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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라는 명칭에 관하여

김영삼(1993년)
By 대한민국 국가기록원, KOGL Type 1, 링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92년 12월30일 김영삼 대통령당선자의 정권인수 때 처음 등장한 이름이다. 14대 대선에서 승리한 김영삼당선자 진영이 당시 노태우정부에 당초 요구한 명칭은 ‘정권인수위’였다. 물론 ‘정권을 쟁취했다.’ 는 의미였다. 또 노전대통령이 전두환전대통령의 ‘서슬’에 눌려 ‘정권인수’라는 말을 못 쓰고 ‘취임준비위원회’에 자족(自足)해야 했던 과거사와 차별한다는 뜻도 담겨 있었던 것. 그러나 노태우정부 측은 “정권인수는 혁명적인 상황에서 있는 일로 법적 문제가 있다.”고 버텼다는 후문이다. 결국 절충 끝에 ‘인수’라는 표현을 살리는 선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됐다.[잃어버린 5년 칼국수에서 IMF까지, 동아일보 특별 취재팀 지음, 동아일보사, 1999년, 49쪽]

이제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언뜻 사소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표현들이 사실 처음에 만들어질 때는 나름 상당한 진통이 따랐다는 역사적 사실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지금은 ‘인수위원회’라는 표현이 당연시되고 있는데, 이것은 사실 정권이 그래도 계속 소위 “보수”진영에서 소위 “진보”진영으로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김영삼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만 해도 심지어 사실은 김영삼 정부마저도 이전 정부로부터 “정권이 교체”된 상황이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3당 합당 이후 내부에서의 계파 간의 권력이 이동한 셈이다. 그러다 보니 용어 하나하나에도 내부 갈등이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것 같은 갈등이 이제 와서 보면 간단치만은 않은 갈등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펜타닐 중독보다 더 심각한 미국의 중국 중독

Amazon 2024.svg
By Amazon.com, Inc. and NaN (typeface creator) – https://logos.fandom.com/wiki/File:Amazon2024.svg, Public Domain, Link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가장 큰 단일 기업인 아마존은 전 세계 온라인 매출의 10%에서 15%를 차지합니다. 미국 전자상거래 대기업인 아마존은 미국 시장에서 전체 전자상거래 매출의 최대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4대 주요 제품 카테고리 중 3개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경쟁사들을 큰 폭으로 앞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마존이 미국 전자상거래 성공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반면, 중국산 제품은 아마존 시장의 핵심입니다. AltIndex.com에서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Amazon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의 70%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됩니다. [More than 70% of Products Sold on Amazon are Made in China]

미국이 펜타닐 중독을 끊는 편이 빠를까 중국 중독을 끊는 편이 빠를까? 이미 자국의 애플, 테슬라, 월마트와 같은 기업들은 이미 제조 기능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용문은 이러한 상황은 아마존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아마존의 아마존은 남미가 아니라 중국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풀 수 있는 복잡한 다차방정식도 아니고 단순한 산수에 불과한 국제무역의 덧셈과 뺄셈을 인공지능의 최첨단 국가 미국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웃프다.

트럼프의 ‘관세폭탄 쇼’의 또 하나의 문제

Elizabeth Warren, official portrait, 114th Congress.jpg
By United States Senate – http://www.warren.senate.gov/?p=biography / https://www.warren.senate.gov/imo/media/image/Official_Portrait.jpg, Public Domain, Link

트럼프 대통령은 1977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the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에 따른 권한을 행사하여 무역 관계에서 상호주의가 부족하고 다른 국가가 저지른 통화 조작 및 과도한 부가가치세(VAT)와 같은 해로운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대규모의 지속적인 무역 적자로 인한 국가 비상사태를 해결하고자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IEEPA 권한을 사용해 모든 국가에 10%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Fact Sheet: President Donald J. Trump Declares National Emergency to Increase our Competitive Edge, Protect our Sovereignty, and Strengthen our National and Economic Security]

트럼프의 전 세계를 겨냥한 관세폭탄 쇼가 황당한 이유 또 하나로는 의회권력과의 협의 없는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이라는, 행정부의 사실상의 ‘초법적’ 조치로 강행된다는 점이다. 평균적으로도 다른 미국 대통령에 비해 많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던 1기의 트럼프는, 올해 1월 20일 취임한 2기 이후 약 3주 만에 100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1기 때 4년 동안 서명한 220건의 거의 절반이다.1 그가 취임 이래로 발동하는 허다한 행정명령이 그러하듯이 트럼프는 절대 다수 미국시민은 물론이고 입법자들도 잘 모르던 케케묵은 법률을 끄집어내어 이를 근거로 행정 독재를 감행하고 있다.

그래서 아무리 지금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여도 민주당이 열 받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래서 엘리자베스 워렌 민주당 상원의원 등은 의회의 승인 없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트럼프의 능력을 억제하기 위한 입법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양당 의원의 공조 하에 만들어졌지만, 트럼프는 이를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2 이러한 상황은 결국 민주당이 굳은 결기를 다지고, 공화당도 트럼프의 전횡이 전 세계 경제를 파멸적인 공멸로 이끌 수도 있다는 개연성에 대해 공감하고 그를 끊어내어야 국내적으로 타개가 가능할 것 같다.

