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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고속도로 통행료, 어떻게 하는 것이 공익일까?

개통한 지 40년이 넘어 곳곳의 도로 노면이 훼손됐고 방음벽 시설도 노후했다. 그런데도 통행료 800원을 내야 한다. 시민 김진형(50·인천시 옥련동)씨는 “시도 때도 없이 막혀 고속도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인데 왜 통행료를 내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인천시민과 시민단체가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운동에 나섰다.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등 4개 시민단체와 30명의 공익소송인단은 1일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징수 중단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수원지법에 냈다. 2000년에 이어 두 번째다.[“경인고속도 통행료 폐지하라”]

경인고속도로의 이용자로서는 분통터질만한 일이다. 불가피한 이유로 계속 그 도로를 이용해야만 하는 이용자라면 자신이 내는 통행료가 해당 도로의 정비개선에 쓰이는 것 같지도 않는 그런 상황에 화가 날 법도 하다. 더구나 공익소송인단이 주장하는 바, 1968년에 개통된 이 도로가 유료도로법 시행령에 정해져 있는 “30년의 범위안에서의 수납기간”을 어기고 있다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유료도로법 시행령 제10조 (통행료의 수납기간 등) ① 유료도로관리청은 법 제16조의 규정에 의하여 30년의 범위안에서 통행료의 수납기간을 정하여야 한다.

하지만 인용기사에 따르면 이미 지난 2002년, 법원은  유료도로법에 명시된 ‘통합채산제’를 근거로 “고속도로 추가 건설을 위한 재원 확보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동일한 요금체계를 적용하고 있는 만큼 특정 고속도로에 대한 통행료 인하나 폐지가 불가능하다”고 판결했다. 결국 경인고속도로의 관리청인 한국도로공사는 통합채산제로 운영되니까 제10조의 수납기간의 제한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여겨진다.

유료도로법 제18조(통합채산제) 유료도로관리청 또는 유료도로관리권자는 2 이상의 유료도로가 다음 각호의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당해 유료도로를 하나의 유료도로로 하여 통행료를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유료도로관리권자는 유료도로관리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1. 유료도로에 대한 유료도로관리청 또는 유료도로관리권자가 동일할 것
2. 유료도로가 교통상 관련을 가지고 있을 것
3. 유료도로에 대하여 통행료를 통합하여 받는 것이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것

2002년 법원 판결의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여 판단하기가 어렵지만, 유료도로법 제18조의 통합채산제의 내용을 근거로 한 도로의 수납기간이 30년을 넘어도 된다는 취지는 약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시행령 제10조의 입법취지가 한 개의 도로만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이를테면 민간투자사업의 사업시행자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법원의 판결이 전혀 엉뚱한 것만 아닐 것이다.

즉, 한국도로공사는 전국에 수많은 도로들을 개설하고 운영하는 일을 업태로 하여 유지되는 회사이고, 도공이 운영하는 도로들이 독립채산제로 운영되지 않는 한은, 경인고속도로와 같이 통행료 수입이 좋은 도로에서의 수입으로 다른 지방에 도로를 깔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리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러한 자금운용은 여러 공공기업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운용행태이다.

약간은 역설적이게도 만일 경인고속도로가 민간투자사업으로 지어진 도로라면, 공익소송인단이 법정에서 질 일은 없을 것이다. 민간투자사업은 예외 없이 한 개의 사업장에서만 영업을 하므로, 예외 없이 시행령 제10조의 수납기간을 적용하고, 실제로 경인고속도로의 하단에 지어진 제3경인고속도로 역시 통행료 징수기간이 30년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당연히 통합채산제가 아닌 독립채산제다.

이러한 독립채산제를 광의로 해석하면 소위 오염자부담원칙(PPP ; Polluter Pay Principle)이라 할 수 있다. 환경오염을 일으킨 자가 그 비용을 부담한다는 이 원칙은 도로사업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데, 제3경인고속도로는 그 도로를 이용하는 이로부터의 통행료 징수만으로 건설비와 운영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회수한다는 개념이다. 경인고속도로는 이를테면 이러한 원칙을 어기고 있는 셈이다.

즉, 이용하는 시민들이 몸으로 느끼고 있는 것처럼, 통행료는 내고 있지만 그 돈이 해당 도로에 적절히 재투자되고 있지도 않은 것 같고, 실제로 법원도 언급한 것처럼 그 돈은 “고속도로 추가 건설을 위한 재원 확보”에 쓰이고 있을 확률이 높다. “공익”적 차원에서 말이다. 이쯤 되면 도공이 생각하는 “공익”과 공익소송인단이 생각하는 “공익”은 서로 모순되는 듯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도공은 지불능력이 있는 경인고속도로 이용자가 낸 돈으로 도서지방의 도로를 까는 것이 “공익”이라 할 것이고, 공익소송인단은 통행료로 적정한 서비스도 제공받지 못 할 바에는 통행료를 폐지하는 것이 “공익”이라 할 것이다. 둘 다 별로 물러설 틈이 없어 보이지만 절충점은 결국 도공이 경인고속도로의 수입금 일부라도 해당 도로에 합리적인 수준에서 재투자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요컨대, 이런 사회간접자본이나 공공서비스에서는 – 특히 도로와 같이 지역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 소위 “공익”이란 것의 개념규정이 참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기여도에 관계없이 모든 이에게 일정하게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공익인지, 또는 더 나아가 오염을 유발한 – 도로에서는 교통체증을 유발한 – 이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공익인지, 지불능력 있는 이가 더 지불하여 지불능력 없는 이를 돕는 것이 공익인지는 여전히 만장일치로 통일된 의견은 없는 것 같다.

