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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우경화된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우경화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념의 부재 속에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 가장 먼저 이념적인 공격을 시작한 쪽은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이다. 진짜로 그렇게 믿는 것인지 몰라도 – 김규항 씨는 그들이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 보수진영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부터 줄그어놓고 ‘좌파’로 규정해버렸다. 한 권영길 후보쯤부터 그어야 그나마 제대로 된 선긋기인데 하여튼 그들은 그렇게 한국의 정치적 지형도를 나름 완성하였다.

재밌는 것이 소위 민주세력들도 선거 때만 되면 보수진영이 그어놓은 이 테두리에 상당히 의존했다는 점이다. 보수진영을 ‘우파’라고 규정하기보다는 ‘부정부패’ 진영이라고 매도하고 나머지 다양한 이념적 분파들을 제멋대로 ‘진보개혁세력’ 내지는 ‘반부패진영’ 내지는 ‘민주화 세력’으로 규정하였다. 그리고는 수구세력의 부정부패 정치, 심지어는 ‘파쇼’ 정치를 막기 위해 ‘단일대오로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깃발 아래 모이지 않으면 ‘거짓 민주세력’으로 규정하겠다는 망발도 서슴지 않았다.

어쨌든 보수진영과 ‘자칭’ 민주화 세력이 규정하는 이념적 지형도로 보면 거의 60%가 넘는 유권자들이 ‘우파’를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념구도를 나눈 이들의 기준으로 보면 사회는 크게 우경화된 셈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에 별로 동의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민주화 세력 VS 근대화 세력’, ‘좌파 VS 우파’, ‘반부패 세력 VS 부정부패세력’ 등 다양한 타이틀매치가 열리건 말건 애초에 유권자들은 정당정치의 진정한 이념정립이 없는 상태에서 투표를 치러야 했던 것이라고 본다. (늘 그래왔지만) 이번 선거 역시 ‘우파’건 ‘좌파’건 상대방의 정책에 대해 이념적 비판을 한 적도 없고 할 의지도 별로 없어보였던 선거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이명박 후보가 장 초반에 내세운 대운하, 금산분리 철폐에 대해서 그나마 잠깐 대립각이 세워지는 듯 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BBK 쓰나미가 곧 이런 이슈들을 몽땅 쓸어버렸다. 더구나 이념적 쟁점의 핵이라 할 수 있는 한미FTA는 애당초 선거이슈에서 멀찌감치 밀려나있었다. 주요 후보들이 모두 한미FTA에 찬성하는 통에 말이다. 결국 ‘민주화 세력’의 대표 주자를 자처한 정동영 후보 측은 오매불망 김경준 씨만 바라보았고 그 결과는 오늘 참패로 드러났다.

정동영 후보 혼자만을 탓하고 싶지 않다. 진성 ‘좌파’ 진영의 무기력도 한 몫 한 셈이니 말이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으로 이번 선거가 정책과 이념의 승부가 되지 못한 것은 사실 두 개의 주요정당의 이념적 색채가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언뜻 교육정책, 대북관, 역사관, 또는 대언론관 등에서 불일치를 보이는 듯한 두 정당은 이미 거시 경제적 가치에 있어서는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자유무역 맹신주의, 친기업적인 동시에 반노동적인 마인드, 건설정책을 통한 경기부양 등의 큰 줄기에 있어서는 크게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극단적으로 말해 이번 선거는 초콜릿 싫어하고 딸기 좋아하는 유권자에게 “하얀색 초콜릿 먹을래 검은색 초콜릿 먹을래” 하고 권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자신이 아직 딸기를 좋아하는지 모르는 유권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또한 진정 서민을 위한 정치를 꿈꾸는 깨끗한 정치세력이 자신의 진가를 그러한 유권자들에게 알려야 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물론 유권자들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하면 그 음식을 맛볼 수 있는지 정도는 공부해야 할 것이다.

한국인들이 비리에 둔해져버렸다는 외신보도

Pollsters and political analysts said South Koreans were so used to financial scandals involving chaebol executives that they were ready to withhold moral indignation and give Mr. Lee a chance to create jobs and curb soaring housing prices.

여론조사원과 정치 분석가들에 따르면 남한 국민들은 재벌 회장들이 연루된 돈에 관한 비리에 하도 익숙해져서 기꺼이 도덕적 분노를 억누르고 이씨(이명박 후보)에게 일자리를 창출하고 치솟은 집값에 재갈을 물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New York Times 의 “Economy Key in South Korea Election”라는 제목의 기사 일부다. 이번 선거로 말미암아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인은 도덕적 불감증에 걸린 이들이라는 편견을 가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비록 기자의 말이 아니라 정치 분석가의 말을 인용했다손 치더라도) 그리고 혹시라도 위 기사에서처럼 이명박 씨가 진짜 집값을 잡아 줄 것으로 기대하고 한 표를 던지신 분이 계시다면 그 꿈은 잠시 접어두시라고 권하고 싶다.

원문보기 http://www.nytimes.com/2007/12/19/world/asia/20korea.html?ex=1355720400&en=a577a5d633841674&ei=5088&partner=rssnyt&emc=rss

BBK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1.

대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선거법을 너무 가혹하게 적용한다는 볼멘소리와 함께 어째 5년 전의 대선 전야만큼 인터넷이 달아오르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그때가 더욱 드라마틱한 면이 많아서 이기도 한 것 같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노’의 돌풍, ‘정’과 ‘노’의 드라마틱한 단일화, ‘노’와 ‘창’의 박빙승부…. 지금의 거품 빠진 맥주 같은 선거전야와는 달리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극적인 면이 많았다. 그리고 역시 그 중심에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한 흡인력을 가진 ‘노무현’과 ‘노사모’로 대표되는 새로운 정치실험이라는 구심점이 있었다.

