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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선 지하철 논란에 관한 트윗들

어느 분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9호선 민간투자사업에 대해 글 하나 쓸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시기에 현재는 특별히 쓸 생각이 없다고 말씀드렸다.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트위터에 글을 몇 개 남겼는데 여기 모아서 올리니 참고하시길. 이중에서도 지금 최소운영수입보장과 관련하여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3년 전에 올린 글(이 글이 글)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이를 참고하시면 될 것 같다.

민자사업 9호선을 가지고 보수/진보 측에서 누구 대통령/시장일 때 추진했네라고 싸우는데 부질 없는 짓입니다. 김영삼 시절 민자유치촉진법이 제정된 이래, 누구랄 것 없이 정책의 연속성에 단절 없이 추진되어오던 사업형태입니다. 한쪽눈 가리고 보지 마시길.(원문보기)

9호선에 관한 팩트 몇개 나열하자면 민자추진결정은 DJ+고건 시절, MB시절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수주/협약을 체결하였으며, 현대로템과 MKIF(군인공제회 등이 주요출자자인 펀드)가 2대 주주(약 50%). FTA가 아니어도 협약으로 국제중재 가능예상(원문보기)

9호선 요금분쟁은 2007년부터 불거졌으며 서울시가 손실보전을 해주는 조건으로 900원에 책정. 자율징수권이 있다는 사업자측 주장은 사실일 것이며 서울시가 행정명력으로 막을 시, 실시협약에 명시되어 있을 국제중재로 해결할 것으로 예상. 용인경전철처럼.(원문보기)

9호선 2대출자자인 MKIF(24.53%)는 군인공제회/신한금융(총 22%정도)이 주요출자자인 펀드로 맥쿼리자산운용이 운용대행만 하고 있음. 그러니 실상은 맥쿼리의 이익은 운용수입에 불과함. 맥쿼리->MB의 연결고리를 찾느니 현대와 찾는게 빠를지도?(원문보기)

맥쿼리가 가져갈 실질적 수익은 MKIF에 그룹이 투자하는 4.4%의 지분, 그리고 자산운용 수익에 대한 일정요율의 운용보수. 그 운용사의 MB의 친척이 적을 두었다는 이유로 음모론에 천착하는 오류는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원문보기)

노무현 정부는 공공부문의 지출을 늘리는 대신 SOC사업은 민간자본유치(BLT)를 통해 메우는 방식 도입 | 조선비즈 보도. 이 짧은 문장에 2개의 오류. 민자유치 도입은 YS시절. 이 이니셜은 BLT가 아님. http://bit.ly/HVNgCk(원문보기)

요즘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는 맥쿼리인프라는 상장한 회사형 펀드입니다. 수익을 거의 배당의 형태로 내고 고정된 수입이 재원이어서 주가는 거의 5천원대죠. 흥미롭게도 미세하게 상승중이군요. 🙂 http://bit.ly/HOlxoM(원문보기)

맥쿼리인프라의 경우 후순위대출 금리는 15%로 연간 50억원 가량의 이자를 받지만 지분 투자 부분인 409억원을 더해 수익률을 계산하면 투자금 744억원 대비 6.8%의 수익을 기대 | 이 계산이 맞습니다 http://bit.ly/HV3o43(원문보기)

공항철도, KTX 민영화, 코레일, 그리고 노동자의 죽음

‘공항철도’는 현대건설, 동부건설 등 컨소시엄이 지난 2007년 3월23일 개통 후 운영하다 수요창출에 실패해 정부의 합리화 정책에 의해 2009년 11월30일 코레일에 인수됐다. [중략] 코레일은 재정부담 증가라는 정부고충을 고려하고 철도운영 전문기관의 노하우를 살려 다각적인 영업활성화 노력으로, 인수 이듬해인 2010년에 1일 평균 이용객을 인수 이전인 2009년보다 37% 증대시켰다.[민간실패 ‘공항철도’ 코레일 인수 후 이용객 급증]