사회적 금융공학(Social financial engineering)

민영화의 진원지였던 영국에서 새로운 금융조달이 시도되고 있다는 이코노미스트의 소식이다.

1980년대에 영국은 공공시설에 대한 금융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개척했는데 이는 곧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대중적 반대에 직면하여서도 마가렛 쌔처의 지지 하에 영국정부는 그들이 제거할 수도 있었던 몇몇 공공부문을 민영화하였다. 그리고 경쟁적인 입찰자에게 그러한 서비스들을 청부하였다. 정부는 계속 공급하여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경쟁으로부터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이러한 정책은 거의 모든 곳에서 표준적인 사업이 되었고 수백억 달러의 산업이 되었다.

영국의 현 노동당 정부는 3월 18일에 처음으로 착수된 시험적인 계획을 통해 공공시설 금융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이러한 역사가 반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야당인 보수당 또한 열성적인 이들의 큰 아이디어는 국가가 그 절차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계획에 적용되는 “사회영향 채권(social-impact bonds)”을 발행하는 것이다. 만약 그것들이 성공한다면 많은 액수의 세금을 절약할 것이고 그것들 중 일부는 채권의 투자자들과 나눌 것이다. 이와 같은 행위는 금융적 지식이 있는 사회공학자와 사회적 마인드를 가진 금융공학자들에게 오랫동안 성배와 같은 것이었지만, 국가차원의 정부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시험적인 계획에서 피터버러에 수감된 3천명의 단기 죄수와 감옥 안에서와 출소 후에도 커뮤니티로의 재정착을 도우면서 6년간을 긴밀하게 함께 할 민간부문 조직들로부터 조달할 채권은 5백만 파운드(750만 달러)에 달할 것이다. 현재까지 이와 같은 죄수들은 재범을 저지르는 경향이 있고 감옥에 재수감되어, 정부와 사회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

투자자들은 전과자들을 건실한 시민으로 탈바꿈시킬 조직의 금융을 조달할 강력한 인센티브를 갖게 될 것이다. 만약 그들이 재범율을 최소 10%까지 낮추면 재범율이 감소하는 만큼 더 많은 지불을 받을 것이다. 만약 지불이 유효하게 되면 — 10%의 감소는 그 개선이 단순히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증거는 있다 — 투자자들은 6년에서 8년 사이에 지불을 받게 되는데 최소 7.5%의 내부수익률을 얻게 되고 최고 13%까지 올라간다.

사회영향 채권은 엄밀히 말하면 잘못 지은 이름이다. “사회영향 특수목적법인(social-impact special-purpose vehicle)”이 더 정확할 것이다. 비록 덜 시장성 있고 특별히 정부가 부외거래 금융에 관여했다는 금융공학적인 의심이 현재 널리 퍼져 있지만 말이다. 이 특수목적법인은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이러한 작업을 해줄 조직들을 고를 것이고, 정부와 계약을 맺을 것이다. 이는 자문위원회의 감독을 받는데 특히 목표에 부응하기 위한 시도에 논란거리가 없다는 것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지불받을 권리는 독립적인 평가자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만약 최소 퍼포먼스 목표가 달성되지 않는다면 투자자는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될 것 — 채권을 채권의 성격이라기보다는 주식의 성격으로 여겨지게 하는 — 이다.

사회영향 채권은 전통적인 아웃소싱과 민관합동 프로그램의 두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들하고 있다. 하나는 그것은 사회적 변화의 달성에 관한 리스크를 정부에서 민간투자자에게 이전시킨다는 것이다. 만약 원하던 영향이 달성되면 정부와 투자자 모두 이긴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투자자만 비용을 문 셈이다. 이는 정치가들이 좋아할만한 계약이다. — 그리고 그래서 이는 정부의 리스크 회피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예방정책에서 말이다. 죄수의 재범을 방지하는 것과 같은 예방적 정책은 성공하면 정치가를 대단하게 보이게 하고 장기적으로 예산도 줄이지만 반대의 경우 그들이 재정적으로 무책임하게 보이게끔 할 수도 있다.