사람들은 – 특히 87년의 시민봉기를 경험한 이들은 – 참으로 오랜만에 그 선거를 통하여 정치를 통한 개혁의 새로운 가능성을 맛보았다. 많은 이들은 ‘어쩌면 우리 세대가 세상을 더 밝게 만들 수 있을 거야’라는 꿈을 꾸었을 것이다. 그 당시 그러한 반역의 기운은 “바리케이트 앞에서 화염병을 든 심정으로 정치에 입문합니다.”라고 일갈했던 유시민의 출사표에서 잘 표현되어 있었다.

결국 그 선거는 ‘화염병을 든’ 절박한 심정을 공유하고 있던 이들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2.

그 선거의 최대의 피해자는 누구일까?

다들 현재 삼수하고 있는 이회창 후보일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사정을 아는 이라면 알겠지만 그에 못지않은 피해자는 역시 삼수를 하고 있는 – 이회창 옹과는 또 다른 의미의 삼수지만 – 권영길 후보, 보다 정확히 말해 그를 대선 후보로 내세운 민주노동당이다. 그 선거에서 막 꽃을 피우려 나선 진성 ‘좌파’ 정당 민주노동당은 죽음의 신처럼 엄습해 온 ‘수구세력의 공포정치’라는 유령에 대항하기 위해 급조된, 그러나 강력한 파워를 지녔던 ‘민주대연합’론 앞에 스러져 갔다. 5년 뒤에 빚을 갚겠다는 엉터리 차용증만 손에 쥔 채….

그렇다면 이제 5년 만에 채무자들은 빚을 갚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음….

어느새 채무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버려서 도대체 누가 돈을 꿔가고 누가 표를 꿔갔는지 알 수도 없다. 여당인 것 같은 당이 하나 있긴 한데 여당은 아니란다. 여당의 잘못을 모두 안고 가겠다고 하다가 다음날이면 청와대를 비난해댄다. 매우 포스트모던한 정당이다.

재밌는 것이 이 당이 5년 전에 민주노동당에 해대던 소리를 창조한국당이라는 신생정당, 더 정확히는 그 당의 유일한 공격수 문국현 후보에게 해댄다. 예전 채권채무관계는 정리도 안한 체 새로운 빚을 얻을 모양이다. 옆에서 ‘거짓 민주세력을 규탄하겠다고’ 훈수하시는 어르신들도 계시다.

10년 이나 기회를 줬으니 표는 자신들이 알아서 미리 미리 챙겨뒀어야 할 것 아닌가.

3.

인터넷의 선거 열기가 5년 전만 못하다고 했는데 오늘 이명박 후보의 BBK 관련 강연 동영상 덕분에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것 같다. ‘이제는 골로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모두들 쉬라고 만들어 놓은 이 일요일에 새로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짜느라 날밤 새우실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내일 아침이면 ‘구국을 위한 결단’ 을 발표하실 분이 꽤 되실 것 같다.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미 실토하신대로 사실상 ‘권력은 이미 시장에 넘어’ 갔기 때문에 대통령 후보들이 그 권력을 시장으로부터 다시 찾아올 강력한 의지나 능력이 없다면 그들이 짜고 있는 ‘대한민국 개발 5개년 계획’이 별로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다. 이미 타칭 ‘좌파’ 정부, 자칭 ‘좌파 신자유주의’ 정부의 일꾼들이 불가항력적으로 또는 자발적으로 국내외 자본들의 장애물을 많이 없애놓으셨다. 물론 하이라이트는 한미FTA 다.

‘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명박 후보나 노 대통령이나 다소 불편을 감수해야 할 지경에 몰릴 수도 있을 터이고, 대운하는 파지 않겠지만 ‘민주대연합’이 상정하고 있는 만큼의 기대치는 충족시킬 수 없을 것이 자명하다. 자의든 타의든…..

4.

2~3년 전쯤 문국현 사장을 보면서 ‘참 신선한’ 경영자라고 생각했었다. 만에 하나 이 세상의 자본가들과 경영자들이 그와 같은 마인드로 회사를 꾸려간다면 정말 ‘추상적인 차원에서’ 자본주의가 착취 없는 경제체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물론 ‘독재 없는 독재체제’라는 형용모순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나는 이번 대선에서 문국현 후보, 권영길 후보, 금민 후보가 20% 이상의 득표를 한다면 5년 전 선거보다는 더욱 의미 있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적어도 그만한 국민들이 ‘反신자유주의’라는 슬로건에 한 표를 던진 셈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대항하여야 할 상대는 ‘파쇼’가 아니라 ‘부정부패’와 ‘신자유주의’다. 나를, 비정규직 노동자를, 농민들을, 88만원 세대를 짓밟는 것은 ‘군홧발’이 아니라 ‘삐까뻔쩍하게 광을 낸 명품 구둣발’이다.

5.

BBK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노총의 이명박 지지, 나를 우울하게 하는 장면

“정책연대, 노동자의 꿈과 희망을 열어갑니다.”