민간투자사업으로 시행되었던 인천공항철도는 운영수입이 당초 예측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변명의 여지가 없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민영화가 얼마나 큰 폐해를 끼치는가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될 정도로 악명이 높았던 사업이다. 인용한 기사의 제목대로 코레일이 인수한 후 이용객이 크게 늘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기사제목은 코레일의 각고의 노력 끝에 이용객이 증가한 것으로 비춰지는데, 과연 그게 가장 중요한 변수였는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사실상 이용객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라 여겨지는 ‘인천공항~서울역 구간’ 개통은 코레일 인수 후인 2010년 말 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기사를 살펴보면 코레일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코레일 전국역 공항철도 승차권 발매’ 등 코레일만이 수행할 수 있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축적된 운영 노하우를 통한 비용절감이랄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코레일 만의 장점이라고 내세울 수 있다. 기사는 이런 비용절감 노력을 비교적 자세히 적고 있다. 즉, 코레일이 인수한 후 인천공항철도는 열차횟수를 2배, 운행거리를 3배 늘린 반면, 운영인력은 21%로 최소화하고 급여를 동결하여 운영을 효율화시켰다고 한다. 이런 노력 등이 모아져서 결국 인천공항철도의 채산성을 개선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친구의 죽음 소식을 듣고 철도노조 분들을 찾았었다. 그 자리에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그 분들은 그런 사고는 너무 흔하고, 맨날 장례식 쫓아다니는 게 일이라고 했다. 구조조정으로 인력은 모자라고, 숙련되지 않은 노동자들을 아주 위험한 방식으로 일을 시키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천천히 달리는 열차에 매달려 타고 뛰어내려 작업을 한 뒤 다시 뛰어오르는 (‘비승비강’) 작업까지 한다고 했다.[공항철도 노동자 다섯 명의 처참한 죽음 끔찍한 이윤추구 시스템이 죽였다]

공항철도는 사실 수익성을 떠나 국제공항과 수도권을 잇는 철도라는 명분을 가지고 출발한 사업이다. 이런 정책목표는 정부의 부외금융 수단인 민영화를 통해 추진되었지만 –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가 다양하게 혼합된 원인으로 인한 – 형편없는 운영실적 때문에 정부보조 규모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는 시설을 코레일에 넘기는 또 다른 부외금융 방식으로 사업을 합리화(!)시킨 것이다. 코레일은 이에 조속한 사업정상화를 위해 인용기사에서 보는 것처럼 가혹하게 허리띠를 조여 왔다. 그 와중에 벌어진 철도노동자들의 죽음에서 정부의 ‘부실자산 떠넘기기’와 코레일의 허리띠 죄기는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한편 코레일의 한 간부는 한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에서 공항철도를 민영화 실패의 대표사례로 비판하고 있다. 이 비판은 ‘KTX일부구간 민간위탁’을 비판하는 근거로 삼기 위함이다. 개인적으로 두 사업은 단순비교에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리가 있는 항변도 있다. 문제는 “공기업”이라는 코레일 또한 공항철도 사업자처럼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가 공존하며, 채산성이란 목표가 공익성에 앞서는 기업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즉, 코레일은 예전에도 노동자를 탄압하는 공기업으로 악명이 높았는데, 당시 사장은 “민주투사” 이철이었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요구에 의해 부실자산을 떠안는 공기업의 역할(?)에도 충실했다.

국가기간산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수익성을 떠나 정책적 목표를 가지고 추진되었던 철도산업은 철도청이 공사로 전환한 이후, 본격적으로 채산성의 논리가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공사는 여전히 공익적 목표를 유지하였겠지만 독립채산제가 된 공사의 특성상 인력 외주화 등 민간기업과 다를 바 없는 가혹한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제표를 개선해온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진정 공익성을 이유로 KTX의 민영화를 반대한다면, 노동자의 죽음에 원인제공을 한 코레일 자체의 非공익적 체계에 대한 반성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민간투자사업의 종주국 영국이 처한 딜레마

하원재무위원회에서 내놓은 최근 보고서에는 통상적인 PFI(영국식 민간투자사업 : 역자주)의 자본비용은 8%로, 4% 가량인 국채(gilts) 수익률의 갑절에 해당한다. 위원회는 납세자가 민간투자사업의 부채 10억 파운드를 갚는 것은 정부의 직접차입의 17억 파운드를 갚는 것만큼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오스본(Osborne) 씨(영국 재무장관 : 역자주)는 그런 의미에서 “민간에 의지하면서도, 납세자에게 더 값싼, 그리고 더 양질의 공공서비스의 가치를 가지는 새로운 모델”을 원한다고 발언했다. 이 모델은 PFI보다 더 싸야하고, 더 광범위한 조달원에 접근해야 하고, 민간과 공공부문 사이의 위험을 더 효율적으로 분배하여야 한다.

[중략]

나의 원래 의문으로 돌아가 보자. ; 왜 그냥 더 많은 채권을 발행하지 않는가? 이건 – 많은 이들이 PFI가 그렇다고 믿는 것처럼 – 정부의 대차대조표에서 부채를 제외시키고자 하는 것밖에 없는가?