현대의 대의민주주의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권력을 분점 한다는 삼권분립의 원칙이 자리 잡으면서 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부여받았다. 그럼에도 행정부의 수반은 나머지 두 권력보다는 더 많은 권력을 누릴 수밖에 없다. 그에게는 경찰, 군대와 같은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법부와 사법부가 법률제정과 사법적 심판 등을 통해 이를 견제한다. 그런데 그가 노골적으로 법률을 어기거나 이를 우회하는 꼼수를 들고 나오면 그 부작용을 치유하는데 적잖은 정치적 자원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지난 3년간의 한국 정치의 모습이었고 지금 현재의 미국 정치의 모습이다.

  1. 내용도 논란이 많다. 미국에서 출생한 아이의 시민권 부여 금지, 연방 지출 동결, 연방 기관 폐쇄 등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내용이 많다.
  2. 이러한 행정부와 입법부 사이의 치열한 전투는 기시감이 있다. 어떤 나라에서는 결국 이 전투가 행정부 수반의 파면으로 귀결되었다.

트럼프의 관세는 진심이다

The poster caption reads "British Workman: It's no use trying to hide it, guv'ner. We are going to vote for Tariff Reform"
By LSE Libraryhttps://www.flickr.com/photos/lselibrary/3268711009/, No restrictions, Link

두 번째 임기를 맞이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목표는 거칠게 두 가지 정도가 관찰된다. 1) 관세1로 중국을 때리겠다 2) 관세로 나머지 나라를 때리겠다. 언뜻 생각해봐도 둘을 각자 추진하기도 벅차거니와 동시에 추진하기에 만만치 않은 목표인데,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야심차게 둘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처음에 각국의 경제전문가들은 ‘트럼프는 협상의 달인인데 그는 관세 카드는 하나의 블러핑으로 이를 발판삼아 미국에 유리한 무역조건을 협상할 것이다’라는 의견이 적잖았는데, 이제는 ‘트럼프는 관세에 진심이다’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그래서 계산법이 엉터리든 아니든아름답고” 폭력적인 관세 탓에 전 세계 자산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트럼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그의 관세 폭탄이 즉흥적이라거나, 일시적이거나, 전술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전략으로 간주할 수 있는 이유는 제법 이론적 배경이 탄탄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트럼프가 대(對)중국 전략을 세우는데 기여한 이론가로는 피터 나바로(Peter Kent Navarro)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선임 고문이 거론되고 있다. 그는 2011년 『중국이 부른 죽음(Death by China)』라는 책을 – 제목이 내용을 말해주는 책 – 그렉 오트리(Greg Autry)와 함께 썼고,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도 한2 이 책은 트럼프가 ‘좋아하는 책 10권’ 중 한권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더구나 그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동안 근무한 후 2기에도 발탁된 경제 관료다. 1기가 숙적 중국을 향한 폭탄을 장전한 시기라면 2기는 그걸 발사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트럼프 2기는 1기에 비해 훨씬 악화된 문제가 하나 있다. 정부부채. 기축통화의 발권력을 바탕으로 거침없이 당겨쓴 빚이 이미 엄청난데 거기에다 조 바이든 시기 코로나19 대응과 집권연장을 위한 재정 퍼주기 등으로 빚을 내면서 정부부채는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이미 이자 지출로만 국방비를 초과하는 지탱 어려운 상황임에 트럼프는 또 하나의 이론가로 스티브 미란(Stephen Ira Miran)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지론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 미국의 빚, 즉 국채를 100년 무이자/저리 채권으로 리볼빙 ▲ 이 채권은 동맹국이 사준다 ▲ 채권매수의 대가는 안보 보장과 달러 스왑라인 제공 등의 내용이다. 경제이론이 아니라 동네 건달이 길가는 중고생 삥뜯는 방법 같은 가이드라인을 세웠다.3 4

사실 트럼프가 불평하는 전후 국제경제 질서를 만든 장본인은 미국이다. 전후 양극체제에서 자본주의 맏형이 된 미국은 비용적 측면과 안보적 측면을 고려하여 아시아 등 저비용 국가에게 제조업을 하청하는 국제적 분업체계를 확립하였다.5 이러한 분업체계는 소련의 붕괴와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의 “자유무역협정”으로 한층 강화되었다. 하지만 자유무역은 자연스레 미국 내 제조업의 공동화를 초래하였다. 그들의 일자리는 “중국 촌놈(peasants)”이 차지했다. 미국은 각국의 촌놈(peasants) 덕에 견실한 성장세와 낮은 물가상승이 공존하는 상태라고 불리던 ‘골디락스 경제(Goldilocks Economy)’를 향유하였다. 미국의 금융자본과 빅테크는 천문학적인 부를 쌓았지만,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고 정부는 일극체제 유지를 위한 비용으로 빚이 늘어갔다.

결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지고서야 미국은 다시 골디락스 경제의 근본적인 모순인 트리핀의 딜레마에 직면하였다. 이 용어는 1944년 출범한 브레튼 우즈 체제하에서의 미국 달러의 모순을 말한다. 즉, 준비 통화가 국제 경제에 쓰이기 위해선 준비 통화 발행국의 적자가 늘어나고, 반대로 준비 통화 발행국이 무역 흑자를 보면 준비 통화가 덜 풀려 국제 경제가 원활해지지 못하는 역설을 의미한다. 트럼프의 야심은 준비 통화로서의 달러의 지위는 유지한 채6 무역 흑자는 달성하겠다는 모순된 목표다. 그의 세계관에서 중국과 중국의 우회로인 나머지 나라를 조지면 제조업 유치로 미국의 무역 흑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전 세계 왕따화’의 총력전은 오히려 중국의 입지를 넓혀주는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7