멋진 말이다. 그리고 멋진 기획이었다. 노동자 조직이 조직원들과 함께 스스로 주체가 되어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실현시켜줄 대통령 후보와 함께 보조를 취하겠다는 것은 참 예쁜 발상이다. 그래서 진행된 것이 한국노총의 ‘정책연대’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게 그리 순탄하게 진행되어 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른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핵심강령으로 내걸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내세운 권영길 후보는 한국노총과의 비정규직 법안 통과 등과 관련하여 몇몇 껄끄러운 설전과 감정싸움이 있었던 탓에 결국 이번 정책연대의 후보 대상조차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정동영 후보와 이회창 후보 측에서 반노동자적 인사가 후보에 포함되어 있는 점(주1), 이명박 후보에 대한 검찰의 BBK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등의 이유로 조합원들의 지지후보 투표를 연기해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노총은 예정대로 투표를 진행시켰다.

그리고 놀랍게도 – 사실 개인적으로 웬만한 것 가지고 놀라는 성격이 아니라 별로 놀랍지는 않다 – 이명박 후보가 한국노총에서 공식적으로 지지하는 후보로 지명되었다. 그리고 이후 5년 간 두 주체간에 이루어질 정책연대에 관한 협약식도 거행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노동자 의식 부재’니 ‘계급투표의 부재’니 말하고 싶지 않다. 괜히 먹물근성이라고 욕만 먹을 것 같기 때문이다. 자기 찍고 싶은 대로 찍으라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투표 행위이고 어찌되었든 조합원들의 45% 정도가 – 물론 유효한 투표율이었는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지만 – 이명박 씨를 선택했다.(주2) 잘된 일이다.

여하튼 이제 남한의 노동운동의 큰 축을 담당하는 한국노총이 노동자를 대표하여 – 노조 조직률이 대략 12%되므로 한국노총의 지지는 노동자의 6%로 간주하겠다 – 대통합민주신당 측에서 반노동자 후보로 규정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였으니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용득 위원장께서는 그러시지 않겠지만 이번 결과를 통해 제2의 배일도 의원이 되려는 꿈은 가지시지 않았으면 한다.

다 좋은데 나를 우울하게 하는 것은 사실 다음과 같은 투표방침이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지지율 10% 이상’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원문보기)

앞서 말했듯이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한국노총이 대표하고 있는 인구는 “노동자 중 6%”이다. 그럼 유권자 중에서 비율은 얼마나 될까. 한국노총 조합원 숫자가 87만 명인데 2007년 대선 유권자 예상숫자는 3천7백만 명이라 한다. 비율이 2.35% 정도 된다. ‘천만노동자’라는 슬로건이 대략 무색해지는 숫자다. 그런데 그런 소수집단이 특정 후보를 10% 지지율이 안 된다는 – 즉 당선가능성이 없다는 – 이유로 배제시키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의사협회나 변호사협회도 숫자가 얼마 되지 않고 그들도 소수임에도 다수가 지지하는 주류 후보를 고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양적인 소수가 아닌 질적인 소수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노동자 수가 천만 명이어도 그들은 아직도 이 사회와 정치권에서 약자이자 소수이고 더군다나 노조는 그 노동자들 중에서도 소수다.

그런 소수자가 꾸는 꿈은 늘 현실 속에서 초라하게 꽃피웠던 것이 사실이다. 국회의원 10명을 배출한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10% 미만을 맴돌고 있는 현실이다. 노동자, 농민은 여전히 소수이고 그들의 꿈을 펼치기에는 현실이 녹록치 않았음을 말해주는 모습이다. 그렇기에 노동자라면, 노조라면 이념을 떠나서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공평한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어떤 연유인지 한국노총은 문국현 후보와 이인제 후보를 편의적으로 배제했다. 더군다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또 다른 축인 한국사회당의 금민 후보는 아예 거론도 되지 않고 있다. 권영길 후보는 다른 이유에서였지만 그 이유가 아니라면 10% 지지선에 걸려 탈락할 뻔 했다.

노동자 정당의 후보가 낮은 지지율 때문에 노동자들에게 험한 꼴 당하는 형상이다. 소수가 소수를 배제하는 희한한 선거방식이었다. 이것은 마음 깊은 곳에 그들 스스로 이 사회의 주류라고 생각했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지 않기를 빌어 마지않는다.

당선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그렇다면 훌륭한 선택 하신 거다. 가장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와 정책연대를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부디 그 후보 당선시키셔서 노동자가 주류가 되는 멋진 세상 만드시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 대신 이번 투표처럼 엉터리 정책이나 방침 정하지 마시고 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반드시 정책에 포함시켜 이명박 대통령에게 관철시키시기 바란다. 왜냐면 그대 자신이 소수자이므로.

 

(주1) 아마도 이명박 후보를 가르키는 모양이다

(주2) 그렇지만 한마디 하자면 나는 개인적으로 투표는 가장 이기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엔 이타적인 투표행위가 많은 것도 사실인 것 같다

때만 되면 나타나는 기만적인 ‘민주대연합’ 론

“이념과 정파의 이해관계를 떠나 단일대오로 모여 부패 정치세력 집권 정치를 위해 민주대연합을 이룩할 것을 촉구한다”
“이에 동참하지 않고 분열된 채로 민주대연합에 방해가 되는 정치세력은 거짓 민주평화세력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할 것”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기 위해 소설가 황석영 씨 등 재야인사들로 구성되었다는 ‘부패세력집권저지와민주대연합을위한비상시국회의’(이하 시국회의)는 7일 발표한 선언문의 일부를 참세상 기사가 인용한 부분이다. 이 짧은 문장 들이 형식적 오류로 범벅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우선 ‘부패 정치세력 집권을 막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념을 지닌 정파다. 부패한 정치세력이라는 것이 절대적 판단기준이 있는 것이므로 이념이나 정파 이전의 문제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기준이다. 부패를 절대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은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이미 알 수 있다.