사회영향 채권은 또한 현재의 아웃소싱 계약들에 있어 전형적인 형태인 보다 덜 위험한 결과위주의 측정보다는 사회에 영향을 주는 계약으로 중심이 옮겨가게 할 수 있다. 공공서비스에 대한 민간금융의 현재 모델은 주로 현재 행위들에 대한 비용절감(예 : 재택 재소자)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에서 새로운 것은 급진적인 개선된 결과물(예 : 그들을 감옥밖에 머물게 하는 것)이 금융모델에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목적은 영리 부문과 비영리 부문 모두에서 사회적 문제의 해결사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비록 시험적 계획에서는 비영리 부문만 활용하지만 말이다. 현재 시스템에서 예방정책에 대한 부적절한 펀딩에 대한 비영리 부문의 불만과 현재의 경제혼란에 대한 전망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채권의 탄생을 촉발시켰다. 이스트런던의 비영리 단체 커뮤니티링크스(Community Links)의 설립자 데이빗 로빈슨은 정부는 “산꼭대기에 담장을 설치하는 것보다는 절벽의 바닥에서 앰뷸런스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고든 브라운 수상이 설치한 사회행동에 대한 신위원회의 2007년 회의에서 이러한 생각을 가다듬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영국의 “사회투자 은행(social-investment bank)”인 소셜파이낸스(Social Finance)는 기부나 사회적 투자에 대한 시장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추었고, 결국 그러한 아이디어를 채택했다.

보고서에서 가능성은 커보인다. 시험적 계획에서 비영리 부문들 중 하나는 세인트 가일스 신탁(St Giles Trust)가 될 것이다. 프로보노(ProBono) 경제학이라 불리는 자발적인 전문적 경제학자들의 모임의 연구에 따르면 만약 시험 계획이 재범을 40% 줄인다면 이 신탁은 이미 자신들의 “문 앞에서 만나자(meet at the gate)” 프로그램으로 성공시켰다고 한다. 세인트 게일스에 투자되는 1파운드마다 궁극적으로 국가는 10파운드 이상을 절약할 것이라고 한다.(“궁극적으로”는 왜 정부가 절대적으로 이것을 하려고 하지는 않는 것인지, 공공 지출을 통한 구식 방법으로 프로젝트를 펀딩하는 이유일 것이다.)

사회영향 채권의 주요시장을 개발하는 것은 최소한도로 말해서 도전적인 일이 될 것이다. 메인스트림의 투자자들을 매우 새롭고 불확실한 기회비용을 가져다주는 곳에 돈을 집어넣으라고 설득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일 것이다. 아마도 가장 있음직한 채권매입자는 자선 신탁일 것인데, 그들은 다른 투자자들보다 광범위한 투자영역을 가져왔었기 때문이고, 물론 그들의 근본목적이 간혹 채권이 관여하는 사회적 문제들을 해소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탁들은 법에서 그러한 계획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할지의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참여를 꺼릴지도 모른다.

잠재적 투자자들은 리스크에 대해서 약속된 기회비용이 적정한 것이냐를 따지는 것 이외에도 범죄, 마약남용 등과 같은 뿌리깊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대한 혁신을 찾는 것에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계획을 실행할 조직들은 논쟁이 될 만한, 또는 무모한 일을 할지도 모른다. — 그리고 비난의 몇몇 요소는 그들에게 되돌아 올 것이다. 또 다른 걱정거리는 모든 사회적 영향이 재범율처럼 측정하기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가장 도전적인 문제에 돌진하기 보다는 그들의 성공이 측정하기 쉬웠던 (그리고 달성하기 쉬운) 계획으로 돌아가려 할지도 모른다. 소셜파이낸스는 이 채권의 출발이 사회적 영향을 더 쉽게 측정하는 방법에 대한 더 많은 새로운 작업의 촉매제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소셜파이낸스는 이미 보호시설에 들어가는 노인들이나 비행청소년의 숫자를 줄이는 계획과 같이, 채권이 작동할만한 다른 사회정책 영역을 찾고 있다. 총책임자인 데이빗 헛치슨은 이러한 아이디어가 “사회적 섹터 조직에 대한 금융에 전례 없는 흐름의 물꼬를 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채권의 시험적 계획이 잘 작동한다 할지라도 그것들을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국가지출의 주요비중을 덜어줄 만큼 키우는 것은 거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많은 것이 메인스트림의 민간투자자들로 하여금 좋은 일을 함으로써 리스크를 부담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설득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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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투자은행

우리가 민간투자사업이라 부르는 사업방식을 영국에서는 PFI(the Private Finance Initiative)라 부른다. 시작된 역사는 1990년대 중반으로 비슷하나, 그 제도나 응용에 있어서는 영국이 더 많은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고 여겨지곤 한다. 영국은 특히 NHS, 즉 ‘국가의료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에 쓰일 병원을 민영화하여 운영하고 있다.

They’ll certainly be cleaning the windows as usual today at the Cumberland Infirmary in Carlisle, the first hospital completed under the Private Finance Initiative (PFI) system, where the Government borrows money from the private sector to build public infrastructure in return for part-privatisation. Opened in June 2000 by Tony Blair and hailed as a flagship, the ₤87 million Infirmary has 442 beds and acres of glass, all paid for privately and leased back to the NHS for 45 years. Three old district hospitals were closed and amalgamated to make way for the new hospital, staff were “rationalised” and patients got used to paying for parking.[The pros and cons of PFI hospitals]

위 내용을 찬찬히 되짚어보자. 국가는 부분적인 민영화에 대한 대가로 공공 인프라를 짓는데 사적부문의 돈을 빌린다. 민간은 병원을 지어 NHS에 45년 동안 임대하고 이에 대한 임대료를 받아 투자재원을 회수한다. 인용문에서 볼 수 있듯이 민간은 수익창출을 위해 예전에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주차서비스까지 부대사업으로 하는 것 같다.