트럼프가 자신이 지향하는 이러 경제적 정체성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표방한 것은 없지만, 히틀러가 독점자본주의에 대응한 자신들의 정체성을 생뚱맞게 “국가사회주의”라고 칭한 것처럼 다소는 그간의 기득권층을 공격하는 듯 한 노동계급 친화적인 포퓰리즘을 표방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중국과 다른 나라들에 “뺏긴” 일자리는 제조업이기에 노조를 비롯한 노동자들은 이를 환영하고 있다. 관세 정책 등으로 인한 주가 하락에는 주식 보유자는 상층부이기에8 서민들에게는 피해가 없다는 식의 주장도 펼친다. 외국인 노동자 추방 시도 또한 하층백인의 외국인 혐오증에 편승한 시도다. 모든 것들이 2008년 이후 돌이킬 수 없는 금융자본주의의 파탄을 제조업 부흥으로 되살리겠다는 ‘자본주의 블록화’9 네오파시즘10의 징후다.

  1. 분명히 해두거니와 트럼프의 관세는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가 아니라 일방적인 관세다. 펭귄의 섬을 포함한 전 세계에 10% 일괄적으로 부과한 “보편관세(global tariff)”와 달리 일부 국가에 적용하는 징벌적인 추가 세율을 적용한 관세를 부르기 위해서 차별적인 호칭이 필요해서 일지라도 뭔가 주석을 달고 그 호칭을 쓰든지 다른 적당한 표현을 찾아야 한다. 그럼에도 비판의식 없는 국내 미디어는 트럼프의 호칭을 무비판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2. 이 다큐멘터리의 나래이션은 흥미롭게도 진보적 성향이라는 헐리웃에서도 진보적인 배우로 알려진 마틴쉰이 맡고 있다. 그가 왜 이런 국수주의적인 다큐에 나래이션을 맡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바로 이런 국수주의가 한편으로 노동자 친화적이고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레토릭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 파시즘이 그러하듯 – 오히려 진보적 성향의 인사에게 어필하는 구석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3.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이 영상 참조
  4. 한편, 이 트윗에서는 애초 스티브 미란의 전략은 점진적인 관세(최대 세율 20%) 책정이었으나 트럼프의 조급증과 즉흥적인 성향 때문에 미란의 의도와 다르게 관세가 시행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5. “대만을 방어하는 데 관심이 없는 미국인들은 Texas Instruments를 방어할 의향이 있을 수 있었다. 섬(대만 : 역자주)에 반도체 공장이 많을수록, 미국과의 경제적 관계가 많을수록 대만은 더 안전해질 것이다. 1968년 7월, 대만 정부와의 관계를 완화한 TI 이사회는 대만에 새로운 시설 건설을 승인했다.”(출처)
  6. 나중에 비트코인이나 스테이블코인으로 달러의 보완재 내지는 대체재를 마련할 계획도 있는 듯 하다. 재정적자 문제 해결 방안을 위한 비트코인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
  7. “대규모 국내 경제를 가진 중국은 관세 충격을 견뎌낼 수 있다. 중국은 이미 국내 총 수요를 끌어올려야 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대학의 기초 과학 및 기술 연구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한 것을 횡재로 여길 것이다.”(출처)
  8.  스콧 베센트(Scott Kenneth Homer Bessent) 재무부 장관 “가계 전체 주식 보유량을 보면, 상위 10%의 미국인이 주식(equities)의 88%, 주식 시장(the stock market)의 88%를 소유하고 있습니다.”(출처)
  9. 때마침 중국도 경제권 블록화의 시동을 걸었다
  10. 트럼프의 파시즘적 성향에 대해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이 글을 참조

Americexit


The Economist의 최신호 커버 이미지(출처)

내용은 아마도 미국의 어느 도시 – 아마도 뉴욕? – 인 것 같다. 막 출발한 지하철에서 승객이 아마 미처 내릴 역임을 모르고 있다가 차량이 출발한 후에 내리려는 것 같았다. 그래서 문을 억지로 열고 얼마간 속도를 낸 차량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바로 승차장에 머리를 꼴아 박는 것으로 끝나는 동영상이다. 섬찟한 동영상이었다. 그 동영상을 올린 이의 의도는 십중팔구 브렉시트를 선택한 이들이 현재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고 비판하는 – 솔직히 조롱하는 – 의도였다. 원인과 결과를 알지도 못한 어리석은 유권자가 브렉시트라는 문을 억지로 열고 열차에서 뛰어내리자마자 머리를 땅에 찢고 후회한다는 그런 의도로 동영상을 올렸을 것이다.[Brexit 단상, 혹은 술주정]

9년 전에 썼던 글이다. 영국인들이 브렉시트를 선택했던 당시의 상황에 대한 잡념을 적은 글이다. 누가 이런 표현을 지금 만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이번 미국의 대선에서 미국 유권자가 트럼프를 선택하고 이후로 트럼프가 보이는 갖가지 기이한 행태까지 쭉 이어서의 일련의 과정도 어떤 의미에서는 ‘영국의 유럽으로부터의 탈출’, 즉 브렉시트의 미국 버전이라고 불릴만한 상황같다. 즉, ‘미국의 전 세계로부터의 탈출’, 즉 ‘아메리카 엑시트’ 혹은 ‘아메리켁시트(Americexit)’ 뭐 이런 표현을 만들어줘야 하는 국면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분명 내릴 역이 맞긴 한데 뒤늦게 이를 알아차렸지만, 이에 대해 합리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억지로 상황을 모면하려다 참상이 빚어지는 그런 국면 말이다.