이명박 씨가 주가조작의 혐의가 있고, 이회창 씨가 대선자금 불법모금과 불법유용의 혐의가 있다면 현 정부는 명분 없는 이라크 전쟁에 군대를 파병함으로써 헌법을 유린한 정부다.(현 정부와 대통합민주신당은 서로 다른 실체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면 열외로 한다. 이 글을 더 읽으실 필요가 없으실 것이다.)게다가 이건 혐의가 아니라 사실이다. 게다가 청와대는 부패한 삼성 일가를 감싸고 있는 듯 한 혐의까지 있다.

여기서 만약 이라크 전쟁 파병을 정치역학 등을 동원한 상황논리로 빠져나가려고 한다면 그야말로 그때부터는 ‘부패’라는 절대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이념’과 ‘정파’의 문제이다. 자진해서 저질렀든 떠밀려서 저질렀든 범죄는 범죄이고 실정법 위반은 실정법 위반이다. 그것에 구실을 달 것 같으면 그때부터는 이념이다. 독재에 항거하여 돌팔매질을 했다는 사실이 이념의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정당화될 수 없다.

시국회의는 ‘민주대연합에 방해가 되는 정치세력은 거짓 민주평화세력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오만의 극치다. 때만 되면 나타나는 케케묵은 ‘통일전선론’은 이제 하나의 정치적 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공포정치와 협박정치다. 민주대연합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한, 또는 다른 주장을 하는 이들에 대한 공갈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노동자들을 감싸던 변호사의 모습을 지녔던 노무현에게 표를 던진 노동자들은 그 당시의 ‘민주대연합’으로부터 어떠한 혜택을 받았는가. 그 사이 허다한 노동자가 직장에서 쫓겨나고, 구속당하고, 이전의 반도 안 되는 돈을 받고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일하고 있다. 거기다가 자신이 표를 던진 이로부터 ‘노동귀족’이라는 험한 말까지 들어야 했다.

농어민들은 어떤가.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명분하에 한칠레 FTA, WTO 등으로 생체기가 날대로 난 상태다. 이제 정권 말 특별 보너스로 한미FTA도 기다리고 있다. 이 나라의 경제에 메가톤급 충격으로 다가올 한미FTA에 대해서 상위 4명의 후보가 모두 찬성한다. 재야가 나서지 않아도 이미 親FTA 대연합이 만들어지지 않았는가.

아무리 듣기 좋은 소리도 두세 번 들으면 지겨운데 이제 그만 하자. 초록이 동색이었던 김영삼 씨와 김대중 씨도 공원에서 사람 좀 모아놓고 스스로 감격하여 절대 단일화를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때만 되면 주변사람들이 나서서 서로 뜻이 다른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이지 않는다고 배신자라고 패악질을 해댄다.(지난번에는 그 역할을 유시민 씨가 해댔다.) 이제 그 역할을 황석영 씨가 하고 있다니 솔직히 조금 의외다. 그리고 실망스럽다.

정치세력은 자기의 이해관계에 의해 모이는 집단이다. 대의명분이라는 것은 자신의 정치세력 내의 대의명분이다. 그러한 것을 어떠한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것인 양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으면 ‘거짓 민주세력’으로 규정하겠다는 행위는 ‘민주대연합’의 민주와는 하등의 상관없는 또 하나의 폭력이자 오만이다.

p.s. 이 글은 문국현 씨와 정동영 씨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나 상대적인 도덕적 우월함에 관한 글이 아니다.

대선 주자들과 유권자들에게 한미FTA는 논쟁거리도 안 되나

지난 4일 미국 상원은 하원에서 가결되어 올라온 미국-페루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가결 처리하였다. 표결은 찬성 77표, 반대 18표 등 압도적 표차였다. 민주당 의원들이 그들의 전통적인 지지 세력인 노조를 등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이번 결과는 조지 부시의 정치적 승리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미행정부는 이로써 좌파들이 세를 넓혀가고 있는 남미에서 자신들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고, 이와 더불어 현재 의회에 계류돼 있는 한국, 콜롬비아, 파나마 등과의 나머지 FTA의 조속한 비준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현재 대선을 살펴보자면 실질적으로 이번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건 이전의 어느 대통령보다 그들의 권력을 크게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 바로 한미FTA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한미FTA가 국회비준을 거쳐 발효되면 이 나라에는 감히 통수권자도 헌법도 건드릴 수 없는 소위 투자자를 위한 치외법권이 생긴다. 그 치외법권이 가능하게 하는 무기는  협약에 장착된 “투자자-국가 분쟁 절차(Investor-State Dispute : ISD)”와 “간접 수용(indirect expropriation)” 등이다.

해외 투자자는 이들 조항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사적소유가 ‘이른바’ 한국 정부가 주장하는 공공의 이익에 의해 침해받는 여하한의 행위에 대해 한반도 바깥에서 칼날을 들이댈 것이다. 여태껏은 그나마 국세청이나 서울시가 론스타의 탈세행위를 적발해내고 세금을 추징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미FTA 발효 이후에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대통령은 물론 헌법도 이들을 막을 수 없다.

