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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에서 언급된 인천공항 민영화 시나리오에 대해

주진우 “SOC투자할 때, 특히 맥쿼리가 20% 정도만 내고, 그 SOC 건설비용의 20%만 내고 전권을 가졌습니다.”
정봉주 “그때 경영권을 갖죠.”
주진우 “20% 정도 투자하면요. 정부에서 SOC건설자금을 한 20% 대주고, 나머지는 산업은행에서 뭐 그 시행사한테 대출하도록 돈을 줘요. 그래놓고 해서 다른 뭐 인천공항고속도로로 그렇고요. 춘천 가는 서울춘천 고속도로도 그렇고요. 우면산 터널도 그렇게 했습니다. 그래서 20%만 가지면 전권을 쥘 수가 있습니다. 여기서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 시절에 우면산 터널을 이렇게 맥쿼리에서 인수합니다.”
김어준 “그때 이미 관계가 텄군요?”
주진우 “그전에 몇 가지  있는데 맥쿼리하고 서울시하고 30년 협약을 그때 맺어놓습니다.”
김어준 “각하는 의리에.. 정말!”
주진우 “근데 이 정도를 가지고 20%, 30%면 가지면 충분히 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저기 그리고 배당을 할 때…”
김어준 “우면산 터널 때 이미 각하는 맥쿼리와…”
주진우 “저기 맥쿼리 인프라에 투자를 한 회사가 우리나라도 많은데, 군인공제회도 있고요. 신한금융, 그 다음에 금호, 그 다음에 대한생명, 그렇게 해서 여기에서 그룹을 모아 하면 30%가 아니라 40%도 채울 수 있습니다.”
김어준 “그러니까 검은 머리 외국인.”
주진우 “맥쿼리 인프라의 자산을 투자하고 운영하고 관리하는 회사가 신한이에요. 신한인데…”
김용민 “신한은행?”
주진우 “신한맥쿼리금융자문, 그 다음에 맥쿼리신한인프라스트럭처, 이름을 일단 어렵게 해놔야 사람들이 모르게….”
일동 “하하하하….”
[중략]
주진우 “2009년에 이 맥쿼리인프라에서 신한 측에 지불한 비용이 250억이 넘습니다. 자 보시면 신한하고 이 정권하고 관계에 대해서 좀 더 짚어봐야 하는데.. 라응찬…”
[중략]
주진우 “아마 맥쿼리가 20%를 인수하면 신한이나 다른..”
정봉주 “30%, 이번에 법이 열렸죠.”
주진우 “원래 그 사람들은 돈도 그 정도밖에 없어요. 쪼끔 내놓고 많이 빼먹는 빨대작전 아닙니까? 근데 그 정도 내고 나머지 검은 머리를 충분히 모아서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은 되는 사람들입니다.”
(‘나는 꼼수다’ 제9회 39분 54초부터)

20%라는 지분 설명의 오류

나꼼수 9회에서 주진우 기자가 이야기하는 부분에 오류가 있기에 지적하려고 내용을 들어가면서 받아 적은 건데, 분량이 적을 줄 알고 받아 적었다가 예상보다 많아 나름 고생했다. 각설하고 주 기자가 저지른 오류는 그가 신규 민영화 사업, 즉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근거로 한 민간투자사업과 개별법(인천국제공항의 경우 ‘인천국제공항공사법’)에 근거한 기존시설의 민영화 사업, 즉 공기업의 지분매각을 혼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20%만 투자하면 전권을 쥘 수 있는 사업”은 민간투자사업에서 제도상으로 허용한 자기자본비율을 의미한다. 즉, 주주는 전체 투자비의 20%(현재는 재무투자자가 출자할 경우 15%까지 낮추는 것을 허용) 이상을 출자하고 나머지는 금융권에서 대출로 조달하거나 특수한 사업의 경우 정부로부터의 보조금으로 자금을 충당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요컨대 20%라 함은 투자비의 20%지만 주주지분으로는 100%다.

이 말은 즉, 민간투자사업에서 맥쿼리가 특정 사업에서 투자비의 20%만 출자하면 되는 사업에 20%를 출자하였을 경우 주주지분은 100%(=20%/20%)이므로 주 기자가 말하는 “전권을 쥐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100% 자회사인 것이다. 또 산업은행이 무조건 해당 사업에 대출을 해주는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산업은행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제1,2금융권 또는 외국금융기관이 다양한 민간투자사업에 대출을 하여 대주가 된다.