많은 “경제전문가”가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단순한 블러핑일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현지 시각 4월 2일 그는 화려한 리얼리티 TV쇼 풍으로 연출된 행사에서 무식한 셈법으로 산출된 관세율을 발표하는 쇼의 주연배우가 되었고, 이날을 ‘해방일(Liberation Day)’라고 명명했다. 여러 가지 웃음 포인트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제일 재밌는 일화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는 – 거주하는 동물은 주로 펭귄 – ‘허드 맥도널드 제도’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는 사실이다. 이 섬들에 사는 펭귄들은 이제 난제에 봉착했다. 하지만, 단순히 웃고 지나갈 수 없는 문제인 것이 위에 언급했다시피 이는 미국판 브렉시트고 그 지구적 영향력은 영국의 뻘짓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파장이 클 것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인용한 구절로 돌아가서 취객 트럼프는 내릴 역을 지나치려는 순간 억지로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가 마빡이 깨졌다. 혼자 다치면 상관이 없는데 그 때문에 역장이 성급히 열차를 세웠고 트럼프라는 취객의 꼬붕들이 열차에서 자해쇼를 하는 그런 상황쯤으로 4월 2일의 해방일을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소위 “민주주의” 사회라는 현대 정치체제의 열차에서조차 피치 못하게 민의를 대변하는 “지도자”를 내세울 수밖에 없는데 그 지도자가 트럼프나 윤석열과 같은 자일 경우, 더군다나 사실 그가 단순한 취객이 아닌 열차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술취한 기관사일 경우 승객들은 기관사의 잘못된 결정을 되돌리는데 너무 많은 노력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 심지어 다른 열차 승객조차 – 난제가 있다.

트럼프의 네오파시즘적 특성은 “해방일” 이름 짓기에서도 다시 찾아볼 수 있다. 파시스트들은 스스로를 선민(選民)이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그럼에도 다른 이에게 핍박받았다는 소수자 레토릭을 구사하곤 한다. 해방은 핍박받는 대중이 억압자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대체 누가 억압하였는가? 트럼프는 미국을 무역적자에 시달리게 했던 국가들, 미국에게 방위비를 뜯어먹으며 경제를 성장시킨 국가들이라고 말한다. 이는 미국이 군사력을 유지하는 비용이 일종의 미국 패권의 유지관리비용이었음을 부인하는 단선적 사고방식이다. 우리는 네오콘의 우생학적 우월주의조차 뛰어넘는 반지성의 신고립주의 노선이 어떤 피해자 코스프레로 나타나는지 목격하고 있는 중이다.

“야수에게 쇠사슬이 채워졌으니 조금쯤 사슬을 늦추어주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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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10주년을 맞는 1928년, 국가사회주의당의 당원은 10만 8천이었다. 비록 그 숫자는 적었으나 점점 증가하는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1924년 말 형무소를 나온 지 2주일만에 히틀러는 당시 바이에른 수상이며 바이에른 카톨릭인민당의 당수인 하인리히 헬트 박사를 만나러 갔다. 헬트는 히틀러로부터 행동을 삼가하겠다는 굳은 약속을 받은 후 (그는 아직 보석 중이었으므로) 나치스당과 그 기관지의 발행금지를 풀어주었다. ‘야수에게 쇠사슬이 채워졌으니 조금쯤 사슬을 늦추어주어도 지장은 없을 것이다’고 헬트는 법무상인 귀르트너에게 말했다. 이로써 바이에른의 수상은 그릇된 판단을 내린 독일 정치가 중의 최초의 한 사람이 된 것이다.[제3제국의 흥망 1, 윌리엄 L. 샤이러 지음, 유승근 옮김, 에디터, 1993년, 185쪽]

요즘 전 세계적으로 파시즘 혹은 유사 파시즘 세력들이 준동하고 있는 상황이라 파시즘과 나치즘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 읽고 있는 책의 일부를 인용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많은 국면에서 나치와 히틀러를 저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바이에른 공화국 권력자들의 순진한 오판 또는 지나친 의협심 탓에 이러한 기회를 놓치는 것을 목격한다. 그런 상황이 안타깝긴 하지만, 어차피 나는 이미 그 비극적인 결말을 알고 있고, 어쩌면 그들이 순진했다기보다는 이미 파시즘 혹은 나치즘은 유럽 열강 권력층의 뇌리에 이미 자리 잡고 있던 뿌리 깊은 제국주의자 마인드와 선민(選民)의식의 현재화였을 뿐이라는 생각도 들기에 그런 오판이 그리 놀랍지는 않다. 유럽은 문명의 대륙이자 반(反)문명의 대륙이기도 하다.

어찌 됐든 비극은 비극이다. 피할 수만 있다면 아무리 내부가 썩어 곪아 터질 지경일지라도 그걸 봉합하여 더 나쁜 상황을 방지하는 것이 양식 있는 자들의 책무다. 굳이 파시즘의 폭력성이 임계점을 넘게 만들어 인류사의 비극이 된 세계대전으로 몰고 갈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교훈은 21세기인 지금도 남한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유효하다. 근본적인 모순을 외면하는 정치세력이라는 점에서 초록이 동색일지라도 대의민주제가 임계점을 넘어서는 폭력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2025년 4월 한국이 지금 그런 실험실 안에 놓여 있다. 누군가 “조금쯤 사슬을 늦추어주어도” 되지 않겠냐고 말하는 순간 국가는 나락으로 가는 상황인 것이다. 부디 4월 4일 11시에 결정문을 읽을 이들이 그런 “순진한” 생각을 하지 않길 바란다.