KPMG의 인프라분야 헤드인 리차드 드렐폴(Richard Threlfall)은 내게 정부가 신용등급을 보호하기로 결정하면서 더 많은 자금조달에 민간부문을 이용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정긴축과 성장을 위해 경제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하고자 하는 바람 사이에 끼어있습니다. 그래서 나온 한 대안이 이런 방식으로 민간자본을 조달하는 것이지요.” 그의 말이다.[How Monday’s infrastructure plan is attempt to raise money off balance sheet]

보수당 메이저 정부에서 시작된 PFI는 그 다음 집권당이었던 노동당 치하에서도 여전히 지속되었지만(메이저 정부 당시 매서운 비판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해당사업에 대한 정부지급분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현 정부 들어서는 급기야 더 이상 현재와 같은 모델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인용문에 나와 있다시피 재정긴축과 경기부양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모순된 상황에서 단순히 더 이상 PFI를 수행하지 않겠다는 강경노선은 애초에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이에 오스본 재무장관은 “민간자금에 의한 양질의 값싼 서비스”(역시 잡기 어려운 두 마리의 토끼)를 제공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이 새 모델 중 하나의 옵션이 각종 연기금 펀드들의 참여다. 연기금은 통상 조달금리가 시중은행보다 싸서 목표수익률이 낮다는 것이 통설인바, 연기금이 더 낮은 수익률에도 참여할 것이라는 가설이 주요근거일 것이다. 문제는 현재와 같이 민간이 PFI의 수요위험을 부담하는 상황은 고정수익률을 선호하는 연기금에게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그래서 칼럼의 필자가 제시하는 대안 하나는 연기금들의 구미에 맞게 고정금리 수익률을 제공하자는 – 대신 수익률은 변동보다 낮은 – 것이다. 정부가 직접 조달하는 채권 gilts가 고정금리 방식인 바, PFI를 고정수익률로 지급한다면 PFI는 건설 및 운영기간에 생길 수 있는 위험에 대한 기회비용 등 각종 프리미엄을 감안한 대안적 채권이 되는 셈이다. 칼럼에서도 발전소와 같은 프로젝트에서 이런 지급방식이 도입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고, 국내에도 BTL사업방식은 이러한 고정수익률 지급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여하튼 이 칼럼을 읽으면 현재 자본주의 정부가 처한 위기를 잘 알 수 있다.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이나 미래성장 및 복지를 위해 정부지출을 확대해야 하나, 재정여력은 말라가고 있고,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위협을 받고 있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대안이 민간투자사업이다. 이것이 다행히 더 많은 사회적 효용을 불러와 정부의 지불여력이 증가하면 다행이지만, 잘못된 투자로 귀결된다면 소비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재앙인 상황이 될 것이다. 더구나 그 투자자가 연기금이라면 납세자는 이중의 고통에 시달리는 셈이다.

“보수당이 보건 시스템을 해체하고 민영화하려 하고 있다!”

Boy George를 아는 분이 있으신지? 80년대 팝시장에 Culture Club이란 영국 밴드가 있었다. New Romantics라는 장르의 음악이 사랑받던 당시 Culture Club은 꽃미남 영국 밴드 Duran Duran과 10대의 인기를 양분하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밴드의 리더 Boy George 였는데, 그는 예쁘장한 여장남자였다.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이 우리보다는 너그러운 서구에서조차 그의 모습은 이색적이었을 테고, 그들은 오히려 그런 사실을 자신들의 뮤직비디오에서 한 소재로 활용한다.

서두가 길었는데 어쨌든 세월이 흘러 Culture Club은 해체되었고(Duran Duran은 여전히 오리지널 멤버 대부분이 잔류한 채 음악생활을 하고 있다), Boy George는 한때 마약중독자의 삶을 살다가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이며 현재는 DJ로 활동 중이라 한다. 이러한 사실은 그가 트위터에서 스스로 프로필에 적어놓은 사실이다. 트위터에서 Boy George는 게이 특유의 끼를 떨며 재기발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오늘 그를 언급하는 이유는 바로 그가 올린 한 흥미로운 tweet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민간 기업이 이제 NHS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보수당이 보건 시스템을 해체하고 민영화하려 하고 있다! 주의할 것!

영국의 국가보건시스템(NHS : National Healthcare System)은 국가가 국민의 보건을 책임져준다는 영국식 복지의 상징이다. 하지만 Boy George가 말하고 있다시피 이 시스템의 일부는 – 시스템 전부가 아니고 – 메이저 총리 하의 보수당 정권 하에서 민영화되었다. 즉, 병원의 신설 및 운영관리가 시장에 넘겨진 것이다. Boy George의 트윗이 의미하는 바는 아마도 이렇게 부분적으로 민영화된 NHS를 보수당이 통째로 민영화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경고하려는 의미로 여겨진다.