맥쿼리란 이름을 가진 회사들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이해

그냥 맥쿼리라고 칭하고 있지만, 사실 맥쿼리란 이름이 붙은 회사는 다양하다. 나꼼수는 이름을 어렵게 하려는 각하의 꼼수라고 말하지만 일단 맥쿼리그룹이 일종의 금융지주회사로 다양한 계열사 및 관계사에 맥쿼리란 이름을 붙이는 것이고, ‘신한’이 들어가는 등 다양한 이름이 붙는 것은 신한금융그룹과 맥쿼리가 합작하였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사실 신한과 맥쿼리가 합작을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당시로선 MB와의 관계 개연성은 적다.

한편 나꼼수에서 계속 이야기하는 맥쿼리는 어떤 맥쿼리일까? 정확한 명칭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Macquarie Korea Infrastructure Fund, MKIF)라는 일종의 회사형 펀드다. MKIF는 주 기자 말대로 군인공제회 이하 국내 투자자들이 77.7% 투자한 펀드로 정작 맥쿼리그룹은 4.4%를 투자하였다. 나꼼수가 칭한 “검은머리 외국인”에 어느 정도 부합할지도 모르겠다. 론스타 펀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얼굴을 드러낸 검은 머리란 점이다.

맥쿼리와 MB와의 밀약설

이 회사에서 현재 MB와 친하다고 알려진 인물은 감독이사를 맡고 있는 송경순 씨다. 1990년대 말 MB가 워싱턴에 있을 때부터 친분을 쌓아온 인물이다. 또한 이상득 씨의 아들 이지형 씨가 맥쿼리 소유였다 인수된 골드만삭스자산운용 대표인 것으로 알려지며 맥쿼리와의 밀약설이 불거진다. 그 와중에 2008년 강만수 당시 기재부 장관이 “인천공항 지분 49%를 팔아 호주의 맥쿼리 공항하고 합작을 연구하고 있다”고 발언하며 의혹의 불길을 당겼다.

우선 이런 일련의 관계와 맥쿼리가 호주에서 공항에 투자하고 있는 사실로 볼 때 MB 정부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분매각에 대해 맥쿼리의 관계인사와 어느 정도 의사소통을 했을 개연성은 있다. 송경순 씨는 특히 컨설팅 업체 LECG의 한국지사 대표도 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격히 악화되는 여론 때문에 MB정부는 맥커리에로의 특혜설을 강력히 부인한다. 하지만 현재 정부안인 해외자본 30% 유치의 대상에는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맥쿼리, 또는 외국인이 소유할 수 있는 최대지분 계산

다시 “20%로 전권을 쥐는”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이 말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분매각의 경우에서는 숫자계산의 오류다. MB정부가 팔겠다는 30%의 지분은 전체 자산 대비 30%가 아닌 주주지분 중 30%를 의미한다. 주 기자가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20%의 지분은 민간투자사업의 경우 100%의 지분, 즉 전권을 쥔 경우가 맞고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에는 전권이 아닌 30%의 지분만을 가질 수 있을 뿐인 것이다.

또한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관을 보면 “정부 이외의 주주는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15%를 초과하는 주식을 소유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다. 일단 정관만 봐서는 15% 주식소유조차 어렵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에는 별다른 제한사항 없이 외국인이 지분의 30%를 소유할 수 있게 되어, 추후 정관을 개정할 개연성도 충분하다. 요컨대, 맥쿼리가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최대치는 항공운송사업자에게 별도로 할당될 5%를 제외한 44% 정도다.

공항공사 지분인수의 사업적 타당성에 대해

슬슬 이야기를 정리해보자. 만약 맥쿼리가 이 사업을 하려 한다면 소위 “검은 머리 외국인”이 될 개연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민간투자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기존의 MKIF가 아닌 신규 펀드가 될 것이다. 현재 3조6천억 원 정도 되는 자본금 중 44%를 단순 액면가로 매입한다고 해도 1조 6천억 원 가량의 천문학적인 자금을 필요로 한다. 국내외 주요투자자들이 모여들 것이다. MB, 혹은 그 관련자들이 투자를 하려 한다면 이 펀드에 투자할 것이다.

그럼 이런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서 얼마 정도의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까? 2010년 배당 현황을 보면 480억 원이다. 아직 빚을 갚아가고 있고 사용료 등도 공익적 목적으로 낮게 유지하고 있으므로 많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기자본 대비 배당률은 불과 1.3%다. 배당수입만으로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는 방안이 상당히 어려울 것 같은데, 각종 사용료 인상을 통한 이윤창출도 있겠으나 예의 “전권을 쥐고 있지 않은” 관계로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주식매입 후 상장후 매각이나 또는 장외매각을 통한 자본이윤(capital gain)을 얻는 방법이 있을 텐데, 운영이윤으로만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방안보다는 현실적일 것 같다.(그래도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보다 상당히 열악한 상황인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투자매력이 없는 사업은 아니다. 말 그대로 독점사업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부펀드와 같이 마땅한 투자운용대상을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 비싼 값으로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결론 :

  • 20% 지분투자로 전권을 쥔다는 이야기는 오류다.
  • 맥쿼리는 여전히 “외국인 투자자”의 물망에 올라 있다.
  • 민간이 지분을 인수한다고 해도 만만한 사업은 아니다.
  • 그럼에도 투자매력은 유지하는 사업이다.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시나리오의 재구성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처음부터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설립되었다.

