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높다고 하는데(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는 안 좋은 항목의 랭킹에서는 항상 멕시코 다음의 수위를 차지하는 것이 습관화되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역시 1991년 이래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즉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작년 7월 이후 5.6% 상승했다. 역시 원인은 유가와 식료품값의 폭등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러한 살인적인(?) 물가상승으로 말미암아 실제로 미국인들의 소비행태가 달라지고 있다. ‘연방도로청(the Federal Highway Administration)’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승용차 주행거리가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미 지난 11월부터 전년 동월 대비 주행거리가 줄어들고 있었는데 6월에는 휴가철의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주행거리가 최대하락폭인 4.7%다. 놀라운 것이 전체적으로 주행거리가 지난 70년대의 석유위기 때의 그것보다 더 많이 줄었다고 한다.[관련기사]

이러다보니 실제로 연료소비도 많이 줄었다. 2007년 11월부터 줄어든 연료소비량은 전년 동 기간 대비 휘발유는 약 4억 갤런, 디젤은 약 3억 갤런 줄었다고 한다. 이러한 소비감소 덕택으로 최근 석유선물 값이 내렸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 사실 지난 8개월 동안 줄어든 수치니 아무리 국제원유선물가격이 후행지수라 하여도 – 근데 후행지수 맞나? ^^ – 내리려면 진작 내렸어야 했다는 생각도 든다. 선물투자세력들 빠져나가면서 댄 핑계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 와중에도 빛을 발한 곳이 있다. 바로 저가상품의 메카로 서민들의 든든한 친구(?) 월마트(Wal-Mart)다. 월마트는 2분기 순이익이 34억5천만 달러로 29억5천만 달러였던 전년도 2분기에 비해 순이익이 1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관련기사] 이러한 월마트의 탁월한 성적은 지갑이 얇아진 미국인들이 더더욱 저가상품 소비를 늘릴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특히 월마트는 얼마 전 행정부가 공중살포한 ‘환급세금 수표(tax-rebate checks )’를 수수료 없이 현금으로 바꿔주는가 하면 각종 생필품 가격을 더욱 내리는 공격적인 전략을 펼쳤다고 한다.[관련기사]

어째 이런 풍경은 전 세계 어디나 비슷할 것 같은 느낌이다. 살인적인 물가에 몰고 다니던 자동차는 집에 두고(근데 우리나라는 어째 아직도 거리에 이리 차가 많은지), 씀씀이는 줄이려고 한 푼이라도 싼 가게로 순례를 하고, 그 와중에 산유국, 석유메이저, 석유관련기업, 원자재생산업자, 그리고 선물거래에 성공한 투자세력 등은 쾌재를 부르고 하는 모습들 말이다.

다른 소린데 나는 아직도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것이 정말 인플레이션과 별도로 구분하여 개념지을만한 특성이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사실 인플레이션이란 것이 경제가 성장하며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주2)을 일컫는 말인데 경제성장에는 대개 분배의 불평등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사실 스태그플레이션은 좀 더 분배 불평등이 심화된 인플레이션에 불과할 수도 있다. 경기가 침체하면서 물가가 상승한다? 그것은 상대적인 의미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물가가 상승하였으면 누군가는 분명히 이득을 본다. 바로 지금 시점에서는 석유, 식료품, 기타 원자재와 관련된 세력들이다. 그들에게는 절대 현 상황이 경기침체가 아니다. 최고의 호황기다. 요컨대 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좀 더 분배 불평등이 심화되는 인플레이션이라고 생각한다.

말이 옆으로 샜는데 (워~ 워~) 이 와중에 요즘 복덕방에서 장기로 세월을 보내실 것 같은 얼굴의 소유자 알란 그린스펀 할아버지가 또 이런 미국경제에 관해 월스트리트저널과 대담을 나누셨다. 솔직히 언제까지 언론들이 이 영양가 없는 할아버지의 넋두리를 넙죽넙죽 기사로 써댈지 궁금하다. 언제쯤 약발이 떨어질까? 암튼 오늘도 참 영양가 없는 소리를 해대셨다.