그럼에도 지금 대선 레이스에서는 상위 4명의 후보가 한미FTA를 찬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언론도 네거티브 그만 두고 정책을 논하라고 노래하면서도 정작 FTA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에 대해서는 전혀 불만이 없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5천 년 이 땅의 역사에서 가장 큰 경제적 충격으로 다가올 – 찬성론자의 긍정적 의미이건 반대론자의 부정적 의미이건 간에 – FTA가 바로 차기 국회, 그리고 차기 대통령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인데도 누구도 마치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인 양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에 비하여 미국에서는 민주당의 차기 대권 주자 중 하나인 힐러리 클린턴 및 당지도부가 표면상으로는 한미FTA를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지지기반인 노조의 – 특히 자동차 노조 – 표를 의식하여 그들에게 더욱 유리한 협약체결을 강제하기 위한 노림수이다. 협약 발효로 직접적인 피해계급은 양국의 노동자, 농민들이다. 민주당은 적어도 피해계급을 보호해주는 척은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한미FTA를 반대하는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여 폭력으로 진압하였다. 미국보다도 이념적 포지션이 우편향 적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러니 적어도 한미FTA에 대한 대권 주자들의 입장으로만 놓고 본다면 이번 대선에서의 주요 후보들의 차별성은 어떤 이가 주가조작의 혐의가 있고 다른 이들은 그것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는, 이른바 통수권자의 준법정신과 도덕성에 대한 진흙탕 논쟁이라는 점 빼놓고는 별 의미가 없다. 물론 대권주자의 범법 혐의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바람에 어느새 FTA 대책을 비롯한 정책적 대안 제시가 바람에 흩어져 버렸다는 것이 문제다.

비관적인 전망으로는 한미FTA가 이번 대선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리는 만무할 것 같다. 현재의 한미FTA를 공식적으로 반대 내지는 또 다른 대안을 주장하는 후보는 권영길 후보와 금민 후보 뿐이다. 둘의 지지율을 합쳐봐야 민망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한 목소리로 한미FTA에 대한 대중과 정치권의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 그럼으로써 적어도 총선에서는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부터 한미FTA반대 내지는 재협상의 카드를 꺼내들게끔 하여야 한다.

이회창 홈페이지를 갔다가 모욕감을 느끼다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일을 얼마 안 남겨두고 출마를 선언하시어 ‘마라톤 중간부터 달리기’라는 새로운 스포츠 종목을 개척하신 이회창 후보의 홈페이지를 방문하였다. 현재 스코어 20%를 상회하는 지지율로 후보군 2위를 달리고 있는 막강 후보시기에 유권자 된 도리로 방문하였던 것이다.

나는 이것저것 젖혀두고 정책을 중요시 여긴다. 정책이 아니면 도대체 국정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겠다는 이야기냐 하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장한 출마선언문은 무시하고 ‘정책창’ 폴더로 갔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올라온 글은 3일 전에 올린 ‘대한민국을 살리겠습니다.’ 란 제목의 포스팅 달랑 하나. 굴하지 않고 열어보았다.

좌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OTL

최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캐치프레이즈, 심지어 폰트까지 표절했다고 의심받고 있는 바로 그 ‘대한민국을 살리겠습니다’ 구호의 이미지뿐이다. 그리고는 “준비 중입니다.”

정말 심하게 좌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헌정 50년이 넘는 이 공화국에서 유력 대권후보가 아무리 서둘러 출마를 결심했다고 쳐도, 아직 채 완성되지 않은 홈페이지라고 쳐도 이건 너무하다. 도대체 유권자를 뭐로 보기에 정책이 “준비 중입니다” 달랑 하나란 말인가. 말장난이 아니라 이건 유권자 모독이다. 정책선거를 말살하려는 음모다.

한때 4수 하던 김대중 할아버지가 “준비된 대통령 후보”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유행시킨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이회창 씨가 “준비 안 된 대통령 후보”로 역발상을 한 모양이다. 아무리 칩거를 하면서 장고를 쳤는지 장고를 하였는지 하느라 시간을 다 까먹었다 쳐도 측근을 통해 그동안 2번이나 후보로 나섰을 때 뿌렸던 공약집이라도 스캔해서 올려놓을 시간도 없었던 말인가.

당선되면 핏자를 의무적으로 돌려야 한다고 해서 빈축을 사고 있는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것보다는 정책이 많을 것이다. 반드시 남녀 함께 짝꿍이 되도록 하겠다든지 월마다 한 번씩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시간을 갖게 하겠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도대체 유권자의 20%는 지금 어디를 보고 이회창 씨를 지지하는지 한번 통렬한 심정으로 묻고 싶다.

그가 ‘대쪽’이라서?

홈페이지에 보니 참 염치도 없이 “살아있는 원칙 이회창”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그의 대국민 출마선언에 보면 “그런 제가, 오늘은 스스로 국민 여러분께 다짐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한번 다짐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였으면 그는 더 이상 “살아있는 원칙”이 아니다. 좋게 봐줘도 “반쯤 정신 나간 원칙”이다.

아니면 그가 “원칙”이 아니더라도 “좌파정권이 앗아간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아줄 것 같아서?

이것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착시현상’이다. 이미 손석춘 씨의 정곡을 찌르는 글에서 잘 드러나 있듯이 이 나라에는 “좌파정권”도 없고 보수우익에게 “잃어버린 10”년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10년 동안 조성된 남북화해무드와 갈팡질팡하는 경제정책으로 말미암아 자산가에게는 더욱 뿌듯한 10년이었다.

그저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면장감도 못 되는’ 사람이 대통령이라고 앉아 있는 꼴이 못마땅한 것이다. 그동안 얼치기 우파정권이었으니 이제 제대로 된 우파정권 한번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있는 자들의 잔치에 기득권도 없으신 일부 열혈애국자 분들께서 정치공학의 거미줄에 걸려 부화뇌동하고 계신 것이다.