현 정부를 극도로 싫어하는 이, 특히 과거 두 정부의 지지자 중 일부는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또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분매각’)가 현 정부의 독특한 발명품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도 한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신공항 건설을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입한 과거 정부는 당초 투자를 조기에 회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자금의 회수가 용이한 주식회사의 형태로 설립하고 2002년까지 지분의 51%를 민간에 매각한다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었다.

즉, 국영기업 활용 등을 통한 개발독재의 시기를 거쳐 자본주의 고도화의 길에 접어들 무렵부터 국책사업이라 할지라도 일정 기간 후의 ‘민영화’는 우익과 자본에게 하나의 정치개혁의 시금석으로 받아들여져 왔고, 이는 소위 ‘민주개혁 정부’라 불린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두 정부가 들어서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실제로 ‘국민의 정부’ 시절엔 많은 시장성 있는 공기업들이 민영화되었지만, 채 무르익지 않았던 인천국제공항은 초석만 다지는 단계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 속에서 1999년 국고출연금 1조6천768억 원이 자본금으로 전환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인천국제공항공사법」을 근거로 설립되었다. 또한 공사는 「공기업의 경영구조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의 적용대상인데, 이 법의 제정 취지는 “국민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공기업에 대하여.. 조속한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당시로서는 “조속한 민영화”가 절실한 과제인 것이 사실인데 과도한 차입으로 인해 이자비용이 누적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민주개혁정부”는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를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3월 22일 개항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정부는 개항 초기에서부터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추진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계속되는 투자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금흐름으로 말미암아 공사의 재무현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3년까지도 공사의 부채비율은 164%, 세전순이익기준 이자보상비율은 0.85배에 그쳐 순이익만으로는 이자를 제대로 지불할 수 없는 상태였다. 지분매각은 요원한 상황이었다.

이렇게 DJ시절,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로드맵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온 것은 2005년 말, 정부각료들의 민영화 발언이 이어졌을 때이다. 전윤철 당시 감사원장은 “역사적 임무를 마친 공기업은 사라져야 한다”라는 발언으로 운을 띄웠고,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민영화가 생산성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발언으로 이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 기간 공사의 수익개선이 이런 자신감의 배경이었다.

당시 공사의 복안은 “지분의 20∼30%선을 세계적 공항운영 전문기관 등 전략적 투자가에 매각”한다는 안으로, 현 정부에서 많은 반대에 부딪혔던 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와중에 기획예산처가 공사가 정부의 것이면서도 경영감독권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며 공기업으로 분류하면서 민영화 일정이 중단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낳기도 했지만 미국의 한미FTA를 연계한 민영화 압박, 공기업 증시 상장 검토 등 민영화로의 압력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는 MB정부 로드맵의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하지만 증시 상장 논의는 임기 말의 권력누수현상, 공기업 내부반발 등이 이어지며 유야무야되고, 본격적인 민영화 게임은 현 정부 들어서 시작되었다. 우익정부니 만큼 이전 정부보다 더 강력한 민영화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견된 사실이었고, 특히 “시장형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는 매우 매력적인 카드였다. 이때 처음 꺼내든 카드는 지분의 49%만 시장에 매각하고 “경영만 민영화”한다는 카드였다. 일종의 싱가포르 테마섹 카드였다.

한데, 이때 이미 홍준표 씨가 요즘 꺼내든 국민주 안이 검토되었다. 하지만 이전의 국민주 사례를 살펴보아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안이 폐기되었고, 그 대신 민간매각분 중 일부를 우리사주로 배정하는 안을 검토하기로 하였다. 우리사주 안은 당연히 내부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카드였지만, 노조는 공항의 공공성 등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발하였다. 시장 역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는데 역으로 49% 지분매각은 온전한 민영화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이 당시에는 굵직굵직한 사안이 많았다. 대운하 사업, 토공-주공의 통합, 산업은행/기업은행/인천국제공항 등 거대 공기업 민영화 등 동시에 추진해야 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따라서 실은 청와대 측 의중에는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는 뒷 선에 밀려나 있는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당시 청와대에게는 대운하가 우선순위 사업이었고, 결국 민영화 대상에 인천국제공항을 포함시킨 것은 한나라당의 “강력한 요청”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민영화의 의도와 폐해를 둘러싼 논쟁