트럼프가 촉발한 신(新)군사적 케인즈주의

트럼프가 ‘관세’라는 카드를 흔들며 세계 각국 행정부 수반의 혼을 쏙 빼놓고 있고, 각국의 매스미디어가 이들의 행태를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와중에 그가 판을 흔들고 있는 –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 또 다른 분야가 있다. 바로 군비(軍費). 즉, 그가 현재 각국의 군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있다. 알려진바 트럼프는 전쟁을 싫어한다고 한다. 철저한 비즈니스맨인 그의 시각에서 전쟁은 가성비가 좋지 않은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고 미국 군산복합체와의 인연이 그리 많지 않아서라는 분석도 있다.

진실이야 무엇이 되었든 지간에 개인적으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정치인이 있다면 이것은 무조건 환영해야할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다시 돌아가 전쟁을 싫어하는 트럼프인데 왜 군비 경쟁을 촉발한다는 것인가? 요컨대, 그는 전쟁을 싫어한다기보다는 전쟁을 미국의 돈으로 하기는 싫다는 입장에 가깝다. 미국이 고립주의적 전략을 포기한 이후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며 노력 봉사했던 – 실은 달러 패권 유지 등을 위한 비용이었지만 – 시절은 끝났고 ‘이념의 시대’도 끝났다면서 신(新)고립주의 노선을 취하면서 신(新)군비경쟁이 촉발된 것이다.1

트럼프는 유럽에게 더 이상 미국이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 각국 GDP의 2%를 국방예산으로 쓸 것을 요구하고 있다.2 이는 사실 2006년 나토에서 합의된 사항이지만, 현재까지 이를 이행한 회원국은 전체의 30%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리고 사실 유럽은 이 부분에서 할 말이 없다. 그들은 그동안 국방을 미국에 의존하며 남는 예산을 다른 곳에 전용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한국은 GDP의 2.5% 수준3을 국방예산에 쓰고 있었으니 경제적인 관점에서 불공정한 게임이다. 독일이 러시아의 가스에 의존하며 재생에너지 강조하던 페이크가 연상되기도 한다.4

Q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닌 역사학자 애덤 투즈는 2023년 말 프린스턴 대학에서 인류세에 대한 강의를 했는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 패키지”에 지출을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제 성장은 여전히 ​​군사 지출에 의해 촉진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A 영국의 위대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경기 침체가 올 때마다 정부가 많은 돈을 지출하기만 하면 자본주의 경제가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얻은 것은 “군사적 케인즈주의”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주요 자본주의 국가의 경제는 군사 지출에 크게 의존해 왔습니다. 그들은 예산에 나타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지출합니다. 군대나 무기에 배정된 것만이 아니라 그러한 활동을 지원하는 모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군사 지출은 자본주의에서 성장이라고 불리는 것의 상당 부분을 담당했습니다.[To save the environment, we must end the profit system]

어쨌든 이렇게 트럼프가 촉발한 각국의 ‘군사적 케인즈 주의’는 사실은 모든 분야에서의 대국화(大國化)를 꿈꾸는 중국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화로 이미 근처의 인접국에서는 진작 시작된 기류이기는 하다.(아래 그래프 참고) 그런데 이러한 기류가 트럼프의 신(新)고립주의 노선 및 러우전쟁에서의 유럽 및 우크라이나 배제 방침이 노골화되면서 한층 심화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동안 유럽이 금과옥조처럼 생각해왔던 ‘자유주의 진영 블록’이 무너지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는 이미 자유무역 기조를 무너트리면서 이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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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j TallungsOwn work, CC BY-SA 4.0, Link

그렇다면 궁금한 점은 진정 트럼프는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며 ‘군사적 케인즈 주의’의 시대를 연 이후에 초당적으로 유지해왔던 군산복합체와의 정경유착의 고리를 이번에 확실하게 끊어내고 각국이 군사적 각자도생의 길을 걷는 시대를 열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가 이스라엘에 대해 노골적인 애정을 표하는 것만 봐도 그가 미국 정치의 아웃라이어라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군산복합체가 그가 반역을 꿈꾸는 것을 내버려두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순진한 생각이다. 고립주의를 부르짖는 그의 의도(?)와 달리 군비 경쟁이 촉발된 것만 봐도 그렇다.

현재까지의 그의 생각을 조금 가다금어 가늠하자면, 일관된 것은 그의 공공서비스에 대한 거부감이다. 즉, 사람을 죽이는 역할을 할지라도 국방은 엄연한 공공재다. 군산복합체는 이 공공재에 상품을 공급하는 사적재 생산기업이다. 그런데 – 예산 절감이라는 미명하에 – 현재 트럼프는 머스크라는 백정을 활용해 행정부 공공서비스를 도륙하고 있다.5  관세라는 경제적 관념을 비경제적 이념으로 쓰고 있는 트럼프는6 국방도 똑같은 비경제적 이념으로 난도질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처럼 현재까지의 그는 그냥 순수하게 권력의 난도질을 통해 발생한 도파민에 취해있는 상태로 보인다.