PFI, 찬반(贊反)의 논리

정부가 PFI를 추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공공재원의 부족, 이로 인한 시의적절한 서비스 제공의 부족이다. “공공부문의 자본이 부족할 때 PFI 아니면 파열뿐이다(when there is a limited amount of public-sector capital available, it’s PFI or bust)” 반대자의 논리는 민영화로 인해 민간에게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둘 다 일리가 있다. 영국은 재정적자가 GDP의 13%에 육박할 정도로 엄청난 재정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빅토리아 시대의 낡은 NHS 병원은 시급히 새로 지어야 한다. 결국 미래 세원을 담보로 전당포로 달려간 셈이다. 반면 비판자들은 전당포가 잡은 담보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매긴다고 주장한다.

또 하나 결정적인 비판자의 논리가 있다. 결국 PFI는 일종의 야바위라는 것인데, 이를 통해 정부는 자신들의 재무제표에서 증가하고 있는 부채를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즉 사적부문이 지어준 병원에 대한 임대료는 채무가 아닌 계정으로 잡히지만 실질적으로는 채무이기 때문에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말장난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민간투자사업에 대해 공공서비스의 공급이 해마다 늘어나야할 상황에서 재정문제에 시달리는 국가가 시의 적절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해당사업방식을 채택하게 되었다는 것이지만, 그것이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결국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뿐더러 현재 부채현황 상에 잡히지 않게 하는 꼼수까지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 현 주소다.

PFI는 무용지물인가?

이렇게 결국은 돈의 문제로 귀결되는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찬반논리의 각론에는 민간의 이윤추구논리로 인한 질 낮은 서비스, 잘못된 위험분담으로 인한 형평성 문제, 가격결정시스템의 혼선,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인한 비용발생 등 허다한 장애물이 놓여 있다. 이러한 장애물들은 추진하는 이나 반대하는 이들의 명쾌한 논리의 장애물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결국 어떠한 서비스를 국가가 제공하건 민간이 제공하건 의사결정의 참여자가 많고 그것을 감시하는 이가 많다는 것은 – 찬성자건 반대자건 – ,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덜 쓸모없는 서비스일 가능성이 높고 서비스의 과부족이 자율 조절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현재는 시행착오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한편 민간투자사업으로 인해 더 많은 비용을 제공하여야 한다는 비판으로 돌아가 보자. 이것은 사실이다. 민간투자사업은 분명 정부가 직접 제공하는 것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얼마 전 민자고속도로 건설에서 폭리를 취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또한 은행에는 더 많은 금리를 지불해야 한다. 자연히 서비스 가격이 올라간다.

전자는 사업시행 초기 단계에서의 가격검증 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여겨지고, – 관발주 사업보다 해당 시스템의 정비가 덜 되었다는 문제 – 더 많은 금리의 지불은 차주가 엄연히 정부가 아닌 민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물론 일반 부동산 개발보다는 낮은 리스크가 적용되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적용할 수는 있다.

민간투자사업의 대안, 국영투자은행?

여기서 발생하는 희한한 상황이 하나 있는데 바로 금융위기 때 있었던 국유화 등과 관련한 정부의 모순된 입장이다. PFI의 본류인 영국정부는 2008년 2월 모기지업체 노던록을 국유화했다. 경제자유주의의 천국 미국에서는 세계최대의 보험사 AIG를 국유화하였다. 돈 없어서 민간투자사업 한다는 정부가 금융기관들을 국유화한 것이다.

물론 비상상황에서의 비상조치라고는 하지만 일단 재정위기에 대응하여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한다는 논리가 조금은 무안해지는 상황이고, 또 하나 재밌는(?) 것은 금융기관이 이처럼 국유화되고 그 기관에서 제공하는 자금이 민간투자사업에 투입될 때에는 굳이 그것이 시장이자율에 상응하게 비쌀 필요가 있는가 하는 주장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즈음에서 제안할 수 있는 개념은 이 같은 개발사업 자금을 시장금리보다 싼 값에 조달할 수 있게끔 해주는 ‘국영투자은행’이다. 다만, 관료들과 정치인의 정치논리에 의해 금융정책이 좌지우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등장한 독립된 중앙은행처럼, 다양한 의사결정 시스템의 한 축으로 개발 사업을 공공적이면서도 ‘독립적으로’ 바라보는 투자은행 말이다.(주1)

물론 이 논의 이전에 국가가 직접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전의 현실 사회주의 블록이나 국가주도의 자본주의 국가군에서 보아온바 경제논리나 타당성 논리보다 정치논리가 – 정치논리가 반드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 사업추진 여부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