일단, 어릴 적 즐겨듣던 노래를 불렀던 가수가 이렇게 민감한 정치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느 정도 머리가 자란 내가 그것을 실시간으로 접하게 될 수 있는 상황이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지난번 Jane Fonda의 경우처럼). 원래 서구의 뮤지션들은 – 특히 영국 – 정치적 입장을 선명히 하는 이들이 꽤 돼서 – Paul Weller 나 Jimmy Somerville 등 –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이 형님(아님 누님?) 그간 약간은 낯간지러운 tweet 전문이어서 더욱 신선한 감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다시 NHS로 돌아가 보자. NHS의 병원을 민영화하는 방식을 영국에선 “민간금융주도(PFI : Private Finance Intiative)”라고 칭한다. 국내에서 “민간투자사업”이라 칭하는 방식과 거의 유사하다. 민간사업자는 병원시설을 짓고 의료서비스를 제외한 일반관리 서비스 등을 담당하며 정부로부터 이에 대한 대가를 수취한다. 이는 당연히 민영화(privatization)의 원조 보수당 하에서 시작했지만, 역설적이게 민영화의 속도는 노동당 정부에서 더욱 가속화된다.

메이저 정부 하에 시작된 이래, PFI는 영국에서 거의 20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PFI를 비판하던 1997년~2010년의 노동당 정부 하에서조차, 지난 5월 선거까지 연립정부는 이미 거의 70여개의 새로운 PFI 계약을 체결했다.
Begun under the Major government, PFI is close to two decades old in the UK, and, despite criticising PFI under the 1997-2010 Labour government, the Coalition has already signed nearly 70 new PFI deals since last May’s election.[PFI ‘privatising the profit; nationalising the debt’ – Margaret Hodge]

이것이 Boy George가 부분적으로 놓치고 있는 부분인데, – 물론 그것을 담아낼 정도의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트위터가 아니니 그의 잘못은 전혀 아니지만 – 자본주의 양당체제 하에서 좌우구분은 정책의 큰 흐름에선 별 차이가 없다는 – 오히려 자유주의적 정부는 그걸 가속화하는 – 사실을 알아야 한다. NHS도 기존 분배 시스템을 상수로 보는 상황에서의 복지이므로 재정위기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고, 대안으로써의 민영화는 특정 정당이 집권한다고 뒤집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란 것이다.

그럼에도 영국에서는 지금 PFI로 인한 부채부담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다. 영국은 현재 대략 800개 정도의 사업이 PFI 계약 하에 진행 중이고 자산 가치는 640억 파운드에 달한다. 이는 엄밀하게 정부가 부외금융(off-balance financing)을 통해 조달한 (정부가 인정하지 않으려고 꼼수를 부리는) 부채다. 결국 그 부담이 앞으로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George Osborne 영국 재무장관은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외상으로 잡아먹은 소가 목에 걸린 것이다.

공공조달이 빡빡할 때에 인프라스트럭처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구상된 PFI 투자는 부외금융이었다.
Envisaged as way to invest in infrastructure when public finances are tight – PFI investment used to be ‘off’ balance sheet.[PFI ‘privatising the profit; nationalising the debt’ – Margaret Hodge]

이런 상황이라면 가뜩이나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영국 정부로서는 향후 추가적인 PFI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현재로서는 새 모델이라는 것이 정부의 부담을 줄이는 것일 테니 민간에게는 별 유인책이 없을, 그래서 대안이 되지 못할 가능성도 많다. 그래서 오히려 Boy George의 걱정처럼 NHS를 통째로 민영화하여 이를 통한 재정여력을 돌파구로 삼을 수도 있다. 이는 극우적인 해결책이 될 테고, 결국 변혁적인 대안이 없는 한에는 이에 대한 유혹을 수시로 느낄 가능성은 열려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일까? 우리에게도 영국의 사례가 남의 일이 아닌 것이 사실이다. 소위 BTO사업으로 불리는 사업들 경우 – 대표적으로 도로 – 향후 정부의 수입보전 부분이 계속 논란이 될 것이며, 이는 영국의 경우와 유사하다. 학교, 하수관거 등에 집중투자하고 있는 BTL의 경우 국가(지자체 포함)의 재정 부담이 향후 2035년까지 42조원 정도 된다. 전체 재정여력에 비해서는 큰 부담을 아닌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 부분에 있어서는 영국의 사정보다는 양호한 편이다.

민영화 방식은 그간 공공서비스의 시장화로 인한 서비스의 질 저하, 사익추구 등의 비판을 받아오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방식이 재정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국가가 취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의 공급대안으로 발명한,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환경오염과 사고의 불가피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차를 생산하고 끌고 다니는 것과 유사한 이치다. 결국 근본적 대안이 아니라면, 우선 민영화를 국채처럼 국가부채로 인식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첫걸음이다.