청와대가 과연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든, 반대진영에서는 본격적인 반대투쟁에 돌입한다. 상황은 반대 진영에게 유리했다. 공항은 연속 흑자를 내고 세계공항평가에서 1위를 하는 상황이었고, 민영화된 공항은 사용료가 오르고 서비스 질이 퇴보하는 등 민영화에 대한 폐해 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공항이 안보와 관련된 시설이라는 점도 민영화 반대의 주된 논리가 되었다. 따라서 민영화 반대 주장은 노조, 야권뿐만 아니라 일부 여권에서까지 제기되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반대논리는 당초 민영화 로드맵의 시발점이었던 공적자금의 조기회수가 아니었다. 이는 계속되는 흑자기조 속에 의미가 많이 퇴색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회에서 정종환 당시 국토해양부 장관은 “국제적인 허브공항으로서는 부족한 면이 있고, 3단계 확장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서도 49%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른바 ▲ 민영화를 통한 선진경영기법 획득 ▲ 3단계 확장 사업비 확보 등이 주된 논리였다.

바로 이 시점에서 “선진경영기업”을 전수해줄 “전문공항운영사”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데, 기존의 민영화된 국제공항의 투자자였던 맥쿼리가 그들이다. 맥쿼리는 인프라 프로젝트파이낸스를 주업으로 하는 호주의 금융기업인데, 공항에 투자했다는 이유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전문공항운영사”로 둔갑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으로 관계인사가 엮이면서 음모론은 한층 힘을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경제적 사안에서 정치적 사안으로 발전하게 된다.

맥쿼리와 인천국제공항

일각에서 제기된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을 위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정부는 강력히 부인한다. 국토해양부는 “구체적인 매각방식, 절차 등은 향후 전문기관의 컨설팅 등을 거쳐 구체화될 계획”이라며 “지분인수자는 매각조건 등을 고려하여 협상에서 결정될 사항으로 미리 예정한다는 것은 국제 상사관례나 협상 절차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한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합당한 발언이지만 워낙 불신을 받아오던 정부라 반대진영은 의혹을 거두지 않았다.

외국투자자들에 대한 의혹의 눈길은 사실 론스타의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억지주장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다. 외환은행 매각 역시 정상적인 매각절차였다면 론스타와 같은 정체불명의 펀드에게 매각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부패한 관료와 조급한 청와대는 외환은행 매각을 무리하게 밀어붙였고, 이는 수많은 부작용을 낳으며 오늘날까지 그 부작용을 수습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는 또 한 번의 거센 반발로 주춤하게 된다.

2008년 국토해양부 항공철도국장은 “맥시멈 15%의 지분을 공항운영 전문기업에 전략적으로 매각할 계획”이라면서 맥쿼리도 전략적 지분매각 대상이냐는 질문에 ““맥쿼리는 공항전문기업이 아니라 투자펀드”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국감에서 정종환 당시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분 15%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전략적 제휴 대상 가운데 맥쿼리그룹은 배제되느냐는 질의에, “특정 업체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답하여 논의를 다시 제자리로 돌린다.

지분매각은 공항의 발전을 위해서인가 구멍 난 예산을 메우기 위해서인가.

이쯤에서 공사 지분매각의 변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당초 정부의 대답은 공항의 발전을 위한 3단계 사업의 자금조달을 위해 지분을 매각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조정식 의원은 ‘인천국제공항 3단계 사업 조속 추진-대통령님 정책 건의’라는 업무보고 문건에는 3단계 사업이 전액 자체조달 가능한 것으로 보고되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단 민간투자자가 운영을 하게 되면 단기성과에 주력하여 장기사업에 해당하는 3단계 사업을 할 리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 의원은 또한 “정부가 2010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인천공항 지분 16.3%를 5909억원(주당 5000원)에 매각해 세입을 충당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즉, 3단계 사업비 충당은 거짓명분이고 4대강 사업 등으로 부족한 예산을 매각수입으로 메우려 한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이 예상수입이 전국 수백 개의 도로 건설에 전액 편성됐고 2011년 예산에 다시 매각대금 7393억 원을 포함시켰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부의 ‘공항 경쟁력 강화’ 논리는 거짓임이 드러났다.

경제평론가 선대인 씨는 현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24개 주요 매각 추진 공공기관의 매각 예상액만 보수적으로 잡아도 19조원에 육박한다고 말하면서 공사의 지분매각이 이러한 큰 틀에서의 재정적자 보완책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우월하다고 정부는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개별 사업들에 있어 예산책정의 어려움이랄지 재정위기가 현존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주장은 상당한 신빙성을 가지고 있는 논리라 할 것이다.