요는 Fed 가 프레디맥과 페니메를 처리한 방식에 심히 불만이 많은 그린스펀이 특유의 우회적인 화법을 물리치고 직설적으로 비난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다가 덧붙여 현재의 주택위기를 타개할 묘책을 하나 가르쳐 주셨는데 그게 바로 ‘숙련(skilled)’ 이민자들을 지금보다 더 많이 두 배 세 배 받아서 그들이 집을 사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대충 현재 매년 80만 가구가 신규로 느는데 그 중 1/3이 이민자고, 또 그 중 15만 가구(주1) 가 바로 ‘숙련’ 이민자인데 이들 구매력이 있는 이민자 수를 늘려 현재의 과잉 공급 분을 흡수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경제대통령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가 할 소리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그린스펀은 그들이 미국 와서 아무 짓도 안하고 집만 살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일까? 이들 이민자들이 그린스펀의 주문대로 ‘두 배 혹은 세 배(A double or tripling of this number)’ 늘면 와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직업을 구해야 한다. 현재 미국의 신규고용이 30만 개 혹은 45만 개의 ‘이민자’ 고용을 받아줄 처지인가?

수치를 들먹일 필요도 없이 미국의 고용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월街에서 사람 몇 백명 자른다는 소식은 이제 언론에서 기사화하지도 않는다. MIT 졸업생인데 실직자라고 광고를 해야 그때서야 주목을 할 정도이다. 그런데 그린스펀은 주택수요자, 즉 소비자가 곧 노동자고 고용시장이 그 노동자를 받아줄 여력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나 지껄이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집값 떨어지니 우리나라 이민오고 싶어하는 돈많은 동남아 사람들 불러들여서 집을 팔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언론이 뭐라 할까? 아마 새날아가는 소리 하고 있다고 하겠지.

요컨대 불황은 항상 주기적으로 다가오지만 이번 불황은 참 골이 깊어 보인다. 이 블로그에서도 ‘다가오는 경제공황’이라고 설레발을 칠만큼 심각해보였었다. 내가 꼭 엄청난 허풍을 친 것은 아닌 것이 미국 관계당국이 지난 몇 달 동안 사상 초유의 조치를 일삼아서 해댔다는 사실만 봐도 그 심각성을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다. 소위 좌파가 이야기하는 최종심급일 수도 있고 아주 깊은 골일 수도 있겠다.

오늘 발견한 또 다른 미국식 유머코드의 경구 한마디로 글을 마무리.

“Cheer up, this may be the last crisis of the oil age.”
“힘내. 어쩌면 이번 위기는 석유세대의 마지막 위기일지도 모르잖아~”

(주1) 이 와중에 오늘자 머니투데이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사를 베끼면서 “15만 가구”를 “15만 명”으로 번역하는 번역실수를 저질렀는데 내가 지금 가서 링크를 달으려고 보니 그 사이 고쳐 놓았다.

(주2) 좀 유식한 말로는 사회적 총수요(소비수요와 투자수요의 합계)가 사회적 총공급(소비수요와 저축의 합계)을 초과하는 총수요 어쩌고저쩌고

공황에 대한 공포감?

panic 은 사람의 감정상으로 느끼는 공포심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면서 경제용어로는 ‘공황’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본주의 역사에 있어서 주류들마저 공황이라고 불렀던 시기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사실 공황은 자본주의의 무정부적인 생산방식에서는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다. 그것을 불황(recession)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건 어떻건 간에 말이다.

panic이 뜻하는 두 가지 의미를 언급한 이유는 뉴스 한 꼭지를 보니 바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바로 공황(panic)에 대한 진정한 공포심(panic)을 느끼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FRB는 화요일인 22일(현지시간) 아침 뉴욕증시 개장에 앞서 임시회의를 열고 전격적으로 연방기금금리를 기존 4.25%에서 3.5%로 낮췄다. 이에 따라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거진 후 FRB는 5개월 만에 무려 1.75%포인트나 금리를 내렸다.

이런 무지막지한 금리인하폭도 놀라운 일이지만 이번 금리인하가 월요일 FRB 이사진들 간의 긴급 전화 회의를 통해 결정되었다는 사실도 놀랍다. 왠지 바짝 긴장한 채 공포심에 젖은 떨린 음성으로 전화 통화를 했을 버냉키가 떠오른다. 학자로 고고하게 살 것을 왜 그린스펀이 저질러놓고 내팽개쳐 놓은 파티 음식을 자기가 치워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을까?