선택은 자유다.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에서는 자신을 대변할 정치인으로 극좌를 뽑을 수도 있고 극우를 뽑을 수도 있다. 다만 바라건 데 진정 자신을 대변할 정치인을 뽑자. 정말 이기적인 마음으로 말이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 경제적 지위, 사회적 비전 등을 고려하여 이기적으로 뽑아야 한다. 그런데 그러자면 정치인이 무슨 정책을 지니고 있는지 봐야 한다. 반드시 봐야 한다. 그런데 그 정책이 “대한민국 살리겠다는” 그 말뿐인 사람은 어떻게 봐야 하는 가 말이다.

왜 이회창을 찍으려 하십니까? 핏자 라도 한판 돌린답니까?

이회창 후보 홈페이지 http://www.leehc.org/

한나라당 기관지로 전락한 보수언론

여론조사 결과 이회창 씨의 지지율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게 나타나자 보수언론이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이러다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는 꿈이 또 다시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제 메이저 언론이라는 자존심도 내팽개치고 아예 한나라당 기관지를 자처한 듯한 보도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11월 3일자 동아일보는 보수언론의 이러한 초조감이 역력히 드러난 전형적인 사례로 삼을만 하다. 먼저 동아일보는 1면에 “‘2002 불법 대선자금’ 불씨 되살아나나”라는 제목의 기사와 “親朴 김무성 최고위원 “이회창 출마 반대””라는 기사를 싣고 있다.

앞의 기사는 정치권이 이회창 씨가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2002년 한나라당 대선자금의 불법성 여부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흥미로운 것은 제목을 아예 “2002 불법 대선자금”이라고 했다는 사실이다. 실은 ‘2002 대선 자금 불법성 여부’가 맞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지난 번 국가경쟁력 순위 관련 기사에 “12계단 껑충… 한미FTA 효과?”라고 사실을 왜곡하여 ‘한미FTA’를 아예 제목에 박았던 그 대범함 그대로 2002년 한나라당 대선자금이 불법이었음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면서까지 이회창 씨의 출마를 저지하고픈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두 번째 기사는 박근혜 씨의 대선 캠프였던 측근 김무성 최고위원의 말을 인용하며 이회창 씨의 출마가 경선불복과 유사한 ‘배신행위’임을 을러대고 있다.

2면의 4컷 만화 ‘나대로 선생’도 역시 이회창 씨의 출마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내용은 이회창 씨의 출마고려가 외부세력(?)의 부추김에서 비롯되었으며 그것은 바로 4수를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는 내용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사실 여부를 제멋대로 왜곡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다.

3면부터는 아예 자리를 깔고 앉아 작정하고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한 면을 통째로 한나라당 대선자금을 위해 사용했는데 앞서 1면의 기사의 연장선상으로 “2002 불법 대선자금 논란 재연”이라고 타이틀까지 달아놓고

“이회창 캠프 847억 모금… 용처 검증 없이 “수사 끝””
“盧 대통령 공소 시효 정지 상태 ‘퇴임 이후 수사’ 법적 문제 없어”

라는 두 꼭지의 기사를 싣고 있다.

4,5면 역시 “이회창 출마설 파장”이라는 타이틀로 전면을 이회창 씨 출마 관련 기사로 도배를 했다. 기사의 제목을 들여다보자.

“최병령 올5월 “대선잔금 154억 이회창측으로 갔다””
“지지율 20% 昌, 출마반대 60% ‘방패’ 뚫을까”
“昌, 지인들과 전화로 출마 논의 지지자 방문에 “충정 이해한다””
““경선 승복한 박前대표, 昌출마 찬성 안할 것””
“이명박 “이前총재, 아직도 힘모아야 할 상대””
“정동영 “부패 핵심 昌, 출마땐 역사 코미디””

이상의 기사를 통해 동아일보는 이회창 씨에 대한 강한 비토층, 최병렬 씨가 알고 있는 대선잔금에 대한 사실관계, 박근혜 씨의 의견(사실은 박의 의견이 아닌 측근의 의견), 양당의 입장 등을 정리하였다. 한마디로 전 방위적인 출마저지 강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바람에 대선주자의 활동소식은 6면으로 밀려났다. 출연도 하지 않은 배우가 연극 팸플릿의 지면을 차지하고 출연배우 들은 한쪽 구석에 밀린 참 희한한 꼴이 되고 만 것이다.

기관지 노릇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진우 칼럼에서 전진우씨는 “이회창 씨의 11월”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좌파 정권의 종식을 바라는 우파보수 세력에 다시 11월의 악몽”을 재현시켜주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사설 역시 “이회창 씨가 되살린 5년 전 ‘차떼기’의 추억”이라는 자조적인 제목을 통해 이 씨의 출마를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사설은 “정동영 후보는 세월도 한참 경과한 사적(私的)인 영역에 대해 과도할 정도의 네거티브 공세를 받고”있다고 적의 안위까지 걱정해가며 그의 대선자금이 가벼운 사안이 아님을 을러대고 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역사의 후퇴를 국민이 용납할 것 같은가”라는 비장한 문장으로 사설을 끝맺고 있다.

요컨대 이와 같이 일개 정당 내 사안에 신문지면을 올인하는 것이 언론의 “민주주의”라면 나는 그런 민주주의는 원하지 않는다. 이명박 후보의 그 많은 비리의혹과 삼성의 초대형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 하지 않던 동아일보가 아직 출마결심도 굳히지 않은 한 노쇠한 정치인의 행보에 호들갑을 떠는 폼이 가관이다. 정말 똥줄이 타긴 타나보다.

