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ngelove

요새 딱딱한 글이 많이 올라와서 지루하실 텐데 단편소설 하나 올립니다. 몇 년 전 끼적거린 것 재탕입니다. 다소 표현이 폭력적이니 주의하시길. 덕수 [야 니차례다.] 길만이 소리쳤다. 우동국물을 마시고 있던 덕수는 소매로 입을 훔치고는 큐대를 잡았다. [아 씨팔 은철이 이자식은 왜 안와?] 오늘따라 연속으로 식스볼에서 돈을 잃고 있는 성재가 먹다만 짜장면 그릇을 들며 애꿎은 길재에게 화풀이를 했다. […]

Animal Revolution

아래 댓글에도 링크시켜 놓았는데 “학대받는 동물에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부여할지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스위스에서 7일 실시됐다”고 하는군요. 현재는 이 제도가 취리히에서만 인정되고 있는 것을 전국으로 확대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랍니다. 한편으로 약간 우습기도 하지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인권이라는 개념조차 박살나고 있는 세상에서 동물권이라니… 여하튼 그 기사를 보니 예전 바로 그 취리히에 관한 소식을 […]

가족이야기

예전에 올린 포스팅 재탕입니다. 오리지널은 1998년, 그러니까 11년 전에 썼던 글이로군요. 장르는 ‘어설픈 리얼리즘 하드코어’ 쯤 될까요. 제목은 ‘가족이야기’입니다. 심심할 때 읽으세요. 🙂  <최성호> 교도소문을 빠져나왔다. 당장 공기가 달라지는 것만 같다. 옅게 깔린 구름은 교도소 안에서와는 또다른 감흥을 안겨주고 있었다. 고개를 빼꼼이 내밀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두분이 보였다. 나를 발견한 어머니는 금새 눈이 붉어지면서 아버지를 […]

예약을 까먹지 말자

오늘은 2232년 2월 22일. 나는 서른다섯 살의 김병선이다. 이 사실들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미리 말해두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친절한’ 1인칭 시점 소설의 화자(話者)다. 앗 실수! ‘친절한’은 ‘화자’ 앞에 두어야 한다. 내 아내 ‘이성은’은 지금 한창 몸치장중이다. 오늘은 우리의 결혼기념일 10주년이다. 그래서 나가서 외식을 할 예정이다. 목적지(目的地)는, 아니 정확하게 목적시지(目的時地)는 2222년 2월 22일 우리가 결혼식을 […]

싸구려 행성 B7T210 [2]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와 하늘에 구름 좀 봐. 꼭 진짜 같지 않아?” 세탁소 김씨가 정육점 이씨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게. 정말 감쪽같은걸?” 이들은 B7T210로 닷새 전에 이주해온 주민들이다. 지구에서 행성까지 분주히 오고가던 이주선들, 수많은 혼선을 빚었던 입국검사, 급조된 시설들의 부실시공에 대한 하자처리 등등 이 곳으로 온 20만 명의 주민들은 닷새 동안 거의 날밤을 새다시피 했다. 이삿짐을 […]

싸구려 행성 B7T210 [1]

때마침 서문 때마침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구입했다. 그리고 어제의 취기도 채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깨달은 게 있다. 이 소설로부터의 교훈은 바로 ‘무책임함’이다. 말인즉슨 굳이 소설을 쓰는 행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달지 독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달 지, 아니면 꼭 끝을 멋있게 장식해야한달지, 심지어는 이 시리즈가 1회로 끝날지 아니면 한 20회까지는 가야한달지 하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가 […]

늑대

“The book of dogs (1919) Timber wolf and coyote” by Louis Agassiz Fuertes – The book of dogs; an intimate study of mankind’s best friend.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지미(jimy)는 사슴들로부터 바람의 반대방향에 위치한 수풀속에서 자리잡고는 멀리서 달려오는 사슴떼를 바라보았다. 그의 옆에서 웅크리고 있는 동료들 역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참을성있게 사슴떼가 가까이 […]

로또

김씨는 손님에게 한 개비씩 파는 소위 ‘까치담배’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가뜩이나 비좁은 , 거기에다 가연성 물질이 많은 버스 정거장 옆 가판대 안에서의 흡연은 절대 안 되는 일이지만 지금은 그것을 따질 게재가 아니었다. 사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이렇게 가슴이 떨리는 경우는 처음이다. 급히 한 모금을 깊이 빨아들였다. 그리고 다시 한번 로또 당첨금액 점검기의 액수를 확인해 보았다. ‘삼십육억 […]

미소를 파는 여자

한동안 글이 너무 딱딱해서 예전에 끼적거린 글을 퍼 나릅니다. 글에 98년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니 11년 전에 쓴 글이로군요.(세월 잘 간다~) 성재는 탁자위에 놓인 치킨버거를 한입 베어 물고는 콜라를 한 모금 빨았다. 그러면서도 읽고 있던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표지엔 월간문학 7월호라고 쓰여 있었다. 화창한 일요일 점심시간이라서 주위탁자엔 학생인 듯한 손님들이 많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