다시 민영화의 불을 지핀 한나라당. 그러나…..

이러한 사회전반의 강력한 반발과 – 사실 소위 “민주정부”에서였더라면 이 정도의 저항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 관련법 개정의 실패로 인해, 또 다시 공사의 지분매각은 수면 아래로 잠기는 듯 했다. 그 즈음에 산업은행이나 우리금융지주회사의 민영화 계획도 난관에 부딪히고 있는 와중이었기에 더더욱 열기가 냉각되고 있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6월 국회에서 지분매각의 걸림돌인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또다시 이 사안은 세간의 관심거리가 되었다.

집권 초기 공기업 민영화 대상에 인천국제공항을 넣어야 한다고 한나라당이 강력히 주장했다는 정황이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로드맵의 재개를 당이 원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사실 재정적자를 메워야 한다는 숙제는 청와대가 더 바라는 일일 텐데, 로드맵의 방아쇠를 계속하여 당이 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간의 정황으로 봐서 일종의 행동대장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올 수도 있지만, 한나라당의 지속적인 민영화에 대한 관심은 궁금증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 또한 강력한 반발에 부닥치고 만다. 인천광역시는 송영길 시장이 당선되면서 민주당의 손에 넘어갔기 때문에 지자체의 협력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사회전반적인 여론도 “세계 1위의 공항이 뭘 배울게 있다고 지분을 매각하느냐?”라는 논리가 강하게 먹혀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등장한 카드가 해묵은 국민주 카드다. 홍준표 씨가 포퓰리즘적 의도를 숨기지 않으면서 주장했고 박재완 씨가 화답하는 상황이지만 여의치 않아 보인다.

민영화 로드맵에 대한 반대진영의 과제

개인적으로는 현 정부의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고, 총선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서 공사의 지분매각은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 의견이다. 물론 한나라당이 재집권 하리라는 강력한 확신이 든다면 최소한 지지부진하고 있는 로드맵의 구체화만이라도 확실히 다져두려 할 개연성도 있지만, 전문운영사의 매각과 국민주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행태를 볼 때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반대진영은 민영화 무산 그 이후의 시나리오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선, 공사의 지분매각에 대한 입장은 우선 일각이 주장했던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의 개인비리와 지분매각의 로드맵 자체를 분리하여 사고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물론 개인비리가 혹시라도 있다면 그 사실관계는 명확히 밝혀내야 하겠지만, 서론에서 말했다시피 민영화 로드맵은 집권당의 교체에 상관없이 신자유주의적 국가운영 일반원리에 해당되는 사안이었다. 그러므로 너무 개인비리에만 매달리다보면 민영화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역공에 시달릴 수도 있다.

공사의 지분매각이 무산되고 공기업으로 남는다고 해서 모든 모순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전 글에서도 밝혔다시피 공사의 뛰어난 경영성과의 일부는 어쩌면 민간기업 못지않은 가혹한 노동착취를 통해 달성했을 수도 있다. 공기업의 공익을 ▲ 수익실현을 통한 재정건전성 확보 ▲ 양질의 공공서비스 제공을 통한 사회적 효용 증대 ▲ 해당 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통한 기업후생 증진 등으로 나눌 수 있다면 후자의 문제는 여전한 과제로 남는다.

“주택은 투기 목적이 아니라 주거 목적이 되어야 한다”

집값과 물가, 그리고 고용 안정은 서민 생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평소 “주택은 투기 목적이 아니라 주거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말을 누가 했을까? 진보신당의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 민주노동당의 강기갑 대표? 둘 다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41차 라디오연설에서 하신 말씀이다. 이 말을 다시 살펴보자면 그 분은 주택을 시장에서 거래되는 교환가치로서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쓰이는 용도인 주거 목적, 즉 사용가치로 간주하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계시다는 의미다. 이쯤 되면 적어도 주택에 관한 관점에서만큼은 이명박 대통령도 굉장히 좌익적(?)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러면 그러한 좌익적 신념의 해법은 무엇일까?

이 때문에 저렴하고 편리한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도 집 없는 실수요자들에게 직접 그 혜택이 돌아가도록 꾸준히 공급할 것입니다.