다양한 의사결정 주체로서의 독립된 한 축

대표적인 것이 현재의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이다. 그것의 실제 사회편익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서 지극히 제한된 의사결정 단위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추진하고 있다는 상황은 국가의 일방적 사업주도가 가지고 있는 폐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의사결정이 다른 단위의 논의 및 사업검토가 병행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 한축은 현재 4대강에 대한 대표적인 반대자인 시민사회, 진보세력, 그리고 종교계 등일 것이다. 다만 그들의 반대논리는 환경피해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생명존중 등 약간은 형이상학적인 당위성에 치우쳐 있는 느낌이다. 한편 이를 독립적 국영투자은행이 판단할 경우 앞서의 도덕적 잣대와 함께 경제적 타당성과 지속가능성도 병행 검토할 수 있다.

만약 4대강 사업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였다고 한다면 – 우선 많은 반대가 있었겠지만 –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순수 시장논리만으로도 쉽사리 추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해당 사업만 놓고볼 때 경제적 편익을 가늠하기 어렵고(주2) 결국 투자자들은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반드시 나쁘게 작용하지만은 않는 상황일 수 있다.(주3)

그러한 프로세스에 공공에 대한 사회적 편익이 시중은행보다 더 강력한 모티브가 되는 ‘독립적인’ 국영투자은행이 있다면 우리는 국가 단위 투자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좀 더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과거의 기업금융 중심의 은행에서 점점 더 프로젝트 중심의 금융이 활성화될 향후 사회에서 고려해봄직한 대안이다.

 

(주1) 이와 유사한 개념에서 현실에서도 존재하긴 한다. 우선 기업금융 중심으로 국가주도 자본주의의 개발정책을 도왔던 산업은행, 기업은행과 같은 이른바 국책은행이다. 또한 수출을 도모하기 위해 정책금리로 개별사업을 도와주는 수출입은행이 있다. 또한 국민연금이나 우리은행처럼 사회적 소유 또는 국가소유의 금융투자자들이 있다. 우선 앞서의 두 행위자들은 국가로부터 ‘독립적’이라 보기 어렵고 특수목적을 지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고 후자들의 투자논리에선 시중 다른 민간투자자와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주2) 최근 강주변의 관광지 개발권 등을 부여하여 민간자금을 조달할지도 모른다는 보도도 가끔 나오고 있는데 현재와 같이 부동산 시장이 급냉인 상황에서 실현가능성이 매우 낮아보이는 방안이다.

(주3) 유사 시장으로 공기업인 수자원공사가 있을 것인데 현재 상황에서는 시장의 논리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정부의 의지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공기업의 역할

최근 내 관심을 끄는 두 가지 사건은 모두 공기업과 관련이 있다. 4대강 정비 사업에서의 수자원공사의 참여, 코레일의 인천공항철도 민간투자사업시설 매입이 그것이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정부가 수행하고자 하는 사업을 자신의 돈을 들이지 않고 공기업을 끌어들여 수행하려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렇게 공기업을 끌어들이려는 것은 마치 민간이 특정사업 수행에서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여 off-balance sheet(설명 보기) 효과를 노리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유에서다.

즉, 4대강 정비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이나 부실화된 인천공항철도를 정부가 직접 매입하게 되면 정부의 대차대조표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게 된다. 그러므로 형식상 정부의 재정악화와는 크게 관계없는 공기업들이 이러한 일들을 거듬으로써 현재의 재정악화 없이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사기업이 앞서 말한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통해 사업의 재무제표를 본사의 재무제표와 절연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우선 수자원공사의 4대강 정비사업 참여의 경우를 들여다보자.

국토해양부는 4대강 사업에 소요되는 국토부 예산의 절반 이상을 수자원공사(이후 수공)가 부담키로 함에 따라 수공이 사업 시행자로 참여해 4대강 하천 주변을 직접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개발 우선권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은 수공의 투자와 역할이 큰 사업인 만큼 개발사업 시행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4대강 본예산 15조4000억원 중 정부가 7조4000억원, 수공이 8조원을 충당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수공의 4대강 사업 참여 및 하천 개발권 부여 등은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는 없던 내용이다.[4대강 결국 ‘개발사업’ 변질]