여하튼 전격적인 금리인하로 유럽 증시는 반등에 성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조치 역시 지난번의 모기지 금리 동결이나 세금환급처럼 순간의 약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웬만한 시장참여자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불황이 아니라 공황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상황을 ‘단순한 경기침체’, ‘잠깐의 불황’이라는 표현 등으로 감추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공황이 소비가 몇 프로 감소하고 실업률이 몇 프로 상승하면 공황이라고 규정되어 있는 것은 없으니 말이다. 그것은 어쩌면 말 그대로 공포감이다.

지불인출쇄도(bank run)는 은행에 여전히 돈이 있음에도 은행을 믿을 수 없어 한꺼번에 예금자들이 몰려들어 신용이 마비되는 것이고 fund run 은 마찬가지 맥락에서 주식시장을 믿을 수 없어 한꺼번에 환매가 몰려 주식시장이 마비되는 것이다. 때로는 경제마비에 대한 집단적인 공포감 자체가 경제를 마비시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경제학은 심리학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FRB의 오늘 금리 인하조치는 그 숫자상으로만 보면 시장에 대한 급처방의 기능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FRB 자체의 그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시장참여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불안감으로, 향후 더 큰 시장악화 상황으로 몰아갈 개연성도 있다. 의사가 옳은 시술법을 선택해놓고도 시술행위를 제대로 못하고 진땀을 흘린다면 환자는 그 의사를 믿을 수 있을까?

[펌]US dollar slide to continue after G20 meeting

US dollar slide to continue after G20 meeting
By Nick Beams
23 November 2004

베를린에서 일주일에 걸쳐 치러졌던 산업선진 20개국(G20)의 중앙은행 총재 및 재무장관의 연차회의 이후 전 세계 외환시장에서 미국의 달러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지난 몇 달간 은행과 재무 관계자들 사이의 대화에서 달러 약세가 주요 토픽이었던 반면 그것은 미국과 유럽 간의 의견불일치로 말미암아 아젠다에 오르지는 못했다.

유럽인들은 달러 약세가 자신들의 수출전선에 영향을 미쳐 경제성장을 억제할 것이라 우려한 반면 미국은 환율에 대한 공동대응은 필요 없고 다만 시장에서 결정되게끔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유럽인들은 달러 약세가 기록적인 미국 재정(적자)와 국제수지 적자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부시 행정부가 집안단속을 잘할 것을 주장하였다. 반면 미국은 미국의 적자에 반영되어 있는 세계경제의 불균형은 유럽의 낮은 성장률에 기인한다며 “리스트럭처링”과 보다 광범위한 규모의 “시장” 가동을 통해 극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시 행정부의 대표적인 비판자로서 재무장관 존 스노우는 미국이 향후 4년간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모든 나라는 성장을 부추기고 무역불균형을 치유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무역 파트너들 간의 성장은 – 여기 유럽의 파트너도 포함하여 – 증가하여야 하며 보다 나은 실천에 장애가 되는 구조적 장벽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의 전 재무장관인 Gerhard Schroeder 는 기록적인 미국의 적자를 지적하면서 비판하였다. “당신들은 당신들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면 유럽인들이 지속적으로 구조개혁 – 우리가 뭐하고 있는데? – 을 실시하라고 요구하지 않을 것입니다.”

갈등의 결과로 회의의 결과인 공동성명은 아무에게도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중기적으로 미국의 재정적 강화, 유럽과 일본의 성장을 견인할 구조적 개혁의 지속, 그리고 부상하는 아시아에서 재정 분야의 개혁에 의해 뒷받침되는 좀 더 많은 환율에 대한 유연성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선언의 내용이다.

G20은 그들이 앉아서 이야기하게끔 결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원하는 대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G20 회의 전날 유럽 은행 회의에서의 연설에서 미국 연방 준비 위원회의 의장 알린 그린스펀은 일정 정도까지는 자금의 유입을 통해 미국의 적자를 보충해주고 이자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였다.

미국이 GDP의 5%에 육박하는 재정적자를 얼마나 오랫동안 외국자본으로부터의 유입으로 견딜 수 있느냐 하는 질문에 직면하여 그린스펀은 현재 유입이 문제가 된다는 것은 오로지 제한된 증거만 있을 뿐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은 무기한으로 외국의 부채를 쌓아둘 수 없다. 그는 경고했다. “순부채비용이 현재는 적정하다 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특정 시점에서는 분산투자에 대한 고려가 투자자로 하여금 그들의 포트폴리오에 달러에 대한 욕망을 감소시키고 제한할 것입니다.”