  1. 예를 들어 독일이 그동안 철통같이 지켜오던 재정 준칙을 완화하면서까지 국방예산 증액을 예고하자 독일의 방산주가 폭등하고 있다.
  2. 그리고 일본에는 국방예산을 GDP 대비 3% 증액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는 양날의 검이다. 보통국가화를 꿈꾸고 있는 일본 우익으로서는 반길만한 요구지만, 팍팍한 나라 경제를 생각할 때는 만만치 않은 비용 수준이기 때문이다.
  3. 그러면서도 트럼프에게 국방예산의 증액, 보다 정확하게는 미국에게 줄 보호비의 증액을 강요받고 있다.
  4.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독일은 저렴한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도가 높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는데, 이는 국제법을 경시하고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적으로 간주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해 의존하는 모델이기도 했다”고 자인했다.(출처)
  5. 사적재(私的財)를 통한 이윤추구에 충실한 트럼프와 머스크의 눈에는 공공서비스라는 존재 자체가 없어져야 할 잉여물로 여겨지는 것일까?
  6. 트럼프가 관세를 사랑하는 이유는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고 싶어서도, 정부 재정을 채우고 싶어서도, 캐나다가 미국으로 펜타닐을 밀수하고 있다고 진심으로 믿어서도 아니다. 사람들이 그에게 애걸복걸 매달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출처)

TSMC의 미국 신규 투자건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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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áxis F. Mendes (孟必思)Own work, CC BY-SA 4.0, Link

Texas Instruments는 대만의 경제를 변화시키고 산업을 건설하고 기술 노하우를 이전할 수 있었다. 한편 전자제품 조립은 다른 투자를 촉진하여 대만이 더 높은 가치의 상품을 더 많이 생산하도록 도울 것이었다. 미국인들이 아시아에서의 군사적 공약에 회의적이 되면서 대만은 미국과의 관계를 절실하게 다각화가 필요했다. 대만을 방어하는 데 관심이 없는 미국인들은 Texas Instruments를 방어할 의향이 있을 수 있었다. 섬(대만 : 역자주)에 반도체 공장이 많을수록, 미국과의 경제적 관계가 많을수록 대만은 더 안전해질 것이다.[Chip War: The Fight for the World’s Most Critical Technology, Chris Miller, Scribner, 2022]

1960년대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반공(反共)주의를 기치로 걸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당시의 첨단산업인 반도체의 생산기지 역할을 자처한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제조업의 유치가 필수불가결할 뿐 아니라 인용문에서 언급하다시피 미국의 첨단산업을 유치함으로써 공산주의 세력으로부터의 외침에 대해 미국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론적으로 미국은 동북아시아의 이들 국가에 대해 적절한 안보적 장치를 제공했고 제3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경제성장을 달성하여 미국이 그들 특유의 ‘자본주의 및 대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해외에 이식하려 노력한 중 가장 뛰어난 모범사례가 되었다.

“실리콘(반도체) 방패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 TSMC의 1000억달러(약 146조원) 규모 미국 신규 투자건이 3일 발표되자, 대만 현지에서는 반도체 생산 시설의 해외 이전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반도체는 중국의 위협에서 대만을 지키는 전략 산업으로 여겨진다. 미국이 대만 안보에 관심을 갖는 것은 TSMC가 대만에서 생산하는 최첨단 반도체가 큰 역할을 한다. 최첨단 반도체의 약 90%는 대만에서 생산된다. 이 때문에 TSMC는 대만의 호국신산(護國神山)으로 불린다. 하지만 TSMC 생산 시설이 대거 미국으로 옮겨 가면, 대만의 전략적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경악한 대만 “보조금은커녕 안전보장 약속도 없어”]

오늘날 한국이든 대만이든 이러한 복합적인 국토 및 경제 수호 전략은 그때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그간 가끔씩 한반도에서 전쟁의 기운이 스멀스멀 밀려올 때, 전문가들이 전쟁이 실제로 발발하기 어려운 이유로 들었던 것이 바로 전쟁으로 인하여 글로벌 반도체 네트워크가 심각한 손상을 입을 것이라는 것이 주요한 이유로 지적되기도 했었다. 중국이 조만간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한 현재 상황에서 대만은 똑같은 이유로 제1세계가 – 특히 미국 – 자신들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면에서 그들은 TSMC를 단순한 대만의 일등기업으로서가 아니라 호국신산(護國神山)이라는 신령한 존재로 떠받들고 있다.

로직칩의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는 TSMC, 삼성, 인텔의 셋뿐입니다. TSMC와 삼성은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인텔은 지금에야 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미국에서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칩 제조업체가 없다는 것은 국가의 경쟁력 있는 입지를 제한하는 것으로 판명되었으며, 특히 고급 로직칩 분야에서 그렇습니다. 인텔이 없다면 미국은 실제로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파운드리가 없는 인텔의 고객 기반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화하였고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는 능력도 약화하였습니다.1[A Strategy for The United States to Regain its Position i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인용문을 보면 미국의 주류 입장은 오히려 제조업 기능을 대만이나 한국과 같은 입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떼어 내려는 전략으로 여겨진다. 트럼프도 ‘TSMC의 투자가 중국의 대만 점령 시도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분명히 매우 재앙적인 사건일 터인데, (TSMC의 투자로) 매우 중요한 사업의 일부가 미국에 있게 할 수 있다”고 대만의 안보와는 관계없는 – 오히려 더 위험하게 하는 – 투로 대답했다.2 즉, 호국신산의 한 뭉텅이가 미국으로 이전하는데 이에 대만 영토에 대한 안전 보장이랄지 공장 이전에 대한 보조금 등의 여하한의 반대급부 언급도 없었다.3 요컨대 대만 vs 미국 전에서 대만 완패.