보금자리주택은 잘 알다시피 그린벨트 지역의 싼 값의 토지에 집을 지어 파격적으로 싼 값에 분양하겠다고 내놓은 이 정부의 야심작이다.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인지라 시장에도 어느 정도 집값 진정효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고,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떤 관련 시민단체의 관계자는 이 제안에 상당히 만족해하는 발언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어떻게 보면 이 정부의 인수위 시절 내놓은 ‘지분형 아파트’의 대안으로 그것보다는 더 현실성이 있는 대책이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보금자리 주택 홈페이지 캡처 화면

문제는 그 대책이 이 대통령의 “신념”에 부응할 정도의 파격적인 형식이 애초에, 그리고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냐 하는 것이겠다. 즉, 지난번 다른 글에서 지적하였다시피 대부분의 물량을 분양하는 상황에서 애초에 보금자리 주택은 온전히 “주거 목적”으로 사용되기에는 한계를 지닌 주택이라는 문제가 있다. 보금자리 주택은 시작단계에서부터 “보금자리 로또”라는 별명이 붙었다. 시장은 대통령의 신념과 달리 그 주택을 교환가치로 간주한다는 증거다. 또한 불완전한 정책에 대한 시장의 학습효과는 거의 동물적이다.

게다가 최근 입주물량은 강남권 2개 지역만 인기를 끌 뿐 소위 비인기 지역 물량이 대거 미달되어 보금자리 주택의 인기가 벌써 식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고가 논란도 있다. 이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보금자리 주택은 청약 조건만 까다로울 뿐 시장의 다른 경쟁자들과 동일한 조건, 동일한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교환가치로서의 존재의의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른 주택들에 비해 ‘좀더 가난한 이들의 주택 소유의 욕망’을 실현시키는 매개체일 뿐인 것이다.

사실 라디오연설 들은 적도 없지만 대통령께서 저런 취지의 발언을 하셨다는 소식을 웹사이트에서 읽고 상당히 반가웠다. 다만 그러한 신념에 걸맞은 정책을 구현하셨으면 하는 바람인데 아직은 그 정책이 보금자리 주택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이 아쉽다. 결국 현재의 대량 미분양 사태의 기저에는 주택에 관한 기본적 가치관이 실수요자와 공급자 간에 차이가 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 갭은 여태 일종의 가수요가 채워왔다. 이제 그 가수요를 다른 무엇인가로 채워야 하고 대통령의 “신념”에 부합하는 공급방식도 한 대안일 것이다.

“녹색성장, 실천가능한 정책으로 제도화해야”

이 대통령은 이어 “주택을 건설하는 업자들이 집에서 외출할 때 스위치 하나만 누르면 전원이 전체 차단될 수 있도록 하는 설비를 해 놓고 나서 에너지를 절약하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맞는 것 아닌가”라며 “국민에게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고 강요하고 당위성만 얘기하지 말고 실천 가능한 정책을 만들어서 국민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李 “녹색성장, 실천가능한 정책으로 제도화해야”]

MB께서 연말에 또 웃음을 주시는데.. 가카 두꺼비집이라는 것이 있사옵니다. 그리고 전원 차단하고 나가실 분들 주의사항 하나. 냉장고를 위한 자체 발전설비 갖추시길.

연기금의 주주행동주의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를 직접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최근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회장 내정 과정에서 사외이사들만으로 회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사외이사들의 집단 권력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중략] 국민연금이 투자 기업의 사외이사를 직접 추천한 적은 없다. 국민연금은 KB금융지주 지분 5.49%(9월2일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추천 인사들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사외이사에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파견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국민연금 “KB금융 사외이사 추천하겠다”]

속 보이는 해프닝으로 끝난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건과 연계하여 흥미로운 일이 하나 진행되고 있다. 상기한 바와 같이 국민연금이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를 직접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민연금은 지분 5% 이상을 가진 국내 상장사가 140여개에 달하지만 내가 아는 한은 사외이사 추천 등의 적극적인 의사결정 개입은 매우 드문 일이다. 다른 보도를 보면 이러한 국민연금의 행동이 일회성에 그칠 것 같지는 않다.

국민연금공단은 18일 제12차 이사회에서 내놓은 ‘2010년도 사업운영계획보고’에서 내년 국민연금이 주요주주로 있는 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이날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이 주요주주인 기업에 대해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겠다”고 전했다.[국민연금 “내년 투자기업 의결권 행사 강화”]

즉, 국민연금이 이전의 소극적으로 행사해오던 주주권을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의지인데, 이는 사회책임투자나 주주행동주의를 주장하는 서구의 행동주의자들의 의견과 비슷하다. 기업윤리운동 등을 주도하는 시민단체들의 의견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사회책임투자 주창자들은 결국 적극적인 투자행태, 그 중에서도 주주로서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행위가 투자수익의 향상으로도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를 경험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한편 연기금 중 주주행동주의로 유명한 곳은 세계최대의 연금펀드라 할 수 있는 캘퍼스다.