‘나는 꼼수다’에서 언급된 인천공항 민영화 시나리오에 대해

주진우 “SOC투자할 때, 특히 맥쿼리가 20% 정도만 내고, 그 SOC 건설비용의 20%만 내고 전권을 가졌습니다.”
정봉주 “그때 경영권을 갖죠.”
주진우 “20% 정도 투자하면요. 정부에서 SOC건설자금을 한 20% 대주고, 나머지는 산업은행에서 뭐 그 시행사한테 대출하도록 돈을 줘요. 그래놓고 해서 다른 뭐 인천공항고속도로로 그렇고요. 춘천 가는 서울춘천 고속도로도 그렇고요. 우면산 터널도 그렇게 했습니다. 그래서 20%만 가지면 전권을 쥘 수가 있습니다. 여기서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 시절에 우면산 터널을 이렇게 맥쿼리에서 인수합니다.”
김어준 “그때 이미 관계가 텄군요?”
주진우 “그전에 몇 가지  있는데 맥쿼리하고 서울시하고 30년 협약을 그때 맺어놓습니다.”
김어준 “각하는 의리에.. 정말!”
주진우 “근데 이 정도를 가지고 20%, 30%면 가지면 충분히 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저기 그리고 배당을 할 때…”
김어준 “우면산 터널 때 이미 각하는 맥쿼리와…”
주진우 “저기 맥쿼리 인프라에 투자를 한 회사가 우리나라도 많은데, 군인공제회도 있고요. 신한금융, 그 다음에 금호, 그 다음에 대한생명, 그렇게 해서 여기에서 그룹을 모아 하면 30%가 아니라 40%도 채울 수 있습니다.”
김어준 “그러니까 검은 머리 외국인.”
주진우 “맥쿼리 인프라의 자산을 투자하고 운영하고 관리하는 회사가 신한이에요. 신한인데…”
김용민 “신한은행?”
주진우 “신한맥쿼리금융자문, 그 다음에 맥쿼리신한인프라스트럭처, 이름을 일단 어렵게 해놔야 사람들이 모르게….”
일동 “하하하하….”
[중략]
주진우 “2009년에 이 맥쿼리인프라에서 신한 측에 지불한 비용이 250억이 넘습니다. 자 보시면 신한하고 이 정권하고 관계에 대해서 좀 더 짚어봐야 하는데.. 라응찬…”
[중략]
주진우 “아마 맥쿼리가 20%를 인수하면 신한이나 다른..”
정봉주 “30%, 이번에 법이 열렸죠.”
주진우 “원래 그 사람들은 돈도 그 정도밖에 없어요. 쪼끔 내놓고 많이 빼먹는 빨대작전 아닙니까? 근데 그 정도 내고 나머지 검은 머리를 충분히 모아서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은 되는 사람들입니다.”
(‘나는 꼼수다’ 제9회 39분 54초부터)

20%라는 지분 설명의 오류

나꼼수 9회에서 주진우 기자가 이야기하는 부분에 오류가 있기에 지적하려고 내용을 들어가면서 받아 적은 건데, 분량이 적을 줄 알고 받아 적었다가 예상보다 많아 나름 고생했다. 각설하고 주 기자가 저지른 오류는 그가 신규 민영화 사업, 즉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근거로 한 민간투자사업과 개별법(인천국제공항의 경우 ‘인천국제공항공사법’)에 근거한 기존시설의 민영화 사업, 즉 공기업의 지분매각을 혼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20%만 투자하면 전권을 쥘 수 있는 사업”은 민간투자사업에서 제도상으로 허용한 자기자본비율을 의미한다. 즉, 주주는 전체 투자비의 20%(현재는 재무투자자가 출자할 경우 15%까지 낮추는 것을 허용) 이상을 출자하고 나머지는 금융권에서 대출로 조달하거나 특수한 사업의 경우 정부로부터의 보조금으로 자금을 충당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요컨대 20%라 함은 투자비의 20%지만 주주지분으로는 100%다.

이 말은 즉, 민간투자사업에서 맥쿼리가 특정 사업에서 투자비의 20%만 출자하면 되는 사업에 20%를 출자하였을 경우 주주지분은 100%(=20%/20%)이므로 주 기자가 말하는 “전권을 쥐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100% 자회사인 것이다. 또 산업은행이 무조건 해당 사업에 대출을 해주는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산업은행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제1,2금융권 또는 외국금융기관이 다양한 민간투자사업에 대출을 하여 대주가 된다.