각 보수언론의 웹사이트에서 바라본 모습도 동아일보의 종이신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보수언론들의 웹사이트를 보면 중앙일보는 “昌 출마하면 이.이 둘 다 떨어질 수도”, 조선일보는 “이명박,이회창 틀어진 건 청계천 때문?”을 헤드라인으로 올려놓고 여러 꼭지의 관련기사를 통해 이회창 씨의 출마저지를 위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는 한마디로 언론지면을 통한 사익(私益)추구라 할 수 있다.

결국 11월은 ‘김경준’과 ‘이회창’이라는 키워드가 정치권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하자면 삼성의 비자금도 사안에 따라서는 앞서의 키워드만큼의, 혹은 더 강하게 정치권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추미애 씨가 삼성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음을 털어놓았다. 만약 현재의 유력 대권 주자들이 특정 사안 또는 여하한의 이유로 삼성이나 기업체들로부터 떳떳치 않은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그것은 또 하나의 강력한 이슈가 될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이것은 기업이 과거 울며 겨자 먹기로 갖다 바치던 정치자금이 아닌 기업전략의 실현을 위한 적극적 정치자금이기에 그것이 갖는 의미도 각별하다 하겠다.

FTA가 대선 쟁점이 되어야 한다

지금 현재 남미에서는 새로운 사회를 위한 각종 실험이 진행중이다. 이미 베네주엘라를 포함한 몇몇 나라에서는 21세기형 사회주의를 주창하며 제헌의회를 통해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는 시도에 착수하였는가 하면, 국가간 연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중 한 시도가 바로 세계 곳곳에서 활발하게 체결되고 있는 FTA(Free Trade Agreement)이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일명 ‘자유무역협정’으로 해석할 수 있는 FTA는 실은 ‘자유’무역협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WTO체제와 달리 개별 국가간에 체결하는 FTA는 두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이 다른 나라에 우선하여 상호관세를 철폐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다른 나라와의 자유무역의 기회를 앗아가는 일종의 상호 특혜조치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TA를 체결하는 국가는 자국의 국민에게 FTA가 WTO체제의 취지나 자유무역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으로 호도를 하고 있고 많은 국민들이 이를 사실인양 여기고 있다. 요는 FTA는 철저히 특정 국가간의 계급적이고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작성되고 이행되는 무역협정이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말이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현재 남미에서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FTA의 실험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Bilaterals.org에 따르면 오는 10월 23일 볼리비아의 외무부 장관 David Choquehuanca가 멕시코를 방문할 예정이라 한다. 그는 이 방문에서 멕시코 당국자들을 만나 상호무역, 교육, 문화 등에 대한 협정서에 조인할 예정이다. 이는 10년 전에 양국이 체결한 FTA를 넘어선 보다 개선된 시장을 조성하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한다. Choquehuanca 장관은 또한 노조 지도자, 원주민, 그리고 다양한 부문의 노동자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한다.

여하튼 자세한 경제협력 사항은 알 길이 없으나 기사에 근거하여 판단하였을 때 주목할 만한 점은 양국간의 상호협정이 단순히 경제주체들의 이익극대화에만 주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전에도 베네주엘라와 쿠바 간에 맺어지고 있는 상호조약의 형태가 경제협력과 함께 교육, 문화 등에 있어 사회 불평등의 해소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었듯이(관련글 읽기) 이번 양국간의 협정도 문화, 교육, 스포츠 등 다양한 형태의 협력 내지는 교류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가 미국과 체결한, 그리고 유럽과 체결할 FTA에 이러한 내용이 담길 가능성은 애석하게도 현재에도 향후에도 매우 희박하다. 오히려 몇 해전 중앙부처가 학교급식에는 우리 농산물을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WTO위반이라며 무력화시킨 적은 있다.

그 결과 여전히 학교급식에 (뼈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버젓이 올라오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FTA 체결의 전제조건으로 조건없는 쇠고기 수입재개를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은 물론이거니와 우리나라의 행정부마저 국민의 보건이나 건강이 FTA 체결에 장벽이 된다면 가차없이 제거해버리겠다는 자세다.

왜 우리에게는 남미에서와 같이 경제성장과 함께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조항이 함께 포함된 FTA를 맺자고 주장하는 행정관료가 없는 것일까? 미국대선에서는 FTA체결 여부가 자국의 노동자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느냐 하지 않느냐를 가지고 여야간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는 판에 우리네 선거판에서는 관심조차 못끄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는지 한심할 따름이다. 그나마 민주노동당만이 유력한 정치세력 중 유일하게 FTA를 반대하고 있으나 그것의 대안제시도 부족한 면이 있고 그 목소리마저 철저하게 주류언론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미FTA와 한-EU FTA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대선쟁점이 되어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지 간에 FTA가 향후 국내 경제, 정치, 사회, 문화에 미칠 영향은 엄청날 것이고, 그런 나라의 지도자가 될 인물이라면 당연히 그것에 대해 분명한 입장과 대처방안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은 협약의 주요 조문 하나하나에 대해 대선주자들의 입장을 묻고 그것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명박 후보는 노무현 정부가 키운 후보다