이러한 기업지배구조는 일반적으로 주주행동주의라는 미국 전통에 없어서는 안 될 부분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인식은 1980년대 후반 이래 가장 큰 기관투자가로 군림해온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에 의해 강제적으로 미국 내에 생겨났다. 이 연금은 캘퍼스(Calpers)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서 주주행동주의를 이끈 선구자 중 하나다.[사회책임투자 세계적 혁명, 러셀 스팍스 지음, 넷임팩트 코리아 옮김, 홍성사, 2007년, p252]

결국 국민연금이 국민은행에 사외이사를 추천한다는 계획과 ‘2010년도 사업운영계획보고’의 내용은 이들이 캘퍼스가 추진해오던 주주행동주의 노선을 다져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개입주의적 노선이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을 당연한 노선으로 하여야 하는 이른바 우파 정부 하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과거 정권에서 민주당도 지적하였듯이 연기금의 주식 투자를 ‘경기 부양용 도박자금’, ‘연기금 사회주의’라고 비판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일면 모순된 행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이러한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모습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시작부터 대운하 건설, 금융시장에 대한 적극적 개입, 노동운동에 대한 적극적 개입 등을 통해 국가개입주의적 노선을 분명히 해왔다. 이전의 두 정부가 신자유주의 노선에 연성의 개입주의를 구가하였다면 이 정부는 과거 정부가 박아놓은 못 – 이를테면 좌파적 정책? – 을 빼야한다는 강박관념이 금융위기 상황과 맞물려 그 개입주의의 정도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남한의 우익들은 개입주의적 모델을 당연시 했던 박정희식 모델의 전력도 있거니와 ‘연기금 사회주의’를 부르짖은 것도 박근혜였지(주1) 이명박은 아니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의 이번 주주권 강화 계획을 이명박 정부의 어떤 흑심이 있는 음모로 간주하고 반대하여야 할까? 엄밀하게 ‘주주권 강화’ 자체만 놓고 보자면 나는 그것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주주권의 행사는 당연한 권리인데, 국가의 의사결정능력은 시장의 그것보다 열등하다는 선입견으로 말미암아 국가 혹은 국가에 준하는 기관의 투자는 당연히 의사결정을 나머지 주주에게 일임한다는 식으로 간주하였던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도 혹은 노선 그 자체는 가치중립적이지만 그것을 운용함에 있어 결국 국민연금 혹은 그 의사결정 위임자가 주주권을 어떠한 목적으로 행사하느냐가 중요한 가치편향적인 시각을 제공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번 2010년 사업운영계획 보고에서는 주주권 행사의 목적이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라고 밝혔다. 문구상으로만 보자면 그것은 캘퍼스의 주주권 행사 목적과 유사하다. 특히 ‘장기적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을 문구 그대로 받아들이면 단기적 이익에 주력하는 주주자본주의의 맹점도 보완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다만 위 인용기사의 다른 부분을 보면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기사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장의 하부조직으로 있던 준법감시인을 이사장 직속으로 확대·개편해 내부통제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솔직히 나는 이것이 내부통제기능을 강화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얼핏 이사장의 권한이 강화되는 것으로 여겨질 뿐이다. “사회간접자본(SOC)과 민영화 기업 등 대체투자 분야로 투자를 넓힐 방침”도 수자원공사의 4대강 투자와 맞물려 괜히 찝찝해지는 대목이다. 과연 국민연금은 정부의 4대강 투자요청을 뿌리칠 자신이 있을까?

예전에 민주노동당 시절 심상정씨의 한 팸플릿에도 국민연금을 활용한 기업사회화의 시나리오를 제시한 적이 있다. 이를 사회주의적 본원적 축적이라고 여긴다면 그리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아닌 만큼, 연기금은 좌우익 모두에게 명분 있는 주요 투자재원으로 여길 건더기가 많다. 문제는 어느 진영이든지 그것을 주주(즉 연금가입자)의 투자이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지 않은, 자신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투자사업에 활용하고픈 유혹에서 자유스럽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연기금을 통한 주식시장 부양은 박근혜씨가 표현한바 ‘연기금 사회주의’가 아니고 그저 ‘연기금 오용(誤用)’일 뿐이다.

(주1) 그렇다면 박근혜씨는 아버지가 사회주의자였음을 인정하는 것일까?

3단 논법

1.
“지구상에서 이런 식으로 파업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거에요. 지금 일자리가 없어서 길거리를 헤매고 있는데, 일자리가 보장된 사람들이 이 어려울 때, 경제가 어렵고 더욱이 연말에 말이지….” [이 대통령 “지구 상에 이런 식 파업 없어”]

2.
Canadian National and the union representing 1,700 striking locomotive engineers reached a tentative deal Wednesday.[CN Rail tentative deal reached]

3.
캐나다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현 정부는 자유주의 정부일까?