맥쿼리란 이름을 가진 회사들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이해

그냥 맥쿼리라고 칭하고 있지만, 사실 맥쿼리란 이름이 붙은 회사는 다양하다. 나꼼수는 이름을 어렵게 하려는 각하의 꼼수라고 말하지만 일단 맥쿼리그룹이 일종의 금융지주회사로 다양한 계열사 및 관계사에 맥쿼리란 이름을 붙이는 것이고, ‘신한’이 들어가는 등 다양한 이름이 붙는 것은 신한금융그룹과 맥쿼리가 합작하였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사실 신한과 맥쿼리가 합작을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당시로선 MB와의 관계 개연성은 적다.

한편 나꼼수에서 계속 이야기하는 맥쿼리는 어떤 맥쿼리일까? 정확한 명칭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Macquarie Korea Infrastructure Fund, MKIF)라는 일종의 회사형 펀드다. MKIF는 주 기자 말대로 군인공제회 이하 국내 투자자들이 77.7% 투자한 펀드로 정작 맥쿼리그룹은 4.4%를 투자하였다. 나꼼수가 칭한 “검은머리 외국인”에 어느 정도 부합할지도 모르겠다. 론스타 펀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얼굴을 드러낸 검은 머리란 점이다.

맥쿼리와 MB와의 밀약설

이 회사에서 현재 MB와 친하다고 알려진 인물은 감독이사를 맡고 있는 송경순 씨다. 1990년대 말 MB가 워싱턴에 있을 때부터 친분을 쌓아온 인물이다. 또한 이상득 씨의 아들 이지형 씨가 맥쿼리 소유였다 인수된 골드만삭스자산운용 대표인 것으로 알려지며 맥쿼리와의 밀약설이 불거진다. 그 와중에 2008년 강만수 당시 기재부 장관이 “인천공항 지분 49%를 팔아 호주의 맥쿼리 공항하고 합작을 연구하고 있다”고 발언하며 의혹의 불길을 당겼다.

우선 이런 일련의 관계와 맥쿼리가 호주에서 공항에 투자하고 있는 사실로 볼 때 MB 정부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분매각에 대해 맥쿼리의 관계인사와 어느 정도 의사소통을 했을 개연성은 있다. 송경순 씨는 특히 컨설팅 업체 LECG의 한국지사 대표도 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격히 악화되는 여론 때문에 MB정부는 맥커리에로의 특혜설을 강력히 부인한다. 하지만 현재 정부안인 해외자본 30% 유치의 대상에는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맥쿼리, 또는 외국인이 소유할 수 있는 최대지분 계산

다시 “20%로 전권을 쥐는”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이 말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분매각의 경우에서는 숫자계산의 오류다. MB정부가 팔겠다는 30%의 지분은 전체 자산 대비 30%가 아닌 주주지분 중 30%를 의미한다. 주 기자가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20%의 지분은 민간투자사업의 경우 100%의 지분, 즉 전권을 쥔 경우가 맞고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에는 전권이 아닌 30%의 지분만을 가질 수 있을 뿐인 것이다.

또한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관을 보면 “정부 이외의 주주는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15%를 초과하는 주식을 소유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다. 일단 정관만 봐서는 15% 주식소유조차 어렵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에는 별다른 제한사항 없이 외국인이 지분의 30%를 소유할 수 있게 되어, 추후 정관을 개정할 개연성도 충분하다. 요컨대, 맥쿼리가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최대치는 항공운송사업자에게 별도로 할당될 5%를 제외한 44% 정도다.

공항공사 지분인수의 사업적 타당성에 대해

슬슬 이야기를 정리해보자. 만약 맥쿼리가 이 사업을 하려 한다면 소위 “검은 머리 외국인”이 될 개연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민간투자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기존의 MKIF가 아닌 신규 펀드가 될 것이다. 현재 3조6천억 원 정도 되는 자본금 중 44%를 단순 액면가로 매입한다고 해도 1조 6천억 원 가량의 천문학적인 자금을 필요로 한다. 국내외 주요투자자들이 모여들 것이다. MB, 혹은 그 관련자들이 투자를 하려 한다면 이 펀드에 투자할 것이다.

그럼 이런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서 얼마 정도의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까? 2010년 배당 현황을 보면 480억 원이다. 아직 빚을 갚아가고 있고 사용료 등도 공익적 목적으로 낮게 유지하고 있으므로 많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기자본 대비 배당률은 불과 1.3%다. 배당수입만으로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는 방안이 상당히 어려울 것 같은데, 각종 사용료 인상을 통한 이윤창출도 있겠으나 예의 “전권을 쥐고 있지 않은” 관계로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주식매입 후 상장후 매각이나 또는 장외매각을 통한 자본이윤(capital gain)을 얻는 방법이 있을 텐데, 운영이윤으로만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방안보다는 현실적일 것 같다.(그래도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보다 상당히 열악한 상황인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투자매력이 없는 사업은 아니다. 말 그대로 독점사업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부펀드와 같이 마땅한 투자운용대상을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 비싼 값으로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결론 :

  • 20% 지분투자로 전권을 쥔다는 이야기는 오류다.
  • 맥쿼리는 여전히 “외국인 투자자”의 물망에 올라 있다.
  • 민간이 지분을 인수한다고 해도 만만한 사업은 아니다.
  • 그럼에도 투자매력은 유지하는 사업이다.