계속해서 그는 외국투자자들의 달러 보유가 너무 커져서 그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도의 집중에 대한 리스크”를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함께 외국자본의 철수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세계경제의 구조적 불균형은 전 미국 재무장관인 로렌스 서머스에 의해 부각되었다. 10월 3일의 한 강연에서 그는 미국 GDP의 5%에 해당하는 연 6천억 달러인 미국의 재정 적자는 세계 GDP의 1% 이상을 의미하며 현재 여유 있는 국가의 누적 재정 흑자의 3분의 2를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모든 수치는 전례가 없는 것입니다. 미국은 그렇게 놀라운 규모의 재정 적자를 경험한 적이 없고 어떤 나라의 적자도 세계 경제에 그렇게 크게 부각된 적이 없습니다.”

서머스는 세계경제가 수입과 수출이 세계경제의 규모의 비율에 맞게 균형 잡힌 방향으로 나간다할지라도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는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미국의 수입이 GDP의 16%인 반면 수출은 11%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미국은 무역 파트너보다 더 많이 수입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과 무역 파트너들이 같은 비율로 성장한다 할지라도 미국의 수입은 수출보다 더 빠른 비율로 증가할 것이고 결국 국제수지 적자를 확대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적자를 보전하는데 있어 동아시아 중앙은행의 증가하는 역할만한 것은 없다. – 그들은 현재 1.8조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기록하고 있다 – 서머스는 그가 세계 재정 체제를 지탱하는 “국제수지 테러”라는 이전의 표현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으로 미국은 그들의 적자를 보전하는 아시아 은행들의 점증하는 유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채권자들은 그들의 투자가 계속해서 손실을 초래하고 더 큰 재정적 위험에 노출된다 할지라도 재정적 위기를 초래할 그들의 펀드의 철수를 두려워 하고 있다.

1990년대에 G20을 확립하는데 관여한 서머스는 그것이 세계 경제의 협력에 관한 이슈를 고려하고 세계 경제 전략의 개발로 성장을 유지시키기에 적당한 자리이고  생각했다.

세계 경제의 90%를 차지하는 나라의 멤버들로 구성된 G20은 그러한 협력이 발현되는 실체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난주의 회의의 결과에서 판단할 때에 주요 경제 강국의 분할로 그러한 협력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참으로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G20 회의의 한 분석에서 Australian Financial Review 의 기사는 “한 주간의 G20 재무 장관 회의에서 승강이질 하고 알란 그린스펀의 솔직한 발언에서 한 가지 알 수 있는 사실은 부시 행정부 하에서의 미국의 일방주의는 대외정책 뿐 아니라 경제정책으로도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유럽과 일본의 시장개방 개혁이 수출을 촉진시키고 현재의 적자를 줄여줄 희망이 없어졌기에 미국은 그 문제들을 자신들이 직접 챙기고자 하고 있다.”

기사는 계속해서 미국이 달러 약세와 금리 인상을 통해 그들의 아젠다를 관철시킴으로써 전 세계의 정부와 중앙은행이 자신들의 요구에 부응하도록 강제할 것이라고 보았다. “미국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일본과 유럽은 불평을 늘어놓을 수 있다.”

점증하는 긴장의 신호는 G20 회의의 개시부터 분명해졌다. 오늘 발행된 Financial Times 와의 인터뷰에서 리 뤄그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는 중국은 그들의 통화를 재평가 – 미국과 유럽의 세력들의 핵심 요구사항인 – 하는데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러그는 미국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다른 나라들을 비난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우리 자신의 문제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지난 26년 간 우리는 세계에 어떠한 압력이나 문제점을 유발하지 않았다. 미국은 그들이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다른 이들을 비난함으로써 반대의 태도를 취해왔다.” 그는 말했다.

중국의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는 지난 해 1천 2백억 달러를 상회했고 비율은 8월에 15억 4천만 달러, 9월에 15억 5천만 달러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위안의 절상과 궁극적인 환율 변동을 통해 불균형을 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현재의 규제방식이 너무 빨리 포기되면 이것이 중국 GDP의 40%에 달하는 부실부채를 자산으로 가지고 있는 중국의 은행 체계를 위기로 몰아갈 것이라는 두려움에 쌓여 있다.

http://www.wsws.org/articles/2004/nov2004/usdol-n23.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