  1. 하지만 단순한 생산기지 이전도 쉽지 않은 것이 이미 아리조나에 지어진 TSMC의 공장에서는 이러한 동양식의 “근면한” 노동 규율이 현지 노동자의 생각과 달라 갈등을 빚고 있다.(출처)
  2. 오히려 공장 신설을 공식 발표하는 자리에서조차 “미국은 40년 동안 (대만에) 이용당했다”는 무례한 발언만을 들었을 뿐이다.
  3. 결국 첫 인용기사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대만에서는 “부다페스트 안보 각서”를 믿고 핵무기를 포기했던 – 이번 경우에는 TSMC – 1994년의 우크라이나처럼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상법 개정 이슈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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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rina.Tuliao – Flickr, CC BY 2.0, Link

현대 주식회사 제도의 본질적인 특징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입니다. 즉 개별 주주는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주주와 독립적인 위치에 있는 이사들이 회사의 주요 경영을 담당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내 기업 현실에서는 지배주주가 이사 선임은 물론, 회사 운영 전반에 걸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빈번해 보입니다. [중략]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평가가 저하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1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소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배경하에 최근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전자주주총회 도입 등이 정치권에서 활발히 논의되었고 [상법 개정안의 주요쟁점 및 제언]

권 비대위원장은 “소위 ‘서학개미’라고 미국 주식에 투자를 많이 하는데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주주 보호가 잘 되기 때문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혁신 기업이고 주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기업이 혁신할 수 있도록 하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소위 ‘밸류업(기업가치제고)’도 가능하고, 우리 주식시장도 점점 좋아질 텐데, 상법 개정으로 우리나라 회사에 있는 임원들이 무모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투자를 하거나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는 게 없어지게 된다면 기업 발전이라는 건 있을 수가 없고, 우리나라 경제가 더 어렵게 되는 건 자명한 일이다”고 부연했다.[권영세, ‘상법 개정안’·’명태균 특검법’ 법사위 통과에 “거부권 반드시 행사”]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중략] “외국인 투자가의 경영권 공격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며 “상법 개정은 이들에게 국내 기업들을 먹잇감으로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은 문제의식과 처방이 잘못됐다”며 “국내에서 미국 주식 시장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주주 충실 의무 때문이 아니라 기업의 혁신성과 수익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이어 “상법이 개정되면 적용을 받는 법인이 100만 개가 넘고, 실력 있는 알짜 중소기업부터 피해를 보게 된다”며 “중소기업은 상법 개정으로 인한 소송에 대응하다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경제8단체 “상법 개정되면 국내기업이 해외 먹잇감 될 것”]

상법을 개정하면(개정안 보기) 소송 남발, 기업의 경영권 위협,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투자, M&A 위축 등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여당과 경제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또한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서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취지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했다. 개정안은 상장법인 이사회가 합병 등을 의결할 때 주주 이익을 보호할 수 있게 하고, 기업이 물적 분할한 자회사를 상장할 때 공모 주식의 최대 20%를 모회사 주주에게 배정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고질적인 악행인 교묘한 인적2/물적3 분할을 통한 “오너”의 이익 독점의 폐해를 일부 보완하고자 하는 시도로 보인다. 반대자는 이런 “핀셋”식 처방이 또 다른 우회로를 찾게 해줄 뿐이라고 주장한다.

상법 개정론자는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에도 ‘회사 또는 회사의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위반했을 때는 이사의 책임을 감면해주지 않는다(제102조(b)항(7)호)’라며 이사의 충실의무가 회사뿐 아니라 주주에게도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주장한다. 영국의 경우 2019년 ‘이사의 지위 자체만으로 주주에게 충실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라는 고등법원 판례가 있지만, 영국 회사법 제172조 1항에는 ‘이사가 전체로서 주주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성공을 촉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명시(출처)돼 있다고 한다. 일본 회사법은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를 넣지 않았지만, 최근 해석론이나 일본 경제산업성이 공표한 ‘공정한 M&A 지침’ 등을 통해 일반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참고)

또 하나의 문제는 소송에 갔을 경우 각국의 법정이 누구의 이익에 손을 들어주는가 하는 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2024년 1월30일 델라웨어주 법원은 테슬라 소액주주가 회사 이사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소액주주의 손을 들어줬다. 테슬라 이사회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에게 560억달러 규모의 스톡옵션 보상 지급안을 승인하자 회사 주식 9주를 보유한 소액주주가 과도한 보상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이다. 법원은 해당 주주의 주장을 받아들여 머스크의 보상안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렸다. 국내에서는 2021년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 분할한 이후 상장시켜 LG화학 소액주주들의 이익이 보호받지 못한 사례가 대표적이다.(참고) 법원의 노골적인 “오너” 보호를 목격하고4 국내 주식을 매입할 이유가 있을까?