요즘 이명박 후보를 후려치지 않으면 블로그스피어에서 왕따 당할 정도로 그의 엉뚱함과 어눌함은 상식적인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다. 어제 100분 토론은 보지 못하였으나 평소 그의 행동과 발언으로 비추어보건대 분명히 100분 코미디였을 것이라고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 무한도전의 새로운 패널이 되어도 시원찮을 후보가 지지율 50%를 넘고 있다. 범여권이니 뭐니 잔챙이 후보들은 그야말로 감히 바라보지도 못할 빛나는 지지율이다. 한나라당과 이 후보의 후원세력들은 요즘 표정 관리하느라 여념이 없을 것이다. 서울역에서 좌파정부 물러가라고 태극기 흔들면서 고래고래 소리치셨던 분들은 아주 살맛이 날 것이다. 반대로 대통령 이명박을 상상하기 싫은 이들에게는 요즘만큼 약 오른 때도 없을 것이다. 필리핀이고 인도네시아고 비행기 편을 알아보고 계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50% 지지율을 넘는 상상초월 대통령 후보가 하루아침에 태어난 것은 아니다. 차근차근 오랜 기간 대권의 꿈을 향해 달려온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고난과 역경의 가시밭길에서 모난 돌 골라주며 이명박 후보를 보살펴 주고 키워준 이는 사실 애석하게도 한나라당의 수뇌부나 박근혜씨가 아닌 노무현 정부다.

언젠가 회사의 회식자리에서도 동석한 부장이 ‘좌파 정부의 종식’을 위해 건배하자고 하여 나 혼자 실실 웃었지만 정말 노무현 정부가 좌파 정부였으면 이명박 후보는 대권에 접근도 못했을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말로는 ‘좌파’라고 청와대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눈물 흘리던 이 정부가 실은 이 나라를 신자유주의의 놀이터로 만든 주범이었으며 그러한 토양 위에서 자연스럽게 신자유주의의 무한경쟁 이데올로기를 완성시킬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 적임자로 대두된 것이라는 이야기다.

서민의 이미지에 서민의 애환을 보듬어 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출범한 이 정부가 지난 5년간 저지른 과오는 열거하기도 벅차다. 비정규직 양산의 토대가 된 노동악법을 만들어냈고, 그 억울함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을 무차별  검거하고 폭행하였으며, 남한 땅을 미국의 거대자본의 손아귀에 넘겨줄 한미FTA를 초치기로 완성하였고, 어눌한 부동산 정책으로 온 나라를 투기의 현장으로 만들어버린 정도가 대표적인 업적(?)이다. 그러면서도 엉뚱한 곳에서는 하나마나한 평등주의를 외쳐 보수 세력의 인심은 인심대로 잃고 말았다. 즉 행동은 ‘우익’이면서 레토릭만 ‘좌익’이 되어버린 ‘주댕이 좌파’가 바로 이 정부의 자화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좌파 정부’ 종식시키겠다는 보수우익 아저씨는 울분에 찬 마음으로, ‘주댕이 좌파’에 질려버린 꿈을 잃은 젊은이는 자포자기적 심정으로 함께 두 손 모아 이명박을 지지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코미디 양산지가 되어버린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들의 공약을 보라. 이 후보의 공약이 막가파여서 그렇지 같이 함께 묶어 이면지로 써도 어색하지 않을 초록동색의 신자유주의 공약들이다. 다만 일부 범여권 후보들의 공약에 형식적으로나마 어설픈 복지공약이 들어 있을 뿐이다.

요컨대 범여권과 한나라당은 대척점이 없다. 얼마나 대척점이 없으면 한나라당 후보가 어느날 개혁후보랍시고 범여권 경선에 떡 하니 등장하겠는가. 지난 5년간 내내 그랬다. 하나는 ‘가면을 쓴 보수’였고 하나는 ‘수구적인 보수’여서 국회에서 싸우고 2차로 술집 가서 형님 동생하며 어울렸으니 이에 질려버린 국민들이 ‘가면 안 쓴 솔직한 보수’를 밀어주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니 사실은 이명박 후보가 바로 ‘범여권’ 후보인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차별화된 문국현 후보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5만 당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노쇠한 이미지의 권영길 후보가 당지지율마저 갉아먹고 있는 마당에 현대판 로버트오웬 문국현 씨가 지난 대선 노무현 대통령이 써먹었던 ‘진보’의 이미지로 포장되어 나섰다. 아마도 현 시점에서는 ‘보수’ 이명박에 대한 유일한 대항마인 것 같다. 범여권의 지렁이 후보들은 ‘진보’ 이미지를 써먹을 수 없을 만큼 유탄을 많이 맞았기 때문이다.

연말에는 아마도 매우 확률 높게 정권이 바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암울해 할 것 같다.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위안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범여권의 후보들이 대통령이 되어도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의 폭주기관차’는 정상적으로 운행될 것이었으므로 누가 대통령이 되었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냉소를 지을 수 있을 정도일 것이다. 물론 이 후보가 되면 대운하 공약 폐기하고 발뺌하느라 한바탕 쇼를 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10월 19일 덧붙임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블로그에 손석춘 원장께서 올리신 글 중에 위 허접한(!) 제 글을 축약해서 표현해주는 문구를 발견하고 퍼옵니다. 글의 나머지는 이명박 후보를 까는 내용이니 현 정부의 지지자는 제 글보다는 읽기에 편하실 겁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392491

그래서다. 이명박의 정책과 날카롭게 각을 세운 정치세력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노골적 신자유주의자임을 아예 과시하듯 드러내는 후보 앞에서 ‘진보적 신자유주의’ 따위의 어설픈 사고나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의지 박약을 보일 때가 아니다.


다시 한번 왜 이명박 후보가 노무현 정부가 키운 후보인지 말씀드리자면…..