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회의가 끝나 모두들 서둘러 자리를 뜨고 있던 어수선한 상황에서 반장이 김정훈에게 다가 왔다. “이봐 김 형사 내 사무실로 잠깐 오게.” 김정훈은 5분후 반장의 사무실문을 열고 들어가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그의 의자에 앉아 있는 반장에게 가볍게 목례를 했다. “거기 앉게.” 김정훈은 반장이 가리킨 검정색 가죽의자에 몸을 기댔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네. 어느 소식을 먼저 […]
[카테고리:] 단편
White Town
눈을 떴다. 흘낏 블라인드 너머 창밖을 바라본다. 늘 그렇듯이 하늘은 옅은 잿빛이다. 습관적으로 침대 맡에 놓여 있는 박하담배를 꺼내 문다. Salem. 누운 채로 가만히 허공에 연기를 날려 보낸다. 시계 초침소리가 들린다. 째깍 째깍 째깍 다시 담배를 한껏 깊이 들이마셨다. 몸속을 온통 담배연기로 채워 버리겠다는 듯이…. 훅 뿜어내는 순간 의식하지 못했던 소리가 다시 귓속을 이명(耳鳴)시킨다. 째깍 […]
erehwon [완]
“대체! 대체 왜 자꾸 이러는 거야!” 앤디가 머리를 감싸 쥐며 소리 질렀다. 그리고 선장을 쳐다보고는 그에게 말했다. “스즈끼 선장 당신이 범인이지? 당신이 존이 죽던 날 그 복도에 있었지?” 스즈끼는 말없이 장비실에 비치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지칠 대로 지친 표정이었다. “순이 이제 그만 하지.” 스즈끼가 호소하는 듯한 표정으로 순이를 바라보았다. 앤디는 의아한 눈초리로 순이와 스즈끼 선장을 […]
erehwon [3]
챈, 앤디, 존, 미구엘, 앨리스, 순이, 스즈끼 그날 저녁 – 시간상으로는 저녁 – 휴게실에서는 앤디와 챈이 앉아 있었다. “역시 존이 앨리스에게 치근댔더군.” 챈이 말을 꺼냈다. “그걸 어떻게?” “그녀의 일기를 뒤져봤어.” 앤디가 할일을 챈이 한 셈이다. “7월 3일 그녀의 일기에 적혀있더군.” 그러면서 일기장을 앤디에게 건넸다. 앨리스의 일기 2057년 7월 3일 Son of bitch!거만한 녀석이 성욕까지 강하다. […]
erehwon [2]
챈, 앤디, 존, 미구엘, 앨리스, 순이, 스즈끼 식당 “이번에는 두려워들 하고 있군요. 왜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나니까 무서운가보죠?” 순이는 식당 테이블에 앉아 있는 네 명을 보며 비아냥거렸다. “순이” 스즈끼 선장이 나무라듯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닌게 아니라 순이의 말처럼 승무원들은 지난번 존의 죽음 때와는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눈가에 두려운 기운이 서서히 보이고 있었다. […]
erehwon [1]
정말 오랜만에 소설을 – 잡글 – 다시 써봤습니다. 장르는 스페이스환타지추리소설. 너무 황당한 장르지만 하여튼 ‘뭐 이런 글이 있어’라고 탓하지 마시고 재밌게 읽어주시길…. 연재로 이어집니다. 순이의 일기 2057년 7월 4일 어제 존이 죽었다. 내 사랑. 살해당했다. 하지만 모두들 시큰둥한 반응이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죽을 목숨이라는 체념? 우리란 난파당한 우주선 erehwon 호의 승무원들을 말한다. 태양계를 넘어 인류의 […]
고양이
비누머리님의 요청도 있고 오랜만에 단편 하나 올립니다. 글 속의 날짜를 보니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에 끼적거린 글이로군요. 다시 읽어보니 민망해서 온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하지만 블로그 개장 1주년이라는 타이틀도 있고 하니 저를 웃음거리로 여러분 앞에 내놓습니다. 맘껏 비웃어 주시길… ^^; (1) 재훈은 동그마니 큰 눈에 호기심을 가득 품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조그마한 동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갈색 […]
핸드폰
다소 딱딱한 글만 연속으로 올린 것 같아서 분위기 전환으로 어릴 적 끼적거린 유치뽕짝의 단편 하나 올립니다. 김반장는 탁자위에 놓여진 오렌지주스를 한 모금 마시며 갈증을 달랬다. 맞은편에 앉은 가족들은 어수선한 표정을 애써 감추려 하지 않았다. [그러게 애초에 다 큰것이 혼자 나가 산다고 했을때부터 말렸어야지.] 가장인듯한 초로의 사나이가 옆자리에 앉아 있던 자그마한 여인에게 벌컥 성을 냈다. [지금 […]
求道者로서의 野球人의 자세
삼진아웃을 당한 김명지는 락커로 돌아와 벤취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러나 실망스런 표정은 아니었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초연한 의지가 표정에 나타나 있었다. 2루수가 그런 그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이봐. 슬러거 또 삼진이네?] [그러게.] 김명지는 마치 남의 일인양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자네 20타수 연속 무안타에 6연속 삼진인거 알고나 있나?] [알지 알고 말고.] 2루수에게 눈도 돌리지 않은채 김명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