상법 개정을 통해 고쳐야할 것은 자본주의적이라기보다는 봉건적인 기업구조다. 소수의 지분을 순환출자 등의 편법을 통해 자신들의 실질적인 지분보다 더 큰 권력을 행사하며 “오너5/총수”라 불리는 패밀리들이 행정부, 사법부, 매스미디어, 경제단체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 주주 이익의 보호라는 너무나 당연한 요구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선진국에서 관련법에 ‘주주 이익의 보호’라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그것은 우리만큼 강력한 재벌 카르텔이 아닌 기업환경이기 때문이라 봄이 타당하다. 독점자본은 존재하지만, 우리와 달리 그들은 몇 십 년을 주기로 생태계가 바뀌는 역동적인 환경이다. 지분만큼 권력을 행사한다는 자본주의적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코리아디스카운트”는 고질병이 될 것이다.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수익률이 2024년 1월~11월사이 12.57%로 집계됐다. 국내주식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전체 수익률을 끌어내렸지만, 해외주식에서 30% 가까운 수익이 나서 양호한 수익률을 향유했다. 인상적인 것은 국민연금의 자산 비중이다. 2024년 11월 현재 전체 자산 중 해외주식은 35.5%, 국내주식은 11.9%였다. 국내 증시가 아닌 해외 증시에 3배 가까운 자산을 배분한 덕에 수익률을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국내 주식은 심지어 16%인 대체투자 자산보다도 비중이 낮다. 대체투자 자산 역시 9.32%의 수익률을 시현하며 –4.94%에 불과한 국내 주식의 수익률을 압도하였다. 이른바 불투명한 기업 경영으로 인한 “코리아디스카운트”에 대한 리스크 방어를 국민의 돈주머니가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1. 회귀분석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미흡한 주주환원 수준, 저조한 수익성과 성장성이 가장 유력한 원인인 것으로 추정됨.(출처)
  2.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대부분의 기업이 결국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대로 이어졌던 만큼 빙그레 역시 이런 결과를 염두에 두고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출처)
  3. 물적분할은 기업이 특정 사업을 떼어내 법인을 새로 설립하고, 그 법인의 지분 100%를 모회사가 갖는 기업분할 방식이다. 특히 분할 신설회사를 주식시장에 재상장하는 ‘쪼개기 상장’이 빈번해지면서 소액주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출처)
  4. 잘못했는데 죄는 아니다? 이상한 이재용 재판
  5. “오너라고 하지 좀 마십시오. 상장회사에 오너가 어딨습니까. 주주들은 오너가 아닙니까?” 최근 참석한 한 학술 세미나에서 연사로 나선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출처)

“하일 시클그루버”??

Bundesarchiv Bild 102-15234, Berlin, Luthertag.jpg
By Bundesarchiv, Bild 102-15234 / CC-BY-SA 3.0, CC BY-SA 3.0 de, Link

요즘 일론 머스크에 이어 트럼프의 과거 책사로 알려진 인물 스티브 배넌도 연설 도중 나치식 경례를 해서 화제다. 나치식 경례란 과거 전체주의 시기 독일에서 “지크 하일”(Sieg Heil·승리 만세)이나 “하일 히틀러”(Heil Hitler·히틀러 만세)라는 구호와 함께 오른팔을 들어 올려 뻗는 경례를 일컫는다. 고대 게르만족의 상징이었다고 알려져 있는 하켄크로이츠가 그러하듯이 끔찍한 나치 시대를 떠올리기 때문에 금기시되어왔던 그 인사를 이제 민주주의의 종주국이라 불리던 미국의 집권세력들이 거침없이 해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이 섬뜩한 경례 법은 아무래도 “하일 히틀러”라는 입에 착 달라붙는 외침과 함께 해야 폼이 난다. 머스크와 배넌은 아직까지는 “하일 트럼프”라고까지 외치지는 않고 있는 시점이다. 그런데 머스크가 DOGE라는 정체불명의 부서를 만들어 국가의 공공서비스 기능을 해체하고 있고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선물한 전기톱을 ‘텍사스의 살인마’ 포즈로 휘두르고 있는 모습을 보면 “하일 트럼프”를 외칠 시점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여하튼 뭐든지 권력은 간지라고 – 특히 전제 주의적 권력에서는 – 그 간지가 빠지면 어떤 곤란한 상황이 됐을 지에 대해 약간 웃픈 역사의 사연이 있어 아래에 인용한다.

어쨌든 이 뒤늦은 인지는 1876년 6월 6일에 있었고, 11월 23일에 공증된 인지서의 송달을 받은 데렐샤임의 성당 주교는 세례자의 대장에서 알로이스 시클그루버의 이름을 지우고 대신 알로이스 히틀러의 이름을 기입했다. 그때부터 아돌프의 아버지는 법률적으로 알로이스 히틀러로 알려지고, 물론 그 이름은 아들에게도 전해졌다. [중략] 나는 히틀러가 시클그루버로서 세상에 알려졌더라면, 독일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까 하고 독일인들이 얘기하는 것을 가끔 들었다. 시클그루버라는 말이 남부 독일인의 혀꼬부라진 소리로 발음되면, 약간 우스운 느낌을 주게 된다. 열광한 독일 대중이 우뢰 같은 함성을 지르며 시클그루버를 하일 하고 환호할 수 있을까. 하일, 시클그루버라고 할 수 있을까. <하일 히틀러>는 거대한 나치스 집회의 신비로운 야외극에서 대중에 의해 바그너식의 이교도적 찬가로 사용되었을 뿐 아니라, 마침내 제3제국 시기의 독일인들의 의무적으로 나누는 인사의 형식이 되었으며, 전화에서도 종전의 여보세요를 대신하기까지 했다. 하일, 시클그루버-이것은 아무래도 곤란한 이름이다.[제3제국의 흥망1 히틀러의 등장, 윌리엄.L.사이러 지음, 유승근 옮김, 에디터, 1993년, pp1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