오늘날 자유주의는 고전적 자유주의가 아니라 국가의 간섭과 복지 국가를 지지하는 미국식의 자유주의를 지칭한다. 자유주의에서 자유는 경제적 자유와 개인자유로 구분할 수 있다. 경제적 자유와 개인의 자유를 확보하려면 국가가 시장경제와 개인의 자유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중략] 이러한 자유주의는 국가와 자유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경제적 자유와 개인의 자유에 대해 국가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Libertarian), 양쪽도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Authoritarian), 경제적 자유에는 개입하지 말고 개인의 자유에는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Conservative), 경제적 자유에는 개입하고 개인의 자유에는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Liberal)으로 구별된다.[David Boaz, Liberationism, A Primer; The Free Press, 1977, p. 22. / 자유주의만이 살길이다, 한국하이에크 소사이어티 엮음, 평민사, 2006년, p80에서 재인용]

우리가 흔히 혼동하고 있는 경제적 자유주의와 정치적 자유주의의 차이와 이것들에 대한 입장에 따른 사상적 지형을 대체로 잘 설명해주고 있는 글이다. 물론 이러한 분류의 오류는 분명하다. 대의제 정치지형이라면 국가는 인민의 의지에 대한 신탁의 형태를 띠는 것이므로 또 하나의 독립적인 의지의 주체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애초에 제기하지 않는다는 점, 개인의 범위에는 자연인뿐 아니라 기업이라는 법인(法人)이 포함되어 애초 불공정한 게임의 개연성이 있다는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본주의 계급사회에서 민주대의제라는 제도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자본은 면밀히 유착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여하튼 위 분류법으로 현재 한국정치를 보면 현재의 한국사회는 어떠한 입장에 경도되는 사회일까? 적지 않은 이들이 적어도 리버타리안과 리버럴은 우선 배제하지 않을까 싶다. 남은 둘 중에서 우선 컨저버티브에 대해 살펴보자. 이는 미국정치에서 많이 관찰되는 유형이다. 시장의 자유를 옹호하면서도 기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애 반대, 임신중절 반대, 공적의료보험 반대, 총기 소유의 자유 등에 소리 높인다. 오쏘리타리안은 제3세계에서 흔히 발견되는 유형이다. 민주적인 선거로 선출되었건 칼로 정권을 잡았건 오만한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경제와 정치를 마음대로 농단한다.

애초 현 정부는 집권초기 한미FTA라는 우익의 주요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어가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는 등 신자유주의적 노선을 분명히 하다 국민들로부터 강력한 저항에 부닥친 적이 있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그들은 컨저버티브 쪽에 가까운 행태를 보였다. 하지만 그러한 강력한 저항과, 이어 불어 닥친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한미FTA는 적어도 당분간은 시급한 정치적 의제에서 밀려난 느낌이다. 그리고 꺼내든 카드는 구시대적인 관치다. 박정희 식 개발독재를 연상시키는 4대강 정비사업 속도전, ‘일자리 나누기’라는 미명 하의 기존 직원들의 감봉, 기업들의 특정회사에 대한 기금 출연 요구 등의 행태는 적어도 리버타리안이 지향하는 ‘경제적 자유’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즉 오쏘리타리안 행태에 가까워지고 있다.

희한하게 이러한 비이성적인 행태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에 대한 지지도는 50%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어떤 식의 설문조사였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적어도 바닥이 없을 것처럼 떨어지던 그의 인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민심의 향방은 소위 이명박식 중도실용주의, 보금자리 주택 공급 등 일련의 대중추수주의적인 서민행보와 표면상으로는 호전되고 있는 경제상황이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더불어 민심이 그의 권위주의적인 경제개입에 대해서도 별로 개의치 않지 않는가 하는 추측도 해볼 수 있다. 우리가 이미 오랜 기간 그러한 행태에 익숙해있기 때문일까. 심지어는 그에 대한 향수까지 지니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 남자에게서 박정희의 냄새가.

나는 현대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이미 국가는 그 자체로 거대한 시장참여자라는 점, 대의제 하에서 적어도 형식상으로는 유권자의 의지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국가의 개입이 원천적으로 배제되어야 한다는 리버타리안의 아이디어는 실현 불가능한 이데아에 대한 아집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불가피한 국가개입을 어떻게 최적화시키느냐 하는 문제다. 이는 물론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대해 수많은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만큼이나 치열한 논쟁에 휩싸여온 주제다. 개입의 범위, 타당성 분석, 의사결정 과정, 투입재원 확보 등 해결하여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것이 소위 ‘민주적이고 사회적인 통제’의 한계인데, 재밌는(?) 것은 현 정부는 그러한 절차를 과감히 생략한다는 점이 오히려 강점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