 

‘나는 꼼수다’ 8회 방송을 듣던 중에

그 유명한 ‘나는 꼼수다’를 몽땅 다운받아 몰아 듣고 있다. 김어준, 정봉주, 김용민이라는 세 명의 구라쟁이들이 기존 미디어에서는 쓸 수 없는 표현들을 써가며 세상이야기를 풀어내니까, 마치 해적방송을 듣는 듯한 해방감을 느끼고 있다. 이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정봉주 “17대 국회의원”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의정활동을 통해 알게 된 여러 가지 상세한 이면의 사실들을 전해준다는 점에서 단연 돋보인다. 김어준 씨도, 잘 몰랐는데 의외로 식견이나 아는 내용들이 많아 꽤 놀랐다.

지금 8회를 듣고 있는 중인데, 이 회에서 등장한 주진우 시사IN 기자도 걸작이다. 맥아리없는 목소리로 “에리카 누나~ 에리카 누나”해가며 능청스럽게 말하는 솜씨가 일품인데, 이전 7회 동안 다져진 세 명의 개그장벽을 간단히 허물어뜨리고 단박에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8회 방송에서 우선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 바로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고 – 이 방송에서 주제로 삼았던 ‘인천국제공항’의 인수주체로 거론되고 있는 맥쿼리에 관한 그의 언급에 관해서다.

우선 주 기자는 맥쿼리가 천안-논산 고속도로, 마창대교 등 “정부기간산업망에 지분을 투자”했다는 사실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사업에서 그들이 어떻게 수입을 창출하는지 거론하면서 실제로는 “수익을 내는 고속도로가 거의 없지만 이면계약으로 일정 정도 수입을 보장”받는다고 표현한 부분에서 오류가 있다. 이 부분에서 정봉주 씨가 치고 들어오며 “이면계약이 아니라 단서조항이죠”라고 말하는데, 이는 정봉주 씨가 잘 지적하였다. 정부가 수입을 보장해주고 있는 것은 “이면계약”이 아니다.

정봉주 씨의 말대로 맥쿼리가 지분을 투자하고 있는 그 사업들의 수입을 정부로부터 일정 부분 보전 받는 것은 맥쿼리와 – 정확하게는 그들이 투자한 특수목적법인 – 정부 간에 정식으로 체결한 실시협약에 담겨져 있는 조항이다. 이를 그 업계에서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 Minimum Revenue Guarantee)이라고 표현한다. 이 부분을 굳이 지적하는 이유는 앞서의 글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시나리오의 재구성>에서 지적했다시피 사물을 관찰함에 있어 시스템의 일반원리와 비리는 구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즉, 정부가 정식으로 MRG를 보장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이면계약”을 통해 챙겨주고 있다고 말하는 것에는 차이가 크다. 하나는 합법이고 또 하나는 불법이다. 예로 우리가 어떤 투자자의 수익을 부당하다고 여기면서 그것의 불법성을 지적할 때, 그 반대진영에서 ‘그 수익이 합법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게 되면 그 투쟁동력은 급격히 사그라질 것이다. 사실관계는 그만큼 중요하다. 그리고 합법적인 자본주의 시스템과 그 안에서의 비리를 구분해야 한다는 원칙은 인천국제공항을 둘러싼 논쟁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즉, 이 정부가 친인척 이권을 위해 꼼수를 동원해 알짜배기 공기업을 먹어치우는 비리를 저지한다고 해서 모든 모순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인천국제공항 민영화가 MB정부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이야기도 아니고, 차기 정부에서도 여전히 재정위기 해소 또는 공기업 혁신 등을 명분으로 한 민영화 이슈는 계속 제기될 것이고, 민영화 로드맵이 폐기된다 할지라도 공기업의 “공익(public interest)”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은 여전히 남는다. “이면계약”을 찾아내는 것만큼 “단서조항”의 원리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p.s. MRG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전에 쓴 <민간투자사업에 관한 오해(?) 하나>와 <민간투자사업에 관한 오해(?) 하나[보론]>을 참고하시라.