정부는 지금 막대한 재정지출 – 호기롭게 4대강 정비, 복지지출, SOC지출을 모두 소화해내겠단다 – 과 감세라는 한 열댓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큰 소리치고 있다. 하지만 무슨 신통한 재주가 없는 한은 결국 그것은 불가능한 약속이다. 그러하기에 4대강 본예산의 반절이 넘는 돈을 수공에게 부담시키겠다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아무리 공기업이라도 정부가 하는 것처럼 반대급부 없는 사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수공에게 하천 개발권을 부여하겠다고 한 점이다. 하천 개발의 성공여부는 알 수 없는 노릇이고 해당 기사에도 지적하듯이 땅값 상승 등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엉성한 사업계획 및 집행으로 박살이 난 경우가 바로 – 비록 민간투자사업이지만 – 인천공항철도 사업이다. 이 사업은 허다한 수요예측 실패 사례 중에서도 전범으로 남을만한 데, 당초 수요예측 대비 7%의 처참한 운영현황을 보이고 있는 사업이다. 이에 따라 향후 막대한 재정보조가 예상되자 정부는 해당사업을 매입하기로 하고 이를 코레일에 떠넘긴 것이다. 수공사업이 사업의 타당성 여부가 불투명함에도 일단 희망이라도 가져볼 수 있다면 이 경우는 향후 막대한 적자가 기정사실화된 사업의 폭탄처리 역할이라는 점에서 더 안쓰럽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항철도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2039년까지 13조8000억원의 세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계약으로 부담을 6조7000억원 이하로 낮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코레일이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하게 되면 정부와 코레일은 재계약을 맺어 투자수익률을 조정하는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그러나 인천공항철도 인수로 코레일의 경영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매입대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데다 최근 수익개선 사업으로 추진중인 용산역세권 개발 등이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인천공항철도, 1조2045억에 팔려]

위 기사에서 국토부 관계자는 세금부담을 13조8000억원에서 6조7000억원으로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숫자의 마술은 정부가 코레일이 해당 시설을 인수할 경우 민간사업자와 맺은 실시협상 상의 투자수익률을 낮추겠다는 의미다. 현재 미래 현금흐름의 할인율의 의미를 지닌 약정수익률이 민간기업의 요구수준인데, 공기업인 코레일이 인수할 경우 조달비용이나 신용등급 등을 고려할 때에 더욱 낮출 수 있으므로 이를 낮춰 결과적으로 미래에 보전해줘야 할 돈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은행대출을 받았는데 6%금리 대출을 4%대출로 전환하면 지급이자가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면 과연 단순히 부실사업이 민간에서 정부투자기관으로 말갈아탄 것만으로 그러한 절감효과가 있다면 애초에 인천공항철도를 코레일이 추진하는 것이 옳지 않았느냐 하는 의문이 든다. 정부조달비용이 민간조달비용보다 싸니 말이다. 이는 이미 코레일의 인천공항철도 인수를 위해 채권을 발행하여야 한다는 위 기사에서 답이 나와 있다. 그들 역시 기존에 부채가 쌓여있는데다 신규로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부실기업이다. 부실기업에 부실사업을 떠넘기고 조달비용이 국가등급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담이 줄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두 사업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공기업이 가지는 위상과 그 활용에 있어서의 우리가 주의해야할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첫째, 공기업들은 정부 혹은 정치가의 정치적 의도에 휘말릴 소지가 상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이윤추구를 절대 진리로 하는 것도 아니고 소위 말하는 공익 추구도 아닌, 이번처럼 정부의 실패를 떠안는 창고로 전락하고 마는 경우다. 아무리 정부투자기관이라고는 하지만 조 단위의 막대한 사업의 사업권을 이렇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식으로 허술하게 결정해도 되는 것인지 하는 문제가 있다. 수공이나 코레일 자신에게도 이러한 사업수행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규모의 엄청난 의사결정인 것이다.

둘째, 그럼에도 그러한 부실이 정부 수준의 신용등급이라는 특수한 지위로 포장된다는 점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재정자립도 낮은 지방자치단체, 심지어 그들의 지분이 투입된 지방개발공사마저 단지 정부(투자)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최상의 신용등급을 받는 특수상황이 연출되고 있어 이러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사업진행의 유혹에 빠질 개연성은 더 크다. 이번 금융위기의 진원지 중 하나가 신용평가사의 ‘묻지마’ 등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위험은 더욱 크다.

대안은 결국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사업수행에서의 철저한 타당성 검증과 적법하고 순리적인 의사결정이다. 그 타당성 검증은 사회적 효용과 경제적 효용이 공존하는 객관적 절차에 의해 수행되어야 하고, 의사결정은 내,외압에 휘둘리지 않는 공정한 의사결정단위에 의해 수행되어야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번 수공과 코레일의 사업 참여를 들여다보면 그 위험성을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이는 또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민간부문의 대안으로 정부부문의 역할을 주장하는 일종의 케인즈식(?) 해법이 과연 옳은 대안인가 하는 물음을 남기는 사례이기도 하다.

민간투자사업에 관한 오해(?) 하나[보론]

이 글은 지난번 지하철9호선 민간투자사업의 수익구조에 관한 글에 대해 새사연의 이수연 연구원님께서 해주신 질문에 대한 답변 및 보론이다.