제3연륙교 건설을 둘러싼 도시개발의 새로운 풍경

국토해양부는 2003년 6월 인천대교와 협약을 맺었다. 협약에는 경쟁노선(제3연륙교)이 건설될 경우 30년간 추정 통행료 수입을 보전해준다는 벌칙조항이 포함됐다. 최대 8조4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문제는 그 다음 일어났다. 이번엔 재정경제부(지금 기획재정부)가 2개월 뒤인 8월 제3연륙교 건설이 포함된 인천경제자유구역개발계획을 승인해줬다. 2개월 전 제3연륙교 건설을 사실상 봉쇄하는 협약을 맺은 정부가 이번엔 제3연륙교 건설을 승인해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결과가 고쳐지지 않고 6년 뒤 영종하늘도시 분양에 이용됐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영종하늘도시 입주예정자들은 인천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2009년 분양 당시 약속했던 제3연륙교가 건설되지 않으면 사기분양으로 사업자인 LH와 인천시를 고소하겠다”고 밝혔다.[정부, 제3연륙교 놓고 이중플레이했다]

제목의 “이중 플레이”는 좀 심한 말 같고, 결국 부처 간 의사소통의 혼선으로 인해 계획이 중복되어버린 상황인 것으로 판단된다. 인천대교는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므로 – 즉, 독립채산제이므로 – 여하한의 경쟁노선의 신설은 사업의 존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특정 사업의 실시협약의 체결에 있어 ‘경쟁노선의 신설에 따른 보상’은 으레 삽입되는 조항이다.

2003년 6월 국토해양부가 영국 금융회사 에이멕, 맥쿼리 등이 주주로 참여한 인천대교주식회사와 체결한 실시협약 제10조에 따르면 “인천대교와 보상 방법과 수준에 대한 사전 합의없이 정부는 인천대교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유사한 다른 시설에 권리를 설정하거나 부여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인천시·LH 제3연륙교 추진은 ‘협약’ 위반]

문제는 이러한 국토해양부의 협약체결 사실을 알지 못한 재정경제부가 바로 그 경쟁노선의 건설이 포함된 개발계획을 승인하고, 이를 이용하여 LH가 신도시를 분양하였다는 점이다. 만약 제3연륙교가 건설이 되면 정부는 인천대교 사업자에게 감소된 수입을 보전해주어야 한다. 보전금이 8조4천억원이라는 내일신문의 분석결과도 있지만 다른 보도에 따르면 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편 국토연구원도 최근 건설 타당성에 대한 용역 조사 결과 ‘사업성이 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다리 설치 요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시도 지역발전을 위해 앞당겨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한다. 문제는 바로 인천대교에 보전해줘야 할 금액인데, 이에 대해 중앙정부와 인천시가 핑퐁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더 복잡한 것은 인천대교에 외국 출자자가 끼어있다는 사실이다.

김수홍 (주)인천대교 사장은 “마치 우리가 제3연륙교 건설을 반대하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비쳐져 곤혹스럽다”면서 “그러나 지난 3월부터 연륙교 건설 얘기가 계속 나왔지만 인천시나 국토부에서 단 한번도 상의해 온 적이 없었다”고 섭섭함을 드러냈다. 건설업계 역시 정부, 지자체의 민자사업자에 대한 고압적, 일방적 자세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는다. 이번 사태만 해도 인천대교에 영국의 에이맥 지분(25%)이 없었다면 상황은 전혀 달랐을 것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건설업계의 한 민자 담당자는 “7월부터 한ㆍEU 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한 상태에서 잘못 처리하면 한국 정부와 EU기업간 첫 소송전이자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 때문에 조심스러운 것 아니겠느냐”며 “국내 기업 컨소시엄이라면 완전히 달랐을 것이며 앞으로 민자사업을 할 때 외국업체를 끼워서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MRG(최소운영수입보장) 발목 잡힌 제3연륙교 해법 찾을까]

인천대교 출자자 중에 영국업체가 끼어있어 제3연륙교의 문제는 ‘한ㆍEU FTA’까지 고려해야 하는 문제로 비화한 것이다. 사실 민간투자사업은 엄밀하게 말해 정부의 변형된 국채에 가까운 관계로 민간사업자가 채권자이나 정부가 건설업계에 가지는 우월한 지위 때문에 독선적인 행정도 적지 않았으나, 인천대교의 경우 인용문처럼 국제적인 분쟁의 소지가 있어 조심스럽게 행동해야할 처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요컨대, 중앙정부는 인천대교의 건설부담의 이연을 위해 민간자본을 동원하였고, 이와는 별개로 이미 인천대교의 사업성을 저해할 제3연륙교를 가시화시켰다. 이에 채권자인 인천대교 측은 채권자로서의 지위를 – 한ㆍEU FTA로 인해 더욱 강화된 지위 – 이용, 손실보전의 극대화를 도모할 것이다. 이전의 정부가 발주하고 재정도 부담하는 도시개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