세후실질수익률 8.9퍼센트는 예상운영수입의 100퍼센트를 달성할 때 얻을 수 있는 ‘목표’ 수익률일 뿐이지, 실제로 보장되는 건 아니라는 말씀이신 거죠? 실제 보장해주는 건 수익률이 아니라 예상운영수입의 90퍼센트, 80퍼센트,70퍼센트인거구요. 사업자 입장에서도 수입에 집착하기보다는 수익률 달성을 목표로 하는 게 적절하다는 거구요.[원문]

이에 대해서는 아래 표를 참고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지하철9호선의 예상운영수입이 매년 일정하다고 가정할 경우 운영수입과 수익률의 상관관계를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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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민간사업자가 주무관청과 체결하는 실시협약 상의 약정수익률 8.9%는 실제운영수입이 예상운영수입의 100%일 경우 달성 가능한 수익률이다. 주무관청이 예상운영수입의 100%를 보장해주지 않는 한 – 즉 부족분을 지원해주지 않는 한 – 민간사업자는 순전히 자신의 노력으로 – 예를 들면 광고나 유치 이벤트 – 예상운영수입이 달성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그런데 예전에 – 약 2005년 전까지 – 체결된 민간투자사업의 실시협약은 사업자유치를 위해 주무관청에서 예상운영수입의 일정비율을 지원해줬다.(주1) 본 사업의 경우 5년 단위로 끊어 90%, 80%, 70%를 보장해준다 한다. 만약 실제운영수입이 각 기간 보장범위에 미달할 경우 민간사업자의 운영수입은 정부의 보장범위에서 고정된다. 이 경우 내가 간략 계산한 바로는 수익률이 5.7%선이다.

만약 내가 해당사업의 사업자라면 둘 중 어느 대안을 택할 것인가를 고민해볼 수 있다. 당연히 원칙적으로 수요 및 예상운영수입을 적정하게 예측하여 8.9% 또는 그 이상의 운영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일 것이다. 괜히 예상운영수입을 과다계상하면 정부보장 범위가 한정된 상황에서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인천공항철도로 대표되는 많은 민간투자사업이 수요예측에서 실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요 비판론자들은 <사업자의 예상수요 뻥튀기 -> 운영수입 보장 -> 수익률 챙기기>의 논리로 설명하고 있다. 일면 타당한 면도 있지만 현실은 단순히 사업자의 부도덕으로만 몰아붙이기에는 복잡한 사정도 있다.

가장 큰 문제 하나만 지적하자면 사회간접자본시설의 수요예측 자체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수의 선진국이 사회간접자본, 특히 교통시설의 수요예측에 실패하여 사업운영에 어려움을 겪거나, 심지어 사업을 접는 경우도 많다. 국가발주사업으로 진행한 양양공항은 민간사업자가 주도하지 않았음에도 수요예측에 실패하여 부실운영으로 이어지고 있다.(주2)

요컨대 대단위 사업에 있어 수요예측, 넓게 보아 계획의 실패는 민간투자사업이냐 정부발주사업이냐의 문제라기보다는 계획입안 단계에서의 정밀성과 객관성의 담보의 문제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민간투자사업의 수요예측 주체는 민간이니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대개 주무관청이 요구하는 수요에 민간사업자가 미세조율을 하는 정도의 수준이다. 그리고 주무관청은 사실 지을 때 크게 짓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야 때깔이 나니까.

어떻게 보면 바로 이 지점이 좌우를 막론하고 공간의 객관화를 통해 공공의 선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근대합리주의의 위험성이 발현되는 지점일지도 모른다.

(주1) 이를 최소운영수입보장(minimum revenue guarantee) 혹은 shadow toll 이라 부른다.

(주2) 그리고 사실 많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어 온 최소운영수입보장은 이러한 시장리스크를 민간사업자가 주무관청과 나눠서 부담한 것이랄 수 있다.

민간투자사업에 관한 오해(?) 하나

수요추정의 실패, 과다책정된 공사비, 낮은 운영의 질,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이에 따른 재정부담 및 과다한 사용료) 등이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대안투자형태인 민간투자사업에 쏟아지고 있는 비판이다. 새사연의 ‘지하철 9호선 개통 미뤄지는 진짜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의 글이다.

전체적으로 보아 큰 무리가 없으나, 다만 이 글에서의 비판논리 중 재무적인 측면에서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하나 있다.

지하철 9호선의 경우 총 건설비는 3조 5,000억 원인데, 이 중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부담하는 비용은 5,485억 원으로 16퍼센트에 불과하다. [중략] 그럼에도 서울시는 민자 사업자에게 높은 수익률을 협약으로 보장하고 있다. 세후 실질수익률을 8.9퍼센트로 한다고 적시한 것이다. [중략] 민자 사업자인 사적 기업의 경영활동에 어떻게 이윤이 ’보장’될 수 있단 말인가. 간단하다. 수익이 안나면 정부가 세금을 주어서 손실분을 보전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개통 후 5년 동안은 예상 운임수입의 90퍼센트를, 6년에서 10년 동안은 80퍼센트를, 11년에서 15년은 70퍼센트를 보장해주는 협약을 서울시와 민자사업자 사이에 한 것이다. 건설비의 16퍼센트만 내면 예상수입의 90퍼센트를 보장해주겠다니, 이보다 더 좋은 사업이 어디 또 있을까? 이 정도면 ’땅 짚고 헤엄치기’보다 쉬운 상황이다.

우선 “세후 실질수익률”은 물가상승 효과가 제거된 법인세 납부 후 수익률을 의미한다. 시중금리 역시 물가상승이 고려된 명목금리인바 만약 그 대출금리를 8%로 감안하고 연간 물가상승률을 3%로 가정하면, 거칠게 계산하여 8%-3%=5%인 셈이니 세후 실질수익률이 8.9%면 꽤 높은 셈이다.

그 다음으로 이 사업의 수익구조는 “수익이 안나면 정부가 세금을 주어서 손실분을 보전해”주는 구조로 되어 있다. 요즘 들어와 말이 많은 ‘운영수입보장(Minimum Revenue Guarantee : MRG)’ 조항이다. 초기 민간투자사업에서 사업자 유치를 위해 예상운영수입의 일정비율을 보장해주던 제도로 많은 비판이 일자 최근 사업에서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렇다. 위 문맥상으로 봤을 때 초심자들이라면 이런 오해를 할 수 있다. 즉 정부가 8.9% 수익률을 보장해주면서 운영수입까지 보장해줘서 민간사업자에게 큰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또는 운영수입을 보장해줌으로써 8.9%의 수익률이 나오게끔 하는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답은 둘다 아니다.

8.9%는 정부와 민간사업자를 당사자로 하는 실시협약에 숫자로 표현되는 약정수익률, 이를테면 목표수익률이다. 이 목표수익률은 해당사업의 실제운영수입이 예상운영수입의 100%일 경우 달성 가능한 수익률이다. 만약 주요하게 사업자가 수요를 과다 추정하였을 경우, 또는 여러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운영수입이 그에 못 미쳤을 경우 수익률은 달성할 수 없다.

이는 운영수입을 보장해줘도 같은 상황이다. 사업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하므로 위의 글로만 유추하여 대략 사업성을 검토해보았다. 투입비용을 5,485억원, 운영기간을 15년으로 가정하여 운영수입을 매년 같은 액수로 벌어들인다고 가정하면 연간 세후 676억원을 벌어야 8.9%의 수익이 가능하다. 이를 위와 같이 단계적으로 90%, 80%, 70%로 보장해주면 수익률은 5.7%대로 떨어진다.

결국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사업자로서도 적정하고 타당한 수요 및 예상운영수입을 통해 사업이 원만하게 가는 것이 목표 수익률의 달성에 유리하다. 그렇지 않고 수요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여 운영수입보장을 통해 사업을 이끌어가게 될 경우 수익률도 낮아지고 여론악화로 말미암아 기업의 비용도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국유화에 관하여

미국의 거대식품업체 카길이 휴고 차베스 대통령이 선포한 국유화 포고령의 공표에 따라 베네수엘라에 있는 쌀 가공 플랜트를 넘겨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포고령은 화요일 배포된 베네수엘라의 관보에 공표된 이후 법령화되었다. 인수인계에 관한 협상이 뒤따를 것이다.
US food giant Cargill Inc. will be forced to turn over a Venezuelan rice processing plant following the publication of a nationalization decree enacted by President Hugo Chavez. The decree became law after its publication in Venezuela’s Official Gazette, which was distributed on Thursday. It will be followed by negotiations for the takeover.[Cargill Inc. forced to turn over a rice processing plant in Venezuela…]

국가의 수용 또는 몰수는 사실 사유재산을 강력히 옹호하는 국가에서조차 국가의 고유권한에 해당하는 권리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역시 일종의 국유화가 진행 중인 사례가 있다.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되어오고 있던 애물단지 인천공항철도의 인수가 그것이다.(자세한 소식 참고하기) 그런데 새사연은 이 사업의 인수인계에 개입한 경제적 배경과 정치적 배경을 비판하고 있다.

첫째, 현재 공항철도의 이용자는 당초 사업계획 예상치의 7%에 불과해 결과적으로 정부가 – 정확히는 현재도 빚더미 위에 앉아 있는 코레일이 – 수요예측에 실패한 민간사업자의 손해를 보상해주는 꼴이 되었다는 것이 경제적 배경에 대한 비판이다. 둘째, 낙하산 인사로 오점을 남긴 코레일이 인수하면서 사장인선과 인수 결정이 투명치 못하다는 것이 정치적 배경에 대한 비판이다.

일단 이러한 비판의 논지는 타당하고 나 역시도 동의하는 바이다. 다만 감안하여야 할 점에 대해서 한 마디 거들자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로드맵에 대해서는 좀더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어쨌든 인천공항철도는 민간투자사업으로서의 시장성을 상실한 사업이다. 하지만 정부와 사업자 간의 계약상의 보장조항인 최소운영수입보장(Minimum Revenue Guarantee)조항으로 인한 정부의 우발채무를 고려할 때에는 국유화가 타당하다. 민간사업자의 약정수익률이 공사채 금리보다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철도 뿐만 아니라 향후 여하한의 민간투자사업 혹은 위의 카길 플랜트와 같은 사적자본을 공익의 목적으로 소유권이나 통제권을 변경할 때에는, 그것이 무상몰수가 아닌 한에는 이러한 경제적 타당성의 고려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인천공항철도의 인수방식은 향후 유사한 조치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시사점도 있음을 감안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